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형님이라…….”
유세린은 침대에 엎드린 채 휴대폰을 빙글빙글 돌렸다. 어제 지하 주차장에서 본 광경이 자꾸 떠올랐다. 검은 세단. 깍듯하게 허리를 숙이던 남자들. 그리고 순식간에 달라졌던 옆집 남자의 목소리. “혹시 건달인가?” 세린은 혼자 중얼거리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설마. 요즘 세상에 그렇게 잘생긴 조폭이 어디 있다고.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희주 언니] “어, 언니.” —너 어제 방송에서 옆집 남자 만났다고 난리 쳤다며? “응. 나 진짜 반했잖아.” —또 시작이네. 이번엔 얼마나 잘생겼는데? “서강준이 담배 피우면서 욕하는 느낌?” —뭔 개소리야. “그냥 미친 듯이 잘생겼다고.” —그래서 번호 땄어? “아니. 욕만 먹었어.” 수화기 너머에서 웃음이 터졌다. —야, 너도 참 대단하다. 그런데 조심해. 요즘 방송하는 애들 집 알아내려고 별짓 다 하는 거 알지? “알지. 그래서 방송에서 위치 얘기는 안 해.” —그 남자 얼굴도 함부로 공개하지 말고. “당연하지. 나만 볼 건데.” —……어련하시겠어요. 통화가 끝나자마자 초인종이 울렸다. 세린이 주문한 방음 패널이 도착한 것이었다. 문제는 상자가 생각보다 훨씬 컸다는 점이었다. “아니, 이걸 어떻게 들라는 거야?” 세린은 낑낑거리며 상자를 현관 안으로 끌어당겼다. 그 순간. 철컥. 옆집 문이 열렸다. 세린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어머, 오빠!” 남자는 검은 후드 집업 차림이었다. 앞머리가 조금 젖어 있었다. 방금 샤워라도 마친 모양이었다. “……또 너냐.” “저 기다리셨어요?” “미쳤냐?” “아, 너무해.” 남자는 복도를 가로막은 상자를 내려다봤다. “이건 또 뭔데.” “방음 패널이요. 오빠 잠 못 잔다고 해서 샀어요.” “그럼 빨리 치워.” “네에. 근데 오빠.” “또 뭐.” 세린은 상자 위에 팔꿈치를 올리고 턱을 괴었다. “어제 봤어요.” “뭘.” “주차장에서요. 사람들이 오빠한테 형님이라고 하던데.” 남자의 눈빛이 미세하게 달라졌다. “그래서.” “혹시 무슨 일 하세요?” “네가 알아서 뭐 하게.” “궁금하니까요.” “쓸데없는 거 궁금해하지 마.” 남자가 지나가려 하자 세린이 냉큼 물었다. “혹시 조폭이에요?” 발걸음이 멈췄다.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뭐?” “조폭이요. 조직폭력배.” “그걸 몰라서 되묻겠냐?” “아, 맞네.” 세린이 싱긋 웃었다. “진짜예요?” 남자는 한동안 세린을 내려다봤다. 보통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이미 겁먹은 얼굴이었다. 그런데 이 여자는 달랐다. 눈이 반짝거렸다. 마치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애처럼. 남자는 짜증스럽게 혀를 찼다. “그래. 조폭이다.” “헐.” “됐냐? 이제 꺼져.” 그런데 세린의 다음 말은 그의 예상에서 한참 벗어나 있었다. “미친. 너무 섹시해.” “……뭐?” “아니, 얼굴도 잘생겼는데 조폭이라고요?” “너 지금 장난하냐?” “오빠 혹시 보스예요?” “…….” “와. 설마 진짜 보스?” 남자는 기가 막히다는 듯 헛웃음을 뱉었다. “야. 너 조폭이 뭔지는 알아?” “알죠.” “아는데 그딴 소리가 나와?” “네. 제 취향인데 어떡해요.” “대가리에 뭐가 든 거야.” “오빠 생각이요.” “씨발…….” 남자는 더 이상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돌아섰다. 그런데 세린이 다시 불렀다. “오빠!” “이번엔 또 뭔데.” “이름이라도 알려주고 가요!” “싫어.” “그럼 계속 오빠라고 부를게요?” 남자가 짜증스럽게 머리를 쓸어 넘겼다. “마음대로 해. 대신 말 걸지 마.” 