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이 대답하지 않고, 단지 웃는 듯 마는 듯 성연을 바라보았다.그는 경솔하게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스스로 다정해 보였을 것이다.그런데 성연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그럼요. 우린 이미 약혼했어요.”성연이 보기에는 이 일은 숨길 만한 것이 없었다.이런 레스토랑은 줄곧 고객의 정보를 잘 보호해서 직원도 자기들의 관계를 더욱 밖으로 소문이 내지 않을 것이다. 인정해도 상관없다.성연도 직원을 속일 의사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원래 약혼한 부부 사이였기 때문이다.직원은 웃으며 말했다. “네.”그녀는 뒤에 있는 다른 직원이 들고 있는 쟁반에서 나무로 만든 상자를 꺼내 성연에게 건네주었다.성연이 받았다. 직원이 간 후에야 송성연은 상자를 열었다.상자 안에는 은색 팔찌가 들어 있었고, 손목과 밀착된 중앙에는 생동감 넘치는 돌고래 두 마리가 새겨져 있었다.성연은 손을 놓지 않고 만졌는데 이 팔찌는 아주 정교하게 디자인되었다.성연은 처음 봤을 때부터 매우 마음에 들었다.가격은 그리 비싸 보이진 않았지만 말이다.‘뭐, 이쁘고 마음에 들면 그만이지. 누가 가격을 신경 쓰겠어?’성연 자신은 돈이 모든 기준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마음에 들어?” 성연이 게임을 제외하고 무언가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처음 본 무진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네, 좋아요. 아저씨는 이 팔찌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말하면서 성연은 팔찌를 들고 무진 앞에서 흔들기도 했다.“꽤 괜찮네.” 무진은 성연의 손에 있는 팔찌를 자세히 살펴보았다.분명히 이 팔찌의 재질은 그리 좋지 않지만, 확실히 예쁘다.성연의 안목이 줄곧 매우 좋았다.성연은 상자 안의 팔찌를 꺼내 무진이 앞에 건네주었다.“자, 해주세요.”무진의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특히 성연이 먼저 자기가 좋아하는 이 팔찌를 채워달라고 했다.입가에도 웃음기가 가득했다.무진은 성연 손에 있는 팔찌를 받은 후, 조심스럽게 성연에게 손목에 채웠다.이 팔찌는 마치 성연을 위해 맞춤 제작된 듯 사
저녁을 먹은 후, 성연과 무진은 식당에서 떠났다.성연은 때때로 팔찌를 만지작거리며 길을 보지 않고 걷자 무진이 그녀를 감싸 넘어지지 않도록 했다.주차장에 도착하자 무진이 물었다. “갈까?” 성연은 고개를 저었다.“바로 가지 말고, 먼저 이 근처에서 산책 좀 해요. 소화도 시킬 겸.”모처럼 나왔는데 오늘 밤의 분위기도 마침 좋았다. 성연은 그렇게 빨리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말하자면, 성연은 그렇게 오랫동안 지내왔는데도 아직 이 도시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무진도 거절하지 않았다. 그도 성연과 좀 더 같이 있는 것이 좋았다.그는 먼저 성연의 손을 잡았다.“어디로 가고 싶은데 있으면 말해 봐. 내가 데리고 갈게.”무진의 손바닥은 포근하고 따뜻해 성연을 안정감 있게 했다.그러나 성연은 이렇게 하는 것이 그다지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손을 빼려고 했다.무진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렸다.“함부로 움직이지 마. 여기 밤 길이라 어두컴컴해. 이따가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갈 수도 있잖아. 그러다가 흩어져서 못 찾으면 어떻게 해.”성연은 생각해보니 일리도 있었다. 그때 흩어져 못 찾는 것도 귀찮았다. 그래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순순히 무진에게 끌려 무진의 뒤를 따랐다.무진은 성연을 데리고 여러 관광지와 유적지를 보았다.그중 성연에게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북성에 있는 이 산이었다.