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유세린의 아침은 오후 두 시에 시작됐다.
정확히는 오후 두 시 십칠 분. “아, 죽겠다…….” 밤새 방송을 하고 새벽 다섯 시에 잠든 탓이었다. 세린은 침대에 누운 채 휴대폰부터 확인했다. [어제 그 옆집 남자 어떻게 됨?] [로지 언니 진짜 반했나 봐ㅋㅋㅋ] [얼굴 보여 줘 제발] 어젯밤 방송의 여파였다. “보여 주긴 뭘 보여 줘. 나만 볼 건데.” 세린은 혼잣말하며 댓글을 넘겼다. 그러다 문득 어젯밤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새까만 머리카락. 서늘한 눈매. 짜증이 잔뜩 묻어 있던 낮은 목소리. 욕까지 그렇게 찰지게 하던 남자는 처음이었다. 물론 마음에 드는 얼굴이라고 해서 무례한 행동까지 전부 용서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세린은 원래 어려운 남자를 보면 도전 정신부터 생기는 사람이었다. “이름이라도 알아야 하는데.” 그때 관리사무소에서 보낸 메시지가 도착했다. [심야 시간대 소음 민원이 접수되었습니다. 주의 부탁드립니다.] “아.” 세린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진짜 민원 넣었네?” 잠깐 어이가 없었지만, 생각해 보니 잘못한 건 자신이었다. 세린은 곧장 인터넷으로 방음 패널을 주문했다. 그 남자가 아무리 잘생겼어도 이웃에게 피해를 주는 건 별개의 문제였다. ⸻ 오후 네 시. 세린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들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 한 잔은 자신의 것. 나머지 한 잔은? 당연히 옆집 남자 것이었다. 혹시 마주칠까 싶어 산 건 아니었다. 정확히는 마주치려고 샀다.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그리고 세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어머, 오빠!” 검은 셔츠에 회색 슬랙스. 어젯밤보다 훨씬 말끔한 차림의 남자가 안에 서 있었다. 그는 세린을 보자마자 미간을 구겼다. “아, 씨발.” “반가워요!” “난 아닌데.” 세린은 아무렇지 않게 올라탔다. “어디 가세요?” “…….” “출근하세요? 직장인이에요?” “…….” “아니면 사장님?”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너 원래 말이 그렇게 많냐?”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요.” “그럼 싫어해.”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은데.” 남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세린은 웃으며 커피 한 잔을 내밀었다. “이거 드세요. 어제 시끄럽게 해서 죄송했어요.” “안 먹어.” “독 안 탔는데.” “관심 없다고.” “아, 아쉽다. 오빠 주려고 눈 뜨자마자 사 온 건데.” 남자의 시선이 커피를 잠깐 스쳤다. 그뿐이었다. “야.” “네?” “오빠라고 부르지 마.” 세린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럼 자기야?” “…….” “여보는 너무 빠르죠?” “야, 너 진짜.” “네, 오빠.” “씨발.” 세린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 엘리베이터가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 남자가 먼저 내렸다. 세린은 급히 뒤따라가려다가 멈칫했다. “아, 맞다. 오빠!” 남자가 짜증스럽게 돌아봤다. “또 뭐.” “오늘부터 방음할 거예요. 이제 안 시끄러울 거니까 걱정 마세요.” “그래. 제발.”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갔다. 세린은 멀어지는 뒷모습을 감상했다. “와, 뒷태도 미쳤네.” 그 순간이었다. 검은색 세단 옆에 서 있던 덩치 큰 남자 둘이 동시에 허리를 숙였다. “형님.” 세린의 눈썹이 올라갔다. 형님? 검은 셔츠의 남자가 걸음을 멈췄다. “차 준비했습니다.” “그 새끼는?” “아직 입 안 열었습니다.” “…….” 남자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 귀찮다는 듯 굴던 것과 전혀 다른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분명히 말했지.” “죄송합니다, 형님.”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짧은 정적이 흘렀다. 세린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방금 그 목소리는 이상하리만큼 차가웠다. 그때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너 뭐 하냐?” 세린은 손에 든 커피를 살짝 흔들었다. “아, 저요?” “왜 아직 거기 있어.” “그냥요.” 