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류채아는 낯선 저택 앞에 서 있었다.
높은 담장 안쪽에 자리 잡은 2층 저택은 오래되어 보였지만 폐허와는 거리가 멀었다. 정원도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현관 주변에는 처음 보는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채아가 저택을 올려다봤다. “여기가…… 아지트예요?” 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현관문이 열리고 네 사람이 안으로 들어갔다. 채아도 조심스럽게 따라갔다. 저택 안은 생각보다 넓었다. 거실과 주방은 물론이고 여러 개의 방이 있었으며, 복도 끝에는 넓은 훈련실도 있었다. 벽에는 검과 부적 같은 물건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여기서…… 계속 생활하는 거예요?” 차아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우리 팀은 여기서 지내.” 채아는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다 한쪽 벽에 걸려 있는 사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사진 속에는 다섯 명이 있었다. 류현. 한이준. 권태혁. 차아린. 그리고 처음 보는 한 명. 채아가 사진을 가리켰다. “저 사람은 누구예요?” 순간 네 사람의 움직임이 멈췄다. 아무도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류현이 사진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나중에 이야기해줄게.” “……네.” 채아는 더 묻지 않았다. 차아린이 채아를 소파에 앉혔다. “일단 팔부터 확인하자.” 류현이 구급상자를 가져왔다. 채아가 소매를 걷자 3년 동안 사라지지 않았던 상처가 모습을 드러냈다. 류현이 상처 주변을 살폈다. “아직도 그대로야?” “네.” “평소에는?” “거의 안 아파요.” 류현이 손을 내밀었다. 희미한 빛이 손끝에서 나타났다. 따뜻한 빛이 채아의 팔을 감쌌다. 잠시 후 류현의 표정이 달라졌다. “……이상한데.” 한이준이 다가왔다. “뭐가?” “상처가 아니야.” 류현이 채아의 팔을 바라봤다. “힘이 지나가는 통로처럼 되어 있어.” 채아가 눈을 크게 떴다. “통로요?” “그래. 그런데 이런 형태는 처음 봐.” 채아는 자신의 팔을 내려다봤다. 3년 전 사고 이후 단 한 번도 사라지지 않았던 상처였다. 혹시 이 상처가 자신에게 힘이 생긴 것과 관련이 있는 걸까. 그때 권태혁이 훈련실 쪽을 바라봤다. “확인해보자.” 채아가 그를 바라봤다. “뭘요?” “네가 정말 힘을 사용할 수 있는지.” 류현이 말리려 했다. “아직 몸이 안정되지 않았어.” “그래서 더 확인해야지.” 권태혁이 훈련실로 걸어갔다. 채아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훈련실 중앙에는 작은 검은 구슬 하나가 놓여 있었다. 권태혁이 말했다. “저걸 향해서 힘을 써봐.” “어떻게 하는데요?” “그건 네가 알아서 찾아야지.” 채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저도 처음이라고요.” 한이준이 웃으며 말했다. “천천히 해. 꼭 성공할 필요는 없어.” 채아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어젯밤을 떠올렸다. 악령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던 순간.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던 순간. 그리고 자신의 몸 안으로 힘이 들어왔던 순간. 두근. 심장이 뛰었다. 팔의 상처가 희미하게 빛났다. 파앗! 보랏빛이 손끝에 나타났다. 채아가 눈을 떴다. “됐어…….” 하지만 빛은 금세 흔들렸다. 권태혁이 구슬을 바라봤다. 구슬 표면에 작은 금이 생겼다. “1단계.” 류현이 말했다. “지금 네가 사용할 수 있는 건 그 정도야.” 채아가 손을 바라봤다. “1단계…….” 한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힘은 약하지만 분명히 네 힘이야.” 그 순간 채아의 몸이 휘청했다. 류현이 바로 채아의 팔을 잡았다. “괜찮아?” “조금 어지러워요.” 류현이 채아의 상태를 살폈다. “힘을 오래 사용하면 안 돼. 