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에스테반의 시점
방 건너편에 앉아 위스키 잔을 손에 쥐고, 나는 어머니께서 엘리아나에게 극성을 부리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정작 엘리아나는 어머니와 스콧의 과보호에 지칠 대로 지쳐 있는 듯했다. 메모—그가 불리길 선호하는 이름인 ‘스콧’—에게서 뭔가 달라진 점이 느껴졌다. 좋은 쪽으로의 변화였다. “두 사람 다, 나 진짜 괜찮거든요?” 그녀가 하품을 크게 하며 말했다. “아, 죄송해요…” 그녀는 소파에서 톡 튀어 일어나더니, 벽에 걸린 장식에 시선을 고정했다. 벽면 디자인이 꽤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저기요, 키 큰 아저씨!” 그녀가 나를 불렀다. 나는 얼굴에 미소를 띠며 그녀와 눈을 맞추었다. “왜 그러지?” “미술에 관심 있는 줄은 몰랐네요. 집이 정말 예뻐요.” 나는 그 칭찬에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내 사촌 동생은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 것 같지만 말이야.” 나는 스콧에게 시선을 고정하며 썩소를 지었다. “안 그래?” 그놈은 내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고, 당연히 대답조차 없었다. 그놈을 탓할 수는 없었다. 그놈 뜻대로 했다면 두 사람이 여기 올 일조차 없었을 테니까. 내가 그놈의 아내인 엘리아나를 거쳐서 일처리를 해야 했던 이유가 바로 그거였다. 그 ‘피도 눈물도 없는 CEO’라는 자식도 제 마누라인 엘리아나의 청은 감히 거절하지 못했기에, 내가 그놈을 내 집으로 불러들일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몇 분 전에 도착했지만, 스콧은 당장이라도 저 문을 나아가 여기서 벗어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다시 만나서 반갑다, 사촌.” 내 목소리는 낮고 무거웠다. 진심을 담은 말이었다. “나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군.” 그가 인상을 더욱 찌푸리며 쏘아붙였다. 그놈은 마피아와는 터럭만큼도 얽히고 싶어 하지 않았고, 거기에는 마피아에 속한 우리—즉 혈육인 우리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몇 달 전에 일어났던 그 사건 이후로는 더더욱 그랬다. 그렇다고 해서 복수를 원했던 내 행동에 대해 사과할 생각 따위는 전혀 없었다. “시날로아를 빨리 구경해 보고 싶다.” 엘리아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엔 그냥 파티 때문에 온 거야, 내 사랑.” 스콧이 다정한 목소리로 달래듯 말했다. 그녀의 몸 상태를 고려하면 구경 따위는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어쨌든 두 사람은 그 문제를 두고 소소하게 티격태격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흡족해하시는 어머니와 그 부부를 뒤로한 채 밖으로 나왔다. 메모가 이번만큼은 제대로 된 일을 해냈다. 엘리아나와 결혼한 것 말이다. 그 결정을 통해 그놈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했던 무언가를 가져다주었다. 어머니에게는 더 많은 가족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 하나가 더 생겼고, 조만간 태어날 아이까지 합치면 둘이 될 터였다. 나에게는 내 신경을 긁어댈 사람이 하나 더 생긴 셈이었지만 동시에 챙겨야 할 존재가 생긴 것이었고, 메모에게는 진정한 사랑을 경험할 기회가 생겼다. 구스타보가 내 서재 문 바로 앞에 서 있었다. “무슨 일이지?” 내가 참을성 없이 물었다. “명단에 이름이 하나 있습니다만…” “구스타보… 돌려 말하지 말고 본론만 말해.” “예, 돈.” 그가 목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명단에 케이틀린 스티븐스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카스피안 줄리의 동반자(Plus one)로 되어 있군요.” 그가 말을 멈췄다. “그래서?”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의아해하며 내가 물었다. “그 여자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그 어떤 가문 출신도 아닙니다—” “신원 조사는 해봤나?” 