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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7화

Autor: 코코넛 서고
금수 대장공주의 이름이 나오자 신비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

그녀는 열여덟 째 공주와 가까워지는 금수 대장공주가 늘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껴 왔다. 후궁의 다른 황자와 공주들에게는 늘 날이 서 있던 사람이 유독 열여덟 째에게만은 친딸처럼 다정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단지 아이가 귀여워서 그렇다고 여겼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최근에 금수 대장공주에 대한 여러 소문을 들었고 전조와 요동, 그리고 진국 사이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이야기 또한 알고 있었다. 요동 측이 유난히 강경하게 나오는 것 역시, 금수 대장공주의 뜻이라는 말이 뒤따랐다. 그 모든 사실을 떠올리자 이번에 그녀가 경성으로 돌아온 것이 단순한 친정 방문일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비는 두 아이를 더욱 세심하게 지켜야 했기에 조금의 틈도 허락할 수 없었다. 그녀는 열여덟 째 공주를 안아 품에 끌어당겼다.

“요즘 황고모 할머니께서 몹시 바쁘시니 우리가 괜히 방해하지 말자꾸나. 알겠지?”

열여덟 째 공주는 아쉬운 듯 입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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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918화

    황제는 이 옥패를 기억하고 있었다. 선황이 살아 있을 때, 그와 연기준에게 각각 하나씩 만들어 준 것이었다. 연기준의 것은 흰색, 자신의 것은 회색. 두 개를 맞대면 하나의 완전한 팔괘 태극이 되도록 만들어진 짝이었다. 형제가 한마음으로 끝까지 화목하기를 바란 선황의 뜻이 담긴 물건이었다.그런데 지금, 왜 연기준의 옥패가 자기 곁에 있는 것인가? 연기준은 언제 그에게 다가왔던 것인가? 그리고 언제 이 옥패를 그의 몸에 옮겨 놓았단 말인가?황제는 온몸에 소름이 돋아 한 치도 움직일 수 없었다. 숨조차 크게 쉬지 못한 채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마치 어딘가 어둠 속에서 연기준의 시선이 한 번도 눈을 떼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그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극도로 긴장한 탓에 귀 안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머리가 팽창하는 듯 아파지더니 어느 순간 시야가 캄캄해졌다.황제는 그대로 용좌에서 앞으로 고꾸라졌다. 의식을 잃기 직전, 그의 눈앞에는 연기준의 얼굴이 어른거리는 듯했다.양심전 안에서 둔중한 소리가 울리자 내시들이 급히 뛰어 들어왔다. 잠시 후 전각 안에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폐하께서 쓰러지셨다. 태의, 어서 태의를 부르거라!”곁전에 대기하던 태의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소란이 커지자 밖에 있던 대신들까지 모두 그 소리를 들었다.맹국공과 서왕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전각 안으로 향했다.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내시들은 이미 정신을 잃을 만큼 혼란스러웠다.그때, 서왕이 명령했다.“어서 태황태후와 황후를 모셔 오거라.”그제야 내시가 정신을 차리고 허겁지겁 밖으로 달려갔다. 태의들은 한참을 매달린 끝에 황제의 이마에 꽂혀 있던 은침을 뽑아냈다.그때는 이미 깊은 밤이 지나 있었다.서왕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어떠하냐?”태의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폐하께서는 어떤 강한 자극을 받아 급히 심화가 치솟아 혼절하신 듯합니다. 당장은 목숨에 지장은 없으나 다시 한