아직 몸이 적응하지 못했어.” 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날 저녁. 채아는 거실에서 혼자 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 봤던 다섯 명의 사진이었다.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한 채아가 물었다. “저 사람…… 정말 죽은 거예요?” 한이준이 대답했다. “그래.” 채아가 고개를 숙였다. “이름은요?” “서도윤.” 한이준이 말했다. “우리 팀에 리더.” 잠시 후 네 사람이 거실에 모였다. 류현이 사진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도윤은 우리보다 먼저 혼경자가 됐어.” “어떤 사람이었어요?” 차아린이 조용히 말했다. “사람을 구하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고,우리의 에이스 였지.” 권태혁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죽었고.” 방 안이 조용해졌다. 채아가 그를 바라봤다.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류현이 천천히 말했다. “1년 전, 우리가 강한 악령 하나를 추적하고 있었어.” “그런데 예상보다 악령이 강했어.” 한이준이 말을 이었다. “그 악령이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우리는 사람들을 먼저 대피시키려고 했어.” 류현이 사진을 내려다봤다. “그때 도윤이 혼자 악령을 막았어.” “우리가 돌아오라고 했지만…….” 차아린이 사진을 꼭 쥐었다. “끝까지 사람들을 지키려고 했어.” 채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류현이 대답했다. “우리가 사람들을 모두 구했을 때, 도윤은 이미 사라진 뒤였어.” 채아가 사진 속 도윤을 바라봤다. 밝게 웃고 있는 얼굴. 그런데 지금 이 사진을 바라보는 네 사람의 표정은 무거웠다. 채아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서 지금 네 명인 거예요?” 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잠시 후 채아가 말했다. “……미안해요.” “왜?” “제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 같아서요.” 류현이 고개를 저었다. “넌 누구의 자리도 대신하지 않아.” 그 말에 채아가 류현을 바라봤다. “그럼 저는 왜 여기 있는 거예요?” 류현은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채아의 팔을 바라봤다. “그걸 알아내려고 하는 거야.” 그 순간. 탁. 벽에 걸려 있던 도윤의 사진이 갑자기 떨어졌다. 채아가 놀라 사진을 주웠다. 그런데 사진을 잡은 순간. 파앗! 채아의 손끝에서 보랏빛이 흘러나왔다. 네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채아에게 향했다. 사진 속 도윤의 모습 주변에도 아주 희미한 빛이 나타났다. 한이준이 숨을 삼켰다. “……방금 봤어?” 류현이 대답했다. “그래.” 권태혁이 사진을 바라봤다. “도윤의 흔적에 반응한 건가?”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채아는 자신의 손과 사진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리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3년 전 자신의 사고. 사라지지 않는 상처. 갑자기 생겨난 힘. 그리고 1년 전 죽은 혼경자. 어쩌면 이 모든 일은 서로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연결고리가 무엇인지는 아직 아무도 알지 못했다.다섯 사람은 골목을 빠져나왔다.하지만 누구 하나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조금 전 발견한 검은 자국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악령의 기운.하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분명 다른 기운이 섞여 있었다.류현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어두운 골목은 이미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했다.