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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Author: 루니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29 11:02:25

해원이 계단 위에서 내려다보며 웃었다.

“오늘 밤 도겸이랑 있어보고 기준부터 높여놓을게.”

태율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윤해원, 너 진짜 사람 돌아버리게 하는 재주 있다.”

태성이 코웃음을 쳤다.

“왜? 벌써 자신 없어?”

“형은 닥쳐. 형 것이 크니 어쩌니 떠들어놓고 막상 고르라니까 겁나?”

“내가 왜 겁나.”

“그럼 입 좀 다물어.”

도겸이 해원의 옆에서 작게 웃었다.

태율이 바로 눈을 부라렸다.

“너는 뭐가 웃겨?”

“두 분이 너무 진지해서요.”

“이 자식이.”

해원이 도겸 앞을 막았다.

“건드리지 마.”

“쟤 편까지 들어?”

“오늘 내가 고른 사내잖아.”

태성의 표정도 일그러졌다.

“아까는 나라고 했잖아.”

“마음 바뀌었다고 했지.”

“사람 가지고 장난하냐?”

해원의 웃음이 사라졌다.

“그 말 네가 하면 좀 웃기지 않아?”

“뭐?”

“내가 누구 것이니, 어느 놈이 더 낫니, 지랄하면서 사람을 물건처럼 세워놓은 건 너희 둘이잖아.”

객주 안이 조용해졌다.

해원은 두 형제를 번갈아 가리켰다.

“그러니까 오늘은 둘 다 탈락.”

“해원.”

“닥쳐.”

그녀는 도겸의 손목을 잡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방문이 닫히기 직전 태율이 소리쳤다.

“저놈이 뭐가 그렇게 좋아?”

해원이 고개만 내밀었다.

“조용하잖아.”

쾅.

문이 닫혔다.

아래층에서 태성이 욕했다.

“거봐. 네 주둥이가 문제라니까.”

“형 주둥이는 깨끗하고?”

“적어도 나 때문에 다른 놈 방으로 가진 않았지.”

“개소리 마!”

또 싸움이 시작됐다.

방 안에서 도겸이 고개를 저었다.

“저 형제 원래 저렇습니까?”

“오늘 처음 봤어.”

“그런데 벌써 질리지 않습니까?”

“조금.”

도겸이 술병을 들었다.

“저는 안 질리게 해드릴 수 있는데.”

해원이 눈을 가늘게 떴다.

“너도 결국 그런 소리 하네.”

“어떤 소리요?”

“내가 오늘 누구랑 자느니, 누가 더 낫느니.”

도겸이 잔을 내려놓았다.

“저는 경쟁할 생각 없습니다.”

“왜?”

“마님이 다른 사람을 고르면 그뿐이니까.”

해원이 잠깐 그를 바라봤다.

“재미없네.”

“그게 나쁜 겁니까?”

“아니.”

해원이 웃었다.

“오히려 마음에 들어.”

그날 밤 두 사람은 늦도록 술을 마셨다.

아래층에서는 태율과 태성이 번갈아 욕을 해댔다.

“형은 옛날부터 허풍만 컸어!”

“야, 네가 내 걸 뭘 안다고 지랄이야!”

“목욕탕에서 봤다니까!”

“열두 살 때 본 걸 아직 기억하는 네가 더 미친 새끼야!”

해원은 웃다가 술을 뿜을 뻔했다.

도겸이 말했다.

“저러다 진짜 확인하겠는데요.”

“그러라 그래.”

“마님은 안 궁금합니까?”

“하나도.”

“거짓말 같은데.”

해원이 도겸을 노려봤다.

“너까지 그러면 내보낸다.”

“알겠습니다.”

새벽이 가까워졌을 때 해원은 객주에서 나왔다.

태율과 태성은 정말 밤새 기다리고 있었다.

둘 다 눈 밑이 퀭했다.

해원이 기가 막혀 웃었다.

“진짜 있었네.”

태성이 벌떡 일어났다.

“그래서?”

“뭐가.”

“저놈 어땠어?”

