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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화 남겨진 네 사람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22 13:04:55

류채아는 낯선 저택 앞에 서 있었다.

높은 담장 안쪽에 자리 잡은 2층 저택은 오래되어

보였지만 폐허와는 거리가 멀었다.

정원도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현관 주변에는 처음 보는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채아가 저택을 올려다봤다.

“여기가…… 아지트예요?”

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현관문이 열리고 네 사람이 안으로 들어갔다.

채아도 조심스럽게 따라갔다. 저택 안은 생각보다 넓었다.

거실과 주방은 물론이고 여러 개의 방이 있었으며,

복도 끝에는 넓은 훈련실도 있었다.

벽에는 검과 부적 같은 물건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여기서…… 계속 생활하는 거예요?”

차아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우리 팀은 여기서 지내.”

채아는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다 한쪽 벽에 걸려 있는 사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사진 속에는 다섯 명이 있었다.

류현. 한이준. 권태혁. 차아린.

그리고 처음 보는 한 명. 채아가 사진을 가리켰다.

“저 사람은 누구예요?”

순간 네 사람의 움직임이 멈췄다.

아무도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류현이 사진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나중에 이야기해줄게.” “……네.” 채아는 더 묻지 않았다.

차아린이 채아를 소파에 앉혔다.

“일단 팔부터 확인하자.” 류현이 구급상자를 가져왔다.

채아가 소매를 걷자 3년 동안 사라지지 않았던

상처가 모습을 드러냈다. 류현이 상처 주변을 살폈다.

“아직도 그대로야?” “네.” “평소에는?”

“거의 안 아파요.” 류현이 손을 내밀었다.

희미한 빛이 손끝에서 나타났다.

따뜻한 빛이 채아의 팔을 감쌌다.

잠시 후 류현의 표정이 달라졌다.

“……이상한데.” 한이준이 다가왔다.

“뭐가?” “상처가 아니야.”

류현이 채아의 팔을 바라봤다.

“힘이 지나가는 통로처럼 되어 있어.”

채아가 눈을 크게 떴다. “통로요?”

“그래. 그런데 이런 형태는 처음 봐.”

채아는 자신의 팔을 내려다봤다.

3년 전 사고 이후 단 한 번도 사라지지 않았던 상처였다.

혹시 이 상처가 자신에게 힘이 생긴 것과 관련이 있는 걸까.

그때 권태혁이 훈련실 쪽을 바라봤다.

“확인해보자.” 채아가 그를 바라봤다. “뭘요?”

“네가 정말 힘을 사용할 수 있는지.”

류현이 말리려 했다.

“아직 몸이 안정되지 않았어.”

“그래서 더 확인해야지.”

권태혁이 훈련실로 걸어갔다.

채아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훈련실 중앙에는 작은 검은 구슬 하나가 놓여 있었다.

권태혁이 말했다. “저걸 향해서 힘을 써봐.”

“어떻게 하는데요?” “그건 네가 알아서 찾아야지.”

채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저도 처음이라고요.”

한이준이 웃으며 말했다.

“천천히 해. 꼭 성공할 필요는 없어.”

채아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어젯밤을 떠올렸다.

악령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던 순간.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던 순간.

그리고 자신의 몸 안으로 힘이 들어왔던 순간.

두근. 심장이 뛰었다. 팔의 상처가 희미하게 빛났다.

파앗! 보랏빛이 손끝에 나타났다.

채아가 눈을 떴다. “됐어…….”

하지만 빛은 금세 흔들렸다.

권태혁이 구슬을 바라봤다.

구슬 표면에 작은 금이 생겼다.

“1단계.” 류현이 말했다.

“지금 네가 사용할 수 있는 건 그 정도야.”

채아가 손을 바라봤다.

“1단계…….” 한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힘은 약하지만 분명히 네 힘이야.”

그 순간 채아의 몸이 휘청했다.

류현이 바로 채아의 팔을 잡았다.

“괜찮아?” “조금 어지러워요.”

류현이 채아의 상태를 살폈다.

“힘을 오래 사용하면 안 돼. 아직 몸이 적응하지 못했어.”

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날 저녁. 채아는 거실에서 혼자 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 봤던 다섯 명의 사진이었다.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한 채아가 물었다.

“저 사람…… 정말 죽은 거예요?”

한이준이 대답했다. “그래.”

채아가 고개를 숙였다. “이름은요?”

“서도윤.” 한이준이 말했다.

“우리 팀에 리더.”

잠시 후 네 사람이 거실에 모였다.

류현이 사진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도윤은 우리보다 먼저 혼경자가 됐어.”

“어떤 사람이었어요?” 차아린이 조용히 말했다.

“사람을 구하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고,우리의 에이스 였지.”

권태혁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죽었고.”

방 안이 조용해졌다. 채아가 그를 바라봤다.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류현이 천천히 말했다.

“1년 전, 우리가 강한 악령 하나를 추적하고 있었어.”

“그런데 예상보다 악령이 강했어.”

한이준이 말을 이었다.

“그 악령이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우리는 사람들을 먼저 대피시키려고 했어.”

류현이 사진을 내려다봤다.

“그때 도윤이 혼자 악령을 막았어.”

“우리가 돌아오라고 했지만…….”

차아린이 사진을 꼭 쥐었다.

“끝까지 사람들을 지키려고 했어.”

채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류현이 대답했다.

“우리가 사람들을 모두 구했을 때, 도윤은 이미 사라진 뒤였어.”

채아가 사진 속 도윤을 바라봤다.

밝게 웃고 있는 얼굴.

그런데 지금 이 사진을 바라보는 네 사람의 표정은 무거웠다.

채아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서 지금 네 명인 거예요?”

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잠시 후 채아가 말했다. “……미안해요.”

“왜?” “제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 같아서요.”

류현이 고개를 저었다.

“넌 누구의 자리도 대신하지 않아.”

그 말에 채아가 류현을 바라봤다.

“그럼 저는 왜 여기 있는 거예요?”

류현은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채아의 팔을 바라봤다.

“그걸 알아내려고 하는 거야.” 그 순간. 탁.

벽에 걸려 있던 도윤의 사진이 갑자기 떨어졌다.

채아가 놀라 사진을 주웠다.

그런데 사진을 잡은 순간. 파앗!

채아의 손끝에서 보랏빛이 흘러나왔다.

네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채아에게 향했다.

사진 속 도윤의 모습 주변에도 아주 희미한 빛이 나타났다.

한이준이 숨을 삼켰다. “……방금 봤어?”

류현이 대답했다. “그래.”

권태혁이 사진을 바라봤다.

“도윤의 흔적에 반응한 건가?”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채아는 자신의 손과 사진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리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3년 전 자신의 사고.

사라지지 않는 상처.

갑자기 생겨난 힘.

그리고 1년 전 죽은 혼경자.

어쩌면 이 모든 일은 서로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연결고리가 무엇인지는 아직 아무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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