나는 이 쓸데없는 대화에 지쳐가고 있었다. 그래, 경호망을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하게 강화해 놓긴 했다. 어머니의 파티에서 그 어떤 불상사도 일어나는 걸 방치할 수는 없었으니까. 특히 메모와 그 아내가 와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하지만 겨우 이런 걸로 보고를 해대다니. “예, 신원은 깨끗합니다만—” “디오스(맙소사), 구스타보! 다들 동반자를 데리고 온다—아주 많이들 말이지. 우리가 그자들을 안다고 해서 그 속내까지 다 알 수는 없어. 그 줄리 놈이랑 그놈 여자나 잘 감시해라.” 나는 문고리를 돌려 서재 안으로 들어갔다. 그놈의 “예, 돈” 소리가 채 다 끝나기도 전에 문이 쾅 닫혔다. 몇 시간 뒤 부드럽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나를 놀라게 하며 깨웠다. 손에 담배를 쥐고 손대지 않은 서류 더미를 앞에 둔 채 잠들어 있던 참이었다. “구스타보—” “메모다.” 그 단 한 단어, 그리고 그 목소리. 나를 멍하게 만들었다. 내 안의 한구석에서는 불가능한 무언가를 바라고 있었던 것 같다. “들어와.” 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놈의 키 크고 어두운 체구가 걸어 들어오더니, 아무런 말도 없이 문을 닫았다. 그놈의 시선이 내 벽에 걸린 거대한 그림 위에 잠시 머물렀다. “쯧쯧쯧… 아직도 미련을 못 버렸군.” 그놈은 내가 읽어낼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소리나 하려고 온 거냐?” 몇 시간 전의 유머러스함은 싹 사라진 채 내가 물었다. “결국 가면무도회였군.” 스콧이 나직하게 말했다. “당연하지. 네가 원치도 않는 세계로 널 강제로 처박을 생각 따위는 없으니까.” 담배를 입에 물고 연기를 살짝 맞아들였다. 그놈이 나를—아니, 담배를 얼마나 집요하게 노려보고 있는지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감사 인사라도 하러 온 건가?”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너랑 네 그 신물 나는 장난질만 아니었어도, 우리가 애초에 여기 올 일조차 없었어.” 틀린 말은 아니었다. “ 그럼 사과하러 온 건가?” 나는 썩소를 지었다. 그놈은 내가 미치기라도 한 것처럼 나를 노려보았다. 의자에 앉은 그놈은 담배를 바라보더니, 원치 않는 생각을 털어내려는 듯 고개를 살짝 저었다. “자.” 나는 그놈에게 담배를 건넸다. “됐어. 유혹적이긴 한데, 사양하지.” 그놈의 눈빛은 거절과 달랐다. “이유가 뭔데?” 그놈은 고개를 저었지만, 나는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었다. “엘리아나한테 이 파티가 얼마나 안전하지?” 지독히도 스콧 블랙웰다운 질문이었다. “아주 안전해, 내가 완벽하게 조치해 뒀으니까. 임신한 내 어린 사촌 동생이랑 내 조카를 위험에 빠뜨릴 생각 따위는 없어.” 그놈은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향했다. “고맙다.” 메모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은 마치 억지로 쥐어짜 낸 것처럼 들렸다. “잠깐, 뭐라고? 다시 말해봐, 못 들—” 내가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문이 쾅 하고 닫혔다. 파티 손님들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나는 서재에서 나와 내 방으로 이동해 간절히 필요했던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연회장으로 내려가기 전, 나는 경호팀과 보안 상황을 다시 한 번 점검했다. “그들이 도착했습니다.” 구스타보가 보고했다. 누구냐고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줄리 놈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구스타보의 반응 때문에 그자들은 더 많은 주목을 받게 되었다. 내가 확실히 조치해 놓았으니까. 카메라 화면이 그 둘을 확대했다. 여자는 금발이었고, 살결이 훤히 드러나는 녹색 벨벳 드레스에 작은 검은색 가면을 쓰고 있었다. 