도겸이 뒤에서 나오다가 멈췄다.

해원이 태성을 쳐다봤다.

“그게 왜 궁금해?”

태율도 끼어들었다.

“그러니까 오늘은 누구 고를 건데?”

“아침부터?”

“네가 어제 고른다며.”

해원은 잠깐 고민하는 척하다가 손가락으로 태성을 가리켰다.

“너.”

태성의 얼굴이 환해졌다.

태율이 바로 욕했다.

“미쳤어?”

태성이 태율의 어깨를 밀었다.

“봤지?”

“뭘 봐!”

“나라고 했잖아.”

“아직 아무것도 안 했어!”

해원이 태성에게 다가갔다.

“좋아하지 마.”

“왜.”

“저녁까지 마음 안 바뀐다는 보장 없어.”

태율이 바로 웃었다.

“들었지?”

태성이 이를 갈았다.

“넌 좀 꺼져.”

그날 낮, 해원이 집으로 돌아가자 최씨 부인은 이미 소문을 들은 뒤였다.

“이번에는 형제까지 건드렸느냐?”

“아직 한 명도 안 건드렸는데요.”

“아직?”

최씨 부인이 머리를 짚었다.

“네 입에서 아직이라는 말이 나오느냐?”

해원이 태연하게 차를 따랐다.

“저녁에 정하려고요.”

“뭘!”

“어느 형제랑 잘지.”

최씨 부인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이 미친년!”

“알아요.”

“집안 망신을 어디까지 시킬 작정이냐!”

해원은 찻잔을 내려놓았다.

“어머님.”

“왜!”

“이제 와서 재미있는 게 생겼어요.”

“뭐가.”

“아들 셋 중 누가 제일 못났는지.”

최씨 부인의 입이 벌어졌다.

“태성이랑 태율이는 둘째치고.”

해원이 웃었다.

“죽은 줄 알았던 현수까지 살아 돌아오면.”

최씨 부인의 얼굴이 굳었다.

해원의 눈빛도 바뀌었다.

“왜 그런 표정이에요?”

“아무것도 아니다.”

“거짓말.”

그때 대문 밖에서 남자의 고함이 터졌다.

“윤해원!”

해원의 손이 멈췄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최씨 부인이 벌떡 일어났다.

“안 된다.”

“누구예요?”

“방에 있어!”

“왜요?”

대문이 거칠게 열렸다.

반년 전 장례까지 치렀던 남자.

죽은 남편 강현수가 살아서 마당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해원을 보자마자 욕부터 뱉었다.

“이 망할 년이.”

해원은 천천히 일어났다.

현수의 시선이 해원의 목덜미와 흐트러진 옷깃을 훑었다.

“형 둘이랑도 붙을 생각이라며?”

해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살아 있었네.”

“그래.”

“잘됐어.”

“뭐가?”

해원이 현수에게 다가갔다.

“이제 셋이 싸워.”

현수의 얼굴이 굳었다.

“뭘?”

“누가 내 남편이니, 누가 더 낫니.”

해원이 비웃었다.

“니들 형제끼리 밤새 그것만 떠들더라.”

그때 대문 밖에서 태율과 태성이 동시에 들어왔다.

태율이 현수를 보자마자 욕했다.

“이 새끼가 진짜 살아 있었네.”

태성이 소매를 걷었다.

“잘 왔다.”

해원이 세 형제를 번갈아 보며 웃었다.

“그래.”

그녀는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셋이 한번 싸워봐.”

현수가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뭘 두고?”

해원이 턱을 괴었다.

“나 말고.”

세 형제의 표정이 동시에 굳었다.

“누가 제일 잘났는지.”

태율이 코웃음을 쳤다.

태성도 물러서지 않았다.

현수는 더 황당한 말을 뱉었다.

“형들이 나보다 낫다고 생각해?”

해원의 웃음이 짙어졌다.

“좋네.”

그리고 세 사람을 천천히 훑었다.

“오늘 밤 제일 덜 병신 같은 놈 하나만 내 방으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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