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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완벽한 접객

Author: Rionha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6 18:20:30

#6화. 완벽한 접객

문이 열리자 낯선 향수가 방 안으로 흘러들었다.

이채영은 은색 드레스 위에 검은 재킷을 걸치고 있었다. 반듯하게 뻗은 다리와 화려한 이목구비, 어디에서든 시선을 받는 데 익숙한 태도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문 앞에 선 서아를 잠시 바라봤다.

"네가 진서아야?"

서아는 한 걸음 옆으로 비켜섰다.

"안녕하세요. 편하게 들어오세요."

목소리도, 표정도 평소와 같았다.

채영은 서아의 얼굴을 한 번 더 살핀 뒤 방 안으로 들어왔다. 시준을 발견한 그녀가 입꼬리를 올렸다.

"사람 불러놓고 앉아만 있네."

시준은 소파에 기대앉은 채 대답했다.

"오라고 했지, 마중 나간다고는 안 했어."

"여전히 재수 없고."

채영은 익숙하게 시준의 옆에 앉았다.

거리가 가까웠다.

팔과 팔이 닿았고, 채영이 다리를 꼬자 드레스 자락이 시준의 무릎 가까이 흘러내렸다.

서아는 문을 닫은 뒤 테이블로 돌아왔다.

"어떤 술로 준비해드릴까요?"

"시준이가 마시는 걸로."

"위스키 괜찮으세요?"

"응."

서아는 잔을 하나 더 꺼냈다.

위스키를 따르고 얼음을 넣은 뒤 채영이 잡기 편한 방향으로 잔을 돌려놓았다. 냅킨과 물도 자연스럽게 가까운 곳에 배치했다.

처음 오는 손님을 대하는 완벽한 움직임이었다.

채영이 잔을 들며 서아를 바라봤다.

"내가 올 줄 알고 있었어?"

"조금 전에 들었어요."

"그런데 안 놀라네."

서아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부사장님 일행이 오시는 게 놀랄 일은 아니니까요."

시준은 그 미소를 바라봤다.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다른 여자가 자신의 옆에 붙어 앉았는데도 서아는 평소와 같은 얼굴로 술을 따랐다. 오히려 처음 온 채영에게 더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채영이 시준의 팔을 손끝으로 건드렸다.

"우리 관계는 안 궁금해?"

질문은 서아를 향한 것이었다.

서아는 채영의 빈 잔을 확인하며 대답했다.

"말씀해주시면 들어드릴게요."

"알고 싶지는 않고?"

"손님이 말씀하고 싶은 부분까지만 아는 게 편해서요."

채영이 작게 웃었다.

"너 진짜 이상하다."

"그런 말 종종 들어요."

서아는 술을 더 따를지 묻듯 병을 살짝 들어 보였다.

채영이 잔을 내밀었다.

두 사람 사이의 대화는 자연스러웠다.

시준은 자신이 불러낸 채영보다 서아를 더 오래 바라보고 있었다.

서아의 손가락이 병목을 감싸는 모양, 채영이 말할 때 적당한 순간에 고개를 끄덕이는 태도, 대화가 끊기지 않도록 질문을 고르는 방식까지.

자신에게 하던 것과 똑같았다.

아니, 오늘의 서아는 채영에게 더 다정했다.

"둘이 오래 알았어."

시준이 불쑥 말했다.

서아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그러신 것 같아요."

"대학 때부터."

"좋은 인연이네요."

그뿐이었다.

누가 먼저 좋아했는지,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 묻지 않았다.

시준은 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

자신이 설명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을 덧붙이고 싶어졌다.

채영은 그런 시준을 곁눈질로 바라봤다.

"오늘 왜 이렇게 말이 많아?"

"내가 뭘."

"평소에는 나랑 언제부터 알았는지 설명 안 하잖아."

시준의 표정이 굳었다.

서아는 못 들은 척 채영 앞에 놓인 물잔을 채웠다.

그 태도가 더 거슬렸다.

"서아 씨."

채영이 그녀를 불렀다.

"네."

"한시준 같은 남자 어때?"

서아의 손이 잠깐 멈췄다.

시준은 잔을 내려놓았다.