위에서 아래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따뜻한 불빛이 주위의 산길을 밝게 비추었다.길에는 아직도 많은 계수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지나갈 때는 계수나무 향기도 은은하게 맡을 수 있다.산꼭대기에 이르러 홀로 산속의 기운이 밀려와 사람의 마음을 씻어내는 느낌이 들어 들뜬 마음을 안정시켰다.돌아가는 도중에 줄지어 늘어선 계수나무 꽃을 보면서 성연은 다른 마음이 생겼다.그녀가 살펴보니,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무진의 귓가에 다가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아저씨, 이곳의 계수나무 꽃을 좀 가져가고 싶은데 어떡하죠?”무진이 듣자마자 옆에 있는 계수나무 꽃을
성연은 무진을 따라 들어간 후 주위의 환경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여기가 어디인지 단번에 알았다.성연은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학생을 이런 곳에 데려오는 것이 정말 잘 한 일일까요?”‘아무리 봐도 강무진은 청순한 고등학생을 유괴하는 나쁜 아저씨인 것 같았다.’무진은 성연의 마음속의 생각을 몰랐다.알면 그는 답답해서 피를 토할 것이다.그는 늘 자신이 그렇게 늙어 보이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는 달래는 듯 성연의 손을 잡았다.“내가 있잖아.”성연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무진과 함께 룸에 들어갔다.도착한 후에 룸에는 이미 사람이 있었다.진우현은 이미 본 적이 있었다. 진우현은 오늘 주홍색 셔츠를 입고, 더구나 그 매력적인 얼굴 때문에 자웅을 변명할 수 없을 정도로 준수하고, 아주 매혹적인 사람인 것 같았다.그의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은 옷차림은 편해 보였지만 온몸이 다 명품의 귀공자이다.생김새가 요즘 인기가 많은 아이돌의 꽃미남 같은 스타일.이때 그는 소파에 건들건들 앉아서 전혀 똑바로 앉지 않았다.그가 바로 방금 무진에게 전화한 사람, 심재현이다.무진을 보자마자 그는 과장되게 달려들어 무진을 끌어안으려 했다.“무진 형, 오랜만이에요.”결국 무진 옆에 오기 전에 무진이 발에 차여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게 했다.성연은 호기심으로 심재현을 바라보았다.이때 심재현도 성연의 존재를 발견하였다.그는 순식간에 눈을 크게 뜨며 바라봤다.‘살면서 오늘 처음으로 무진이형 곁에 여자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니.’‘말도 안 되는 거 아니야? 고목에 꽃이 핀다고?’심재현은 성연을 훑어보는 동시에 손을 내밀어 열정적인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저는 심재현입니다.”“송성연입니다.” 성연이 손을 내밀려고 하자 맞은편 심재현의 손이 무진의 손바닥에 의해 튕겼다. “인사했잖아, 악수까지 할 필요는 없어.”심재현은 어리둥절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였다.무진과 성연이 옆에 앉자 심재현이 비로소 반응했다.‘설마 강무진이 질투하는 거야?’‘
심재현은 즉시 콧물과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했다.“너희들 모를 거야, 내가 거기서 어떻게 살았는지 알아? 돼지밥과 별 차이가 없는 걸 먹고, 그리고 여자조차도 못 생겼다. 허허벌판에 눈에 들어오는 게 하나도 없어.”이 일은 언급할 수 없다. 언급하기만 하면 가슴 아픈 역사이다.비록 심재현이 말한 것처럼 그렇게 과장되지는 않았고, 그도 그렇게 갈증이 나지 않았지만, 친구를 만나면 자연히 하소연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그는 그 아프리카에서 그렇게 오래 머물렀는데, 아무도 안타까워하지 않았다.진우현은 그가 연극처럼 말을 하니까, 상당히 침착했다. 그는 일찍이 심재현의 엄살에 익숙해 있었다.진우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너희 할아버지가 잘 하셨어. 