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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악마의 애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8 16:52:41

케이틀린의 시점

거울 앞에 서자, 그 안에서 나를 올려다보는 잔상이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예뻐 보였다—내가 다 아름답게 느껴질 정도였다. 단 한 번만이라도 내 체중에 대해 걱정하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드레스는 너무 끼지도, 헐겁지도 않게 내 몸매 라인을 아름답게 감싸 안았다. 가슴 골이 너무 드러나서 숄이라도 하나 달라고 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케이틀린!” 나를 납치한 그 자식이 참을성 없이 부르며 방 안으로 불쑥 들어왔다.

그놈의 표정이 이내 누그러졌다.

“아름답군. 정말 기가 막히게 잘 어울려, 케이틀린.” 그놈은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돌아보며 잠시 그녀를 지켜보았다. “내가 말했지, 화장은 옅을수록 좋다고.”

묘한 온기가 온몸을 감쌌다. 납치당해서 이 모든 짓을 하라고 협박받은 처지였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그놈의 칭찬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 자식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 로스앤젤레스 길거리를 헤매고 있었을 것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 시날로아에 와서 공주 대접을 받고 있는 셈이었다—물론 대가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거 착용해.”

그놈이 내게 파란 상자 하나를 건넸다. 얼떨결에 그것을 받아 들고 뚜껑을 열어보니,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들어있었다. 섬세한 물방울 모양 디자인에, 정교하게 세공된 은색 테두리… 아름다웠다. 아마 내가 지금까지 소장했던 그 어떤 것보다—아니, 내 모든 물건을 다 합친 것보다 비쌀 터였다.

“정말 예쁘네요. 저—”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내 우리의 계약이 떠올랐다.

*널 위해서 이러는 게 아니야, 멍청이처럼 왜 이래.*

“고마워요.” 나는 나직하게 숨을 내쉬었다.

“나한테 고마워할 필요 없어, 네 할 일이나 똑바로 해. 그리고 날 카스피안이라고 불러.” 그놈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가자고, 참석해야 할 파티가 있으니까.”

그놈이 팔을 내밀자, 나는 그 팔에 팔짱을 꼈다. 우리는 함께 바로 밖에 주차된 차로 걸어갔다. 이 모든 것이 여전히 꿈만 같았다. 내 계좌에는 20만 달러가 고스란히 찍혀 있었고, 나는 고급 승용차에 타 있었다. 그리고 이제 진짜 과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돈의 저택으로 가는 차 안은 거의 침묵만이 흘렀다. 카스피안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의연함을 잃지 말고, 미소를 지으며, 돈의 시선을 끌어보라고 거듭 당부했다. 문제는 내가 그 ‘돈’이라는 자식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모른다는 점이었다. 괴물 같은 그놈의 소문만큼이나 끔찍하게 생겼을지, 아니면 의외로 봐줄 만할지 궁금해졌다.

벨소리가 나를 생각의 늪에서 건져냈다. 화면에 내 친구 비비안의 이름이 떠올랐다. 나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케이티, 너 씨발 지금 어디야? 나 몇 시간 전에 돌아왔는데, 전화해도 연결이 안 되잖아.” 그녀가 떨리는 숨을 헐떡이며 내쉬었다. “네 아파트에도 가봤어, 케이틀린… 다시 부인한테 전부 다 들었어.” 그녀의 목소리가 낮고 슬프게 가라앉아 있었다.

나 때문에 친구가 이렇게까지 걱정하는 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아팠다. “비브, 나—”

“왜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했어? 맹세컨대 내가 도울 수 있었을 거야—우리 항상 방법을 찾아냈잖아.” 그녀의 말이 점차 잦아들었다. 이내 킁킁거리며 눈물을 참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가장 피하고 싶은 건 울어서 화장을 망치는 일이었다. 카스피안의 인내심이 얼마나 버텨줄지는 오직 신만이 아실 일이었다.