“…….”태혁이 물었다.“왜?”“아무것도 아니야.”류현은 다시 걸었다.이준은 휴대폰을 확인했다.“기운이 완전히 사라졌어.”아린이 말했다.“정말 아무것도 안 남은 거야?”“응.”“그럼 우리가 본 건 뭐였을까?”이준은 대답하지 못했다.채아도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검은 자국.붉은 선.그리고.자신들이 다가가자 갑자기 움직였던 기운.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했다.“저기.”채아가 입을 열었다.모두가 바라봤다.“아까 그 검은 자국.”“응.”“누군가가 일부러 남겨놓은 것 같지 않아?”태혁이 잠시 생각했다.“나도 그렇게 느꼈어.”아린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누가 남긴 건데?”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류현이 말했다.“그걸 알아내야 해.”* 다음 날.학교.채아는 교실 창가에 앉아 있었다.주변에서는 학생들이 평소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어제의 일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였다.하지만.채아에게는 그렇지 않았다.자신과 류현이 악령과 싸웠던 장소.그리고.그 모습을 봤던 학생.채아는 교실 안을 천천히 둘러봤다.“…….”그 학생은 보이지 않았다.채아가 옆자리 학생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어제 학교 끝나고 무슨 일 있었어?”“어제?”“응.”학생은 고개를 저었다.“별일 없었는데?”“그래?”“왜?”“아니야.”채아는 더 묻지 않았다.그때.교실 문이 열렸다.학생 한 명이 들어왔다.채아는 무심코 그쪽을 바라봤다.순간.눈이 마주쳤다.어제.그 학생이었다.채아의 표정이 굳었다.학생도 채아를 보자 잠시 멈췄다.그러더니.고개를 돌리고 자리로 향했다.“…….”채아는 아무 말도 하지
48화. 남겨진 흔적공터를 빠져나온 류현과 채아는 곧바로 팀원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문이 열리자.태혁이 가장 먼저 고개를 들었다.“왔어?”류현은 대답하기 전에 주변을 살폈다.이준과 아린도 자리에서 일어났다.“무슨 일이야?”이준이 물었다.류현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악령이 여러 마리 나타났어.”태혁의 표정이 굳었다.“여러 마리?”“응.”채아가 이어 말했다.“한두 마리가 아니었어.”아린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둘 다 다친 데는 없어?”“괜찮아.”채아가 대답했다.류현도 고개를 끄덕였다.“큰 부상은 없어.”이준은 두 사람의 말을 듣고 휴대폰을 꺼냈다.“그럼 이것부터 봐.”화면에는 조금 전 이준이 확인했던 지도와 비슷한 화면이 떠 있었다.하지만.이번에는 표시가 훨씬 많았다.태혁이 화면을 들여다봤다.“이게 다 뭐야?”“기척이 감지된 곳.”이준이 말했다.“조금 전보다 늘었어.”채아의 표정이 굳었다.“얼마나?”“정확하게 세기는 어려워.”이준이 화면을 확대했다.“기운이 계속 나타났다 사라지고 있어.”류현이 화면을 바라봤다.“같은 종류야?”“비슷해.”이준이 대답했다.“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아.”아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럼 여러 종류의 악령이 동시에 나타난 거야?”이준은 잠시 생각했다.“아직은 그렇게 단정할 수 없어.”태혁이 팔짱을 꼈다.“왜 이렇게 복잡해?”“악령이 나타나는 방식이 평소랑 달라.”이준이 화면을 가리켰다.“보통은 기운이 한곳에서 강해졌다가 약해져.”“그런데?”“이번에는.”이준의 손가락이 지도 위를 움직였다.“기운이 일정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어.”채아가 화면을 자세히 바라봤다.표시된 점들이.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자세히 보니.한쪽 방향으로 조금씩 이어지고 있었다.“……이쪽.”채아가 말했다.“응.”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그렇게 보고 있어.”류현이 물었다.“어디로 이어져?”이준이 화면을 확대했다.하지만.
