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96.
찰랑거리는 따스한 물속으로 두 사람의 몸이 완전히 잠기자, 온몸의 긴장과 장시간 이동으로 쌓였던 피로가 거짓말처럼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아그네샤는 자연스럽게 바실리안의 단단한 허벅지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그의 널찍한 가슴에 편안하게 몸을 기대었다.
물속에서 가볍게 움직이던 아그네샤는 작고 고운 손으로 따스한 물을 소복이 담아 바실리안의 넓은 어깨 위로 쪼르르 뿌려주었다. 물방울이 그의 다부진 어깨선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바라보던 그녀가 문득 궁금증이 생긴 듯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런데 리안, 마석을 이렇게 하루 종일 돌리면 오래 못 쓰지 않나요?”
언제든 들어와도 욕탕을 사용할 수 있도록 24시간 내내 열을 내뿜는 욕실의 마석이 신기했던 탓이었다. 고급 마석이라 해도 매일 온수를 유지하
101.바실리안이 페일리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침실에 남은 아그네샤는 붉어진 얼굴로 메리를 슬그머니 불렀다.“작은 마님, 뭐가 필요하세요?”“그, 메리… 전에 메리가 보여준, 그 잠옷 말이야…….”“아! 바로 가져다드릴게요.”“응. 그리고… 내일 약은 필요 없으니, 일어날 때까지 깨우지 않아도 돼.”“네, 알겠습니다!”본래 피임약은 12시간 이내에 복용해야 했기에 늦잠을 잘 때면 메리가 깨워서 챙겨주곤 했으나, 아그네샤의 의미심장한 말에 메리는 단번에 눈치를 채고 환하게 웃으며 방을 나섰다. 잠시 후 메리가 가져온 것은 얇고 작은 천 조각에 불과한 슬립이었다.메리가 나간 뒤 아그네샤는 부끄러움에 망설이면서도 조심스럽게 그 속옷을 입었다. 가슴선과 허리선이 아슬아슬하게 드러나는 슬립 위에 두꺼운 가운을 고쳐 매고 침대 끝에 앉아 바실리안을 기다렸다.문이 열리고 바실리안이 방 안으로 들어서자, 아그네샤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실리안의 시선이 자신에게 닿는 순간, 그녀는 매듭을 풀어내며 슬그머니 가운을 어깨 아래로 떨어뜨렸다. 얇은 천 사이로 드러난 풍만한 가슴선과 붉어진 살결, 그리고 유혹적인 자태에 바실리안의 걸음이 그 자리에 멈춰 섰다.그의 눈빛이 순식간에 어둡게 가라앉았고 더 이상 이성을 유지할 이유가 사라졌다. 바실리안은 다가가 아그네샤의 허리를 강하게 감싸 안으며 곧바로 입술을 집어삼켰다.밤새도록 이어진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속옷의 얇은 실크 천은 이
100.그러나 그녀의 바람과 달리, 아래쪽에 가해지는 손가락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미끄러운 질구를 천천히 벌려내며 압박감을 더해갈 뿐이었다.“안 돼, 샤샤. 오랜만이잖아.”바실리안의 낮게 잠긴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그는 거친 숨을 내뱉으며 그녀의 귓불부터 매끄러운 턱선까지 혀로 진득하게 핥아 내렸다.“지금 바로 넣었다간 아플 거야. 안쪽이 아직 좁아서… 더 넓혀야 해.”“아, 아니야… 흣! 이미, 이미 다 들어갈 수 있어, 아앗……!”아그네샤가 고개를 저으며 부정하려 했지만, 바실리안은 엄지손가락으로 다시 한번 부풀어 오른 클리토리스를 강하게 문지르며 그녀의 말을 집어삼켰다. 동시에 이미 안쪽에 들어차 있던 검지와 중지 옆으로 약지 손가락을 추가했다.“읏, 잠시만…! 리안……!”손가락 세 개가 한데 모여 좁은 입구를 밀어붙이자, 아그네샤는 숨을 헉 들이쉬며 바실리안의 등 뒤를 손톱으로 짓눌렀다.바실리안은 서두르지 않고 손가락 마디를 조금씩, 집요하게 밀어 넣었다. 세 개의 손가락이 단단하게 뭉쳐 질구의 살집을 양옆으로 벅차게 벌려내며 안쪽 깊숙한 곳까지 점령해 들어갔다.“하아… 봐, 이렇게나 좁은데.”바실리안은 아그네샤의 풍만한 가슴을 한 손으로 거칠게 움켜쥐어 주무르면서, 내부로 깊숙이 들어간 세 손가락을 구부려 천천히 회전시키기