남자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세린은 방긋 웃었다. “오빠, 혹시 무슨 일 하세요?” “네가 알 거 없어.” “에이, 궁금한데.” “그럼 계속 궁금해해.” 남자가 차에 올라탔다. 문이 닫히고 검은 세단이 천천히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세린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형님이라 부르는 남자들. 검은 세단. 그리고 조금 전 들었던 섬뜩한 목소리. 평범한 회사원 같지는 않았다. “설마…….” 세린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더니 이내 혼자 웃음을 터뜨렸다. “아, 뭐야. 더 궁금해지잖아.” 그녀는 아직 몰랐다. 자신이 그렇게 열심히 꼬시고 있는 남자가 얼마나 위험한 인간인지. 그리고 그 위험이 언젠가 자신의 문 앞까지 찾아오게 되리라는 사실도.“봉투?”희주가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봤다.“너 그 남자한테 뭐 받았어?”“받긴 뭘 받아. 커피도 안 받아 주는 인간인데.”세린은 입술을 삐죽였다.“맨날 욕이나 먹었지.”“그럼 이 사람은 왜 이런 걸 물어보는 건데?”“그러니까.”세린은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702호 남자한테 뭐 받은 거 없어요?][특히 봉투 같은 거요.]이상했다.처음에는 자신을 감시하며 겁을 주더니, 이번에는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게다가 시헌의 이름까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언니. 이거 그 스토커랑 같은 사람일까?”“모르지. 계정도 다르잖아.”“그치?”“그러니까 답장하지 마.”세린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모든 메시지를 저장해 두었다. 경찰에도 추가로 전달할 생각이었다.그런데 한 가지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백시헌.그 남자는 대체 무슨 일을 벌이고 다니기에 자신까지 이런 일을 겪게 만드는 걸까.“아, 진짜.”세린이 쿠션을 끌어안았다.“얼굴만 잘생기면 다야?”희주가 고개를 끄덕였다.“드디어 정신 차렸네.”“아니, 얼굴은 여전히 좋아.”“…….”“근데 좀 짜증 난다고.”희주는 말없이 쿠션을 집어 들었다.⸻다음 날 오후.세린은 희주와 함께 오피스텔로 돌아왔다.다음 주 협찬 방송에 필요한 장비를 챙기기 위해서였다.관리사무소에 방문 사실을 알리고, 두 사람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필요한 것만 챙겨서 바로 가자.”“알았어.”“옆집 남자 만나도 괜히 말 걸지 말고.”“그건 장담 못 하는데.”“유세린.”“농담이야, 농담.”엘리베이터가 멈췄다.문이 열리자마자 세린의 발걸음도 멈췄다.“어머.”702호 앞.검은 셔츠를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백시헌이었다.옆에는 지난번 엘리베이터에서 봤던 정장 차림의 남자도 있었다.“시헌 오빠!”시헌의 고개가 돌아갔다.“아, 씨발.”세린이 활짝 웃었다.“와, 오랜만이에요.”“며칠 안 봤다고 오랜만은 무슨.”“보고 싶었어요?”“지랄.”옆에서 희주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쟤
“유세린. 너 지금 뭐 해?”희주의 목소리에 세린이 휴대폰을 뒤집었다.“아무것도.”“거짓말하지 마. 또 그 남자 사진 찾아?”“사진이 있어야 찾지.”“그럼 뭐 보는데?”“내 방송.”세린은 다시 화면을 켰다.방송을 쉰 지 사흘째.평소라면 이 시간쯤 화장을 마치고 시청자들과 수다를 떨고 있었을 것이다.[로지 언제 돌아와요?][누나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방송 보고 싶다ㅠㅠ]댓글을 읽던 세린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나 진짜 일하고 싶다.”“며칠 쉰다고 망하지 않아.”“언니. 나 이거 취미로 하는 거 아니거든?”세린은 쿠션을 끌어안았다.방송을 시작한 지 벌써 몇 년이었다.처음에는 시청자가 열 명도 되지 않았다. 온갖 악플을 견디고 새벽까지 방송하며 지금의 자리를 만들었다.그런데 정체도 모르는 남자 하나 때문에 자신의 생활이 무너지고 있었다.“진짜 짜증 나.”“그러니까 경찰에서 연락 올 때까지 조심하자.”“알아.”세린은 입술을 삐죽였다.“근데 나 계속 언니 집에 얹혀살 수도 없잖아.”“그건 나중에 생각하고.”그때 휴대폰이 울렸다.방송 협찬 담당자였다.[세린 님, 다음 주 예정된 브랜드 라이브 관련해서 일정 확인 부탁드립니다.]세린의 표정이 굳었다.다음 주.잊고 있었다.외부 스튜디오에서 진행하기로 한 협찬 방송이 있었다.출연료도 적지 않은 일이었다.“아, 미치겠네.”“왜?”“나 다음 주에 촬영 있어.”희주가 고개를 들었다.“그것도 미루면 안 돼?”“계약한 거라 마음대로 취소하기 어려워.”세린은 잠시 고민하다 담당자에게 답장을 보냈다.개인 안전 문제로 일정 조정이 가능한지 문의하는 내용이었다.“일단 물어봤어.”“잘했네.”“근데 언니.”“응?”“나 진짜 그 옆집 남자 때문에 이렇게 된 거면 가만 안 있을 거야.”희주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너 그 남자 엄청 좋아한다며.”“좋아하지.”“그런데?”세린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얼굴 좋아하는 거랑 피해 보는 건 별개지.”그