47화. 포위이번에는 하나가 아니었다.류현은 눈앞에 나타난 검은 기운들을 바라봤다.하나.둘.셋.그리고.그 뒤쪽에서도 또 다른 기척이 느껴졌다.“…….”채아도 주변을 살폈다.공터를 둘러싼 어둠 속에서 검은 기운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류현 오빠.”“응.”“몇 마리야?”류현은 대답하지 않았다.정확하게 세는 것조차 어려웠다.검은 기운들이 계속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한곳에 머무르지 않았다.공터의 앞쪽.오른쪽.뒤쪽.그리고 왼쪽.마치.두 사람을 가운데에 가둬 놓으려는 것처럼.채아가 작게 숨을 들이켰다.“우리 포위하려는 것 같아.”“맞아.”류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절대 가운데서 움직이지 마.”“응.”채아는 천천히 자세를 낮췄다.공터에는 아무도 없었다.늦은 시간이라 주변도 조용했다.덕분에 다른 사람이 전투에 휘말릴 걱정은 없었다.하지만.그만큼 두 사람이 모든 공격을 직접 막아야 했다.스르르.검은 기운 하나가 앞으로 움직였다.류현이 손을 들어 올렸다.“온다.”순간.검은 그림자가 바닥을 박차고 달려들었다.류현이 정면에서 막아냈다.콰앙!검은 기운과 류현의 힘이 부딪혔다.충격이 주변으로 퍼졌다.류현이 한 걸음 뒤로 밀려났다.하지만.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오른쪽!”채아가 외쳤다.류현이 몸을 돌렸다.두 번째 악령이 바로 옆에서 달려들고 있었다.류현이 팔을 들어 공격을 막았다.쾅!이번에는 충격이 더 컸다.류현의 발이 바닥을 끌었다.그 순간.뒤쪽에서 또 다른 기척이 느껴졌다.“뒤!”채아가 힘을 뻗었다.쿠웅!검은 기운이 채아의 힘에 막혔다.악령이 뒤로 밀려났다.하지만.채아가 숨을 돌릴 틈도 없었다.왼쪽에서 또 다른 악령이 나타났다.“……!”채아가 몸을 돌렸다.검은 기운이 빠르게 다가왔다.채아는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쾅!공격이 막혔다.하지만.이번에는 힘의 차이가 컸다.채아의 몸이 뒤로 밀렸다.“윽……!”채아는 이를 악물었다.발을 바닥에
류현과 류채아가 동시에 골목을 빠져나왔다.“저쪽이야!”조금 전 두 사람을 찾아왔던 학생이 숨을 몰아쉬며 방향을 가리켰다.“검은 게…… 저쪽 학생들을 따라갔어!”류현의 눈빛이 즉시 바뀌었다.“채아.” “응.”“앞으로.”두 사람은 동시에 달리기 시작했다.학생은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있었다.따라가지 않겠다고 생각했다.더 이상 이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하지만.조금 전 자신을 향해 움직이던 검은 기운.그리고.자신 앞을 막아섰던 류채아의 모습이 떠올랐다.“…….”학생은 결국 두 사람의 뒤를 바라봤다.그리고.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움직였다.이번에는 가까이 가지 않았다.조금 떨어진 거리에서.두 사람이 향하는 곳을 따라갔다.학교 근처의 길.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삼삼오오 걸어가고 있었다.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휴대폰을 보는 학생.친구와 장난을 치며 걷는 학생.평범한 오후였다.하지만. 그들 뒤.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곳에서 검은 기운이 움직이고 있었다.스르르.바닥을 따라 흐르던 기운이 천천히 위로 올라왔다.한 학생의 바로 뒤.검은 그림자가 손을 뻗었다그 순간.“멈춰!” 쿠웅!강한 힘이 검은 기운을 밀어냈다.학생들의 주변 공기가 크게 흔들렸다.“뭐야?” “바람?”몇몇 학생들이 놀라 주변을 바라봤다.하지만.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검은 기운은 이미 뒤쪽으로 밀려나 있었다.그리고.채아가 학생들 사이에 서 있었다.“…….”학생들은 갑자기 달려온 채아를 이상하게 바라봤다.“류채아?”“왜 갑자기?”채아는 대답하지 않았다.시선은.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검은 기운이 다시 천천히 형태를 만들고 있었다.류현도 곧바로 채아 옆에 섰다.“봤어?”채아가 낮게 물었다.“응.” “저게 본체야?”“아직 모르겠어.”류현은 주변을 살폈다.“기운이 너무 불규칙해.”악령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검은 안개처럼 보이던 기운이.조금씩 사람의 형태를 이루었다.하지만.정확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류채아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학교에 도착했다.교실 안에는 아직 많은 학생들이 오지 않았다.