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주는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무진과 성연을 쳐다보았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성연은 차갑고 담담했지만, 오히려 무진이 평소와 달랐다.예민주는 갑자기 좀 당황했다. 무진이 단서들 속에서 뭔가를 회상할 수 있다면, 그건 예민주에게 아주 불리할 것이다.무진은 자신에 대한 성연의 태도가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르다는 것을 깨닫자, 자신도 모르게 추궁하듯이 물었다.“송성연 씨, 혹시 이전에 저를 아셨습니까?”성연의 몸이 미미하게 떨리면서, 두 눈에는 알 수 없는 기색이 어려 있었다.‘아마도 무진 씨가 아직까지 약간의 인상은 가지고 있는 모양이야. 하지만 결국은 기억하지 못하겠지.’성연은 마치 마지막 승부를 하듯이 손에 든 와인을 단숨에 마셨다.“아니요. 이전에 우리는 만난 적도 없어요. 앞으로도 나는 당신과 어떤 업무상의 협력도 하고 싶지 않아요.”“송성연 씨의 뜻은 WS그룹이 싫다는 겁니까? 아니면 제가 싫다는 겁니까?”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해 전혀 다른 성연의 태도는 정말 무진이 갈피를 잡지 못하게 했다. 무진 자신이나 WS그룹도 성연이 합작하려 하지 않는 대상일 수 있지만, 무진은 이런 좋은 기회를 이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다.“강 대표님, 무슨 말씀이세요?”“당신이 싫든 WS그룹이 싫든 무슨 상관이 있나요?”성연은 또 와인 한 잔을 가지러 갔다. 지금까지 무진을 다시 만날 생각을 한 적이 없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날카롭게 맞서는 모습이었다.성연은 단지 무진을 자신으로부터 좀 멀리 떨어지게 하고 싶을 뿐이다. 또다시 무진을 자신의 삶과 자신의 세계로 들어오게 하지 않기 위해서 서슬이 시퍼렇게 대할 뿐.‘그리고 무진 씨는 단지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협력하려는 거야.’‘만약 사업의 귀재라는 별명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다시 만날 수 없었겠지. 아마도 지금의 무진 씨를 다시 만날 수 없었을 거야.’“송성연 씨, 저는 당신이 제 성의를 알아줄 거라고 믿습니다. 만약 제가 문제라면 꼭 제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회사가 문제라면
이미 이 정도까지 말이 나오자, 무진은 성연을 협력에 동의하게 하는 것이 그야말로 더없이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그러나 무진은 성연이 사업의 귀재라는 말에 의문이 들었다. ‘WS그룹과 합작한다면, 자신들의 이익과 WS그룹의 이익이 모두 극대화될 것임을 잘 알고 있을 거야.’ ‘이렇게 안정적으로 이익을 얻으면서 손해를 보지 않는 사업은 어떤 사업가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어. ‘특히 송성연처럼 사업의 귀재라고 일컬어지는 사람은 이 점을 더욱 잘 알고 있을 거야.’‘설마 WS그룹이 이전에 송성연과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성연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무진은 사람을 보내서 조사할 수밖에 없다고 깨닫게 되었다. ‘여기에는 틀림없이 원인이 있을 거야.’그 이해 관계를 성연은 당연히 알고 있지만, 자신과 협력하겠다는 사람이 무진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큰 이익이 있더라도, 성연은 절대로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성연은 정말 두려웠다. 자신이 다시 한 번 바닥도 보이지 않는 절벽에서 떨어지면서, 또 다시 산송장처럼 암담한 나날을 보내게 될까 두려웠다.“당신의 말씀은 잘 들었습니다. 사업은 성사되지 못했지만, 송성연 씨께서 제게 친구가 될 수 있는 영광을 주실지 모르겠네요?”무진이 가진 카드는 많았다. ‘송성연에게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이 감정의 카드로 갈 수밖에 없어. 먼저 친구가 되면, 그래도 이야기하기가 쉬워질 거야.’“강 대표님, 보아하니 당신은 오늘 기어코 저를 무너뜨리려고 하시는 것 같네요. 다만 저는 친구는 친구고 동업자는 동업자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기왕에 오늘 저와 친구가 되려고 하신다면, 더 이상 대표님의 WS그룹으로 저를 유혹하지 마시기 바랍니다.”성연은 너무 무서워서 도박이라도 하고 싶었다. ‘무진이 송성연이라는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 성진그룹을 포기할까?’무진의 생각과 선택은 모르지만, 성연도 한번 시험을 해 보고 싶었다.“송성연 씨는 제가 WS그룹으로 유혹한다고 하셨는데, 왜 둘 다 가
