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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Penulis: 루니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7-29 10:55:19

허담은 돌쇠보다 먼저 오겠다는 말을 지켰다.

해가 산등성이 아래로 완전히 내려가기 전,

별당 앞에 약갑이 놓이는 소리가 들렸다.

담장 너머에서는 아직 망치질이 이어지고 있었으므로,

평소보다 이른 방문이 누구 때문인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복례가 방문을 열며 해원의 눈치를 살폈다.

“마님, 의원 나리께서 오셨습니다.”

해원은 거울이 걸려 있던 빈 벽을 바라보다 천천히 몸을 돌렸다.

최씨 부인이 치워 버린 자리에는 작은 못 자국만 남아 있었다.

“들라 해.”

허담은 방에 들어오자 창문부터 닫았다.

바깥의 망치 소리는 한 겹 멀어졌지만, 둔탁한 울림은 여전히 창호지를 타고 스며들었다.

“오늘은 아직 열이 오르지 않았어요.”

“오르기 전에 살펴야지요.”

“돌쇠보다 먼저 오려고 서두른 건 아니고요?”

허담은 대답하지 않은 채 약갑을 열었다.

약병과 침통, 깨끗하게 접힌 흰 천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손목을 주십시오.”

해원은 곧바로 팔을 내밀지 않았다.

“어젯밤에 이미 보셨잖아요.”

“하룻밤 사이에도 몸은 달라집니다.”

“몸이 궁금한 건지, 어젯밤 일이 궁금한 건지 모르겠네요.”

약병을 고르던 허담의 손끝이 조금 늦어졌다.

그러나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천을 펼쳤다.

“어젯밤 이후 불편한 곳은 없습니까?”

“어디를 말하는 거예요?”

“숨이 가쁘거나 열이 오르는 곳 말입니다.”

“그런 곳은 있었죠.”

해원이 웃으며 소매를 걷었다.

허담은 오래 살피지 않고 천을 거두었다.

“어제보다 빠릅니다.”

“누구 때문인지도 보여요?”

창밖에서 망치가 다시 울렸다.

해원의 호흡이 순간 흐트러지자 허담의 시선이 손목에서 창문으로 옮겨갔다.

“돌쇠가 아직 일하고 있군요.”

“기다리는 중일지도 모르죠.”

“무엇을요?”

“내가 오늘 누구를 들일지.”

허담은 천을 접어 약갑 위에 올려놓았다.

“사람을 시험하지 마십시오.”

“의원 나리는 시험받는 게 두려워요?”

“다치는 사람이 생길까 염려하는 겁니다.”

“누가 다치는데요?”

대답은 없었다.

해원은 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였다.

은은한 약향이 가까워졌고, 허담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 오래 머물렀다.

“열은 없습니다.”

“그럼 돌아가셔야겠네요.”

“아직 얼굴빛을 보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보고 있잖아요.”

“등잔이 어둡습니다. 머리카락을 치우십시오.”

해원의 머리카락 한 가닥이 뺨을 따라 흘러내렸다.

그녀는 손을 들지 않은 채 허담을 향해 고개를 기울였다.

“의원 나리가 치워 주면 안 되나요?”

허담의 입술이 곧게 다물렸다.

“그 정도는 직접 하실 수 있습니다.”

“환자와 의원 사이에는 손도 닿으면 안 되나 봐요?”

“진료에 필요하지 않은 행동은 하지 않습니다.”

“그 거리를 먼저 좁힌 건 의원 나리인데.”

허담은 더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을 들어 해원의 뺨 가까이 가져왔다가, 머리카락에 닿기 직전 멈췄다.

해원은 그 손을 잡지 않았다.

다만 스스로 얼굴을 조금 더 가까이 가져갔다.

허담의 손등에 밴 약초 냄새가 입술 안쪽까지 번질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그의 숨이 잠시 어긋났다.

해원은 그 미세한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의원 나리도 멀쩡하지 않은 것 같은데.”

허담은 손을 내렸다.

“진료를 방해하지 마십시오.”

그때 바깥의 망치 소리가 멎었다.

잠시 뒤 문밖에서 발소리가 다가왔다.

복례가 내다보더니 난처한 얼굴로 돌아섰다.

“마님, 돌쇠가 왔습니다.”

문살 너머에서 돌쇠가 말했다.

“낮에 박은 쐐기가 빠졌는지 보러 왔습니다.”

해원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밤에만 빠지는 쐐기도 있나 보구나.”

문밖이 잠잠해졌다.

허담은 약갑 뚜껑을 닫으며 말했다.

“문은 내일 고쳐도 됩니다.”

“의원 나리가 목수 일까지 정하나요?”

“환자는 쉬어야 하니까요.”

“내가 쉰다고 한 적은 없는데.”

해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빗장 앞으로 걸어갔다.

허담의 시선이 그녀를 따라왔다.

“무엇을 하시려는 겁니까?”

“의원 나리 말대로 아직 진맥이 끝나지 않았잖아요.”

해원은 빗장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문밖에서 돌쇠의 그림자가 길게 흔들렸다.

“그러니 계속하세요.”

“문을 열면서 말입니까?”

“문을 닫아야만 진맥할 수 있어요?”

해원은 문고리를 잡은 채 허담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바깥의 돌쇠에게 분명히 들리도록 말했다.

“너도 들어와.”

문이 조금 열리자 서늘한 밤공기와 송진 냄새가 함께 밀려들었다.

돌쇠는 문턱 앞에 선 채 안을 바라보았고, 허담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해원은 두 남자 사이에 선 채 미소 지었다.

“오늘은 누가 먼저 물러나는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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