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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의 생존수칙
시녀의 생존수칙
Author: 한마음

제1화

Author: 한마음
“사… 살살 해주세요….”

가냘픈 신음소리가 연경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녀는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반쯤 열린 문 쪽을 애처롭게 쳐다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누군가가 저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았다.

탁자 모서리에 닿은 허리에서 찌를 듯한 고통이 몰려오며 눈물에 젖은 시야가 흐려졌다. 그녀의 가녀린 몸은 사내의 품에 매달린 채 애처롭게 애원하고 있었다.

이곳은 무안 후작부 관저, 모시는 마님의 심부름으로 금수원에 물건을 가지러 왔다가 중도에 강력한 힘에 끌려 이곳 별채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녀는 상대가 누군지 파악하기도 전에 온몸에 한기가 느껴지더니 곧이어 사내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틀어막았다.

연경은 혼비백산하며 저항했지만 사내의 힘을 당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제발 이러지 마세요….”

“네가 내 관저의 시종인 것은 알고 있다. 걱정 말거라. 내 너를 홀대하진 않을 터이니.”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자 연경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후작 나으리십니까?”

목소리의 주인은 전대 후작의 외동아들인 손기욱이었다. 8년 전 변방 전장으로 떠났던 그는 여태까지 혼인을 하지 않고 있었다. 2년 전 기욱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노후작 부부는 상심에 빠졌다. 장례식을 치른 직후, 그들은 족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손씨 일족 중에서 당시 14살이던 손유민을 손기욱의 양자로 삼아 대를 잇도록 했다.

연경이 모시는 마님이 바로 이 집안의 도령인 손유민의 정실 부인이었다.

그런데 죽은 줄 알았던 손기욱이 혁혁한 공훈을 세우고 귀경할 줄이야!

한달 전, 그는 정식으로 노후작의 지위를 물려받고 무안 후작이 되면서 이 집안에서 가장 존귀한 신분이 되었다.

그에 반해 연경은 주인의 기분에 따라 운명이 좌지우지되는 한낱 시종에 불과했다.

자신의 처지를 직시한 그녀는 반항을 포기하고 그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눈가에 소리없이 흐르는 눈물만이 그녀의 억울한 심경을 말해주고 있었다.

반 시진 후, 그녀는 용기를 내어 침상에 누운 손기욱을 바라보았다. 그는 눈을 감고 잠들어 있었는데 이상하리만치 얼굴이 뻘겋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귀하신 분의 얼굴을 자세히 쳐다봤다. 그는 꽤나 준수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평소에는 인상이 날카로워서 감히 똑바로 바라볼 수조차 없었지만 잠든 그의 모습은 굉장히 평온해 보였다.

연경은 재빨리 시선을 돌리고 옷을 주워 입은 후, 용기를 내어 그의 두루마기를 몸에 걸쳤다.

그녀의 겉옷은 전부 찢어져서 입고 나갈 수 없었다.

한참이 지나 연경은 손에 면사포를 들고 작은 마님인 송지운의 곁으로 돌아갔다.

송지운은 불쾌한 듯, 그녀를 아래위로 훑더니 말했다.

“대체 뭘 하다 이제야 오는 거야?”

연경은 저도 모르게 어깨를 흠칫하며 시선을 회피했다.

“돌아오는 도중에 후작 나으리의 심부름을 하다가 조금 늦었습니다.”

노부인께서 선물하신 면사포로 사람들에게 자랑을 늘어놓으려던 송지운은 연경이 늦으면서 일을 그르치자 기분이 나빴다.

그러나 사람들이 다 보는 대낮에 시종의 귀뺨을 칠 수는 없으니 오만한 자태로 연경의 턱을 들어올렸다.

물기를 머금은 촉촉한 눈망울과 빨갛게 상기된 볼을 보자 송지운은 경멸에 찬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한 수작 부리지 말고 얌전히 있으렴. 네가 아무리 곱게 차려입어도 후작 나으리의 눈에 들 순 없단다! 미천한 종놈 주제에 감히 신분 상승을 꿈꿔? 주제를 알아야지!”

오늘의 연회는 노부인께서 손기욱의 혼사를 위해 마련한 연회였다. 송지운은 연경이 이때가 기회다 싶어 주인을 현혹하려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연경이 입고 있는 옷은 전에 입던 것보다 더욱 색이 바랜 낡은 옷이었다.

연경은 다급히 무릎을 꿇으며 고했다.

“소인이 어찌 그런 불경한 생각을 품었겠어요! 절대 아닙니다, 작은 마님.”

송지운은 사람들 앞에서 시종에게 욕설이나 손찌검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이를 갈며 그녀에게 말했다.

“돌아가서 무릎 꿇고 반성하고 있어!”

연경은 저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 손기욱의 거친 손길에 의해 온몸 곳곳이 쑤시고 아픈 상태라 서 있기도 힘들었다. 만약 이곳에서 계속 시중을 들었다면 분명 송지운에게 들킬 것이다.

그렇게 그녀가 화원을 떠나려는데 손기욱이 도착했다.

거대한 사내의 등장은 모두의 시선을 앗아갔다.

연경은 조용히 구석으로 물러나 고개를 푹 숙였다.

손기욱의 예리한 시선은 수군거리는 귀족 가문의 여인들과 열심히 움직이는 시종들을 지나 연경에게 닿았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흠칫 떨었다.

손기욱은 미간을 찌푸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고개를 들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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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녀의 생존수칙   제36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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