“넌 이미 나한테 너무 많은 걸 해줬어, 비브. 난—”

“헛소리 마! 너도 알다시피 내가 콜튼한테 연락해 보려고 했는데 안 되길래, 그 자식 집으로 찾아갔었어… 아, 케이티… 너 괜찮아? 지금 어디야?” 비비안이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다정하고 감수성 풍부한 내 제일 가까운 친구.

“시날로아.” 첫 번째 질문은 무시한 채 대답했다.

“뭐?”

스피커를 통해 그녀의 목소리가 크고 명확하게 울렸다. 귓가가 멍해질 지경이었다.

“그러니까, 멕시코 말이야?” 그녀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응,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진실을 말할 수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나는 전화를 꺼버렸다.

나는 가슴에 손을 얹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의 작은 비밀을 발설하고 싶지는 않을 텐데.”

그것은 단순한 혼잣말이 아니라, 명백한 경고였다. 비비안을 이 엉망진창인 사단에 말려들게 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네… 카스피안.” 나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동의했다.

“가면 써.” 그놈이 명령했다.

그놈은 정성스럽게 자신의 가면을 착용했다. 내가 처한 상황의 엄중함이 한꺼번에 나를 덮쳐오기 시작했다. 등골이 서늘해지며 몸서리가 쳐졌다. 손바닥과 발에 차가운 식은땀이 맺혔다. 좋은 생각을 하며 마음을 돌려보려 했지만, 그럴수록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는 것 같았다.

따뜻한 손이 내 손을 감싸쥐었다.

“모든 게 완벽하게 잘 풀릴 거니까, 날 믿어.”

카스피안이 내 손을 가볍게 토닥이고는 손을 뗐다.

*믿음? 진짜 믿음이라고 했어? 내가 리마인드해 줘야겠어, 넌 날 납치했잖아! 이 상황에 믿음 따위가 있을 리가 없잖아.*

복잡한 마음이었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차가 아름다운 하얀색 저택 앞에 멈춰 섰다. 우리는 차에서 내렸다. 그놈은 다시 내게 팔을 내밀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네 눈에서 죄책감이 드러나게 해서는 안 돼.” 저택의 거대한 문으로 나를 이끌며 카스피안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신분증은?” 무시무시하게 생긴 문지기가 물었다.

문지기가 이 정도면, 디아블로의 조직원들은 대체 얼마나 끔찍하게 생겼다는 말인가? 그놈의 인상이 무척이나 험악했다. 나는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침을 꿀꺽 삼켰다. 카스피안이 제 신분증을 내밀며, 나에게도 똑같이 하라고 쿡 찔렀다. 내 신분증을 확인하자, 그놈의 인상이 한층 더 찌푸려졌다. 어떻게 저 얼굴에서 인상이 더 악화될 수가 있지?

나를 바라보는 그놈의 눈빛에는 무언가, 내가 감히 파악할 수 없는 기운이 담겨 있었다. 그러고는 안으로 들어가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들어서는 순간, 나는 마치 죽음의 문턱에서 탈출이라도 한 듯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실제로 그랬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거대한 연회장으로 안내되었다. 사람들 모두가 가면을 쓰고 있었다. 중요하지 않은 인물은 그 누구도 그의 얼굴을 알지 못했다. 심지어 중요한 인물들조차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이가 거의 없었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성공하는 단계까지 다다른 이가 없었을 뿐이다.

연회장은 밝은 조명으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고급스러운 향수 냄새가 공기 중에 짙게 감돌았다. 장식들은 어둡지 않고 화려한 색채를 띠고 있었다. 내가 예상했던 무시무시한 표정들과는 달리, 대부분의 얼굴에는 행복감이 감돌고 있었다. 바이올린 선율이 부드럽게 흐르고 있었다.

