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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창호지 문 구멍 3

Author: 묵온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6 22:05:07

3. 칠흑 속에 잠든 거인: 야생의 뿌리

시야가 좁아졌다.

구멍을 통해 훔쳐본 방 안의 풍경은 짙은 그늘과 희미한 달빛의 파편으로 얼룩져 있었다.

행랑채 지붕의 처마 끝으로 새어 들어온 한 줄기 시린 달빛이, 좁은 방바닥에 대각선으로 서늘한 길을 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은빛 길 위에 짐승처럼 널브러져 있는 한 육중한 형체를 비추고 있었다.

돌쇠였다.

그는 좁고 퀴퀴한 방 안에서, 덮고 있던 낡은 이불을 걷어찬 채 얇은 삼베 홑바지 하나만 아슬아슬하게 걸치고 뻗어 자고 있었다.

등 밑에는 거친 돗자리 하나가 깔려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비천한 흙바닥은 오히려 그의 헐벗은 육체를 신성한 제물처럼 돋보이게 했다.

한낮의 태양 아래서 번들거리던 붉은 구릿빛 육체는, 짙은 밤기운 속에서 한층 더 바위 같은 중압감과 숨 막히는 두께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것은 인간의 살덩이라기보다는, 태고의 깊은 숲에 뿌리를 박고 웅크린 집채만 한 고목(古木) 같기도 했고, 피비린내 나는 사냥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는 흑표범 같기도 했다.

그녀의 시선이 며칠을 굶은 맹수처럼 탐욕스럽게 그의 몸선을 핥아 내렸다.

태산처럼 넓은 가슴팍은 짐승의 짙은 호흡에 맞춰 웅장하게 융기했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굵은 갈비뼈를 겹겹이 덮고 있는 단단한 근육 위로, 땀인지 수컷의 몸에서 배어 나온 기름기인지 모를 끈적한 체액이 달빛을 받아 농밀하게 번들거렸다.

그것은 정씨 부인이 안방 문갑 위에 고이 모셔둔 그 어떤 매끄러운 백자나 차가운 옥가락지보다 아름답고 파괴적이었다.

겹겹의 비단옷 속에 감춰진 양반들의 털 하나 없이 밋밋하고 물렁한 살덩이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거친 흙과 노동이 잔인하게 조각해 낸 압도적인 야생의 결정체였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이, 거부할 수 없는 대지의 인력에 끌려가듯 서서히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얇고 거친 삼베 홑바지.

허리춤이 헐겁게 풀어진 그 얄팍한 천 조각은 사내의 터질 듯한 야성을 가려내기엔 너무나 역부족이었다.

천이 불룩하게,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 공격적으로 솟아올라 있었다.

그늘 속에서 대지를 뚫고 솟아난 단단한 참나무 뿌리.

의식이 잠든 깊은 밤중임에도 결코 죽지 않고, 오히려 펄펄 끓는 피를 모아 더욱 맹렬하게 고개를 쳐드는 생명의 기둥.

그것은 단순한 사내의 성기가 아니었다.

이 집안을 지배하는 잿빛 죽음—피를 토하고 죽은 남편, 텅 빈 제사상, 차갑게 굳어버린 시어머니의 규율—을 모조리 비웃으며 홀로 핏대를 세우고 우뚝 솟아 있는 압도적인 생명의 푯말이었다.

정씨 부인은 숨을 멈췄다. 아찔한 현기증이 골을 때렸다. 침이 말라붙어 목구멍이 찢어질 듯 타들어 갔다.

저것이다.

밤마다 이불깃을 물어뜯으며 그토록 굶주리게 갈구했던 것.

스스로의 핏기 없는 하얀 손으로는 결코 닿을 수 없었던 텅 빈 골짜기를 빈틈없이 꽉 채워 짓이겨줄 유일한 살기둥.

그녀는 자신이 흙바닥에 무릎 꿇고 천한 하인의 방을 숨어서 지켜보고 있다는 수치심조차 하얗게 잊어버렸다.

이것은 비열한 훔쳐보기가 아니었다.

굶주린 짐승이 먹잇감의 목덜미를 확인하는 처절한 포획의 순간이었고, 짙은 그늘 속에서 말라죽어가던 풀잎이 태양의 붉은 열기를 갈구하며 온몸을 비틀어 고개를 돌리는 무서운 생존 본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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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녀, 상복을 찢다   제9부: 훈육과 유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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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녀, 상복을 찢다   제9부: 훈육과 유희 1