카스피안 줄리는 그녀의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이는 듯했고, 그놈의 손은 그녀의 허리 아래쪽에 단단히 올려져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들어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넋을 놓게 만드는 매혹적인 녹색 눈동자가 드러났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눈빛이 지독하게 익숙하게 느껴졌다. *너는 보안 점검을 하러 온 거지, 너를 보고 있는지도 모르는 여자한테 껄떡대러 온 게 아니다, 에스테반.* “계속 진행해.”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연회장으로 향했다. 내 사촌들을 감시하기에 나보다 더 적합한 사람이 누구 있겠는가? 그들을 보호한다는 건 그들 가까이에 머무는 것을 의미했다—그들이 파티에 있는 한 나 역시 자리를 지키는 것. 음악 소리와 웃음소리, 그리고 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귓가를 채웠다. 메모와 그 아내는 홀 중앙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그들은 장내의 시선을 온통 사로잡은 모양이었다. 특히 줄리 옆에 선 그 금발 여자 말이다. 나는 보안상의 이유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그녀에게 계속 시선을 빼앗겼다. 씨발놈의 보안… 그 여자에게는 무언가 이상한 기운이 있었다. 그녀가 내 시선을 느끼고는 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나는 억지로 시선을 돌렸다. 씨발, 술이 간절했다. 나는 수행원에게 술을 가져오라고 수신호를 보냈다. 쟁반에서 샴페인 한 잔을 집어 들고는, 어머니를 찾기 위해 눈을 두리번거렸다. 어머니는 평소처럼 이 동네 귀부인들 한가운데에 둘러싸여 계셨다 me. “돈께서는 좀 더 독한 술을 즐기실 줄 알았습니다. 가령 위스키 같은…”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카스피안이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고, 금발 여자는 그의 팔에 팔짱을 세게 끼고 있었다. “내가 내 뒤에서 쪼잘대는 것이나, 더군다나 내 뒤로 슬금슬금 다가오는 걸 지독하게 싫어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어야지.” 나는 억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로 다 담지 못한 서늘함을 눈빛에 꽉 채워 내뿜었다. “죄송합니다, 돈. 다름이 아니라, 돈께서 분명 흥미를 느끼실 만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서요—하지만 적절한 타이밍을 기다리기엔 그 시기를 가늠하기가 너무나 어려워 염치 불고하고 다가왔습니다.” 카스피안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금발 여자의 손가락이 그놈의 팔을 더 세게 옭아맸다. 좋아, 겁을 먹었군. 나는 내 표정을 최대한 어둡게 유지하며 그녀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그녀가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는 게 이상하게 즐거웠다. “네놈이 말하는 그 ‘무언가’라는 게 대체 뭐지?” 나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시야 구석으로 구스타보가 모퉁이에 숨어 도사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놈의 시선은 나, 혹은 내 손님들—카스피안과 그의 여자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놈을 탓할 수는 없었다. 나 역시 그들에게서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혹시 사적인 장소나, 적어도 조금 더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카스피안이 몸을 앞으로 숙이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나는 그를 영혼 없는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재미있는 이야기여야 할 거다.” 수가 뛰어나든, 비즈니스가 훌륭하든 간에. 그 잘난 주둥아리에서 나오는 게 뭐든 간에 제 목숨을 위해서라도 유익한 이야기여야 할 것이다. 나는 내 시간을 낭비하는 걸 지독하게 싫어하니까. “따라와.” 나는 명령했다. 내가 문 쪽으로 걸어가자 그들이 내 뒤를 따라왔다. 구스타보도 아무 말 없이 합류했다. 나는 그들을 응접실로 안내했다. “말해 봐.” 