  • 시간을 거슬러   제917화

    금수 대장공주의 이름이 나오자 신비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그녀는 열여덟 째 공주와 가까워지는 금수 대장공주가 늘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껴 왔다. 후궁의 다른 황자와 공주들에게는 늘 날이 서 있던 사람이 유독 열여덟 째에게만은 친딸처럼 다정했기 때문이다.예전에는 단지 아이가 귀여워서 그렇다고 여겼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최근에 금수 대장공주에 대한 여러 소문을 들었고 전조와 요동, 그리고 진국 사이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이야기 또한 알고 있었다. 요동 측이 유난히 강경하게 나오는 것 역시, 금수 대장공주의 뜻이라는 말이 뒤따랐다. 그 모든 사실을 떠올리자 이번에 그녀가 경성으로 돌아온 것이 단순한 친정 방문일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신비는 두 아이를 더욱 세심하게 지켜야 했기에 조금의 틈도 허락할 수 없었다. 그녀는 열여덟 째 공주를 안아 품에 끌어당겼다.“요즘 황고모 할머니께서 몹시 바쁘시니 우리가 괜히 방해하지 말자꾸나. 알겠지?”열여덟 째 공주는 아쉬운 듯 입술을 내밀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문밖에서 지켜보던 낯선 얼굴들은 하루 종일 아무 소득도 얻지 못했다. 해가 지고 신비의 처소에 불이 하나둘 꺼지며 고요가 내려앉자 감시하던 자들도 점차 긴장을 풀었다.세 사람은 서로 다른 위치에 서서 어느새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그 틈을 타, 어둠 속에서 한 그림자가 소리 없이 문을 빠져나갔다.양심전.하루 종일 사람을 찾지 못한 탓에, 황제의 불안은 더욱 짙어지고 있었다. 그는 연기준과 서인경이 아직도 궁 안에 숨어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 둘이 살아 있는 한 그는 단 하루도 편히 눈을 붙일 수 없을 것이다. 장생불사의 약은 아직 손에 들어오지 않았기에 서인경은 황제가 붙잡고 있는 마지막 희망이었다.초조함이 극에 달한 그는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했다.“쓸모없는 것들! 후궁이 얼마나 넓다고 사람 하나를 못 찾는단 말이냐? 설마 날아서 나가기라도 했다는 것이냐!”내시가 차를 들고 다가와 황제 곁에 내려놓았다.“폐하, 노여

  • 시간을 거슬러   제916화

    공기가 얼어붙었다.서인경은 손바닥 안에 쥔 치명적인 독약을 더 꽉 움켜쥐었다.잡히는 순간 끝이었기에 그녀는 이미 함께 죽을 각오를 마친 상태였다.내시는 서인경에게 다가와 갑자기 어깨를 움켜잡았다.그녀가 막 손을 뻗어 반격하려는 순간, 바깥에서 요란한 소리가 터져 나오더니 이어 문밖으로 검은 그림자 하나가 번쩍 스쳤다. 순간 병사들과 내시들이 적을 맞닥뜨린 듯 긴장했다.“찾았다, 추격하거라!”둔중한 발소리가 한꺼번에 밖으로 쏟아져 나가자 곁전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안상재가 급히 서인경을 일으켜 세웠다.“지금입니다. 곧 다시 돌아올 테니 얼른 뒷문으로 나가세요.”서인경은 그림자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누군가 일부러 그들을 끌어낸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아마도 연기준의 수하일 것이다. 연기준이 이 근처에 있다는 생각에 서인경은 곧장 뒷문으로 몸을 돌렸다.“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훗날 필요하시면 목숨을 걸고라도 갚겠습니다.”막 뒷문을 나서는 순간, 옆쪽에서 한 줄기 그림자가 날아내렸다. 방금 자신을 뒤쫓던 이들과 같은 차림을 한 어림군의 병사였다.서인경이 먼저 공격을 날리자 병사는 재빨리 몸을 피했다. 그는 서인경에게 손끝 하나 닿지 않으려 애썼다.“저는 왕야, 아니 상왕의 사람입니다.”서인경이 믿지 않을까 두려웠는지 그는 허리에서 낡고 못생긴 향낭 하나를 꺼내 보였다. 그것은 예전에 서인경이 연기준에게 만들어 준 것이었다. 솜씨가 형편없어 맹은영에게 한참 놀림을 받았던 물건이었지만 연기준은 줄곧 몸에 지니고 다녔다. 익숙한 그것을 보는 순간, 서인경은 공격을 멈췄다.“연기준은 어디 있느냐?”“상왕께서는 다른 일에 묶여 계십니다. 대신 제가 왕비 마마를 안전한 곳으로 모시라는 명을 받았습니다.”그의 엄호 덕분에 서인경은 어림군의 포위망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양심전.황제는 내시의 보고를 들으며 얼굴이 일그러졌다.“후궁 전부를 뒤졌지만 흔적조차 없습니다.”“무능한 것들!”황제는 분노에 차 탁자를 쓸어버렸다.요