악마가 음악을—그것도 바이올린 선율을 좋아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장내를 둘러보던 내 시선에, 부드러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서로의 눈빛에 푹 빠져 있는 한 커플이 들어왔다. 단 한 번의 눈길만으로도 그것이 사랑임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을 지켜보는 동안 가슴이 아려왔다. 나는 억지로 시선을 돌렸다. 가질 수 없는 것을 탐내러 여기에 온 것이 아니었다.

“어느 쪽이 디아블로예요?” 카스피안에게 소곤거리듯 물었다.

“침착해, 진정하라고. 디아블로가 나타나면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 굳이 찾으려고 눈을 번득일 필요도 없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괴물이자—짐승 같은 존재일 터였다. 그런 자가 연회장에 들어선다면 절대 모를 리가 없었다. 내 시선은 다시 연회장 중앙에 서 있는 커플에게로 향했다. 자세히 보니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연배가 있어 보였지만, 여자가 그를 향해 미소 짓는 모습이나, 남자가 그녀를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바라보는 눈빛은 대단했다. 카스피안 역시 경이롭다는 눈빛으로 그 커플을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저 사람들은 누구예요?” 질문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걸 막지 못했다.

“나도 몰라.”

자신이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 그놈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아마도 가면 때문이었을 것이다. 알고 보니 그 커플을 지켜보고 있던 건 우리뿐만이 아니었다. 키가 크고 어두운 머리칼을 가진 사내 하나가 그들에게 온 시선을 빼앗겨 있었다. 그 사내의 시선이 천천히 돌아서더니, 나와 눈이 마주치며 어색한 대치가 이어졌다. 하지만 세상에, 진짜 잘생겼다! 어두운 기운이 풍겼지만, 동시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남자였다. 나는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해보려 그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놈의 미간이 더욱 일그러졌다. 시늉만 낸 가면으로는 그 얼굴을 다 가리지도 못했다. 그놈은 나를 보지도 못했다는 듯 시선을 싹 돌려버렸다. 만약 그게 그놈의 반응이라면, 대체 무슨 수로 내가 디아블로를 ‘유혹’하란 말인가? 카스피안 이 자식은 여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변태적인 취향이라도 있는 게 분명했다.

“좋아, 드디어 찾았군.” 카스피안의 목소리가 나를 현실로 불러들였다.

충격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나 진짜 죽었다.

통통한 금발녀에게 사족을 못 쓴다던 카스피안의 말이 무색하게, 그 남자는 나를 역겹다는 듯 바라보지 않았던가! 나를 쳐다보는 것조차 참지 못하는 자를 대체 무슨 수로 유혹하라는 말인가. 나는 그저 눈을 감고 제발 고통 없이 빨리 죽기만을 바랐다. 카스피안이 내 손을 잡고 디아블로를 향해 이끌었다. 걷는 법조차 잊어버린 것 같았다.

“숨 쉬어, 케이틀린.” 카스피안이 속삭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참고 있던 숨을 내뱉었다. 우리는 그 자식의 바로 뒤에 멈춰 섰다. 그놈이 풍기는 아우라는 공포 그 자체였다. 카스피안은 과연 위압감을 느끼지 않고 있는 걸까 궁금했다. 침을 꿀꺽 삼키는 목젖의 미세한 움직임과, 파르르 떨리는 관자놀이의 맥박이 이미 대답을 대신하고 있었다. 제정신을 차리려는 듯, 그놈은 고개를 저으며 목을 가다듬었다.

“돈께서는 좀 더 독한 술을 즐기실 줄 알았습니다. 가령 위스키 같은…” 카스피안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내가 지어낸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그놈이 그 말을 내뱉는 방식에는 단순히 알코올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기운이 풍겼다. 아니면 내 안의 공포가 그렇게 느끼게 만든 걸까?

“지식이 꽤 깊은 모양이군.” 디아블로가 우리를 등진 채 말했다.