나는 자리에 앉아 수트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들었다. 여자가 놀란 듯 움찔하더니 카스피안의 팔을 조금 더 세게 움켜쥐었다. “네 여자가 별로 편해 보이지 않는데, 줄리.” 나는 그녀에게 옅은 비웃음을 날렸다. “진정해, 나 안 물어.” 그녀는 조금 안도하는 듯 보였다. 카스피안이 그녀의 손가락을 다정하게 다독였다. “죽일 뿐이지—총이든, 칼이든… 내 기분에 따라 달라져.” 방금 전의 안도감은 순식간에 날아갔다. 그녀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빠져나갔다. 카스피안은 목을 가다듬고 자세를 바로잡더니, 금발 여자의 손가락을 제 손바닥에 쥐고 손을 들어 올렸다. “돈을 위해 선물 하나를 가져왔습니다—아주 마음에 들어 하실 만한 선물이죠.” 나는 미소를 지었다—눈까지는 다다르지 않는 미소를. 판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뻔히 보였다. “네놈이 말하는 그 선물이 대체 어디 있지?” 내 목소리는 낮고, 무겁고, 위협적이었다. “그녀가 바로 선물입니다, 돈.” 그놈은 마치 내게 값으로 매길 수 없는 보물이라도 바치는 양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는 전격적으로 권총을 꺼내 들어 그놈의 머리를 똑바로 겨누었다. 내 미소는 단 한 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이건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짓거리 중 가장 멍청한 짓거리가 분명했다. 그래, 나는 여자를 좋아한다. 하지만 난 바람둥이가 아니며, 절대로 여자를 대가나 이득의 수단으로 삼아 거래 따위를 하지 않는다. “돈, 제발 쏘지 마십시오! 적어도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봐주십시오, 제발요!” 그놈은 눈을 감은 채 목소리를 달달 떨었다. “그 빌어먹을 가면 좀 당장 벗어!” 그놈이 금발 여자에게 악을 썼다. 여자가 움찔하더니, 즉시 가면으로 손을 가져갔다. 가면이 그녀의 얼굴에서 떨어져 나간 순간,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모든 것이 정지해 버린 것 같았다. “말도 안 돼…” 나는 낮게 속삭이며 천천히 권총을 내렸다. 이럴 리가 없다—어떻게? 로라라고?캐틀린하루 종일 침대와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게 지겨워져서, 나는 방을 나서기로 했다. 어째선지, 아무것도 걱정되지 않았다. 아마 에스테반이 나를 해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자기 가족까지 해친다는 소문이 도는 사람치고는, 그는 꽤 관대하고 자상했다. 그 소문 중 얼마나 많은 게 거짓인지 궁금해지게 만들었다."아니, 등을 곧게 펴. 턱 들고," 엘리아나가 부드럽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나는 계단을 내려가며, 좌절감에 일그러지는 그녀의 얼굴을 지켜봤다. 로시오가 테이블에 그녀 옆에 크림색 드레스를 입고 앉아 있었다, 헝클어진 번으로 머리를 올리고 시선을 바닥에 고정한 채."이렇게 소심하게 굴면 문제만 생길 거야. 도움이 안 돼. 분명 벌써 에스테반을 짜증 나게 하고 있을걸."로시오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눈이 크게 뜨인 채. 그녀가 재빨리 일어섰다."아니요, 저는 그러려고—""알아. 넌 문제를 피하려 애쓰고 있지만, 그게 통하지 않는다고 장담해," 엘리가 부드럽게 말했다."넌 부름을 받을 때마다 꼭 학대받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나는 둘 다 놀라게 하며 덧붙였다.그녀가 변명이라도 하려는 듯 입술을 벌렸다가 다시 시선을 낮췄다. 나도 디아블로의 카사에서 처음 며칠 동안 저렇게 행동했었는지 궁금해졌다."저—죄송해요," 로시오가 속삭였다."앉아," 엘리아나가 조용히 말했다.로시오가 엘리아나 옆에 앉아, 마치 들킬까 두려운 듯 시선이 방 안을 훑었다. 불쌍한 로시오. 엘리아나가 뭘 꾸미고 있는 건지 궁금해졌다.나는 테이블로 걸어가 그들 맞은편에 앉았다."무슨 일이야?" 나는 로시오를 바라보다 엘리아나를 바라보며 물었다.로시오의 얼굴에는 가벼운 화장이, 드레스도 입혀져 있었다… 분명 엘리아나의 짓이었는데, 왜?"그녀를 내…" 엘리아나가 말을 흐리며, 잠시 생각하는 듯 검지로 턱을 두드렸다. "개인 비서로 만들려고," 그녀가 밝게 말했다."개인 비서라고?" 나는 놀라서 물었다.대체 뭘 보조하는데?"응.""