성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 성연은 다음에 다시 만나기를 바랐다. 아마도 과거나 미래의 자신도 나중에 다시 만나기를 바랐을 것이다. 5년이 지났으니 원래는 담담하게 무진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고, 무진과 마찬가지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사실상 성연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성연이 보물처럼 여기는 그때의 감정을 잊을 방법이 없었다.게다가 지금 무진의 곁에는 이미 예민주라는 다른 사람이 있다.모든 업계의 사람들이 다 무진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자라고 생각했다. 성연도 때로는 무진이 진정으로 예민주를 사랑하고, 함께 의지하며 지낼 거라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들었다.그리고 성연은 결국 무진의 감정 속에서, 스쳐 지나간 한때의 여자에 지나지 않았다.성연은 천천히 한숨을 쉬었다. 다른 회사의 사람들을 다시 찾아서 사업을 이야기하면서 무진에게 집중된 생각을 분산시키려 했다. 그러나 하필이면 예민주가 자신이 있는 쪽으로 걸어올 줄은 몰랐다. 마치 성연에게 선전포고라도 하는 것처럼!예민주는 줄곧 옆에서 기회를 엿보면서 몰래 듣고 있었다. 무진이 떠나가자, 예민주는 그제서야 성연의 앞에 나섰다. ‘비록 송성연이 무진 씨에게 전혀 기회도 주지 않았지만, 무진 씨는 끝까지 쫓아다녔어.’ ‘만약 앞으로 협력이 성공한다면, 두말할 것 없이 큰 우환이 될 거야.’예민주는 당연히 적이 틈을 엿볼 기회를 전혀 주지 않을 작정이다.“송성연 씨, 안녕하십니까? 자기소개를 하지요. 저는 WS그룹 강무진 대표의 약혼녀인 예민주입니다.”예민주는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한 말은 분명히 성연의 속을 뒤집어 놓으면서 동시에 무진에 대한 소유권을 선포한 것이다. 성연에게 지금의 자신이야말로 무진의 마음속 여자이자 곧 아내가 될 사람이라고 말한 것이다.“성진그룹 회장 송성연입니다.”성연은 호의를 품지 않았지만 겉으로는 이렇게 가장한 예민주를 보자, 문득 자신이 예전에 이 예민주가 무슨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했던 것도 무리가
“농담일 뿐이에요. 다만 모두가 저를 약한 여자라고 생각하고, 겉만 번지르르한 별명을 붙였을 뿐이에요.” “그런데 예민주 씨가 어떻게 저 같은 사람의 일에 이렇게 관심을 가지는지 모르겠네요.”예민주는 격장지계를 써서 성연이 먼저 화를 내게 하려고 했지만, 지금의 성연은 이런 보잘것없는 잔재주에 넘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한 걸음 물러선 성연이 예민주가 먼저 참지 못하도록 공격했다.“천만의 말씀을 다 하시네요. 뭐라고 할까요... 송성연 씨도 성진그룹의 회장인데, 어떻게 그렇게 자신을 비하하세요?”예민주도 바보가 아니다. 그녀와 성연 모두 이 5년 동안 이미 많이 성장했다. 무진의 옆에 있는 5년 동안, 예민주는 지금까지 위기감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성연이 돌아온 후부터 예민주는 모두 위기라고 느꼈다. ‘송성연이 있는 한, 내게는 단 하루도 좋은 날이 없을 거야.’“그럼 저는 예민주 씨가 저를 높이 평가해 준 것에 감사해야 되겠군요?” “다만 예민주 씨가 이렇게 저와 이야기를 나눌 한가한 틈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왜 원래대로 강 대표 곁에 있지 않고 말이죠?”성연이 무진에 대해 언급하자, 예민주는 자신의 주변 곳곳에 위기가 도사리고 있음을 느꼈다. ‘그런데 송성연이 이번에 귀국한 것도 무진 씨 때문인가?’ 예민주는 문득 더 이상 성연에게 이런 수작을 부리지 않겠다고 생각한 예민주는, 방금 전의 온화하고 다정한 모습에서 천륜조차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으로 자신의 모습을 바꿨다.“언니, 언니한테 격식을 갖춰서 말하지 않겠어요. 어떻게 보면 우리도 동문이에요. 그렇지 않아요? 도대체 뭘 하려고 이번에 돌아온 거예요?”더 이상 연극을 벌이지 않는 예민주의 모습을 보자, 성연의 마음은 오히려 상쾌했다. ‘과연 무진 씨만 언급하면, 예민주는 아무 때나 짓밟을 수 있는 벌레에 불과해.’성연은 이미 이겼다. 예민주가 먼저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지만, 성연은 시종일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아무래도 사매가 결국 더 이상 가장할 수 없게 된 모양이