드디어 자신과 관련된 질문이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서아의 대답을 기다렸다.

"좋은 손님이세요."

채영이 눈썹을 올렸다.

"그게 끝이야?"

"예약도 꾸준히 해주시고, 매너도..."

서아는 시준을 한 번 바라봤다.

"...나쁘지 않으시고요."

채영이 웃음을 터뜨렸다.

"방금 망설였지?"

"조금요."

"손목이라도 잡았어?"

시준의 시선이 서아에게 박혔다.

서아는 당황하지 않았다.

"처음에는요."

"역시."

채영은 시준을 돌아봤다.

"너 아직도 그 버릇 못 고쳤어?"

"시끄러워."

"여자 마음대로 안 되면 손부터 쓰는 거."

"그만해."

목소리가 낮아졌다.

채영은 더 건드리지 않았다.

대신 서아를 보며 물었다.

"그런데도 좋은 손님이야?"

서아가 웃었다.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니까요."

시준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감당할 수 있는 정도.

그 말은 시준을 위험한 남자로 보면서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동시에 특별할 만큼 강한 자극도 아니라는 뜻처럼 들렸다.

"진서아."

시준이 그녀를 불렀다.

"네?"

"여기 앉아."

그가 자신의 반대쪽 자리를 가리켰다.

서아는 거절하지 않았다.

술병을 내려놓고 시준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채영과 서아 사이에 시준이 앉은 모양이 됐다.

시준은 소파 등받이에 팔을 올렸다.

한쪽에는 오래 알고 지낸 여자, 다른 한쪽에는 매주 돈을 내고 만나는 여자.

자신이 중심인 자리였다.

당연히 그래야 했다.

그러나 대화가 시작되자 흐름은 다시 시준의 뜻과 다르게 움직였다.

"드레스 예쁘네요."

서아가 채영에게 말했다.

"어디 제품인지 여쭤봐도 돼요?"

채영은 기다렸다는 듯 브랜드와 최근 컬렉션 이야기를 꺼냈다. 서아는 적당한 질문을 던졌고, 채영은 점점 말이 많아졌다.

곧 두 사람은 드레스와 주얼리, 최근 문을 연 편집숍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시준은 대화에 끼어들지 못했다.

정확히는 끼어들 필요가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자신이 부른 여자와 자신이 예약한 여자가 자신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이어갔다.

서아는 채영이 말할 때마다 다정하게 맞장구쳤다.

채영의 잔이 비면 곧바로 채웠고, 흘러내린 재킷을 정리할 때는 직접 손을 뻗어 어깨에 걸쳐주었다.

시준의 턱이 점점 굳었다.

"진서아."

그가 다시 불렀다.

서아가 바로 고개를 돌렸다.

"네, 부사장님."

"술."

잔에는 아직 절반 이상이 남아 있었다.

서아는 아무 말 없이 잔을 채웠다.

그리고 다시 채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시준의 손가락이 잔을 세게 감쌌다.

그는 서아가 자신을 의식하게 만들려고 채영을 불렀다.

그런데 서아의 관심은 오히려 더 넓어졌다.

손님이 한 명에서 두 명으로 늘었고, 그녀는 두 사람 모두에게 부족함 없는 시간을 제공하고 있었다.

그 안에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두 분 정말 잘 어울리세요."

서아가 말했다.

채영이 시준을 돌아봤다.

"우리 둘이?"

"네."

"어떤 점이?"

"두 분 다 눈에 띄잖아요."

서아는 자연스럽게 답했다.

"같이 계시면 어디서든 사람들이 쳐다볼 것 같아요."

"그게 다야?"

"또 있어야 해요?"

채영은 잔을 입술에 가져가며 시준의 표정을 살폈다.

그제야 무언가를 이해한 듯 눈이 가늘어졌다.

"한시준."

"왜."

"나 오늘 술친구로 부른 거 아니지?"

시준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무슨 소리야."

"그냥 그런 것 같아서."

채영은 더 말하지 않았다.

서아 역시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녀는 두 사람 사이에 이상한 침묵이 흐르자 화제를 바꿨다. 최근 바뀐 에덴의 술 목록과 채영이 좋아할 만한 칵테일을 추천했다.

