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태경을 벗어난 지 사흘째.
이윤은 만도를 향해 계속 말을 달리고 있었다. 황궁을 빠져나온 뒤 한 번도 제대로 쉬지 않았다. 추격자가 따라붙었는지 확인할 틈도 없었다. 이윤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만도에 도착하기 전에 조문혁이 먼저 손을 뻗는다면, 황실의 군대가 그의 손에 들어간 지금 지방의 군사들마저 조문혁의 편으로 돌아설 수 있었다. 이윤은 그 생각이 들 때마다 말의 속도를 높였다. “조금만 더 힘내자.” 말의 숨이 거칠어졌다. 한참을 달려 한적한 호숫가에 도착했다. 이윤은 말에서 내려 잠시 주변을 살폈다. 멀리 작은 마을이 보였다. 이윤은 마을 안쪽까지는 들어가지 않았다. 지금 누구를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물과 식량만 구한 뒤 다시 길을 떠나야 했다. 그날 저녁. 이윤은 한적한 숲에서 말에게 물을 먹였다. 그때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이윤의 손이 검자루로 향했다. 잠시 후 세 명의 기마병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윤은 몸을 낮췄다. 하지만 날이 어두워 기마병들은 이윤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지나갔다. 이윤은 그들의 모습을 바라봤다. 깃발은 천무국의 황실 군사였다. “벌써 움직였나…….” 조문혁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이윤은 다시 말에 올라탔다. “만도에 먼저 도착해야 한다.” “조금만 더 힘을 내다오.” 그는 다시 길을 재촉했다. 같은 시각. 경도로 향하는 길에서는 이현이 작은 마을 하나에 들어섰다. 이현 역시 제대로 쉬지 못한 상태였다. 황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오히려 위험했다. 이현은 장무혁과 평범한 여행객처럼 옷차림을 바꾸고 허리에는 검 한 자루만 찼다. 마을 안쪽의 작은 객잔에 들어간 이현은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국밥 두 그릇만 주시오.” 주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음식이 나오자 이현은 장무혁과 조용히 식사를 시작했다. 그때 옆자리에서 두 사내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태경에서 난리가 났다더군.” “황제 폐하께서 돌아가셨다잖아.” “그것뿐이 아니야. 궁 안에 군사들이 들어갔다더라.” 이현의 젓가락이 잠시 멈췄다. “누가 군사를 움직였다는 거야?” “그야 조문혁이지.” “확실한가?” “태경에서 장사를 하던 사람이 직접 봤다더군.” 이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문혁. 이현은 궁을 빠져나오기 직전 들었던 호위총관의 말이 떠올랐다. 이현은 장무혁과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객잔을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하늘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서두르자. 시간이 없다.” “예, 황자 전하.” 그들은 다시 말에 올랐다. 경도까지는 아직 멀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 서가연. 경도에서 이름난 상단을 이끄는 집안의 딸이었다. 이현과는 어린 시절 궁에 올 때마다 친해진 동무였다. 지금 이현에게는 서가연이 가장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천추궁. 조문혁은 서류를 내려놓았다. “두 황자의 흔적은?” 묵진이 대답했다.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지방에 우리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은?” 그때 밖에서 군사가 보고를 하기 위해 들어왔다. “제2황자의 움직임으로 보이는 흔적이 하나 발견됐습니다.” 조문혁이 눈을 들었다. “확실한가?” “아직은 더 조사가 필요합니다.” 조문혁은 잠시 생각했다. “성급하게 움직이지 마라.” “예.” “황자들이 살아 있다고 해도 지금 당장은 힘이 없다.” “계속해서 사람들을 보내 확인하라.” “확실해지면 그때 움직인다.” 묵진이 고개를 숙였다. “예, 주군.” 조문혁은 창밖을 바라봤다. 태경의 밤거리는 조용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지금 천무국 곳곳에서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움직임이 커지기 전에 막아야 한다는 것을. “각 도의 상황을 확인해라.” “어느 곳부터 말입니까?” “전부.” 조문혁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황실이 약해진 순간을 기다리는 자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다시 며칠이 흘렀다. 이윤은 만도와 가까운 곳까지 도착했다. 멀리 산맥이 보였다. 그 너머가 만도였다. 이윤은 말에서 내려 산길을 바라봤다. 