현실로 돌아와도 자신과 무진은 두 평행선처럼 영원히 서로 교차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성연은 수년 간의 감정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는 게 달갑지 않은 듯했다.“언니, 저는 원래 5년 동안 언니가 모든 걸 내려놓은 줄 알았어요. 그런데 왜 또 돌아오겠다는 건가요?”“언니는 무진 씨 아이를 잘 키우고 있지 않아요? 그리고 언니 회사는 이미 그렇게 잘 발전했는데, 왜 다시 돌아와서 나와 무진 씨 생활을 방해하려는 거예요?”“더군다나 지금의 언니는 이미 예전과 달라요. 독립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는 언니는 수많은 신세대 여성들의 본보기가 됐잖아요?” “언니가 이렇게 아름다우니까, 언니 주변에도 구애하는 뛰어난 남자들이 부족하지 않겠지요. 왜 아직도 무진 씨를 놓지 못하는 거예요?”예민주는 마치 광기에 사로잡힌 것처럼 온갖 말을 가리지 않고 했다. 그저 성연을 영원히 철저하게 무진의 시선에서 사라지게 만들고 싶었다. 만약 성연이 하루라도 무진의 옆에 있다면, 자신은 정말 영원히 무진의 마음속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미련하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다만 성연과 무진은 더 이상 조금의 가능성도 없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다.“그게 뭐 어때서? 내가 돌아오고 싶어서 돌아온 건데. 예민주, 너는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모든 걸 내가 빼앗을까 봐 두려워?”“하지만 네가 지금 가지고 있는 이 모든 건 원래 나 송성연의 것이라는 걸 잊었어?” “너는 짝퉁에 불과해. 네가 무슨 자격으로 여기서의 내 생활을 간섭하는 거야?”성연은 예민주가 걱정하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성연이 생각지도 못한 것은, 자신이 오늘 무진을 보자마자 예민주가 이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말 성연의 예상을 뛰어넘는 광기였다.‘지금의 예민주는 완전히 미친 X 같아.’ 성연은 마음속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조차 완전하게 가질 수 없는 예민주가 좀 불쌍하다고 느껴졌다.“언니, 왜 그러는 거예요? 무진 씨는 이미 언니를 잊어버렸어요. 언니를 기
예민주는 이번에 성연을 건드려서 화나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성연이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꺼지라는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보아하니 송성연은 여전히 무진 씨를 신경 쓰는 모양이야.’“송성연, 무진씨가 나를 데리고 낭만의 도시 파리에 간 적이 있다는 거 알아?” “우리는 천천히 거리를 거닐다가 하나씩 음식을 맛보았어. 그곳에서 정말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지.” “또 거기서 무진 씨가 내게 청혼했어. 우리는 지금 약혼한 상태야.”“우리 웨딩 사진을 찍을 날도 이미 정했어. 무진씨가 많은 얘기를 한 것도 넌 모르겠지.”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신혼여행을 가서 멋진 바다 구경을 하기로 했어.”“즐겁게 살면서 아이를 낳고 일생을 두 사람이 함께 하기로 말이야...”예민주는 여세를 몰아서 성연을 계속 압박했다. 자신이 말한 걸 성연이 믿을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해야 누구도 자신과 무진을 갈라 놓을 수 없다는 사실을 성연이 깨닫게 될 것이다.“그만해! 더 이상 말하지 마. 듣고 싶지 않아!”자신을 빨리 물러나게 하기 위해서, 예민주가 격장지계를 쓰고 있다는 것을 성연이 모르는 건 아니다. 그러나 성연은 그럼에도 자신의 마음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일단 무진에 대한 일을 접하기만 하면, 자신의 생각처럼 그렇게 냉정해질 수가 없는 것이다.예민주가 내뱉는 말이 마치 칼날처럼 성연의 마음속에 단단히 박히는 듯했다. 성연의 머리속은 온통 예민주와 무진이 손을 잡고 사랑을 나누는 모습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성연은 두 사람의 모습으로 가득한 자신의 마음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 마침 웨이터가 성연의 곁을 지나가자, 술잔을 집어 든 성연은 망설임 없이 예민주의 얼굴에 술을 뿌렸다. 이렇게 해야 예민주의 말을 멈추게 하고, 성연 자신도 평온한 마음을 회복해서 다시 걸출한 사업가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아!? 송성연, 무슨 짓이야? 너 미친 거 아니야?”와인이 예민주의 어여쁜 얼굴에 뿌려지자 예민주는 비명을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밤 자선 경매의 사회자입니다. 이번 경매의 수익금은 모두 빈곤한 지역의 아이들 교육 자금으로 기부할 예정입니다.” “네, 그럼 함께 첫 번째 경매물을 볼까요.”“미스 왕이 직접 그린 그림입니다.”성연은 망설이지 않았다. ‘미스 왕은 많은 인맥을 가지고 있어. 이 그림을 통해 미스 왕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성진그룹의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될 거야.’