그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사라졌다. 세린은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혼자 감탄했다. “와. 진짜 양아치네.” 그러고는 입꼬리를 올렸다. “근데 왜 이렇게 좋지?” ⸻ 같은 날 밤. 세린은 새로 설치한 방음 패널 앞에서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오빠들, 오늘부터 나 진짜 조용하게 방송할 거야.” [로지 드디어 민원 해결ㅋㅋ] [옆집 남자한테 차였냐] “차이긴 누가 차여. 아직 고백도 안 했거든?” 채팅창에 웃음이 쏟아졌다. 세린은 괜히 카메라를 향해 윙크했다. “그리고 나 그 남자 진짜 꼬실 거야. 두고 봐.” 그 시각, 옆집. 남자는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확인하고 있었다. [형님. 그쪽 애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곧이어 두 번째 메시지가 도착했다. [형님이 거주하시는 건물도 알아낸 것 같습니다.] 남자는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 조용한 벽 너머에서 희미하게 여자의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좆같네.” 그는 곧장 전화를 걸었다. “야.” 상대가 받자마자 낮게 말했다. “내 집 근처에서 얼쩡거리는 새끼 있으면 바로 보고해.”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남자는 옆집 방향을 힐끗 바라봤다. “괜히 주민들 건드려서 일 키우지 마.” 통화를 끊은 그는 소파에 깊숙이 몸을 기댔다. 그저 조용히 지내려고 구한 집이었다. 그런데 밖에서는 적들이 찾아오고, 옆집에서는 웬 미친 여자가 자신을 꼬시겠다고 난리였다. “아, 대가리야.” 남자는 눈을 감았다. 이 동네도 슬슬 떠야 할 모양이었다.“봉투?”희주가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봤다.“너 그 남자한테 뭐 받았어?”“받긴 뭘 받아. 커피도 안 받아 주는 인간인데.”세린은 입술을 삐죽였다.“맨날 욕이나 먹었지.”“그럼 이 사람은 왜 이런 걸 물어보는 건데?”“그러니까.”세린은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702호 남자한테 뭐 받은 거 없어요?][특히 봉투 같은 거요.]이상했다.처음에는 자신을 감시하며 겁을 주더니, 이번에는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게다가 시헌의 이름까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언니. 이거 그 스토커랑 같은 사람일까?”“모르지. 계정도 다르잖아.”“그치?”“그러니까 답장하지 마.”세린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모든 메시지를 저장해 두었다. 경찰에도 추가로 전달할 생각이었다.그런데 한 가지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백시헌.그 남자는 대체 무슨 일을 벌이고 다니기에 자신까지 이런 일을 겪게 만드는 걸까.“아, 진짜.”세린이 쿠션을 끌어안았다.“얼굴만 잘생기면 다야?”희주가 고개를 끄덕였다.“드디어 정신 차렸네.”“아니, 얼굴은 여전히 좋아.”“…….”“근데 좀 짜증 난다고.”희주는 말없이 쿠션을 집어 들었다.⸻다음 날 오후.세린은 희주와 함께 오피스텔로 돌아왔다.다음 주 협찬 방송에 필요한 장비를 챙기기 위해서였다.관리사무소에 방문 사실을 알리고, 두 사람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필요한 것만 챙겨서 바로 가자.”“알았어.”“옆집 남자 만나도 괜히 말 걸지 말고.”“그건 장담 못 하는데.”“유세린.”“농담이야, 농담.”엘리베이터가 멈췄다.문이 열리자마자 세린의 발걸음도 멈췄다.“어머.”702호 앞.검은 셔츠를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백시헌이었다.옆에는 지난번 엘리베이터에서 봤던 정장 차림의 남자도 있었다.“시헌 오빠!”시헌의 고개가 돌아갔다.“아, 씨발.”세린이 활짝 웃었다.“와, 오랜만이에요.”“며칠 안 봤다고 오랜만은 무슨.”“보고 싶었어요?”“지랄.”옆에서 희주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쟤
