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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Penulis: 루니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7-29 10:54:04

“그날 밤 제가 약을 바꿨으니까요.”

해원은 잠깐 허담을 바라보다가 코웃음을 쳤다.

“개소리.”

허담의 눈썹이 움직였다.

“뭐라고요?”

“너 지금 질투해서 아무 말이나 지껄인 거잖아.”

“…….”

“돌쇠 손이 내 허리에 올라가 있으니까 눈깔 뒤집혀서.”

해원이 허담 앞으로 다가갔다.

“죽은 남편까지 팔아먹으며 나한테서 저놈 떼어놓고 싶었어?”

허담이 입을 다물었다.

그 침묵이 답이었다.

돌쇠가 헛웃음을 쳤다.

“의원 나리 꼴 좋네.”

“닥쳐.”

“싫은데.”

“둘 다 닥쳐.”

해원이 버럭 소리쳤다.

두 사내가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해원은 그 광경을 보고 피식 웃었다.

“웃기네.”

“뭐가 말입니까?”

“낮에는 다들 나더러 불쌍한 과부래.”

해원의 눈길이 돌쇠를 지나 허담에게 닿았다.

“밤에는 서로 내 방에 들어오겠다고 으르렁거리고.”

허담의 턱이 굳었다.

“아무하고나 이러지 마십시오.”

그 말에 해원의 표정이 변했다.

“아무하고나?”

“마님.”

“네가 뭔데 나한테 사내를 골라?”

“걱정돼서 하는 말입니다.”

“지랄.”

해원은 문을 활짝 열었다.

“둘 다 나가.”

돌쇠가 먼저 물었다.

“저도요?”

“특히 너.”

“아까는 붙잡으시더니.”

“마음 바뀌었어.”

“사람 환장하게 만드십니다.”

“그러라고 그러는 건데?”

돌쇠가 입술을 깨물었다.

허담은 움직이지 않았다.

“저는 할 말이 남았습니다.”

“난 들을 말 없어.”

“해원.”

처음이었다.

허담이 마님이라는 호칭을 버린 것은.

해원이 멈췄다.

“방금 뭐라고 했어?”

“해원.”

“한 번만 더 불러봐.”

허담이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

“해원.”

짝!

해원의 손바닥이 허담의 뺨을 후려쳤다.

그런데 허담은 웃었다.

“이제 좀 살아 있는 사람 같군.”

“미친놈.”

해원은 그대로 방을 나갔다.

“복례야.”

“예, 마님.”

“옷 가져와.”

“이 밤에 어디 가시려고요?”

“사내 만나러.”

복례의 입이 떡 벌어졌다.

“또요?”

해원이 돌아봤다.

“또라니?”

“아, 아닙니다.”

“내가 몇을 만났다고 벌써 또야?”

복례가 입술을 달싹였다.

“둘…….”

뒤에서 돌쇠가 말했다.

“셋 아닌가?”

해원이 홱 돌아봤다.

“넌 왜 아직 안 꺼졌어?”

“숫자 세고 있었습니다.”

“재수 없는 놈.”

그날 밤 해원은 정말 담을 넘었다.

상복 위에 검은 장옷을 뒤집어쓴 채였다.

목적지는 장터 끝 객주였다.

며칠 전부터 해원을 빤히 쳐다보던 사내가 있었다.

평양과 한양 사이를 오간다는 포목상 윤태경.

말끔한 얼굴에 입은 더러웠다.

낮에 해원을 보고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 과부, 밤에는 더 예쁠 것 같은데.”

해원은 그 말을 들었다.

그래서 찾아갔다.

객주 방문을 열자 술잔을 들고 있던 태경의 얼굴이 굳었다.

“……마님?”

“왜. 낮에는 잘도 떠들더니 밤에는 말이 안 나와?”

태경이 천천히 일어났다.

“설마 제 말을 들으셨습니까?”

“응.”

“죽이러 오셨습니까?”

“그럴까?”

해원이 장옷을 벗어 걸었다.

태경의 시선이 소복에 멈췄다.

“상중 아니십니까?”

“그러니까?”

“남편이 죽은 지 얼마나 됐다고.”

해원이 술상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다가갔다.

“겁나면 나가.”

태경이 웃었다.

“제가 왜 나갑니까? 제 방인데.”

“그럼 입 닥치고 있어.”

해원은 그의 술잔을 빼앗아 단숨에 마셨다.

태경의 웃음이 사라졌다.

“소문보다 더한 분이네.”

“무슨 소문?”

“낮에는 열녀고 밤에는 사내 잡아먹는다는 소문.”

해원이 잔을 내려놓았다.

“벌써?”

“장터에 입이 몇 갠데요.”

“그래서 싫어?”

태경은 대답 대신 방문을 닫았다.

빗장이 걸렸다.

해원이 웃었다.

“그건 대답으로 알아들을게.”