이곳부터는 더 이상 도망치는 것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는 허리의 검을 바라봤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한편 이현도 경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현 역시 자신의 길을 찾아야 했고, 그곳에서 시작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두 황자는 같은 날 궁을 떠났지만 서로 다른 것을 선택했다. 한 사람은 군사를 찾았고, 한 사람은 사람을 찾았다. 천무국의 운명은 안갯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2화 끝.천추궁.즉위식이 끝난 뒤 며칠이 지났다.이겸은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하지만 황제가 되었다고 해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조정의 신하들은 이겸을 황제로 모셨지만, 그들의 시선에는 망설임이 있었다.황제의 명을 받들면서도 가장 먼저 조문혁의 눈치를 살폈다.이겸 역시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현재 천추궁의 군사도, 태경의 군사도 조문혁의 영향 아래 있었다.그리고 조정 대신들의 자리 역시 조문혁의 뜻에서 자유롭지 못했다.“폐하.”신하 한 명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말씀하시오.”“이번 일은 조문혁 대감과 먼저 의논하시는 것이…….”이겸은 잠시 그 신하를 바라봤다.황제에게 올라온 일이지만, 조문혁의 동의가 있어야 움직일 수 있었다.이겸은 아무 말 없이 손을 꽉 쥐었다.그때였다.조문혁이 황제 앞에 한 발짝 나와 말했다.“폐하.”“말씀하시오.”조문혁은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황명을 내려주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이겸의 표정이 굳었다.“무슨 황명이오?”“각 도에 명을 내려 두 황자를 잡아들여 합니다.”이겸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윤과 현을?”“그렇습니다.”“황명을 거역하고 궁을 떠난 자들입니다.”“거역하고 떠난 적 없소.”이겸은 단호하게 말했다.“허니 두 사람을 잡아들이라는 명은 내릴 수 없소.”조문혁의 표정이 조금씩 굳어졌다.“폐하.”“더 이상 말하지 마시오.”이겸이 조문혁을 바라봤다.“내 동생들을 잡아들이라는 황명은 내리지 않겠소.”잠시 침묵이 흘렀다.조문혁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황제는 신하와 의논하고 황명을 내려야 하는 자리입니다.”“그 황명을 내리는 것은 나, 황제요.”이겸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내가 내리지 않겠다고 했소.”조문혁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하지만 물러나는 그의 눈빛은 이전과 달랐다.이제는 황제를 대놓고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이겸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시간이 흘러 그날 밤.천추궁 황제의 침실.총내관 고연수가 황제의 부름을
천추궁.조문혁은 가신들과 함께 황태자 이겸의 즉위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충도에서 표문까지 올라왔습니다.”한 가신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주군, 더 이상 황태자 전하의 즉위를 미룰 명분이 없습니다.”조문혁은 잠시 생각했다.“그렇다면 하는 수 없군. 황제를 알현하겠다.”가신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조문혁은 이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잠시 후.조문혁은 이겸 앞에 무릎을 꿇었다.“황태자 전하.”이겸이 조문혁을 바라봤다.“무슨 일이오?”“이제 전하께서 황제의 자리에 오르셔야 합니다.”조문혁은 고개를 숙였다.“부디 천무국을 위해 황제의 자리에 올라주시옵소서.”이겸은 조문혁을 바라봤다.그의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지금 내가 황제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오?”“그렇습니다.”조문혁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황제 폐하께서 승하하셨고, 전하께서는 황태자이십니다. 천무국의 법도에 따라 전하께서 황위를 이어받으셔야 합니다.”이겸은 잠시 침묵했다.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알겠소.”“그렇다면 즉위식을 준비하도록 하시오.”조문혁은 고개를 숙였다.“명을 받들겠습니다.”그때 조문혁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무엇이오?”“즉위식에 두 아우께서 참석하지 않는다면 모양이 이상하지 않겠습니까?”이겸의 표정이 굳어졌다.“윤과 현을 말하는 것이오?”“그렇습니다.”조문혁이 말했다.“세 분 형제의 사이가 각별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황태자 전하께서 황제의 자리에 오르시는 자리에 두 황자께서 함께한다면 더욱 뜻깊은 즉위식이 될 것입니다.”이겸은 잠시 생각하는 듯했다.“하지만 나는 두 아우의 행방을 모르오.”“정말 모르십니까?”조문혁이 물었다.이겸은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렇소.”“그렇다면 찾아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찾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 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동생들을 어떻게 불러오겠소.”조문혁은 이겸을 바라봤다.잠시 침묵이 흘렀다.“알겠습니다.”조문혁이 고