    1. 아침의 형장: 백색의 위선핏기 없이 창백한 아침 해가 떠올랐다. 지난밤 시커먼 헛간을 지배했던 그 눅눅하고 펄펄 끓던 정욕의 그림자는, 눈부신 태양 빛 아래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린 듯했다. 만동 김씨 가문의 태산 같은 기와집은 다시금 숨 막히게 엄격한 유교적 질서 속으로 빈틈없이 회귀해 있었다.마당은 흙먼지 하나 없이 빗자루 자국이 선명했고, 장독대는 서늘하게 닦여 아침 햇살을 반사했으며, 사랑채에서는 족보를 읊는 점잖은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이것은 흠잡을 데 없이 정결하고도 죽어있는, 철저한 백색의 세계였다.그러나 안방의 공기는 달랐다. 정씨 부인은 문을 굳게 닫아걸고 아랫목에 꼿꼿이 정좌해 있었다. 그녀의 앞에는 흑단으로 짠 작은 자개장 하나가 놓여 있었다. 표정은 조상들의 위패처럼 차가운 얼음장 같았고, 굳게 다문 입술과 눈빛은 서릿발처럼 날카로웠다.하지만 그녀의 하얀 손은 달랐다. 무릎 위에 단정히 놓여 있어야 할 손가락이, 자개장 서랍 속에 반쯤 숨겨진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눈부시게 하얀 다리속곳이었다.하지만 그것은 더 이상 순결한 백색이 아니었다. 지난밤, 돌쇠가 헛간에서 짐승처럼 헐떡이며 토해낸 끈적하고 비릿한 생명의 흔적이 그 얇은 천 위에 빳빳하게 누렇게 말라붙어 있었다. 그것은 이정표였다. 그녀가 가야 할, 아니 이미 목까지 푹 잠겨버린 타락과 쾌락의 심연으로 안내하는 가장 불경하고도 매혹적인 피의 이정표.정씨 부인은 그 딱딱하게 굳은 얼룩을 하얀 검지 끝으로 천천히 쓸어보았다.까슬까슬.연한 손끝에 닿는 짐승의 굳은 감촉. 그것은 혐오스럽기보다는, 지문을 타고 척추 끝까지 내리꽂히는 벼락같은 전율이었다. 그것은 수컷의 실체, '절정을 토해낸 진액'이었다.그녀는 문밖의 기척을 살피고는, 속곳을 들어 코끝에 바짝 가져다 댔다. 밤새 냄새는 말라붙어 옅어졌지만, 여전히 그 깊은 무명 올 속에는 사향과도 같은 비릿하고 짙은 수컷의 체취가 뱀처럼 똬리를 틀고 끈적하게 배

  • 열녀, 상복을 찢다   제8부: 붉은 기둥 7

    7. 되돌아오는 길, 배덕한 훈육의 예고정씨 부인은 소리 없이 짐승의 굴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안채로 돌아가는 길, 차가운 흙을 밟는 그녀의 발걸음은 올 때보다 백배는 더 가벼웠다. 먹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민 창백한 달무리가 타락한 그녀를 비웃는 듯 서늘하게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그녀는 더 이상 단 한 줌의 수치심도 느끼지 않았다.그녀의 펄떡이는 혈관 속에는 이제 양반가의 썩어빠진 푸른 피가 아니라, 헛간에서 목도했던 그 흉폭한 붉은 기둥처럼 미치도록 뜨겁고 짐승 같은 붉은 피가 거세게 소용돌이치고 있었다.안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젖은 요 위에 나른하게 몸을 뉘었다. 눈을 감아도 잔상처럼 핏대를 세우고 솟구치던 돌쇠의 그 붉은 기둥이 시뻘겋게 아른거렸다. 그녀는 하얀 손을 뻗어 자신의 젖은 아랫배를 끈적하게 쓸어내렸다."기어이... 내 속곳을 훔쳐 품었구나..."그녀는 어둠 속에서 들끓는 숨결로 달콤하게 속삭였다.이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대역죄였다. 양반가의 물건을 훔친 절도죄이자, 감히 상전의 흔적을 짐승처럼 능욕한 파렴치한 죄. 내일 아침 동이 트면, 그녀는 이 집안의 안주인으로서 마땅히 그 종놈을 안마당으로 불러 무릎을 꿇리고 서슬 퍼르게 추궁해야 했다.하지만 그 매서운 추궁은 결코 죗값을 묻기 위한 형벌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네놈이 감히 발정 난 들개처럼 마님의 냄새를 핥고 다녔느냐"고 짓밟으며, 그 육중한 사내에게 짐승의 수치심을 안겨주고, 다시 그 질척이는 수치심을 이용해 자신의 굶주린 욕정을 끝까지 채워 넣기 위한 철저하고 배덕한 유희, 사랑의 훈육이 될 것이다.그녀는 돌쇠의 목숨을 쥐었다. 아니, 펄펄 끓는 그의 욕망의 시퍼런 목줄을 여지없이 틀어쥐었다. 이제 그녀는 암컷의 우아한 손짓으로 그 거친 밧줄을 당기기만 하면 된다.동이 터오고 있었다. 하얀 무덤 같던 만동 김씨 가문의 검은 기와지붕 위로, 시뻘건 아침 태양이 마치 어젯밤 돌쇠의 흉폭했던 핏덩이처럼, 그리고 정씨 부인의 오장육부에서 꿈틀대는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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