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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어린애는 잘 아프잖아? 아마…?"
외부의 상처 말고는 아파 본 적 없는 정안용이 고개를 갸웃대며 되묻듯이 새파랗게 질린 이시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정이도 맨날 까딱하면 열이 나서, 형이랑 형수가 새파랗게 질렸다가 새하얗게 질렸다가 막 그랬어."
"왜 아픈 건데?"
"글쎄?"
이시안의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정안용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것은 정안용도 궁금했다.
다행히 역 안에서 약을 먹고 진정 중인 박시온의 열은 꽤 많이 내렸다.
"햇빛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 거 아냐?"
"그래?"
그럴싸한 이유였다.
"밤에 움직여야 하나?"
"그것도
*****"나, 죽어. 죽는다. 진짜 죽는다?""다쳤습니까?""… 아파서 죽는 게 아니야. 피곤해서 죽을 거 같다는 소리야. 바보 김정우!!!"정안용이 김정우의 등에 올라타자, 김정우가 아무렇지 않게 짐짝을 옮기듯 들자 편안함에 만족하면서도 정말로 피곤함이 몰려와 눈을 슬쩍 감았다."앞으로 얼마나 더 남았지.""그래도 오늘은 좀 나은 편이었잖습니까.""이게 말이야, 전부 다 공주님 때문이야. 왜 와서는….""솔직히 말하자면… 전 편해서 좋았습니다.""그야 시안이의 레이더가 발딱 섰으니까. 나에게도 그래 줬으면 좋겠는데~""그렇습니까.""하여튼, 시안이도 보는 눈이…."정안용이 괜히 김정우의 옷을 물어 뜯으며 성을 냈지만, 김정우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걸음을 재촉했다."그거 누님의 소중한 사람이어서 그런 거 아닙니까?""허어얼~? 김정우가 그런 말을 하다니!? 누가 그래!? 공주님이 그렇게 떠들든!?""아뇨? 리더가 그렇게 말했습니다.""으으으… 리더는 쓸데없는 말만 하고 다니고… 우리도 시안이에게 특별하고 소중해!""아, 안녕하세요. 박도윤 씨."정안용을 짊어지고 본부로 도착하자, 그곳에는 부상자를 막 치료하고 나온 박도윤이 있었고, 박도윤을 보고 인사한 김정우를 보며 주위를 살피다 김정우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그… 시안이는……?""먼저 본부로 복귀 하셨….""그래, 잘 물었네!"김정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정안용이 냅다 물었다.
최윤수에게 추천받은 야경이 좋은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시간을 축내고 있었다. 두 사람의 데이트인 줄 알았는데 갑작스럽게 박시온은 왜 끼게 됐는지 당사자도 알 수 없었다. 그저 목을 살살 녹이는 소프트아이스크림을 퍼먹으며 불꽃이 반짝이며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공연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힐끔 바라본 곳에 정안용은 내일 헤어지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불편한 팔을 핑계로 나름대로 알차게 이시안을 부려 먹고 있었다.그런데, 갑자기 왜 혼자 자신의 쪽으로 온 건지 이해할 수 없어 괜히 몸이 움츠러들었다."…… 왜요?"부드러운 머릿결이 바람과 함께 날리며 정안용이 일생일대에 제일 싫어하고 부러워하던 남자를 쏙 빼다 박은 박시온을 바라보며 한숨 섞인 말을 잔잔히 뱉었다. 음악 소리보다 작고 낮은 목소리지만 그 어떤 소리보다 박시온의 귀에 쏙 박혀 들렸다."나는 역시 박도윤이 싫어.""그걸 제게 말해도….""그래서 너도 싫어.""…… 저도 정안용 씨가 좋지는 않은데요….""쯧, 말이나 못 하면… 얼굴도 똑같이 생겨 놓고는."갑자기 웬 시비인지.정안용의 말에 짜증이 가득 담긴 얼굴로 바라보자, 정안용은 방금까지의 불만인 표정이 아닌 그 어느 때보다 담담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박시온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표정은 다른 의미로 무서웠고 긴장됐다."갑자기….""나나 시안이는… 네 나이 때 이미 병기였고, 네 아빠는 이미 의료병이었어.""…… 네?""게다가 너는 사내잖아.""………?""남자 대 남자로 약속해 줘. 이시안… 쓸데없는 짓 못 하게. 무사히 데