  • 시간을 거슬러   제915화

    문이 닫히는 순간, 밖에서 어지러운 발소리가 터져 나왔다.“어디로 사라진 거지?”“수색해. 이 근처의 처소 하나도 남기지 마.”서인경이 안으로 들어서고 나서야 이곳이 안상재가 머무는 궁전의 뒷문이라는 걸 알았다.그녀가 사는 곳은 초라했다. 뒷문은 오랫동안 손길이 닿지 않은 듯, 낙엽과 먼지가 쌓여 하인들의 숙소와 다를 바 없었다. 문안에는 안상재뿐 아니라 똑같이 배가 어느정도 불러있는 흔귀인도 함께 서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얼굴빛은 괜찮았지만 처음 이런 일을 겪는 탓인지 손과 이마에 식은땀이 흥건했다.조금만 표정이 흔들려도 들킬 만큼 긴장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그들은 서인경을 데리고 곁전의 침소로 들어갔다.흔귀인이 궁녀의 옷 한 벌을 꺼내 들었다.“상왕비, 서둘러 갈아입으세요. 어림군이 곧 이곳까지 뒤질 겁니다. 제대로 숨길 수 있는지는 하늘에 맡길 수밖에 없어요.”총애를 받지 못한 채 밀려나 있는 두 후궁이 서인경을 숨겨 주는 것은 곧 목숨을 건 선택이나 다름없었다.서인경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바로 옷을 벗어 궁녀 복장으로 갈아입었다.“지금 저를 넘기면 폐하의 눈길을 얻을 수도 있고 아이들의 앞날도 바꿀 수 있을 겁니다. 헌데 왜 저를 돕습니까? 들키면 모두 목이 달아나게 될 텐데요.”흔귀인과 안상재는 이 질문을 이미 예상한 듯 서로를 한 번 바라보았다.“황자든 공주든 다를 게 없어요. 황자는 다음 황제를 위해 싸우다 버려지고 공주는 정략결혼으로 팔려 가게 됩니다. 결국 똑같은 결말인데 왜 그런 박정한 사내의 비위를 맞춰야 합니까?”서인경은 그 말에 잠시 말을 잃었다.이 두 사람에게 어떤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까지 마음이 식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황제가 얼마나 잔인한 짓을 저질렀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이토록 많은 여인들에게 버림받는 군주라니. 모두 자업자득이었다.막 궁녀 옷으로 갈아입었을 때,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두 분 마마, 황제의 측근 내시와 어림군이 들어와 중대한 도망자를 찾고 있습니다.”