조금 전의 불편함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분위기를 매끄럽게 돌려놓았다.

그게 서아의 일이었다.

방 안에 생긴 감정을 정리하고, 누구도 불쾌하지 않게 만들며, 자신이 중심에 있으면서도 손님이 중심이라고 믿게 하는 것.

시준은 그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것이 유난히 선명하게 보였다.

자신이 어떤 상황을 만들어도 서아는 그 안에서 가장 적절한 얼굴을 골라냈다.

다른 여자를 데려오면 질투하는 대신 새로운 손님으로 맞이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암시해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자신이 대화에서 밀려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 술을 채우고 화제를 돌렸다.

완벽했다.

그래서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시간이 절반쯤 지났을 때 채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가시게요?"

서아가 물었다.

"응. 내일 아침 일정이 있어."

"차량 불러드릴까요?"

"밖에 기다리고 있어."

서아는 채영의 재킷을 직접 건넸다.

채영은 그것을 받아 들고 잠시 서아를 바라봤다.

"다음에는 너 지명해도 돼?"

"물론이죠."

"한시준 없어도?"

서아의 미소는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더 편하게 모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채영이 소리 내어 웃었다.

시준의 표정은 굳어졌다.

채영은 문 앞에서 그를 돌아봤다.

"다음에는 나 필요할 때 말고, 보고 싶을 때 불러."

평소라면 가볍게 넘겼을 말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방 안에 오래 남았다.

문이 닫히고 두 사람만 남았다.

서아는 채영이 사용한 잔과 냅킨을 정리했다.

"좋은 분이네요."

"뭐가 좋아."

"솔직하고, 대화도 잘 통하고."

"너한테는 다 좋은 손님이지."

서아가 그를 바라봤다.

"좋은 손님이 많으면 저야 좋죠."

"방금 걔가 널 따로 지명한다는데도?"

"네."

"나 없이?"

"부사장님이 같이 오셔야 할 이유는 없잖아요."

시준은 말없이 서아를 바라봤다.

끝까지 변하지 않았다.

채영이 들어왔을 때부터 나갈 때까지, 서아는 한 번도 실수하지 않았다.

표정도, 목소리도, 손길도 완벽했다.

시준은 다른 여자를 곁에 두면 서아의 가면에 금이 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진서아는 자신이 만든 상황까지 접객의 일부로 흡수해버렸다.

"제가 잘못한 거 있어요?"

서아가 물었다.

시준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 머물렀다.

"없어."

정말 없었다.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게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서아는 시간을 확인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다음 예약이라 가봐야 해요."

시준은 붙잡지 않았다.

오늘 붙잡는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다.

돈을 더 내거나 가까이 앉히거나 다른 여자를 보여줘도, 서아는 그 요구에 가장 어울리는 반응을 만들어낼 것이다.

문 앞에 선 서아가 돌아봤다.

"다음 주에도 같은 시간 맞으시죠?"

"그래."

"늦지 마세요."

그녀는 완벽한 미소를 남기고 방을 나갔다.

문이 닫혔다.

시준은 혼자 남은 방에서 서아가 사용하던 잔을 바라봤다.

화를 내게 만드는 것도 실패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실패했다.

다른 여자를 곁에 두는 것조차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못했다.

방법이 잘못된 것이 분명했다.

서아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차리는 순간, 그에 맞는 얼굴을 골라 보여줬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요구하지 않으면 됐다.