에스테반"그냥 보내주려고?" 파비안이 트럭이 멀어지는 걸 지켜보며 물었다."왜 안 돼?" 나는 물었다.리코는 문제를 일으키고 혼란을 시작하려고 여기 온 것이었다. 동맹이 있다고 해도, 잃을 게 전부인 상황에서 싸움에 휘말리는 건 매우 어리석은 짓이었을 것이다."저놈은 분명히 당신을 모욕했는데—""그리고 그건 함정이었어, 파비안!" 나는 차분하게 말하며 무심코 총 손잡이를 쓰다듬었다. "그는 싸움을 원한 거야.""우리가 쉽게 이길 수도 있는데요."나는 한숨을 쉬었다. 보통은 파비안이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쪽이었는데."이길 수도 있지," 나는 동의했다. "하지만 그 대가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나는 트럭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가자," 나는 명령했다."돈," 그가 부르며 내 옆으로 걸음을 맞췄다. "저는 정말로—""네가 무슨 생각인지 알아. 내 가족 전부가 여기 있어, 파브. 한 번의 오판이면 모든 게 틀어질 수 있어."파비안이 트럭이 간 방향을 흘긋 보더니 다시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이건 리코가 혼자서 벌인 일이 아닙니다," 그가 중얼거렸다."그래," 나는 운전석에 올라타며 그르렁거렸다. "타," 나는 명령했다."계획이 뭡니까?" 그가 올라타며 물었다."놀아나는 척하는 거야. 무지한 척.""만약 이게 바로 그들이 원하는 거라면요?" 그가 앞 유리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물었다."그럼 그들의 게임에서 그들을 이기면 돼."나는 싸움에 휘말릴 생각이 없었다—아직은. 적어도 내 가족의 안전을 확신할 때까지는.그들이 나한테 접근하려고 가족을 노릴 가능성이 상당히 컸다. 만약 그런다면, 내가 더 뭘 위해 싸우겠는가? 조만간, 그는 만남을 요청할 것이다. 유대를 형성하려 할 것이고, 그러고는 구멍을 찾고—이미 찾지 못했다면—좋은 밀고자를 찾을 것이다.그들은 내가 질 게 뻔한 게임에서 나를 이기려 하고 있었다."우리의 사랑하는 포로는 어때?" 나는 물었다."사브리나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가 물었다.나는 고개를
캐틀린천천히, 나는 두 손가락을 내 안으로 밀어 넣으며, 다른 손으로 가슴을 쥐고 젖꼭지를 꼬집었다. 엉덩이가 무의식적으로 앞으로 튀어 나가며, 손가락을 더 깊이 받아들였다. 에스테반이 강렬한 시선으로 나를 지켜봤다.마음 한편으론 그게 그의 손가락이나 성기였으면 했다. 아랫입술을 깨물며, 천천히 손가락을 빼내 그 축축함을 클리토리스까지 끌어올렸다. 민감한 그 부분을 어루만졌다. 강렬한 쾌감이 나를 관통했다."오, 맙소사!" 나는 한숨을 쉬며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에스테반의 시선이 내 아래에서 얼굴로 옮겨갔다. 그의 눈은 욕망으로 어두웠다. 나는 그와 시선을 고정한 채 손가락을 다시 내 안으로 밀어 넣었다."제발…"내가 뭘 애원하는 건지 전혀 몰랐다. 아니, 알았는지도 모른다.그의 휴대폰이 울리며 그의 주의를 돌렸다. 그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며 "드디어"라고 중얼거렸다. 의자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오며, 그의 시선이 내 몸을 훑고, 내 아래를 애무하는 손가락에 머물다가, 다시 얼굴로 올라왔다.그가 내 위로 몸을 숙였다, 얼굴이 내게서 몇 인치 떨어진 곳에. 나는 손을 뻗어 그에게 키스하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 그러고는 내 이마에 작은 입맞춤을 남기며 뭔가 중얼거렸다."좀 쉬어, 키티," 그가 침대에서 멀어지며 속삭였다.쾌감에 잠긴 채, 나는 입을 열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가 문밖으로 나서는 순간, 목소리가 다시 돌아왔다."그게 다야?" 나는 조용히 말했다—그에게라기보다 나 자신에게.그게 다였다고? 젠장,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어야지. 그랬으면 그렇게 걱정하지도 않았을 텐데. 하지만 그때는, 나는 그를 원했었다. 그는 그걸 알고 날 가지고 놀고 있었다. 나는 몸을 일으켜 그가 떠나는 걸 지켜봤다."그래서 그냥 날 여기 두고 가는 거야?" 나는 좌절에 그에게 소리쳤다.그 남자는 여자를 성적으로 애타게 만드는 데 재능이 있었고, 나는 거의 항상 발정 상태—그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였으니 완벽한 표적이었다.침대에 다시 누워, 손가락