“오늘 처음 입찰하신 분이 성진그룹의 송성연 회장님이실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자 숫자 세겠습니다. 하나.”“셋...”“축하합니다. 성진그룹 송성연 회장님께서 미스 왕의 그림을 낙찰 받으셨습니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송 회장님의 경매 참여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송 회장님께서 꼭 좋은 보답을 받으실 거라고 믿습니다. 네, 그럼 다음 경매물을 보도록 하겠습니다.”바깥을 한 바퀴 돈 무진은 자선 경매가 시작될 무렵 돌아왔다. 예민주의 조급해하는 모습을 보자 위로하며 말했다.“내가 왔으니까 좋아하는 물건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예민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말하는 사이에, 성연은 이미 이번 첫 경매물을 낙찰 받아서 이미 충분히 체면치레를 했다.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성진그룹의 자금 능력과 성연의 선량한 마음을 알아차렸다.성연은 일거에 많은 것을 얻은 셈이다. 그 자리에서 사람들의 찬사를 받은 데다가 미스 왕의 작품을 낙찰 받아 목적을 달성했다. 또 가난한 아이들에게 더욱 좋은 교육 환경도 줄 수 있는데, 왜 기꺼이 참여하지 않겠는가?다음 몇 개의 경매물은 명문가의 자녀들이 기부한 작품들로 모두 평범한 작품들이다. 성연은 하나를 낙찰 받아 체면치레를 했기에, 그다지 개의치 않고 조용히 기다렸다.“다음 경매물은 서예의 대가로 명성이 널리 알려지신 황 교수님의 작품입니다.”“황 교수님의 작품은 서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장 소장하고 싶어하는 보물이지요.”“이제 경매를 시작합니다.”말이 끝나자마자 성연은 입찰 팻말을 들었다. 비록 성
그 목걸이를 보여주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이 목걸이가 평범한 물건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목걸이의 형상과 제조 기법 모두 가히 최고라고 할 만했다.목걸이가 눈부신 빛을 발하자, 그 순간, 예민주의 눈이 빛나면서 아름답게 반짝거렸다.이를 알아차린 무진이 웃으면서 물었다.“맘에 들어? 맘에 들면 사.”예민주가 고개를 끄덕이자 무진은 바로 입찰 팻말을 들었다. 그러나 무진이 팻말을 들자, 이 목걸이를 주시하던 성연도 곧바로 팻말을 들었다.두 사람이 연이어 가격을 올려 입찰했다.가격은 이미 이 목걸이의 원래 가치를 훨씬 넘어섰다.“오, 이 목걸이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모양이네요. 다들 서두르세요.”무진을 힐끗 보는 성연의 모습은, 마치 이 목걸이는 자신이 반드시 가져가겠다고 말하는 듯했다.그러나 무진은 어쩐지 성연이 자신을 겨냥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이번 경매 행사에서 자신은 딱 한 차례 경매에 참여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성연이 자신을 물고 놓지 않는 것이다. 지금의 가격은 완전히 무진의 예상을 벗어났다.예민주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성연은 조금 전 자신에게 와인을 뿌린 데다가, 지금은 또 노골적으로 이 목걸이를 차지하려고 한다. 예민주 자신의 체면을 완전히 깔아 뭉갠 것이다.예민주가 무진의 옆에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무진 씨, 저 목걸이는 정말 예뻐요, 마음에 쏙 들어요.”다른 말은 없지만, 그 말이 의미하는 바를 무진이 왜 모르겠는가!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맘에 들면 가져야지.”가격이 계속 상승하자, 다른 사람들은 이미 손을 놓았고 성연과 무진만 남았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무진은 뭔가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성연이 왜 자신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걸 노골적으로 드러내는지 알 수가 없었다.‘게다가 성연도 끝까지 자신과 경매를 하려는 모양이야.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싼데.’ ‘자신의 회사가