네가 간 후에 우리는 몇 달 동안 편하고 조용히 지냈어.”심재현은 그들 몇 명 중에서 가장 소란을 잘 핀 사람이다.때때로 일을 좀 만들었고, 그렇지 않으면 그의 성격으로는 절대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심씨 집안에서는 심재현 외아들 하나밖에 없어서 어렸을 때부터 응석받이로 자랐다.이것이야 말로 그가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을 만들었다.무진도 진우현의 말에 매우 찬성했다.“네가 없으니까 우리 삶이 아주 조용하고 좋았는데.”심재현은 바로 화가 난 척하며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흥, 너희들 마음이 변했구나!”성연은 그들이 말하는 것을 보고 꽤 재미있다고 느꼈다.사석에서 강무진이 친구과 지내는 것이 이런 모습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성연이 심재현 쪽을 쳐다보니 눈에는 약간의 웃음기가 있었다.무진의 웃음이 많이 가라앉자 그는 성연의 귓가에 옆머리를 얹고 물었다.“왜? 저런 스타일을 좋아해?”귓가에 열기가 스쳐 지나가자 성연의 차가운 귀밑이 간지러웠다.그러나 무진의 말이 별로 듣기 좋지 않았다.“아저씨가 허튼소리 하지 않는 게 어때요?”성연은 어떤 유형을 좋아하는지 정하지 않았다.실제로 만났을 때만 알 수 있으니까.그 사람을 처음 봤을 때, 그 사람이라고 확신했을 때. 틀림없이 그 사람이라고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 성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옆에서 귀를 기울여 들으며 묵묵히 음료수를 마셨다.무진은 성연에게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물어보려고 고개를 돌렸다.어린 여자애가 두 볼이 붉어지고 두 눈에 물기가 흐르며 두 눈이 촉촉하고 눈빛이 이미 아리송하여 곤드레만드레 취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그는 성연이 손에 들고 있는 컵을 한 번 보았다.성연에게 준 것은 단지 낮은 도수의 과실주일 뿐이었다.성연의 주량이 그렇게 약한 줄은 몰랐다.무진이 할 수 없이 손을 들어 대화를 중단했다.그는 성연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약간의 관심을 보이며 말했다.“왜? 어지러워?”성연도 자신이 왜 이러는지 모른다.단지 음료수 두 잔을 마셨을 뿐인데, 앞에 있는 것을 보면 아주 흐릿하다.그녀와 이야기하는 무진조차도 두 개의 어두운 그림자가 나타났다.그러나 앞에 있는 사람이 무진이라는 것을 알고 성연은 안심을 했다.그녀는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어지러워요, 돌아가서 자고 싶어요.”성연은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졸렸고 머리도 어질어질했다.생각이 많이 무디어졌다.사고력을 잃었다.무진이 손을 들어 성연의 볼에 붙였다. 그녀의 볼은 약간 뜨거웠다.무진의 손바닥은 얼음처럼 차갑고, 성연은 꽤 편안함을 느꼈다.참지 못하고 그의 손바닥에 비볐다.무진이 성연의 눈을 가늘게 뜨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래, 집으로 가자.”이 말을 마치자 무진은 두말없이 사람을 가로질러 문밖으로 나갔다.“이 어린이가 술에 취해서, 먼저 일어날게. 너희들끼리 놀다 가.” 무진이 룸을 떠나 버렸다.심재현은 멍해졌다. 두 사람이 간 후, 심재현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진우현을 바라보았다.“우현아, 무슨 상황이야?”평소에 무진은 여자를 보면 마치 그녀들이 전염병이라도 있는 것처럼 멀리 피했다. 예전에 그도 무진에게 많은 여자들 소개했다.그러나 예외는 없었다. 무진은 관심이 없다고 말하거나 여자가 귀찮다고 말했다.그때 심재현은 무진과 같은 목석이