정안용이어울리지 않게 다리를 떨며 차가 담긴 잔에서 모락모락 나는 연기를 대충 후 불고는 서류를 보며 말을 아끼는 주 학을 빤히 바라봤다. 그 성격을 알기에 주 학이 숨을 살짝 들이 쉬고 읽던 서류를 덮었다."죄송해요. 급한 서류라.""그래, 빨리 이야기 해 봐."기다렸다는 듯이 덥석 무는 모습은 자신이 잘 아는 성격 급한정안용이맞았다."어디서부터 알고 싶은 거죠?""너, 어떻게 시안이랑 알게 된 거야? 아니지… 위치상 얼굴을 종종 봤긴 했을 테니… 친해졌을…… 그게 더 이상한데!?"아무래도이시안과주 학의 관계부터 의문인 듯했다."처음 제대로 말문을 튼 건, 함정에 빠졌을 때죠.""함정?""그쪽도 어림짐작했을 테지만… 이쪽 부대가내부 분열로소란스러울 때였어요. 함정의 위치는 족제비 거점의 근처.""…… 아니, 너 용케 살았네?""당시에는 죽을 뻔했고요.시안이에게작전을 모조리 알려주고 도움받아살아서 나왔어요. 보고한 작전에는 거짓이 없고, 족제비를 습격하기 위해 만든비밀 거점까지모조리 알려 주고 난 이후, '신뢰'받았다면 납득 되나요?"주 학의 말은 우습게도 정말로이시안이기에납득이 가능한 말이었다.정안용이헛웃음을 치며 입을 가렸다.하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믿기에는 의심스러웠다. 온전히 납득하기에는 군데군데 뚫려 의심됐다."주 학, 위치 말 해."문이
"저, 그, 그럼…!이시안씨, 검사 받을 동안 쇼핑해도괜…찮을까요?"저번에 미처 둘러보지 못한 곳이 떠올라 한 말이지만, 타이밍을 잘못 잡았다. 그 말이 나오자마자주학을따라나서던이시안이몸을 돌려 박시온에 향했다."그럼 같이 가.""이시안씨는 검사 받아요.""됐어. 그 정도 아냐."그리고 그런이시안의행동은 정말로 이해되지 않았다.한지훈도 그렇고서윤재도그렇고이시안도그렇고, 어째서 이 셋은 박시온을 꽁꽁 싸매기만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은 결국 화가 되어 나왔다."아니! 정말로!! 왜 자신은 돌보지도 않고, 내게 집착해요!!! 나도 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요!!! 그리고 저도 혼자서쇼핑 정도할 수 있는 나이라고요!! 어린애가 아니라고!!!""………!""진짜!!! 싫어!!! 당신도 한지훈도서윤재도다 싫어!!! 다필요 없어!!! 혼자 갈 거야!!!"박시온이 거칠게이시안을밀치며 밖으로 나가버렸고, 박시온의 첫 반항에이시안이놀란 듯 입을 살짝 벌리고 멍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정안용이벌떡 일어나 소리쳤다."저, 저, 저말하는 싸가지봐!! 어찌 아빠를 저리 쏙 빼닮았지!?"갑작스러운 일에정안용이박시온에게 소리
"묻겠는데, 여태 시안이랑 다니면서 이상한 거 없었어?""이상한 거요?""갑자기 이상한 짓을 하거나….""뭐, 문짝을 뜯거나 경찰을 죽이려고 했거나 기차를박살 내려고했거나…?""아니, 그건 평소의이시안인데?""그럼?"박시온의 미간이 찌푸려졌다."아프다거나, 몸에 이상이 생기거나….""'병기'가요?"박시온이 가볍게 받아친 말에정안용이쓰게 웃으며 대꾸했다."그래, 그럼 됐다.""…… 무슨 의미예요?""박시온, 너는 계속 그렇게이시안을'병기' 취급하라고."정안용의말뜻을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확실한 건, 지금 저 말에 악의가 들어있다는 것이었다."그게이시안을위해서니까.""어째서요?""괜히 정 줬다가,미련 남게하지 마.""무슨…….""어차피 너는 아빠와 엄마 만나면 거기서 같이하하 호호지낼 거잖아?"정안용의말에 박시온이 말문이 막혔다."거기에시안이가괜한 미련 가지게 하지 말라고.""괜한 미련이 뭐요…. 이왕이면 다 같이… 잘 지내는 것도….""허, 미쳤지, 미쳤어? 어린애라서 그런가? 아닌데, 박도윤은 어린애도 영악해 빠졌었는데. 아니, 이것도영악
"원래 어린애는 잘 아프잖아? 아마…?"외부의 상처 말고는 아파 본 적 없는 정안용이 고개를 갸웃대며 되묻듯이 새파랗게 질린 이시안을 바라보며 말했다."다정이도 맨날 까딱하면 열이 나서, 형이랑 형수가 새파랗게 질렸다가 새하얗게 질렸다가 막 그랬어.""왜 아픈 건데?""글쎄?"이시안의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정안용은 대답하지 못했다.그것은 정안용도 궁금했다.다행히 역 안에서 약을 먹고 진정 중인 박시온의 열은 꽤 많이 내렸다."햇빛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 거 아냐?""그래?"그럴싸한 이유였다."밤에 움직여야 하나?""그것도 좋네. 그런데 시안아, 밤에는 기차가 없어.""아냐, 있어. 저번에 탔어.""아니, 여기는 없어."정안용의 말에 이시안이 인상을 구겼다.그러자, 정안용은 억울하다는 듯이 가슴을 콩콩 치더니 손가락으로 열차시간표를 가리켰다."찬찬히 읽어보고 오세요. 이시안 씨."미간을 찌푸리면서도 착실히 확인하러 가는 이시안을 보며 정안용이 피식 웃음을 뱉었다. 세상에 적응해 나가는 이시안의 모습이 생각 외로 귀여웠다. 그리고 자신의 어깨에 기대 잠든 박시온은 하나도 귀엽지 않았다.자신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없었다면 이시안이 어떤 짓을 했을지 상상도 되지 않아 여러모로 끔찍했다. 어쩌면 그런 스트레스로 박시온은 참다 참다 몸살이 난 것일지도 모른다."내 말이 맞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