“오빠, 아빠가 정말, 정말로 우리를 안 받아들일까? 우리가 방금 아빠를 찾았는데.”작은 얼굴에 슬픔을 가득 담은 채, 사진은 간절한 시선으로 오빠를 바라보았다.예민주는 지금 자신의 말을 자화자찬하며 한껏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팔짱을 낀 채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눈빛에는 승자의 기운이 가득했다.잠시 후 자신에게 벌어질 참상을 알았다면 절대 그러지 못했겠지만...대표 집무실 바깥.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성연은 결연한 눈빛으로 대표실을 향해 다가갔다.쾅-단숨에 집무실 문 앞에 선 성연은 아무런 노크도 없이 바로 방문을 열었다.“너 이 새끼, 정말...”아이 앞에서 거침없이 내뱉는 예민주의 말이 성연의 귀에 몹시 거슬렸다.“예민주, 뭐 하는 거야!”자신의 아이들이 눈물 자국이 가득한 채 구석에서 서로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자, 엄마의 본능이 단숨에 뿜어져 나왔다.“내 애들에게 무슨 짓을 했어!”단숨에 앞으로 나아간 성연은 두 손으로 예민주의 멱살을 움켜쥐었다.한 손으로 멱살을 쥔 채 다른 한 손으로는 바로 예민주의 따귀를 때렸다.“네가 뭔데 내 아이를 혼을 내? 너는 그럴 자격이 없어!”성연의 차가운 눈빛은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온몸의 분노가 곧 폭발할 듯이!잇달아 따귀를 때렸지만 때리는 소리는 오히려 점점 더 커져갔다.“엄마!” 성연이 다시 손을 들고 예민주의 뺨을 때리려고 할 때, 문득 익숙한 여린 목소리가 들렸다.순간 성연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잠시 멈칫하던 성연은 계속 두드려 맞느라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간 예민주를 밀쳐낸 뒤 딸아이를 품에 안았다.“아가, 엄마가 늦게 와서 미안해.”성연은 두 손으로 사진을 꼭 껴안은 채 자책했다. 지금 마음속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방금 전 예민주를 때릴 때의 그 무시무시한 기세도 모두 사라졌다.슬퍼하는 성연을 보면서, 사무는 두 주먹을 꼭 쥔 채 여전히 경계심이 가득한 모습이었다.그러나 엄마가 온 뒤에는 그래도 많이 풀어진 모습이었다. 자신이 든든한 후원자가 있기에.성연이
사진은 눈앞의 이 여자가 호의를 가지고 있지 않고, 절대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원래 예민주의 말은 걸러서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역시 어린아이였다.“오빠, 우리 아빠가 정말 우리를 이렇게 싫어해?”눈물이 그렁그렁한 여동생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당신은 어른이면서 어떻게 이렇게 어린아이와 말다툼을 하는 겁니까? 당신이 뭔데, 여기서 우리 아버지를 대신해서 결정을 내리는 겁니까?”지금 예민주 때문에 완전히 분통이 터진 사무는, 온몸에 철갑을 두른 듯한 기세로 똑바로 예민주를 노려보았다.사무의 눈빛에 대해서 예민주는 처음부터 아주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매번 저 자식의 눈을 볼 때마다, 정말 무진 오빠의 눈빛과 너무나도 닮았어. 무진 오빠하고 그야말로 판박이야.’사무가 거기에 서 있을 때는 그야말로 무진의 축소판이었다. 무진의 모습뿐만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에도 성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몇 번 사무 저 새끼와 눈이 마주쳤을 때도 정말 아이러니했어.’‘처음 만났을 때 빨리 도망칠 걸. 정말 후회가 되네.’‘5년 전에 분명히 전혀 상관이 없는 사이가 됐는데, 왜 두 사람 사이에 애가 있는 거야?’‘송성연은 왜 이 두 아이를 낳았지? 무진 씨에게 이미 버림받았는데, 해외에서 편하게 지내면 얼마나 좋아?’‘그 여자의 능력이라면 낯선 나라에서도 여전히 잘 지낼 수 있어.’‘왜 운성시에 미련이 남은 거야?’“나를 보지 말고 고개를 돌려!” 결국 예민주는 참을 수가 없었다.사무는 아직 그런 내막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전히 분노한 상태였다.“내 여동생에게 사과하세요!”“이 새끼, 너 지금 나한테 농담하는 거야?”예민주는 태연한 표정으로 사무를 조롱했다.“아무도 원하지 않는 사생아 주제에, 아직도 여기서 나한테 이렇게 날뛰다니!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것 아니야?”“이 못된 아줌마!”사진은 지금 지쳤지만 이 여자와 오빠가 이렇게 싸우는 소리를 듣자,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따라서 외쳤다.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
예민주가 무진을 보러 매일 회사에 올 수는 없는 노릇.그러나 자신이 잘 쓰는 방법을 사용해서 WS그룹에 자기 부하를 하나 심었다.매일 무진의 스케줄을 예민주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오늘 아침 전화한 사람은 두 아이가 몰래 대표실에 들어갔는데, 줄곧 대표님을 아빠라고 불렀다고 말했다.평소 기발한 행동을 해서 명문가에 시집가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운성 경제의 명맥을 쥐고 있는 무진과 누가 관계를 맺고 싶지 않겠는가!매일 프런트에서 자칭 ‘강무진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여자들을 몇 명이나 상대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였다.