그날 해원은 새벽이 다 되어서야 객주를 나왔다.

그리고 사흘 뒤에는 나루터 사공의 방에 있었다.

이름은 강무진.

말수가 적고 몸이 단단한 사내였다.

해원이 먼저 술병을 들고 찾아가자 무진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양반집 과부가 미쳤습니까?”

“조금.”

“잡히면 저부터 죽습니다.”

“싫으면 문 열어.”

무진이 문을 열었다.

해원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런데 무진은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문밖을 한 번 확인한 뒤 다시 닫았다.

“사람 없는지 본 겁니다.”

“겁쟁이.”

“겁쟁이가 이러겠습니까?”

무진이 해원의 손목을 잡았다.

해원은 빼지 않았다.

“세게 잡네.”

“싫습니까?”

“아니.”

그 한마디 뒤로 등잔불이 꺼졌다.

또 이틀 뒤에는 대장간이었다.

대장장이 진필은 해원을 보자마자 욕부터 했다.

“염병, 여긴 왜 오셨습니까?”

“너 보러.”

“나한테 미친년 소리 들으러 왔습니까?”

“해봐.”

“미친 여자요.”

해원이 웃었다.

“마음에 드네.”

진필이 망치를 내려놨다.

“소문 진짜였네.”

“무슨 소문.”

“마님이 밤마다 사내 갈아치운다는 거.”

“너도 끼고 싶어?”

진필이 해원을 한참 봤다.

그러다 대장간 문을 닫았다.

“내일 후회한다고 지랄하지 마십시오.”

“내가 후회하면 네가 책임져?”

“뭘 어떻게?”

해원이 그의 앞섶을 잡아당겼다.

“그건 네가 생각해.”

그 뒤로 해원은 멈추지 않았다.

객주의 포목상.

나루터의 사공.

대장간의 대장장이.

열녀문을 세우러 온 목수.

그리고 아직 손도 대지 못한 의원 허담까지.

낮이면 최씨 부인은 손님들 앞에서 울었다.

“우리 며느리는 죽은 남편 생각에 잠도 못 잡니다.”

해원은 옆에 앉아 고개를 숙였다.

“제가 부족하여 서방님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날 밤 해원은 담장을 넘으며 중얼거렸다.

“지키긴 뭘 지켜.”

복례가 뒤따라오며 속삭였다.

“오늘은 또 누구십니까?”

“오늘은 나도 몰라.”

“예?”

해원이 장터 쪽을 바라봤다.

“가서 보고 고르려고.”

복례가 입을 틀어막았다.

“마님, 정말 미치셨습니까?”

“응.”

해원이 웃었다.

“이제 좀 살 것 같아.”

하지만 그날 밤은 달랐다.

객주 뒷방 문을 열자 이미 세 사내가 앉아 있었다.

태경.

무진.

그리고 진필.

해원의 얼굴이 굳었다.

“뭐야.”

태경이 술잔을 내려놓았다.

“마님께 여쭤볼 게 있어서요.”

“셋이 짜고 기다렸어?”

진필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우리 셋만 있는 줄 아십니까?”

“무슨 소리야?”

무진이 말없이 문밖을 가리켰다.

해원이 고개를 돌렸다.

복도 끝에 돌쇠가 서 있었다.

그 옆에는 허담까지 있었다.

해원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게 무슨 개판이야?”

태경이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마님이 우리 중 누구를 제일 마음에 들어 하는지 내기를 했습니다.”

해원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뭐?”

“그런데 이상한 게 하나 있더군요.”

태경이 종이를 펼쳤다.

그곳에는 남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이름마다 날짜가 붙어 있었다.

해원이 그 날짜들을 확인하는 순간 웃음기가 사라졌다.

전부 정확했다.

자신이 그 사내들을 찾아갔던 밤.

단 하루도 틀리지 않았다.

“누가 적었어?”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해원이 종이를 구겨버렸다.

“어떤 미친 새끼가 내 뒤를 밟았냐고!”

그때 객주 안쪽 방문이 열렸다.

처음 보는 사내 하나가 걸어 나왔다.

비단 도포.

술기운 하나 없는 눈.

사내는 해원을 보자 웃었다.

“드디어 뵙는군요.”

해원의 눈이 가늘어졌다.

“넌 누구야?”

“남편분과 아주 가까웠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사내가 해원의 손에 들린 종이를 바라봤다.

“저 날짜들.”

입꼬리가 비틀렸다.

“제가 적었습니다.”

해원이 성큼 다가갔다.

“왜.”

사내가 웃었다.

“죽은 친구 부탁이었으니까.”

해원의 얼굴이 굳었다.

“무슨 부탁?”

사내가 그녀의 귀 가까이 얼굴을 기울였다.

“자기가 죽으면.”

잠시 후 떨어진 말에 방 안의 모든 사내가 입을 다물었다.

“마누라가 몇 놈까지 품는지 끝까지 지켜봐 달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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