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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화 이름을 주다

Author: moominkiller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23 22:39:45

벽돌은 손으로 빠졌고, 그 뒤에 팔뚝이 들어갈 만한 구멍이 있었으며 안쪽에 기름종이로 싼 것이 있었다.

꺼내 보니 비어 있었다.

기름종이만 있고 그 안에 아무것도 없었는데, 종이가 오래되어 손을 대자 가장자리가 버석버석 부스러졌다.

안쪽에 눌린 자국이 있었는데, 무언가가 오래 들어 있다가 나간 자국이었다.

한경이 그것을 소매에 넣고 벽돌을 도로 끼웠다.

돌아오는데 서하당 마루에 초하가 앉아 있었다.

부인이 안 들어와서 기다린 것이었는데, 초하는 무릎에 얼굴을 묻고 졸고 있다가 발소리에 화들짝 깼다.

"부인. 어디 다녀오세요?"

"마당에."

"이 시각에요?"

"응." 한경이 그 옆에 앉았다.

* * *

"초하야."

"예."

"너 여덟 살 때 어디 있었어?"

초하가 자다 나온 얼굴로 눈을 비볐다.

"모르겠는데요."

"열 살 때는."

"…"

"열한 살에 이 집에 왔잖아. 그 전에."

초하가 무릎을 끌어안았는데, 마루가 차가운 밤이었다.

"기억이 잘 안 나요.

사람이 많은 데 있었고,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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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방에 불을 하나 켜 놓고 늙은 심약이 화로 앞에 앉아 있었다.화로 재가 식어서 손을 대도 안 뜨거웠다.한경이 들어와 문을 닫았다.닫고 나서 화로 건너편에 앉았다."영감님. 스무 해면 등록 첩이 두 권이잖아요.한 권에 열 해씩이니까.""두 권입니다.""한 권은 여기 있고요.""…한 권은 없습니다.없습니다, 여기에는.""태후 마마 처소 바깥방에 등초가 스무 권 넘게 있어요.옮겨 적은 것만 있고 원본은 하나도 없고요.여기서 없어진 한 권이 거기 옮겨 적혀 있으면 저는 그걸 바깥방에서 볼 수 있어요.""…등초에도 없을 겁니다.""보셨어요?""안 봤습니다. 그런데 없을 겁니다.있으면 이 방 사람이 벌써 찾아냈습니다."늙은 심약이 자리를 고쳐 앉았다.고쳐 앉으면서 무릎에 손을 얹었다가 도로 내렸다.* * *"소인이 이 담 안에 든 것이 스물두 해입니다.""…""든 해에 서쪽 방에 사람이 있었습니다.여자였고 의녀였습니다.소인보다 먼저 들었고 나이도 위였습니다.""…""말이 없었습니다.소인이 아침에 들어가면 늘 문을 등지고 앉아 있었어요.문이 열려도 안 돌아봤습니다."한경이 화로 재를 한 번 봤다."그 사람이 여기 등록방에도 왔어요?""왔습니다. 소인이 갓 들어서 첩 적는 걸 못 했는데 그 사람이 옆에서 봐 줬습니다.넉 줄을 어떻게 채우는지, 난 날을 언제 적는지를 그 사람한테 배웠습니다.""…""소인이 그때 왜 이런 걸 다 적느냐 하였더니, 등록은 세는 게 아니라 남기는 거라고 그 사람이 그랬습니다.""…""소인이 그때는 그 말을 못 알아들었습니다.스물두 해 걸렸습니다."늙은 심약이 화로 재를 뒤적였다.뒤적이다가 부젓가락을 놓쳤고, 놓친 것이 재 위로 떨어져 재가 조금 일었다."…손이 곱아서요.""아유. 괜찮아요, 그거 저도 오늘 두 번 놓쳤어요."늙은 심약이 픽 웃었다.웃으면서 어깨가 한 번 흔들렸다.* * *"어느 날 아침에 그 방이 비었습니다.""…""그 뒤로 그 방에 사람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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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옥화(軟玉花) — 향이 없는 꽃   226화 하나만 그대로

    태후 새 처소는 창이 넷인데 오늘은 둘만 열려 있었다.열린 창 밖으로 눈 덮인 마당이 보였고, 마당 가운데를 아침에 쓸고 지나간 자리만 검었다.문 앞에서 한경이 버선에 묻은 눈을 두 번 털고 들어갔다.털어도 발자국이 나서 상궁이 뒤에서 그 자리를 닦았다.발 밖에 상이 놓이고 그 위에 첩이 하나 펴져 있었다.태후의 두 손이 금 호갑에 덮인 채 상 위에 있었다."앉거라.""예.""어공서에서 달마다 물목을 올린다.올려 온 것을 내가 본다.스무 해 하던 일이야. 스무 해.""…""이 줄을 네가 적었느냐.""예.""읽어 보아라.""…달걀 스물이요.""의녀가 달걀을 적어 냈다.""의서에 있어요.""의서에 있는 것을 적었으면 약이지.너는 밥을 적었다."* * *"달걀 스물이면 열흘 가요.열흘에 스물씩 열두 달이면 일곱 접이 조금 넘고, 쌀로 치면 두 섬이 안 돼요.어주에서 한 달에 깨져서 버리는 게 그보다 많고요.그런데 그 스물을 안 넣으면 열흘 뒤에 손이 더 떨려요."태후의 엄지가 호갑 안에서 한 번 멎었다."마마께서 그건 보셨을 텐데요.""보았다.""…""보는 데까지가 네 일이라 하였다.""…예.""열 달을 네가 적어 낸 대로 내주었어.뿌리도 내주고 껍질도 내주고 벌레 먹은 것까지 내주었다.아무도 안 물었지.어의도 안 물었고 곳간도 안 물었어.""…""이달에 네가 적은 줄이 태의원 문 밖으로 나갔다.어공서 종이에 붙었어.관청 종이에 오른 것은 지워도 자리가 남는다."* * *"네 이름이 그 종이에 오르는 것은 내가 못 막는다.그건 내 손 밖이야.""…""내가 준 것을 도로 걷는 것은 할 수 있고."바깥에서 눈 쓸리는 소리가 났다가 그쳤다.태후가 호갑 낀 손을 상 위에서 반 뼘 옮겨 놓았다."셋을 주었지. 둘을 걷는다.""…""약재를 걷는다. 오늘부터 네가 적어 내는 종이는 태의원 문 안에서 끝난다. 사람도 걷어.셋 다 오늘 저녁에 제 자리로 돌아간다.""아. 그럼 곳간에는 오늘까

  • 연옥화(軟玉花) — 향이 없는 꽃   225화 안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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