99.욕실 안은 마석의 열기로 훈훈하고 따스한 김이 자욱하게 가득 차 있었다. 바실리안은 서둘러 피와 눈 자국, 마수의 흔적이 얼룩진 묵직한 은빛 갑주와 옷가지를 바닥에 걸칠 게 벗어 던졌다. 쨍그랑거리는 쇳소리와 함께 피와 땀으로 범벅이 된 단단하고 야성적인 상체가 노출되었다.그는 다급하지만, 다정한 손길로 아그네샤의 드레스 자락을 위로 올려 벗겨내고 얇은 속옷까지 완전히 내려 바닥으로 떨어뜨렸다.마침내 나체로 드러난 그녀의 곱고 매끄러운 몸을 마주하자, 바실리안은 가쁜 숨을 내쉬며 멍하니 그녀의 알몸을 올려다보았다. 눈앞의 존재가 실재한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듯 그의 눈빛이 뜨겁게 가라앉았다.바실리안은 빠르게 자기 몸에 물을 끼얹어 피비린내 나는 먼지와 마수의 흔적을 대충 씻어냈다. 그러고는 그대로 아그네샤의 엉덩이를 받쳐 안아 들고 찰랑거리는 온수가 가득 찬 넓은 탕 안으로 걸어 들어가 그대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아그네샤는 바실리안의 단단한 허벅지 위에 앉힌 채, 무사히 돌아온 그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그의 목덜미를 꼭 끌어안았다. 살결을 타고 흐르는 따뜻한 물기 속에서 그녀가 참아왔던 서러움과 안도감을 담아 낮게 중얼거렸다.“리안, 왜 이렇게 늦었어요…….”바실리안은 가슴에 파묻힌 그녀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다독이듯 쓰다듬었다. 이내 아그네샤의 얼굴을 살그머니 들어 올려, 서럽게 붉게 물든 눈가와 속눈썹 끝에 다정하게 뽀뽀했다.그러고는 열망을 참지 못하고 그녀의 입술을 삼켜버릴 듯 깊고 진하게 키스했다. 혀를 깊숙이 집어넣어 안쪽을 질척하게 휘젓고 매끄러운 잇몸과 입천장을 핥아 올리며 숨이 막힐
98.1황자는 아셰라드 저택에 황실의 손님이라는 핑계를 대며 뻔뻔하게 머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부터 아그네샤의 일상은 차가운 가시밭길이 되었다.저택 복도나 정원, 응접실 등에서 아그네샤와 마주칠 기회가 생기면 1황자는 기다렸다는 듯 다가와 집적거렸다. 그는 기분 나쁜 시선으로 아그네샤의 어깨나 스치는 옷자락을 슬쩍 건드리려 하거나, 은근슬쩍 거리를 좁혀오며 끊임없이 비아냥거렸다.“아그네샤 공녀, 오늘도 그 산맥 쪽만 바라보고 있는 건가? 쯧쯧, 약속된 사냥 기간에서 얼마나 지났지? 일주일 지났나? 그나저나 소공작이 잘못되면 아셰라드 공작저도 걱정이겠군. 후계가 하나밖에 없으니. 쯧쯧.”“…….”“공작가는 승인도 나지 않은 결합에 목을 매고, 소공작은 눈더미 속에 묻혀 시체도 못 찾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야. 차라리 나에게 기대는 게 어떤가? 황태자가 될 내 곁에 선다면 이런 시골구석에 갇혀 질질 짜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지.”아그네샤는 그가 다가올 때마다 경멸감을 꾹 눌러 참으며 못 들은 척 자리를 피하거나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하지만 1황자가 던지고 간 독한 말들은 뾰족한 송곳처럼 가슴 깊숙이 박혀 들어왔다. 아무리 태연한 척하려 해도 돌아오기로 한 보름이 한참이나 지나도록 생사조차 알 수 없는 바실리안에 대한 걱정은 날이 갈수록 무겁게 눌러왔다.수도에서는 공작이 황실의 인사들과 귀족을 설득하며 두 사람의 결혼 승인을 받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지만, 멀리 떨어진 아셰라드 영지까지 들려오는 소식은 답답하기만 했다.그날 밤, 아그네샤는 침실 창가에 홀로