‘거의 대부분은 프론트에서 차단되지.’‘그런데 오늘 대표 집무실로 직접 들어온 아이들이 있다니.’원래 예민주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머릿속에 문득 성연의 모습이 번뜩였다.‘결국 당황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황급히 회사로 달려왔는데.’‘뜻밖에도 정말 송성연과 관계가 있었어!’예민주는 다시 눈앞의 이 두 아이에게 눈길을 돌렸다.예민주의 눈빛에 음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너희들은 평소에 엄마하고 같이 있지 않니?”사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매일 엄마하고만 같이 있어요. 그래서 아빠가 보고싶어요.”아이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자, 예민주는 내친 김에 계속 캐물었다.“너희들은 이전에 줄곧 외국에 있었는데, 아빠 가족들이 너희들을 찾지 않았어?”“아빠 가족들요?” 뭔가를 눈치챈 듯, 사진이 고개를 돌려서 옆에 있는 오빠를 바라보았다. 눈빛을 교환한 두 아이는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작은 신호들을 사용했다.‘이 여자는 그냥 회사를 좀 구경하게 해 주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아!’사무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작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아주머니, 이게 잘 안 들어가는데요? 좀 도와 주실래요?”갑자기 사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에는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레고 블록을 든 채.예민주는 계속 묻고 싶었지만, 사무가 성깔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요청을
남자는 전혀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약간 쉰듯한 목소리에서는 차가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예민주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이 두 아이 귀엽지 않아요? 오히려 오빠가 그렇게 쫓아냈는데, 만약 누군가 영상이라도 찍었다면, 회사의 명성에 영향을 주지 않겠어요?”“누가 감히 우리 WS그룹을 함부로 보도할 수 있겠어?”무진의 말에는 힘찬 기세가 담겨 있었다.무진이 결코 지나치게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렇게 강경할 수 있는 것이다.무진이 이렇게 말하자 예민주는 잠시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잠시일 뿐!다시 무진에게 다가간 예민주가 작은 소리로 무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사실 쟤들은 이 참에 오빠하고 잠시 함께 있기 위한 핑계였어요.”예민주가 다가오자, 순간 그윽한 향기가 무진의 코에 스며들었다.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무진이 몸을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 사이에 막 좁혀졌던 거리가 다시금 벌어졌다.무진은 다른 사람의 접근을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접근해서 기회를 틈타 상류층으로 오르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았다.심지어 한 번만 만나려고 머리를 쥐어짜내는 사람들도 있다.그런 사람들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매번 비서진이 쉽게 대처했지만,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은 예민주다.자신의 여자 친구인.무진의 이런 습관을 예민주도 사실 잘 알고 있다. 평소에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예민주는 절대로 이렇게 짙은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그래야 무진이 자신과 함께 있을 때, 무진이 이렇게 배척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지금 예민주는 이 ‘금기’를 잊어버린 게 분명했다.방금 무진의 동작은 지금 예민주의 눈에는 적나라한 거부이자 분명한 소외감이었다.그러나 예민주는 감히 이 억눌린 마음을 마음속에 묻어두어야 했다.겉으로는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했다.입가에 줄곧 미소를 지은 채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애들하고 얘기를 해 볼게요. 애들이 왜 대표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