에스테반"날 위해 다리를 벌려, 로라," 나는 다시 한번 그녀의 반응을 시험하며 말했다.처음에는, 그녀의 눈이 떨어지며 천천히 촉촉해졌고, 두려움이 실망으로—슬픔으로 바뀌었다. 이번에는, 그녀가 고개를 기울였다… 순간, 그녀에게서 로라의 모습을 언뜻 본 것만 같았다.어떻게 두 사람이 이렇게나 닮으면서도 다를 수 있지?"로라…" 나는 무심코 중얼거렸다.그 이름을 소리 내어 말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 이름이 입에서 새어 나온 순간, 캐틀린의 표정이 무너졌다. 그녀가 시선을 떨궜지만, 그 전에 그녀의 눈 속 슬픔과 빛나는 눈물이 보였다.그녀의 반응이 재미있기도 하고 만족스럽기도 했다. 이러면 그녀를 억지로 붙잡아둘 필요도 없겠군.캐틀린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두 팔로 무릎을 감쌌다. 너무나 연약해 보였다."나는 로라가 아니야."그래, 넌 아니지. 나는 속으로 미소 지었다. 그녀에게 딱 맞는 벌이었다."네가 내 카사에 있는 한, 넌 내가 말하는 누구든 되는 거야."의도보다 더 거친 말이었다. 나는 쉿 소리를 내며 이런 못된 자식이 된 나 자신을 욕했다.그녀의 머리카락이 앞으로 떨어지며 내 시야에서 그녀의 얼굴을 가렸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침대로 걸어갔다. 그녀에게서 몇 인치 떨어진 곳에 앉아, 손가락 두 개를 턱 아래 걸고 얼굴을 들어 올렸다.내 시선이 그녀의 입술로 내려갔다. 여전히 우리 키스로 부어 있었다. 그녀의 손을 잡고 주머니에서 녹음기를 꺼내 그녀 손에 쥐여줬다."여기, 이거 받아."그녀가 잠시 그걸 바라보다 혼란스러운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넌 날 위해 신음하는 널 녹음할 거야, 세뇨리타," 나는 부드럽게 말했다.그녀의 눈에 놀람과 흥분, 그러고 역겨움이 스쳤다.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나—난 못 해,"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더듬거렸다. 그러고는 시선을 돌렸다. "당신이 원한다면 내 휴대폰을 써도—""왜? 네가 날 위해 신음하는 걸 캐스피언이 듣는 게 싫은 거야?" 나는 짜증 난 척하며 물었다."아니, 그게 아니라…
캐틀린강한 손가락이 내 목을 조여들며 숨통을 막았다. 맞서 싸우지 않고 그냥 운명을 받아들이려 했지만, 곧 죽고 싶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내 몸은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고 있었다.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그의 손과 손가락을 꼬집고 잡아당겼다. 머리로 압력이 몰렸다. 머리가 무겁게 느껴졌고, 숨을 쉬려 애쓰면서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갑자기 그가 손을 놓았다. 격렬한 기침이 나를 덮쳤다."빌어먹을!" 그가 숨을 내쉬며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그의 눈이 충격으로 커졌다.그가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좌절의 한숨을 내쉬었다. "캐틀린…"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그가 고개를 저으며 입술을 꽉 다물었다."누구랑 얘기하고 있었던 거지?" 그가 차분하게, 표정 없이 물었다."캐스피언," 나는 즉시 말했다, 또다시 목을 졸릴까 봐 두려워서. "캐스피언 주리."