97.마물 사냥 준비가 막바지에 다다랐을 즈음, 아셰라드 공작은 결단력 있게 행동에 나섰다. 공작과 공작부인, 그리고 아그네샤 본인의 정갈한 서명이 적힌 공식 '결혼 요청서'를 작성하여 황궁으로 발송한 것이다. 황실의 관례에 따라 정식 절차를 밟아 두 사람의 관계를 확실히 고해두려는 조치였다.얼마 뒤, 바실리안은 은빛 갑주를 가다듬고 기사단을 이끈 채 보름 일정의 마물 사냥을 위해 북쪽 산맥으로 떠났다.그가 비운 저택에서 아그네샤는 페일리 부인과 함께 차를 마시고, 영지 내의 소소한 가계나 겨울철 지원 물품을 점검하며 시간을 보냈다. 바스락거리는 눈길을 걸으며 저택 정원을 산책할 때면 아그네샤는 문득 아득한 생각에 잠기곤 했다.‘바실리안과 결혼하게 된다면… 나도 평생 이곳, 아셰라드 영지에서 살아가게 되는 걸까.’수도와는 또 다른 조용하고 웅장한 정취, 그리고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주는 사람들이 있는 이곳에서 미래를 떠올리면 가슴 한구석이 간질거리고 몽글몽글해졌다. 그렇게 아셰라드 공작령의 차갑지만, 포근한 겨울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었다.약속했던 보름 중 딱 이주일이 지났을 무렵, 수도 황궁으로부터 붉은 봉인이 찍힌 공식 답신이 저택에 도착했다. 그러나 서신에 담긴 내용은 모두의 예상을 완전히 비껴갔다.[아셰라드 공작가의 바실리안과 발로아 공작가의 아그네샤의 혼인 요청을 불허함.]단 한 줄의 차가운 거절 문구였다.“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황실의 답신을 확인한 아그네샤는 멍하니 서신을 바라보며 깊은 우울감과 당황
96.찰랑거리는 따스한 물속으로 두 사람의 몸이 완전히 잠기자, 온몸의 긴장과 장시간 이동으로 쌓였던 피로가 거짓말처럼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아그네샤는 자연스럽게 바실리안의 단단한 허벅지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그의 널찍한 가슴에 편안하게 몸을 기대었다.물속에서 가볍게 움직이던 아그네샤는 작고 고운 손으로 따스한 물을 소복이 담아 바실리안의 넓은 어깨 위로 쪼르르 뿌려주었다. 물방울이 그의 다부진 어깨선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바라보던 그녀가 문득 궁금증이 생긴 듯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그런데 리안, 마석을 이렇게 하루 종일 돌리면 오래 못 쓰지 않나요?”언제든 들어와도 욕탕을 사용할 수 있도록 24시간 내내 열을 내뿜는 욕실의 마석이 신기했던 탓이었다. 고급 마석이라 해도 매일 온수를 유지하려면 소모가 엄청날 텐데, 아무렇지도 않게 열기를 내뿜는 욕탕이 신기하기만 했다. 아그네샤의 질문에 바실리안은 피식 웃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발로아 저택은 이렇게 쓰지 않나?”“네. 저희는 주로 저녁에만 데워서 쓰는 편이라서요. 계속 켜두는 건 아무래도 마석 낭비가 심하니까요.”아그네샤가 고개를 차분히 끄덕이며 대답하자, 바실리안은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귀 뒤로 넘겨주며 고개를 끄덕였다.“아, 확실히 발로아는 무인 가문이 아니라 그런가 보군.”그의 크고 따뜻한 손이 아그네샤의 등 뒤를 부드럽게 문질러 내렸다.“우리 아셰라드는 시도 때도 없이 연무장에 나가는 편이라서 말이야. 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