“유세린. 너 지금 뭐 해?”희주의 목소리에 세린이 휴대폰을 뒤집었다.“아무것도.”“거짓말하지 마. 또 그 남자 사진 찾아?”“사진이 있어야 찾지.”“그럼 뭐 보는데?”“내 방송.”세린은 다시 화면을 켰다.방송을 쉰 지 사흘째.평소라면 이 시간쯤 화장을 마치고 시청자들과 수다를 떨고 있었을 것이다.[로지 언제 돌아와요?][누나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방송 보고 싶다ㅠㅠ]댓글을 읽던 세린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나 진짜 일하고 싶다.”“며칠 쉰다고 망하지 않아.”“언니. 나 이거 취미로 하는 거 아니거든?”세린은 쿠션을 끌어안았다.방송을 시작한 지 벌써 몇 년이었다.처음에는 시청자가 열 명도 되지 않았다. 온갖 악플을 견디고 새벽까지 방송하며 지금의 자리를 만들었다.그런데 정체도 모르는 남자 하나 때문에 자신의 생활이 무너지고 있었다.“진짜 짜증 나.”“그러니까 경찰에서 연락 올 때까지 조심하자.”“알아.”세린은 입술을 삐죽였다.“근데 나 계속 언니 집에 얹혀살 수도 없잖아.”“그건 나중에 생각하고.”그때 휴대폰이 울렸다.방송 협찬 담당자였다.[세린 님, 다음 주 예정된 브랜드 라이브 관련해서 일정 확인 부탁드립니다.]세린의 표정이 굳었다.다음 주.잊고 있었다.외부 스튜디오에서 진행하기로 한 협찬 방송이 있었다.출연료도 적지 않은 일이었다.“아, 미치겠네.”“왜?”“나 다음 주에 촬영 있어.”희주가 고개를 들었다.“그것도 미루면 안 돼?”“계약한 거라 마음대로 취소하기 어려워.”세린은 잠시 고민하다 담당자에게 답장을 보냈다.개인 안전 문제로 일정 조정이 가능한지 문의하는 내용이었다.“일단 물어봤어.”“잘했네.”“근데 언니.”“응?”“나 진짜 그 옆집 남자 때문에 이렇게 된 거면 가만 안 있을 거야.”희주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너 그 남자 엄청 좋아한다며.”“좋아하지.”“그런데?”세린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얼굴 좋아하는 거랑 피해 보는 건 별개지.”그
“……이 새끼가 왜 살아 있어?”백시헌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옆에 서 있던 강도윤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저희도 확인하고 놀랐습니다.”사진 속 남자는 장문규.오래전 시헌의 아버지인 백 회장의 운전기사였던 남자였다.정확히는 회장이 세상을 떠나기 석 달 전,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인간.“죽은 줄 알았는데.”“사망이 확인된 건 아니었습니다. 실종 상태였죠.”“그걸 누가 몰라?”시헌이 짜증스럽게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근데 이 새끼가 왜 하필 지금 나타나냐고.”도윤은 대답하지 못했다.더 이상한 것은 장문규가 시헌에게 직접 접근하지 않고 옆집 여자부터 건드렸다는 사실이었다.“형님. 그 여자 분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뭘 어떻게 해.”“계속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시헌이 도윤을 노려봤다.“그럼 경찰이 잡게 증거부터 넘겨. 우리 쪽에서도 출입 기록 확인하고.”“알겠습니다.”“그리고 이범준한테는 아직 장문규 얘기 꺼내지 마.”