“……이 새끼가 왜 살아 있어?”백시헌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옆에 서 있던 강도윤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저희도 확인하고 놀랐습니다.”사진 속 남자는 장문규.오래전 시헌의 아버지인 백 회장의 운전기사였던 남자였다.정확히는 회장이 세상을 떠나기 석 달 전,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인간.“죽은 줄 알았는데.”“사망이 확인된 건 아니었습니다. 실종 상태였죠.”“그걸 누가 몰라?”시헌이 짜증스럽게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근데 이 새끼가 왜 하필 지금 나타나냐고.”도윤은 대답하지 못했다.더 이상한 것은 장문규가 시헌에게 직접 접근하지 않고 옆집 여자부터 건드렸다는 사실이었다.“형님. 그 여자 분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뭘 어떻게 해.”“계속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시헌이 도윤을 노려봤다.“그럼 경찰이 잡게 증거부터 넘겨. 우리 쪽에서도 출입 기록 확인하고.”“알겠습니다.”“그리고 이범준한테는 아직 장문규 얘기 꺼내지 마.”“예.”시헌은 소파에 몸을 기댔다.평생 다시 볼 일 없을 줄 알았던 얼굴이었다.그런 놈이 하필 자신의 집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씨발. 재수 없게.”⸻다음 날 오후.세린은 거실 바닥에 앉아 방음 패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방송을 쉰 지 이틀째.평소 같으면 화장을 고치거나 방송 아이템을 고민했을 시간이었지만, 지금은 휴대폰 알림만 울려도 움찔했다.“아, 진짜 짜증 나.”그때 희주에게 전화가 왔다.—야, 오늘 우리 집으로 올래?“생각 중.”—뭘 생각해. 무섭다며.“무섭지. 근데 짐 싸기도 귀찮고…….”—유세린.“알았어, 알았어. 저녁에 갈게.”통화를 끊은 세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문득 옆집 남자가 떠올랐다.백시헌.이제 이름도 알겠다, 원래라면 마음껏 들이댔을 텐데.문제는 그 남자 때문에 이상한 일들이 생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잘생긴 건 잘생긴 거고.”세린이 거울 속 자신을 바라봤다.“이건 좀 아니지.”⸻오후 다섯 시.세린은 작은 캐리어를 끌고
“유세린. 너 오늘 방송 켜기만 해 봐.”희주가 팔짱을 꼈다.세린은 소파에 웅크린 채 입술을 삐죽였다.“안 켠다니까.”“그럼 휴대폰은 왜 들고 있어?”“공지 올리려고.”세린은 방송 채널에 짧은 글을 남겼다.[개인 사정으로 며칠 쉬어 갈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금방 돌아올게요! ♡]평소 같았으면 하트도 세 개쯤 붙였겠지만,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희주는 그녀의 옆에 앉았다.“경찰에서 연락 오면 바로 알려 줘.”“응.”“그리고 당분간 우리 집에 있을래?”세린은 잠시 고민했다.솔직히 무서웠다.밤새 현관 쪽에서 소리가 날 때마다 몸이 굳었다.하지만 자기 집에서 도망치듯 나가고 싶지도 않았다.“일단 오늘까지만 생각해 볼게.”“고집은.”“알잖아. 나 고집 센 거.”세린은 웃어 보였다.그때 희주가 무심하게 물었다.“근데 너 그 조폭한테는 이제 관심 없어졌지?”“왜?”“왜긴 왜야. 지금 이 상황에 그 남자 꼬실 생각이 나냐?”세린이 눈을 깜빡였다.“언니.”“뭐.”“무서운 거랑 잘생긴 거랑은 별개거든?”“아, 진짜 미친년.”“그리고 내가 언제 조폭이 좋아서 꼬시려고 했냐? 얼굴 때문에 꼬시고 있지.”희주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네 팔자 네가 꼬아라.”⸻같은 시각.백시헌은 강남의 한 고급 일식당 별실에 앉아 있었다.맞은편에는 오십 대 남자가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이범준.오랫동안 조직의 자금과 사업체를 관리해 온 인물이었다.“요즘 집에 손님이 많으신 모양입니다.”시헌은 대답하지 않았다.범준이 웃었다.“옆집에 젊은 아가씨가 산다면서요.”“그래서.”“인터넷 방송을 한다던데. 꽤 유명한가 봅니다.”시헌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할 말이 그거야?”“그냥 걱정돼서 그러죠.”“누가.”“대표님이요.”시헌이 피식 웃었다.웃고 있었지만 눈은 전혀 웃지 않았다.“아저씨.”“예.”“내 집 주소까지 알아낸 건 그렇다 쳐.”시헌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근데 왜 옆집 여자 얘기가 나