무진은 성연을 데리고 엠파이어 하우스로 돌아왔다.성연은 정신이 흐물흐물해져 무진의 품에 안겨 있었다.무진은 몸매가 크고 성연은 그의 품에 안겨 마치 정교한 인형처럼 그가 안는 데 조금도 힘이 들지 않았다.위층으로 올라갈 때 성연은 무진의 목을 안고 또박또박 말을 했다.“나 목욕하러 갈래, 목욕, 목욕…….”성연의 몸에는 특별한 향기가 나는데, 이때 좀 가까워지자 향기가 더 뚜렷해졌다.그녀는 무진의 목 옆에서 숨을 쉬며 그 설레임이 무진의 마음속에 들어갔다.지금 성연의 모습을 보니 무진은 아무것도 손을 댈 수가 없었다.그는 어쩔 수 없이 달래며 말했다.“그래, 먼저 방으로 가자. 그럼 내가 목욕 물을 받아 줄게.”방 안에서 성연을 잘 내려준 후에 무진이 욕실에 가서 성연이 씻을 물을 받아 주었다.무진은 물이 욕조를 조금씩 채우는 것을 보고 있었다.무진이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태까지 다른 사람의 시중을 든 적은 없었다.생각만 해도 웃긴다.예전에 무진은 자신이 그런 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물 온도를 체크해 보고 적정온도가 된 후에야 무진이 침실로 돌아와 성연을 데리고 욕실로 갔다. “괜찮아? 혼자 할 수 있겠어?”성연은 취했지만 아직 정신이 있었다.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당연하죠.”‘이 사람은 어떻게 할 수 있겠어 라는 말을 할 수가 있어? 송성연의 사전에는 안 된다는 단어가 없어.’성연은 자신만만하게 내려갔지만 발걸음은 흔들렸다.심지어 걸어가다가 카펫에 걸려 넘어질 뻔하기도 했다.무진이 먼저 걸어가서 성연을 부축하자 곧 화가 나서 웃을 것 같았다.“이런 게 바로 네가 할 수 있다는 말이야?”성연이 자신을 부딪칠지 모르겠다.성연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나 정말 할 수 있어요!”“아니면 나는…….”무진은 성연과 함께 들어갈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타이밍 아닐 것 같고, 성연도 이미 성인이 되었다.자신이 만약 따라 들어간다면 아마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이다.“응?” 무진의 말을 반만 듣자
노트북을 들고 침대에 앉아 업무를 보던 무진은 귀여운 술주정꾼 생각에 좀처럼 마음이 놓이질 않고 신경이 쓰였다.밖에서 한참을 기다렸지만 욕실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시간을 확인하니 성연이 욕실에 들어간지 이미 한 시간이 지나 있었다. 욕조에 물을 받고 목욕을 했어도 충분할 시간이었다.무진이 손을 들어 문을 두드리며 성연의 이름을 불렀다.“성연아, 송성연, 다 씻었어?”그러나 밖에서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다.결국 별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한 무진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욕실로 들어가니 욕조의 수면까지 미끄러져 내려간 성연의 긴 머리가 물 위를 부유하고 있었다.도대체 욕조 안에서 얼마나 몸을 담그고 있었는지.깜짝 놀란 무진이 황급히 다가가 손을 뻗어 성연을 붙잡아 올렸다.“콜록, 콜록.” 욕조 속에서 일으켜 앉힌 후 가슴을 압박하자, 성연이 입으로 물을 뱉어냈다. 욕실 안은 온통 성연의 기침 소리로 가득했다.드디어 성연의 의식이 돌아오기 시작했다.눈을 뜬 성연이 자신을 안고 있는 무진을 보고는 와락 밀어냈다.“아저씨…….”지금 알몸인 자신의 상태를 자각하며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든 탓이다.무진은 성연의 얼굴로 시선을 떨어뜨렸다.성연의 눈에서 화염이 쏟아지는 듯하다.“돌아서요!”수줍어하던 기색도 잠시, 자신도 모르게 분노가 치밀었다.아무리 자신을 부르기 위해 들어왔다고 쳐도 자신을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는 강무진이라니.‘마치 색마 같잖아?’갸름한 성연의 얼굴에 홍조가 피어나는 게 무진의 눈에 들어왔다.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왠지 마음에 들었다.무진은 끝까지 몸을 돌리지 않았다. 다만 시선을 성연의 얼굴 쪽으로 향한 채 턱 아래로 내리지 않았다.무진이 일부러 성연을 도발하듯이 말했다.“어차피 앞으로 다 볼 건데 뭘. 좀 일찍 보나 늦게 보나 매한가지 아니야?”“누가 보여준다고 그래요? 빨리 몸 돌려요. 안 그러면 정말 화 낼 거예요!”성연의 말투가 차가워지며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강무진이 보는 건