만도.민가의 지원이 시작된 뒤 군영의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부족했던 무기와 갑옷이 하나둘 채워졌고, 식량과 군수물자도 들어오기 시작했다.이윤은 매일같이 군영을 돌며 병사들의 훈련 상태를 확인했다.진백호 역시 새롭게 들어온 병력과 기존 병력을 나누어 훈련시키고 있었다.“이쪽 병사들은 창술 훈련을 강화하라.”“예, 장군.”“궁병들은 따로 모아서 훈련시켜라. 아직 숙련도가 부족하다.”진백호의 지시에 병사들이 움직였다.이윤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민우를 바라봤다.“자네의 도움이 큰 힘이 되고 있네.”민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예, 전하. 안으로 들어가서 말씀하시지요.”“그래, 들어가세나.”이윤과 민우, 그리고 진백호는 군막 안으로 들어갔다.민우는 만도의 지도를 펼쳤다.“지금 군영의 정규군은 3천, 훈련 중인 군사가 대략 2천 정도라 들었습니다.”진백호는 민우의 말에 수긍하며 대답했다.“맞네. 거기다 지금 자네의 사병 4백을 더하니 5천4백 정도 되는 거네.”“수도의 황실군과 중도 군사는 대략 몇 정도 되는지 아시는지요?”이윤은 중도와 태경의 지도를 살펴보며 말했다.“이쪽 황실근위대가 5천, 태경수비대가 7천으로 중앙군이 1만2천, 그리고 중도 지방군이 1만5천 정도이니 합쳐 2만 7천의 정규군이 주둔해 있네.”진백호는 심각한 표정으로 이윤과 민우를 보며 말했다.“지금 상황에서는 외부 도움 없이 수도로 진격할 수가 없습니다.”“진 장군, 자네의 말이 맞다.”민우는 다시 만도의 지도를 살펴보며 이윤에게 말했다.“만도에는 우리 민가와 가까운 가문들이 몇 곳 있습니다.”“그들과 이야기를 나눠볼 생각입니다.”이윤이 지도를 바라봤다.“쉽게 우리와 합류하겠는가?”민우가 잠시 생각했다.“저와는 가깝다고는 하나 저 혼자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이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좋다.”“내가 설득해 보겠다.”“민우, 자네는 자리를 만들어 다오.”“예, 그리하겠습니다.”“억지로 강요할 생각은 없다. 그들도
만도 외곽.이윤과 진백호는 말을 달려 민가로 향하고 있었다.군영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 높은 담장이 보이기 시작했다.민가의 저택이었다.저택 주변에는 일반적인 가문의 저택에서는 보기 어려운 수의 무장들이 배치되어 있었다.이윤은 말을 멈추고 주변을 바라봤다.“저들이 민가의 사병인가?”진백호가 고개를 끄덕였다.“예.”“상당하군.”“만도는 국경 지역이다 보니 몇몇 가문들은 스스로를 지킬 힘이 필요합니다.”“그중에서도 민가의 사병은 정규군과 겨뤄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훈련이 잘되어 있습니다.”이윤은 잠시 주변을 살폈다.병사들의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다.단순히 숫자만 많은 사병이 아니었다.훈련도 제대로 되어 있는 듯했다.두 사람이 대문 앞에 도착하자 무장한 병사 하나가 다가왔다.“어디서 오셨습니까?”진백호가 말에서 내렸다.“나다.”병사가 진백호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곧바로 표정이 바뀌었다.“진 장군!”병사는 급히 허리를 숙였다.“어서 오십시오.”“민 가주는 안에 있느냐?”“예. 가주께서 안에 계십니다.”병사는 이윤을 바라봤다.“그리고 이분은…….”진백호가 이윤을 바라봤다.이윤은 잠시 생각하다가 직접 말했다.“제2황자 이윤이다.”병사의 얼굴이 굳었다.곧바로 무릎을 꿇었다.“황자 전하를 뵙습니다.”주변에 있던 병사들도 그 모습을 보고 하나둘 무릎을 꿇었다.이윤이 손을 들어 올렸다.“일어나라.”“예, 전하.”진백호가 말했다.“가주에게 어서 전하라.”“예.”병사는 곧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잠시 후 저택 안쪽에서 한 사내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 나왔다.건장한 체격이었다.무장한 병사들과 달리 특별히 화려한 옷차림은 아니었다.하지만 그의 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었다.진백호가 웃으며 말했다.“민 가주.”민우가 진백호를 바라봤다.“진 장군.”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웃었다.“진 장군께서 여기는 웬일이오?”“내가 오면 안 되는 곳이었나?”“그럴 리가 있나.”민우가 이윤에게 시선을 옮