몇몇 학생들만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채아는 가방을 내려놓은 뒤 조용히 교실을 둘러봤다.“…….” 어제.공터에서 자신과 류현을 바라보던 학생.얼굴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하지만.이름은 알지 못했다.같은 학교 교복.그것밖에는 확실하게 알 수 없었다.채아는 창밖을 바라봤다.‘누구였을까.’전투를 봤다.그것도.류현과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서.마지막에는 기억을 정리하는 장면까지 봤다.채아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기억을 지우는 걸 봤다는 건…….’그 자체로도 문제가 될 수 있었다.“류채아.”갑자기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채아가 고개를 들었다.류현이었다.채아가 작게 놀랐다.“류현 오빠?”“잠깐 나와.”채아는 주변을 한번 확인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응.” 두 사람은 복도로 나왔다.아직 등교 시간이 완전히 끝나지 않아 복도에는 학생들이 많지 않았다.채아가 물었다.“찾았어?”류현은 고개를 저었다.“아직.”“그럼 왜 불렀어?”“얼굴은 기억하지?”“응.” “나도.”채아가 잠시 생각했다.“그런데 같은 학년인지도 모르잖아.”“알아.”“그럼 어떻게 찾으려고?”류현은 잠시 주변을 살폈다.“일단 반응을 보면 돼.”채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반응?”“어제 우리를 본 사람이면.”류현이 말했다.“오늘 우리를 보고 평소처럼 행동하기 어려울 거야.”채아는 잠시 생각했다.그 말은 맞았다.어제 공터에서 벌어진 일을 본 학생이라면.자신과 류현을 다시 보는 순간.놀라거나 피하려 할 가능성이 컸다.“그럼.” 채아가 말했다.“학생들을 계속 보는 거야?”“아니.” 류현은 짧게 대답했다.“우리 주변을 보는 거지.”채아는 작게 웃었다.“그게 더 이상한데.”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잠시 뒤.등교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학생들이 하나둘 교
학교가 끝난 뒤.류채아와 류현은 평소보다 천천히 학교 정문을 벗어났다.채아는 가방끈을 잡은 채 주변을 살폈다.사람들은 평소처럼 길을 지나가고 있었다.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그리고 길을 따라 걸어가는 다른 학생들.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하지만.채아는 계속 같은 기척을 느끼고 있었다.“…….”누군가 자신들을 보고 있었다.한 명이 아니었다.채아는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낮게 말했다.“류현 오빠.” “응.”“아까부터.” “알아.”류현은 앞을 바라본 채 대답했다.채아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몇 명이야?”“정확히는 모르겠어.”“많아?”류현의 시선이 잠시 주변으로 향했다.“적지는 않아.”채아의 표정이 굳었다.둘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학교에서 조금씩 멀어졌다.사람이 많은 길을 지나.상점이 줄어든 곳으로 향했다.그리고.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주변은 점점 조용해졌다.류현이 낮게 말했다.“계속 따라오고 있어.”“응.” “그럼 확인하자.”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방향을 바꿨다.사람들이 다니는 큰길을 벗어나.한적한 길로 들어섰다.조금 더 걸어가자.넓은 공터가 보였다.잡초가 듬성듬성 자라 있었고.주변에는 오래된 나무와 낮은 담장이 있었다.사람이 자주 다니는 장소는 아니었다.채아가 걸음을 멈췄다.류현도 함께 멈췄다.“여기면 되겠지.”채아가 주변을 둘러봤다.“사람 없어.”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조용히 말했다.“나와.” 잠시.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바람이 공터 위를 스쳐 지나갔다.그때.낮은 담장 뒤에서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그리고.나무 뒤.공터 입구.사람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채아의 눈빛이 굳었다.“…….” 한 명. 두 명.다섯 명. 열 명.숫자는 계속 늘어났다.학생들은 공터 안으로 들어오며 두 사람을 천천히 둘러쌌다.류현은 주변을 한 번 둘러봤다.“……사십 명.”채아가 작게 숨을 내쉬었다.“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