무진이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난 네가 걱정돼서 들어온 거야.”화가 아직 풀리지 않은 성연이 입을 열었다.“덕분에 내가 무사했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끝장을 봤을 걸요!”방금 전 무진의 반응을 통해 무진이 일부러 자신을 훔쳐보려 했던 게 아니라는 것, 지금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사람이 어쩜 이렇게 못돼 처먹었는지.’옷을 다 입은 성연은 얼굴이 화끈거리며 부끄러웠다.쥐구멍이라도 찾아 숨고 싶을 정도로.결국 성연도 이런 방면에서는 부끄러움을 느끼는 여자아이였다.이제 앞으로 절대 술을 마시면 안되겠다고 혼자 속으로 다짐했다. 안 그러면 진짜 어떻게 죽을지도 모르겠다.만약 강무진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정말 욕조에서 익사했을지도 몰랐다.어쨌든 자신의 생명을 구한 거니까 성연은 더 이상 강무진의 실례를 따지지 않기로 했다.뺨을 두드리며 열기가 좀 식길 기다렸다가 욕실 문을 열고 나갔다.침착한 척 가장한 성연은 일부러 굳은 표정을 지었다.사실 어떻게 무진의 얼굴을 봐야 할지 몰랐다.숙취해소제와 죽 한 그릇을 쟁반에 담아 온 무진이 성연에게 건넸다.“죽을 먼저 먹어서 위를 좀 달랜 후에 숙취해소제를 먹어. 안 그러면 위에 부담이 갈 거야.”성연이 욕실에 들어간 뒤에 무진이 미리 준비해 두었던 것들이다.집사에게 죽을 쑤어 오게 하며 아주 세심하게 성연을 챙겼다.손에 쟁반을 받아 든 채 앞에 놓인 죽과 약을 보는 성연은 마음이 복잡했다.다른 건 몰라도 강무진의 세심함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없었다.외할머니가 떠나신 후 자신을 이처럼 세심하게 챙겨 준 사람이 있었던가 싶다.자신에게 이처럼 잘하는 무진을 모습을 보며 성연은 더 이상 그를 미워할 수 없었다.쟁반을 받아 든 성연이 어어 하며 말했다.“고, 고마워요.”“얼른 먹어. 숙취엔 몸이 힘들어. 다 먹으면 가서 쉬어.” 무진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리고 한옆에 놓인 소파에 앉아서 노트북을 보며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성연은 한쪽 옆에서 죽을 먹었다.부드럽게
‘그런 예민주가 이렇게 몰락할 줄 누가 알았겠어?’‘결국 5년 동안이나 무진 씨 애인 노릇에 만족해 있었다니!’‘심지어는 오늘 같은 이런 악랄한 짓까지 저지를 정도가 되었으니. 스승님이 아시면 얼마나 섭섭하시겠어.’“송성연, 너 지금 미쳤어! 완전히 미쳤어!”예민주가 언제 이런 억울한 일을 당했을까? 연거푸 따귀를 맞은 데다가, 지금은 또 성연의 냉소와 신랄한 조롱을 들어야 했다.큰 소리로 호통을 치는 예민주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원래의 정돈된 헤어 스타일과 잘 차려 입은 옷차림은 이미 엉망이 되어 있었다.온몸에 지금 낭패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회의실. 두 시간의 긴 회의가 마침내 끝났다. 무진이 회의실을 나서자마자 당황한 표정의 손건호가 휴대전화를 들고 다가왔다.무진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짜증스러운 표정이었다.‘평소라면 손건호가 절대 이렇게 침착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텐데...’“보스, 예민주 씨가 맞았습니다!”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손건호가 급히 보고했다.“뭐라고?” 무진이 되물었다.“보스, 빨리 사무실로 가 보십시오.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방금 회의가 끝나갈 때, 손건호는 자료를 찾으러 먼저 회의실에서 나왔다.뜻밖에도 부리나케 달려온 비서실의 비서가 이 일을 알려주었다.무진의 눈동자가 어두워지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아무도 막지 않았어?”