만도.황궁을 빠져나온 뒤 며칠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탓에 몸은 지쳐 있었지만, 이윤은 군영에 도착하자마자 쉬지 않았다.진백호의 안내를 받아 군영 곳곳을 둘러봤다.병사들은 훈련을 하고 있었다.하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군영의 모습이 좋지는 않았다.정규군은 3천여 명.그리고 훈련 중인 병사들이 2천 정도였다.숫자만 보면 적지 않았다.하지만 실제 전투에 투입할 수 있는 병력은 그보다 훨씬 적었다.무기와 갑옷 역시 충분하지 않았다.오래 사용한 무기들이 많았고, 보급받지 못한 병사들도 눈에 띄었다.이윤은 말없이 군영을 둘러봤다.그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이 정도로는 부족했다.형님을 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힘이 필요했다.훈련된 병사도 필요했고, 무기도 필요했다.무엇보다 전쟁을 치를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이윤은 군영 한쪽에서 훈련하는 병사들을 바라봤다.병사들이 창을 들고 움직였지만 대열이 조금씩 흐트러졌다.진백호가 그 모습을 바라봤다.이윤이 물었다.“훈련 상태가 이 정도인가?”진백호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정규군과 달리 훈련병들은 아직 미흡합니다.”“훈련의 강도를 높이면?”“현재 수준이라면 부상이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이윤이 진백호를 바라봤다.“진 장군이 신경 써야겠어. 지금 마음이 급하다.”진백호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황태자 전하를 지금 당장은 구하러 가기 어렵습니다.”이윤의 눈빛이 굳어졌다.“아직은 어렵겠지. 하지만 구하러 가야 한다.”진백호가 고개를 숙였다.“하지만 전군을 동원해 중앙군과 전쟁을 하게 되면 국경을 지킬 병력이 부족해집니다.”진백호가 군영 밖을 바라봤다.“만도는 국경과 가까운 지역입니다. 이곳의 병력을 모두 수도로 보내는 순간 국경이 비게 됩니다.”“외부의 침입이 발생한다면 막을 병력이 없습니다.”이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백호가 말을 이었다.“준비가 필요합니다.”이윤은 한동안 훈련 중인 병사들을 바라봤다.조문혁이 태경과 천추궁을 장악했다.황
관사 안.서철우는 이현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다.먼저 입을 연 것은 서철우였다.“전하께서는 앞으로 무엇을 하실 생각이십니까?”“힘을 기를 생각입니다.”“어떤 힘을 말입니까?”이현은 잠시 생각했다.“형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힘을 기르겠습니다.”서철우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이현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돈도 필요하고 정보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군사도 필요하겠지요.”“그 모든 것을 경도에서 시작하시겠다는 겁니까?”“그렇습니다.”서철우는 잠시 침묵했다.“전하.”“말씀하십시오.”“저는 장사를 하는 사람입니다.”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고 있습니다.”“장사를 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한쪽에 모든 것을 걸지 않는 것입니다.”서철우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특히 지금처럼 황실이 흔들리고 조문혁이 수도를 장악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서가연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아버지…….”서철우는 딸을 바라보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조문혁은 이미 태경과 천추궁을 장악했습니다.”“반면 전하께서는 지금 가진 것이 별로 없습니다.”이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저에게는 지켜야 할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서철우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상단도 있고, 그 상단에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도 가족이 있습니다. 제가 지켜야 할 사람들이 많습니다.”“그 모든 것을 걸고 전하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저는 아직 판단하지 못했습니다.”서가연이 불안한 표정으로 아버지를 바라봤다.“아버지…….”하지만 서철우는 멈추지 않았다.“그래서 전하께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저는 지금 전하와 조문혁, 두 사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서가연의 표정이 굳었다.“그런 말씀을 꼭…….”“가연아.”서철우가 딸을 바라봤다.“이건 우리 가문의 목숨이 걸린 일이다.”서가연은 입을 다물었다.서철우는 다시 이현을 바라봤다.“제가 전하를 선택하면 조문혁과 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그렇게 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