그 목소리조차 압도적인 권위를 내뿜고 있었다. *겁먹은 티 내지 마. 숨 쉬어.* 머릿속으로 그 주문을 계속 외웠지만, 결국 내 머릿속을 채운 건 내 호흡이 얼마나 떨리고 있는지, 그리고 내 얼굴에 공포가 얼마나 고스란히 드러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디아블로가 천천히 돌아섰다. 눈까지는 미치지 않는 미소가 그놈의 입술에 걸렸다. 그것은 계속 말을 이어가라는 격려가 아니라, 명백한 경고였다.

“내가 내 뒤에서 쪼잘대는 것이나, 더군다나 내 뒤로 슬금슬금 다가오는 걸 지독하게 싫어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어야지.”

우리 진짜 좆됐다. 이 자식이 여기서, 지금 당장 우리를 죽일 것이다.

“죄송합니다, 돈. 다름이 아니라, 돈께서 분명 흥미를 느끼실 만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서요…”

그놈이 알기만 했어도. 심장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우리는 사람들로부터 떨어진 곳으로 안내되고 있었다. 물론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우리를 살해하지는 않을 터였다—그게 불가능해서가 아니라.

어두운 수트를 입은 사내 하나가 우리에게 합류했다. 그 사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제 두목 못지않게 위압적이었다—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그럼 저 사냥개가 살인을 대신 집행하는 건가? 그 사내는 좀 더 신속하게 움직여 디아블로를 위해 어떤 방의 문을 열어주었다.

그 방은 응접실처럼 보였다. 그놈은 카스피안을 믿지 않거나, 수상하게 여기고 있는 게 분명했다. 마피아 돈들은 응접실에서 비즈니스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 테니까, 안 그래? 자리에 앉으며 그놈이 우리를 향해 손을 내저었다.

“말해 봐.”

그놈의 눈빛에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 쓸데없는 소리를 하면 죽는다. 디아블로는 카스피안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더니, 이내 나에게 시선을 옮겼다. 나도 모르게 반응이 튀어나왔다. 카스피안의 팔을 무의식적으로 세게 움켜쥐고, 자비를 구하며 빌거나 울음을 터뜨리지 않으려 혀를 깨물었다.

“네 여자가 별로 편해 보이지 않는데, 줄리.” 디아블로의 목소리가 내 공포를 가르고 들어와, 나를 강제로 가만히 앉아 있게 만들었다.

내가 불편해하는 모습이 그놈에게는 유쾌한 모양이었다. 이번에는 미소가 그놈의 눈가까지 다다랐다—신비로운 잿빛 눈동자. 명백한 악마의 눈이었다.

“진정해, 나 안 물어.”

그놈의 시선이 내 가슴 쪽으로 낮아졌다—아주 잠시였지만, 나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그놈의 말과, 실제로 그놈의 시선을 끌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마음이 약간 가라앉았다.

“죽일 뿐이지—총이든, 칼이든… 내 기분에 따라 달라져.” 그놈이 나직하게 헛웃음을 치더니, 눈빛이 이내 진지해졌다.

괴물은 나를 고문하는 걸 즐기고 있었다. 심장 소리가 귓가를 쿵쾅거렸고, 공포가 잠시 나를 현실에서 떼어놓았다. 그 순간 카스피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바로 선물입니다, 돈.”

디아블로가 눈을 한번 깜빡이는 사이에 권총을 꺼내 카스피안의 머리를 똑바로 겨누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끝이었다, 모든 게 끝났다.

“돈, 제발 쏘지 마십시오! 적어도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봐주십시오!” 그놈은 항복하듯 두 손을 들고 나를 향해 돌아섰다. “그 빌어먹을 가면 좀 당장 벗어!”

가면을 벗는다고 무슨 차이가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것이다—무슨 짓이든. 나는 손을 올려 가면을 잡아당겼다. 고무줄이 머리칼을 뜯어냈지만 상관없었다. 그 고통은 머리에 총알이 박히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

가면이 얼굴에서 떨어져 나간 순간, 디아블로가 의자에서 튀어 일어났다. 그놈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입이 쩍 벌어졌다. 그 표정에는 알아채는 기색, 놀라움, 믿기지 않음, 그리고 고통이 얽혀 있었다. 그놈은 권총을 떨어뜨리고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나를 죽이거나 목을 조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놈은 내 얼굴을 섬세하게 감싸쥐었다. 그 표정은 도무지 읽어낼 수가 없었다.