무진이 왜 아무도 막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손건호도 대답하기가 곤란했다.‘막고 싶어도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지요!’ ‘대표실은 원래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게다가 사모님(!)이 갑자기 뛰어들어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전혀 대비도 하지 못했어요.’‘안에서 예민주의 비명 소리가 들려서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안에서 문을 잠궜기에 들어갈 수도 없었어요!’그러나 결국 손건호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표실 앞으로 다가간 무진의 귀에 울음 소리와 함께 자기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리게 되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 아이의 몸에 난 상처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아팠다.그리고 이런 상황에 직면하자, 성연은 범인이 바로 예민주라고 생각했다.‘방금 전에도 애들 앞에서 그렇게 헛소리를 지껄였어. 눈앞에 두 아이만 있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지.’‘그런 여자가 뭘 못하겠어?’‘이 순하기만 한 두 녀석은 엉뚱한 짓을 한 적이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어.’‘충분히 사랑을 받았지만, 그걸 믿고 교만했던 적은 없었어.’‘밖에서는 더 영리하고 깜찍해서 누구나 좋아해. 척 봐도 좋아할 수밖에 없어.’‘그런데 여기에 와서 온몸에 멍이 들다니!’성연의 가슴에서 다시 분노가 폭발했다.딸아이를 가볍게 내려 놓은 성연은, 여전히 따뜻한 눈빛으로 사무를 보면서 말했다.“동생을 잘 보고 있어. 너희가 당한 억울한 일을 엄마는 절대 그냥 넘기지 않을 거야!”“엄마, 저 아줌마는 나쁜 사람이야! 엄마가 반드시 혼내줘!”여전히 품에 안긴 채, 사진은 재빨리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두 눈에 가득한 억울함을 지금 열심히 엄마에게 표현하려고 했다.“걱정 마. 엄마가 저 여자를 혼내줄게!”바로 일어선 성연이 성큼성큼 예민주 쪽으로 걸어갔다.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예민주는 성연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서한기로부터 벗어나려 발버둥쳤지만, 예민주가 어떻게 훈련으로 단련된 남자의 적수가 될 수 있겠는가?“놔! 너희들 뭐 하려는 거야?”예민주의 눈빛에는 걱정과 당황한 기색이 가득했다. 불안한 마음에 가슴은 두근거리면서 발걸음마저 비틀거렸다.짝! 짝!“이건 네게 주는 교훈이자 경고야. 내 아이는 절대 네가 건드릴 수 없어!”“네가 뭔데? 무진 씨 옆에 이미 5년이나 있었지만, 아직도 내 자리를 대신하지 못했지.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겠어!”“이건 첫 번째이자 마지막 경고야! 아이들은 바로 내 마지노선이야. 네가 또 손을 대면 절대 지금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아!”성연은 목소리는 마치 서릿발 같았다. 온몸에서 뿜어내는 싸늘한 기운에 무더운 날씨조차 얼음 세상으로 변하는 듯했
“오빠, 아빠가 정말, 정말로 우리를 안 받아들일까? 우리가 방금 아빠를 찾았는데.”작은 얼굴에 슬픔을 가득 담은 채, 사진은 간절한 시선으로 오빠를 바라보았다.예민주는 지금 자신의 말을 자화자찬하며 한껏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팔짱을 낀 채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눈빛에는 승자의 기운이 가득했다.잠시 후 자신에게 벌어질 참상을 알았다면 절대 그러지 못했겠지만...대표 집무실 바깥.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성연은 결연한 눈빛으로 대표실을 향해 다가갔다.쾅-단숨에 집무실 문 앞에 선 성연은 아무런 노크도 없이 바로 방문을 열었다.