에스테반의 눈빛이 누그러졌다."착하네."그 대답이 그를 만족시킨 듯했다. 캐스피언이 나를 그에게 데려왔었고, 그가 아마 그의 목소리를 알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그 대답은 꽤 뻔한 것이었다.그가 나를 바라볼 때 그의 눈에는 뭔가가 있었다. 그게 뭔지 알 수 없었지만, 너무 강렬해서 불편했다.나는 시선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여전히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내가 말할 땐 날 봐," 그가 낮은 목소리로 명령했다.나는 침을 삼켰고, 가슴이 들썩였다. 방 안의 공기가 무겁고 건조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를 올려다봤다."그의 무슨 계획이든 강제로 당한 거다…" 그가 중얼거렸다."응." 나는 부드럽게 말하며, 그가 이 대화를 어디로 끌고 가려는 건지 궁금해했다."내 지붕 아래선, 넌 내 보호 아래 있는 거야, 캐틀린. 그런데 왜 주리랑 계속 연락하는 거지, 응?"그의 눈이 서서히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 목소리에서 차분함이 사라져가고 있었지만 표정은 여전히 차분했다.나는 거짓말을 할 수도, 완전한 진실을 말할 수도 없다는 걸 알았다. 그가 내 얼굴을 살피는 방식, 그의 눈빛에는… 마치 그
에스테반'아무것도 아니야.' 그 말이 날 격노하게 했다. 거짓말을 듣는 건 질색이었다. 그녀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도 거짓말을 선택했다는 게 싫었다.그녀의 팔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가 등 뒤로 숨긴 멍청한 장치가 부드럽게 울렸다. 나는 기다렸다, 그녀가 이성적으로 직접 그걸 내게 건네주길 바라며."캐틀린!" 캐스피언의 짜증 나는 목소리가 그녀 뒤에 숨겨진 뭔가를 통해 흘러나왔다. "저기, 예쁜 아가씨…"예쁜 아가씨라니?나머지 말들은 들리지 않았고, '예쁜 아가씨'라는 말만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나는 그녀 뒤로 그 손을 홱 끌어당겼다. 그녀의 손가락이 작은 장치를 더 꽉 쥐었다.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시선을 들어 내 눈과 마주쳤다.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녀가 소리 없이 제발이라고 입모양으로 말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가락에서 장치를 빼냈다."내 말 들려?" 그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한 번 더 울렸고, 나는 전원 버튼을 눌렀다."이게 뭐야, 캐틀린?" 나는 장치를 바라보며 물었다. "녹음기라니…" 나는 중얼거렸다.그녀가 눈을 질끈 감았고, 가슴이 들썩였다. 나는 설명을 원했다—적어도 진실을, 전부를.마치 내가 맞설 수 없는 괴물이라도 되는 양, 그녀가 잔혹한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몸을 굳히는 모습이 나를 짜증 나게 했다."말해, 캐틀린!" 나는 으르렁거리며 그녀를 세게 흔들었다. "캐틀린, 아니면 기자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나는 코웃음 쳤다.캐틀린이 코를 훌쩍였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그녀의 팔을 놓았다. 내가 뭘 하는지 깨닫기도 전에 엄지로 그 눈물을 닦아줬다."캐틀린…" 나는 부드럽게 불렀다.어째선지, 그녀의 눈물을 보니 양심이 찔렸다. 나는 그녀를 끌어당겼다. 로라가 나 때문에 꼭 이렇게 눈물을 흘렸던 그날의 기억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목이 메었다. 느끼던 분노가 조금씩 사그라들었다.나는 문으로 돌아가 자물쇠를 돌렸다."앉아." 나는 명령했다.천천히, 그녀가 눈을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