“로라?” 그놈의 목소리가 막혀 나왔다.

아니 잠깐, 대체 무슨 상황이고 그 빌어먹을 로라는 또 누구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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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테반"날 위해 다리를 벌려, 로라," 나는 다시 한번 그녀의 반응을 시험하며 말했다.처음에는, 그녀의 눈이 떨어지며 천천히 촉촉해졌고, 두려움이 실망으로—슬픔으로 바뀌었다. 이번에는, 그녀가 고개를 기울였다… 순간, 그녀에게서 로라의 모습을 언뜻 본 것만 같았다.어떻게 두 사람이 이렇게나 닮으면서도 다를 수 있지?"로라…" 나는 무심코 중얼거렸다.그 이름을 소리 내어 말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 이름이 입에서 새어 나온 순간, 캐틀린의 표정이 무너졌다. 그녀가 시선을 떨궜지만, 그 전에 그녀의 눈 속 슬픔과 빛나는 눈물이 보였다.그녀의 반응이 재미있기도 하고 만족스럽기도 했다. 이러면 그녀를 억지로 붙잡아둘 필요도 없겠군.캐틀린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두 팔로 무릎을 감쌌다. 너무나 연약해 보였다."나는 로라가 아니야."그래, 넌 아니지. 나는 속으로 미소 지었다. 그녀에게 딱 맞는 벌이었다."네가 내 카사에 있는 한, 넌 내가 말하는 누구든 되는 거야."의도보다 더 거친 말이었다. 나는 쉿 소리를 내며 이런 못된 자식이 된 나 자신을 욕했다.그녀의 머리카락이 앞으로 떨어지며 내 시야에서 그녀의 얼굴을 가렸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침대로 걸어갔다. 그녀에게서 몇 인치 떨어진 곳에 앉아, 손가락 두 개를 턱 아래 걸고 얼굴을 들어 올렸다.내 시선이 그녀의 입술로 내려갔다. 여전히 우리 키스로 부어 있었다. 그녀의 손을 잡고 주머니에서 녹음기를 꺼내 그녀 손에 쥐여줬다."여기, 이거 받아."그녀가 잠시 그걸 바라보다 혼란스러운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넌 날 위해 신음하는 널 녹음할 거야, 세뇨리타," 나는 부드럽게 말했다.그녀의 눈에 놀람과 흥분, 그러고 역겨움이 스쳤다.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나—난 못 해,"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더듬거렸다. 그러고는 시선을 돌렸다. "당신이 원한다면 내 휴대폰을 써도—""왜? 네가 날 위해 신음하는 걸 캐스피언이 듣는 게 싫은 거야?" 나는 짜증 난 척하며 물었다."아니, 그게 아니라…