“너 이 새끼, 정말...”아이 앞에서 거침없이 내뱉는 예민주의 말이 성연의 귀에 몹시 거슬렸다.“예민주, 뭐 하는 거야!”자신의 아이들이 눈물 자국이 가득한 채 구석에서 서로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자, 엄마의 본능이 단숨에 뿜어져 나왔다.“내 애들에게 무슨 짓을 했어!”단숨에 앞으로 나아간 성연은 두 손으로 예민주의 멱살을 움켜쥐었다.한 손으로 멱살을 쥔 채 다른 한 손으로는 바로 예민주의 따귀를 때렸다.“네가 뭔데 내 아이를 혼을 내? 너는 그럴 자격이 없어!”성연의 차가운 눈빛은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온몸의 분노가 곧 폭발할 듯이!잇달아 따귀를 때렸지만 때리는 소리는 오히려 점점 더 커져갔다.“엄마!” 성연이 다시 손을 들고 예민주의 뺨을 때리려고 할 때, 문득 익숙한 여린 목소리가 들렸다.순간 성연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잠시 멈칫하던 성연은 계속 두드려 맞느라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간 예민주를 밀쳐낸 뒤 딸아이를 품에 안았다.“아가, 엄마가 늦게 와서 미안해.”성연은 두 손으로 사진을 꼭 껴안은 채 자책했다. 지금 마음속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방금 전 예민주를 때릴 때의 그 무시무시한 기세도 모두 사라졌다.슬퍼하는 성연을 보면서, 사무는 두 주먹을 꼭 쥔 채 여전히 경계심이 가득한 모습이었다.그러나 엄마가 온 뒤에는 그래도 많이 풀어진 모습이었다. 자신이 든든한 후원자가 있기에.성연이
사진은 눈앞의 이 여자가 호의를 가지고 있지 않고, 절대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원래 예민주의 말은 걸러서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역시 어린아이였다.“오빠, 우리 아빠가 정말 우리를 이렇게 싫어해?”눈물이 그렁그렁한 여동생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당신은 어른이면서 어떻게 이렇게 어린아이와 말다툼을 하는 겁니까? 당신이 뭔데, 여기서 우리 아버지를 대신해서 결정을 내리는 겁니까?”지금 예민주 때문에 완전히 분통이 터진 사무는, 온몸에 철갑을 두른 듯한 기세로 똑바로 예민주를 노려보았다.사무의 눈빛에 대해서 예민주는 처음부터 아주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매번 저 자식의 눈을 볼 때마다, 정말 무진 오빠의 눈빛과 너무나도 닮았어. 무진 오빠하고 그야말로 판박이야.’사무가 거기에 서 있을 때는 그야말로 무진의 축소판이었다. 무진의 모습뿐만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에도 성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몇 번 사무 저 새끼와 눈이 마주쳤을 때도 정말 아이러니했어.’‘처음 만났을 때 빨리 도망칠 걸. 정말 후회가 되네.’‘5년 전에 분명히 전혀 상관이 없는 사이가 됐는데, 왜 두 사람 사이에 애가 있는 거야?’‘송성연은 왜 이 두 아이를 낳았지? 무진 씨에게 이미 버림받았는데, 해외에서 편하게 지내면 얼마나 좋아?’‘그 여자의 능력이라면 낯선 나라에서도 여전히 잘 지낼 수 있어.’‘왜 운성시에 미련이 남은 거야?’“나를 보지 말고 고개를 돌려!” 결국 예민주는 참을 수가 없었다.사무는 아직 그런 내막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전히 분노한 상태였다.“내 여동생에게 사과하세요!”“이 새끼, 너 지금 나한테 농담하는 거야?”예민주는 태연한 표정으로 사무를 조롱했다.“아무도 원하지 않는 사생아 주제에, 아직도 여기서 나한테 이렇게 날뛰다니!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것 아니야?”“이 못된 아줌마!”사진은 지금 지쳤지만 이 여자와 오빠가 이렇게 싸우는 소리를 듣자,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따라서 외쳤다.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