웃으라는 말도, 가까이 오라는 말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을 때 진서아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 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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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외전 - 진서아 시점(1)##내가 그 남자를 선택하기까지결혼한 뒤에도 한시준은 가끔 나를 손님처럼 기다렸다.정확히 말하면, 내가 허락할 때까지 기다렸다."안 들어오고 뭐 해요?"늦은 밤 라운지 문을 열자 검은 코트를 입은 남자가 계단 끝에 서 있었다.영업은 이미 끝난 시간이었다.직원들도 모두 퇴근했고, 골목에는 겨울비가 가늘게 내리고 있었다."네가 마감 중이었잖아.""열쇠 있잖아요.""라운지 열쇠는 없어.""집 열쇠 말고요."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손님으로 오지 않는 날에는 내가 먼저 부르기 전까지 계단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내 남편이 된 뒤에도 그랬다.처음 만난 날의 한시준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에덴에서 그를 처음 봤을 때,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바로 알았다.비싼 정장과 손목시계 때문만은 아니었다.남자를 판단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시선이었다.무엇을 보고 있는지보다, 그것을 어떻게 보는지가 중요했다.한시준은 사람을 선택하는 눈으로 봤다.마음에 들면 가지고, 싫증 나면 놓아버리는 사람.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가능성은 생각해본 적 없는 남자.그런 남자들은 오히려 다루기 쉬웠다.원하는 말을 해주고, 정해진 순간에 웃어주고, 자신이 특별하다는 착각을 주면 됐다.그날도 평소와 똑같이 웃었다.그런데 그가 말했다.세 번 다 똑같은 미소라고.처음에는 조금 놀랐다.그런 걸 알아보는 손님은 많지 않았다.그렇다고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다.내 손목을 잡고도 놓으라는 말을 듣기 전까지는 놓지 않을 것처럼 굴었으니까."밀어내지 않는다고 원하는 건 아니에요."나는 그의 손가락을 하나씩 떼어냈다.그 순간 시준의 눈빛이 달라졌다.기분이 상한 남자의 얼굴이었다.그런데도 화를 내지 않았다.대신 나를 더 오래 봤다.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그가 나를 손님에게 웃어주는 여자가 아니라, 자신을 거절한 사람으로 보기 시작한 것은.비싼 귀걸이를 돌려보낸 건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가 아니었다.정말

  • 에덴의 Vip 손님   #외전 5화. 매일 다시 선택할 사람

    #외전 5화. 매일 다시 선택할 사람진서아가 한시준의 집에서 지낸 지 여섯 달이 지났다.처음에는 일주일씩 연장하던 동거였다.두 번째 일주일이 끝났을 때는 서아가 먼저 기간을 말하지 않았고, 시준도 묻지 않았다.계절이 바뀌는 동안 드레스룸의 절반은 자연스럽게 서아의 옷으로 채워졌다. 화장대 위에는 립스틱과 향수가 늘어났고, 냉장고에는 시준이 먹지 않던 과일과 탄산수가 들어왔다.침실 구석의 수면등도 여전히 켜져 있었다.이제 시준은 불빛이 없으면 오히려 잠이 오지 않았다.같이 산다고 모든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시준은 서아가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시간을 확인했고, 서아는 그런 시준에게 라운지 영업시간표를 냉장고에 붙여놓으라고 했다.서아는 사용한 컵을 아무 곳에나 두었고, 시준은 발견하는 즉시 정해진 위치로 옮겼다.한 번은 서아가 일부러 컵을 거실과 침실, 드레스룸에 하나씩 놓아두기도 했다.시준은 말없이 전부 치운 뒤 다음 날 같은 자리에 새 컵을 가져다 놓았다."뭐 하는 거예요?""네가 필요해서 둔 줄 알았어.""제가 어지럽힌 거예요.""알아.""그런데 왜 다시 놔요?""내가 치우는지 시험한 거잖아."시준은 서아보다 먼저 그 의도를 알아차렸다.두 사람은 여전히 자주 부딪혔다.하지만 이제는 한쪽이 사라지는 것으로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싫은 것은 싫다고 말하고, 화가 나면 화가 났다고 했다.문을 닫더라도 잠그지는 않았다.그 정도면 두 사람에게는 충분히 평온한 연애였다.서아가 시준의 변화를 눈치챈 것은 목요일 아침이었다.시준은 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자꾸 서아의 왼손을 바라봤다.처음 한두 번은 우연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식탁에서도,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차에 타기 직전에도 시선이 같은 곳에 머물렀다.서아가 결국 손을 들어 보였다."왜 자꾸 봐요?"시준이 시선을 피했다."안 봤어.""세어봤는데 일곱 번 봤어요.""그걸 왜 세.""이상하니까요."서아는 그의 앞에 왼손을 내밀었다."뭐 묻었어요?""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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