  • 악마의 소유   제54장: 스스로를 만져

    캐틀린강한 손가락이 내 목을 조여들며 숨통을 막았다. 맞서 싸우지 않고 그냥 운명을 받아들이려 했지만, 곧 죽고 싶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내 몸은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고 있었다.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그의 손과 손가락을 꼬집고 잡아당겼다. 머리로 압력이 몰렸다. 머리가 무겁게 느껴졌고, 숨을 쉬려 애쓰면서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갑자기 그가 손을 놓았다. 격렬한 기침이 나를 덮쳤다."빌어먹을!" 그가 숨을 내쉬며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그의 눈이 충격으로 커졌다.그가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좌절의 한숨을 내쉬었다. "캐틀린…"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그가 고개를 저으며 입술을 꽉 다물었다."누구랑 얘기하고 있었던 거지?" 그가 차분하게, 표정 없이 물었다."캐스피언," 나는 즉시 말했다, 또다시 목을 졸릴까 봐 두려워서. "캐스피언 주리."에스테반의 눈빛이 누그러졌다."착하네."그 대답이 그를 만족시킨 듯했다. 캐스피언이 나를 그에게 데려왔었고, 그가 아마 그의 목소리를 알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그 대답은 꽤 뻔한 것이었다.그가 나를 바라볼 때 그의 눈에는 뭔가가 있었다. 그게 뭔지 알 수 없었지만, 너무 강렬해서 불편했다.나는 시선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여전히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내가 말할 땐 날 봐," 그가 낮은 목소리로 명령했다.나는 침을 삼켰고, 가슴이 들썩였다. 방 안의 공기가 무겁고 건조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를 올려다봤다."그의 무슨 계획이든 강제로 당한 거다…" 그가 중얼거렸다."응." 나는 부드럽게 말하며, 그가 이 대화를 어디로 끌고 가려는 건지 궁금해했다."내 지붕 아래선, 넌 내 보호 아래 있는 거야, 캐틀린. 그런데 왜 주리랑 계속 연락하는 거지, 응?"그의 눈이 서서히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 목소리에서 차분함이 사라져가고 있었지만 표정은 여전히 차분했다.나는 거짓말을 할 수도, 완전한 진실을 말할 수도 없다는 걸 알았다. 그가 내 얼굴을 살피는 방식, 그의 눈빛에는… 마치 그

  • 악마의 소유   제53장: 캐스피언이야, 아니면 나야?

    에스테반'아무것도 아니야.' 그 말이 날 격노하게 했다. 거짓말을 듣는 건 질색이었다. 그녀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도 거짓말을 선택했다는 게 싫었다.그녀의 팔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가 등 뒤로 숨긴 멍청한 장치가 부드럽게 울렸다. 나는 기다렸다, 그녀가 이성적으로 직접 그걸 내게 건네주길 바라며."캐틀린!" 캐스피언의 짜증 나는 목소리가 그녀 뒤에 숨겨진 뭔가를 통해 흘러나왔다. "저기, 예쁜 아가씨…"예쁜 아가씨라니?나머지 말들은 들리지 않았고, '예쁜 아가씨'라는 말만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나는 그녀 뒤로 그 손을 홱 끌어당겼다. 그녀의 손가락이 작은 장치를 더 꽉 쥐었다.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시선을 들어 내 눈과 마주쳤다.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녀가 소리 없이 제발이라고 입모양으로 말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가락에서 장치를 빼냈다."내 말 들려?" 그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한 번 더 울렸고, 나는 전원 버튼을 눌렀다."이게 뭐야, 캐틀린?" 나는 장치를 바라보며 물었다. "녹음기라니…" 나는 중얼거렸다.그녀가 눈을 질끈 감았고, 가슴이 들썩였다. 나는 설명을 원했다—적어도 진실을, 전부를.마치 내가 맞설 수 없는 괴물이라도 되는 양, 그녀가 잔혹한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몸을 굳히는 모습이 나를 짜증 나게 했다."말해, 캐틀린!" 나는 으르렁거리며 그녀를 세게 흔들었다. "캐틀린, 아니면 기자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나는 코웃음 쳤다.캐틀린이 코를 훌쩍였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그녀의 팔을 놓았다. 내가 뭘 하는지 깨닫기도 전에 엄지로 그 눈물을 닦아줬다."캐틀린…" 나는 부드럽게 불렀다.어째선지, 그녀의 눈물을 보니 양심이 찔렸다. 나는 그녀를 끌어당겼다. 로라가 나 때문에 꼭 이렇게 눈물을 흘렸던 그날의 기억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목이 메었다. 느끼던 분노가 조금씩 사그라들었다.나는 문으로 돌아가 자물쇠를 돌렸다."앉아." 나는 명령했다.천천히, 그녀가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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