  • 시간을 거슬러   제914화

    금지 구역의 뜰에는 잡초가 허리 높이까지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서인경은 그 속에 몸을 낮춘 채, 수년 동안 봉인되어 있던 쇠사슬이 풀리는 소리를 들었다. 쾅 하고 던져진 자물쇠 소리와 함께 묵직한 문이 열리더니 한 줄기 햇빛이 먼저 안으로 흘러들었다.서인경은 문가의 풀숲에 몸을 숨긴 채, 무리를 이루어 밀려 들어오는 사람들을 지켜보았다.“한 곳도 남기지 말고 샅샅이 수색하거라.”그러나 어림군이 움직이기도 전에, 밖에서 유모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멈추십시오. 지금 무엇을 하는 겁니까?”앞장서던 어림군이 돌아보자 태황태후의 곁을 지키는 유모가 엄숙한 얼굴로 들어오고 있었다.“이곳은 태황태후의 명 없이는 누구도 발을 들일 수 없습니다. 당신들, 무슨 자격으로 들어오려는 겁니까?”어림군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저희는 폐하의 명을 받아 중범을 수색하러 왔습니다.”유모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여기에 귀신이 나온다는 건 알고 있습니까? 범인은 못 찾고 귀신부터 깨우면 후궁은 앞으로 어찌 살라는 겁니까?”어림군의 통령은 이곳의 사연을 모르는 듯 코웃음을 쳤다.“귀신이라니요. 그런 걸로 겁주지 마십시오. 저희도 명을 받들어 왔을 뿐입니다. 이곳이 크지도 않으니 한 바퀴만 돌고 바로 나가겠습니다.”“안됩니다!”유모가 막아 나서려는 순간, 쏴악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이 뽑히더니 은빛 칼날이 눈앞을 스치며 유모의 앞에 멈춰 섰다. 조금 전, 양심전에 나타났던 내시가 어느새 문가에 서 있었다. 그는 장검을 들어 유모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황제의 명입니다. 방해하는 자는 누구든 베어라고 하셨습니다.”유모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녀는 더 이상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방해물이 사라지자 어림군은 그대로 안으로 들이닥쳤다.서인경은 빽빽한 잡초 사이로 그들의 발걸음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들었다. 그녀는 몸을 최대한 웅크린 채, 숨소리조차 죽였다. 이대로라면 들키고 말 것이다.그녀의 손안에는 이미 미약이 쥐어져 있었다.그때, 한 자루의 검이

  • 시간을 거슬러   제913화

    대황자는 코웃음을 쳤다.“예정임과 진가이가 밀통한 것도 결국 속셈은 하나 아닙니까? 자기 아들을 진국에 남겨 두고 언젠가 이 나라의 황좌를 차지하게 하려는 거지요. 그가 그 정도 배짱을 부렸는데 저라고 못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 아이가 정말 예정임의 자식이라면 그 목숨을 담보로 삼아 열셋 째 황자의 목을 바꿔 오면 됩니다. 만약 제 아이라 해도 제가 예정임의 아들이라 하면 그게 곧 진실이 되지요. 훗날 야랑국의 황위를 잇게 한 뒤 다시 제 핏줄로 되돌려오면 됩니다. 그러면 두 나라의 천하가 모두 우리 것이 되겠지요.”황후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그 말에 마음이 움직이고 있었다.“그래, 이제야 네가 조금 영리해졌구나. 네가 큰일을 도모한다면 어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를 돕겠다.”모자는 스스로의 계책이 빈틈없다고 여겼다.그러나 그 시각, 열셋 째 황자 역시 자신의 책사와 함께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었다.열셋 째 황자의 궁.연기준은 상석에 앉아 있었고 열셋 째 황자는 공손히 차 한 잔을 바쳤다.“오늘 제가 군권을 얻게 된 것은 모두 아홉 째 황숙의 계책 덕분입니다. 이 은혜, 깊이 감사드립니다.”연기준은 사양하지 않고 찻잔을 받아 들었다.“네가 총명해서 그런 것이다. 내가 한마디만 했을 뿐인데 알아듣지 않았더냐. 다만 황후와 대황자, 그리고 하선준의 집안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그쪽의 움직임을 늘 살피는 것이 좋겠다.”열셋 째 황자는 몸을 거의 직각으로 숙였다.“저는 의지할 곳이 없습니다. 큰 형님과는 달리 황후 마마와 하선준 대인 같은 가문도 없지요. 부디 아홉 째 황숙께서 길을 밝혀 주십시오.”연기준은 잠시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열셋 째 황자는 때를 놓치지 않고 단언했다.“훗날 제가 뜻을 이루게 된다면 반드시 아홉 째 황숙을 섭정왕으로 모시겠습니다. 천하 만인 위에 서게 하겠습니다. 아니, 저조차도 모두 황숙의 뜻을 따르겠습니다.”연기준의 입가에 옅은 만족이 스쳤다.“그 마음이면 충분하다. 이제부터 할 말은 잘 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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