사진 속 여자는 분명 자신이었다.702호 앞에 서서 휴대폰을 들여다 보는 모습.불과 몇 분 전이었다.세린은 사진을 확대했다. 복도 끝, 희미하게 보이는 회색 방화문.‘비상계단 쪽에서 찍은 건가?’등골이 서늘해졌다.[다음에는 문 앞에서 직접 인사할게요.]화면에 남은 마지막 메시지가 유난히 섬뜩했다.“아, 씨발. 진짜 뭐야…….”세린은 대화 내용을 모조리 캡처했다. 손끝이 조금 떨렸다.평소 방송에서 이상한 사람을 한두 번 본 게 아니었다. 하지만 실제 집 앞까지 찾아온 경우는 처음이었다.세린은 곧장 희주에게 전화를 걸었다.“언니.”—왜? 이 시간에 웬일이야?“나 좀 무서운데.”—뭐?“어떤 미친놈이 내 집 앞에서 사진 찍어서 보냈어.”수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야, 문 열지 마. 지금 혼자야?“응.”—경찰에 신고해. 나도 갈게.세린은 곧바로 신고하고 관리사무소에도 연락했다.잠금장치를 확인한 뒤 현관에서 떨어졌다.그때였다.쿵.복도에서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세린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곧이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야. 거기서 뭐 해?”옆집 남자였다.세린은 조심스럽게 도어폰 화면을 켰다.화면에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모자를 깊이 눌러쓴 낯선 사람이 있었다.“너 누구냐고.”남자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모자를 쓴 사람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러더니 갑자기 비상계단 쪽으로 달아났다.“야!”남자는 곧장 휴대폰을 꺼냈다.“지금 계단으로 내려간 새끼 있어. 어디로 나가는지만 확인해.”세린은 화면을 보다가 인터폰 버튼을 눌렀다.“오빠.”남자가 고개를 돌렸다.“아, 씨발. 너 또 뭐.”“저 사람…….”세린이 침을 삼켰다.“저 찍은 사람 같아요.”남자의 눈매가 가늘어졌다.“문 열지 마.”“안 열어요.”“경찰은?”“신고했어요.”“그럼 가만히 있어.”그는 짧게 말하고 옆집으로 들어갔다.세린은 화면을 멍하니 바라봤다.“와, 진짜 매정하다.”평소 같았으면
[아까 복도에서 봤는데, 저한텐 왜 모른다고 했어요?]세린은 채팅창을 멍하니 바라봤다.방금 올라온 문장은 순식간에 다른 채팅들 사이로 밀려났다.[로지 왜 멈춤?][뭔 일 있음?][언니 표정 무서워]세린은 애써 입꼬리를 올렸다.“아, 얘들아. 이상한 채팅이 하나 올라와서.”평소 같았으면 장난스럽게 받아쳤을 것이다.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상대는 자신이 사는 건물의 호수를 알고 있었다.그것도 옆집 남자가 사는 702호를.세린은 문제의 채팅을 캡처하고 해당 계정을 차단했다.“미안해요, 오빠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만 할게요.”[벌써?][무슨 일인데?]“별일 아니야. 내일 보자. 다들 잘 자!”방송이 종료됐다.화면이 어두워지자 세린의 얼굴에서도 웃음기가 사라졌다.“……뭐야, 진짜.”분명 낮에 복도에서 마주쳤던 남자였다.그런데 어떻게 자신의 방송까지 찾아온 걸까.세린은 한참 고민하다 관리 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낮에 신고했던 남자가 방송까지 찾아왔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복도 CCTV 영상을 보존해 달라고 요청했다.필요하면 경찰에도 신고할 생각이었다.통화를 마친 세린은 현관의 도어록을 확인했다.그리고 옆집을 떠올렸다.‘그 남자한테도 알려야 하나?’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똑똑.702호 현관문을 두드렸다.한 번.두 번.세 번째로 손을 들었을 때 문이 열렸다.“아, 씨발. 이번엔 또 뭐야.”검은 반팔 티셔츠에 회색 트레이닝 바지.남자는 짜증스러운 얼굴로 세린을 내려다봤다.평소 같았으면 또 잘생겼다고 호들갑을 떨었겠지만,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오빠. 아까 그 남자 있잖아요.”“뭐.”“낮에 복도에서 저한테 오빠 집 물어봤던 사람요.”남자의 눈매가 가늘어졌다.“그 새끼가 왜.”“제 방송에 들어왔어요.”“……뭐?”세린은 휴대폰에 저장한 채팅 화면을 보여줬다.남자는 화면을 내려다봤다.잠시 후, 그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이거 언제 올라왔어.”“한 십 분 전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