“예.”시헌은 소파에 몸을 기댔다.평생 다시 볼 일 없을 줄 알았던 얼굴이었다.그런 놈이 하필 자신의 집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씨발. 재수 없게.”⸻다음 날 오후.세린은 거실 바닥에 앉아 방음 패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방송을 쉰 지 이틀째.평소 같으면 화장을 고치거나 방송 아이템을 고민했을 시간이었지만, 지금은 휴대폰 알림만 울려도 움찔했다.“아, 진짜 짜증 나.”그때 희주에게 전화가 왔다.—야, 오늘 우리 집으로 올래?“생각 중.”—뭘 생각해. 무섭다며.“무섭지. 근데 짐 싸기도 귀찮고…….”—유세린.“알았어, 알았어. 저녁에 갈게.”통화를 끊은 세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문득 옆집 남자가 떠올랐다.백시헌.이제 이름도 알겠다, 원래라면 마음껏 들이댔을 텐데.문제는 그 남자 때문에 이상한 일들이 생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잘생긴 건 잘생긴 거고.”세린이 거울 속 자신을 바라봤다.“이건 좀 아니지.”⸻오후 다섯 시.세린은 작은 캐리어를 끌고
“유세린. 너 오늘 방송 켜기만 해 봐.”희주가 팔짱을 꼈다.세린은 소파에 웅크린 채 입술을 삐죽였다.“안 켠다니까.”“그럼 휴대폰은 왜 들고 있어?”“공지 올리려고.”세린은 방송 채널에 짧은 글을 남겼다.[개인 사정으로 며칠 쉬어 갈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금방 돌아올게요! ♡]평소 같았으면 하트도 세 개쯤 붙였겠지만,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희주는 그녀의 옆에 앉았다.“경찰에서 연락 오면 바로 알려 줘.”“응.”“그리고 당분간 우리 집에 있을래?”세린은 잠시 고민했다.솔직히 무서웠다.밤새 현관 쪽에서 소리가 날 때마다 몸이 굳었다.하지만 자기 집에서 도망치듯 나가고 싶지도 않았다.“일단 오늘까지만 생각해 볼게.”“고집은.”“알잖아. 나 고집 센 거.”세린은 웃어 보였다.그때 희주가 무심하게 물었다.“근데 너 그 조폭한테는 이제 관심 없어졌지?”“왜?”“왜긴 왜야. 지금 이 상황에 그 남자 꼬실 생각이 나냐?”세린이 눈을 깜빡였다.“언니.”“뭐.”“무서운 거랑 잘생긴 거랑은 별개거든?”“아, 진짜 미친년.”“그리고 내가 언제 조폭이 좋아서 꼬시려고 했냐? 얼굴 때문에 꼬시고 있지.”희주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네 팔자 네가 꼬아라.”⸻같은 시각.백시헌은 강남의 한 고급 일식당 별실에 앉아 있었다.맞은편에는 오십 대 남자가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이범준.오랫동안 조직의 자금과 사업체를 관리해 온 인물이었다.“요즘 집에 손님이 많으신 모양입니다.”시헌은 대답하지 않았다.범준이 웃었다.“옆집에 젊은 아가씨가 산다면서요.”“그래서.”“인터넷 방송을 한다던데. 꽤 유명한가 봅니다.”시헌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할 말이 그거야?”“그냥 걱정돼서 그러죠.”“누가.”“대표님이요.”시헌이 피식 웃었다.웃고 있었지만 눈은 전혀 웃지 않았다.“아저씨.”“예.”“내 집 주소까지 알아낸 건 그렇다 쳐.”시헌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근데 왜 옆집 여자 얘기가 나
사진 속 여자는 분명 자신이었다.702호 앞에 서서 휴대폰을 들여다 보는 모습.불과 몇 분 전이었다.세린은 사진을 확대했다. 복도 끝, 희미하게 보이는 회색 방화문.‘비상계단 쪽에서 찍은 건가?’등골이 서늘해졌다.[다음에는 문 앞에서 직접 인사할게요.]화면에 남은 마지막 메시지가 유난히 섬뜩했다.“아, 씨발. 진짜 뭐야…….”세린은 대화 내용을 모조리 캡처했다. 손끝이 조금 떨렸다.평소 방송에서 이상한 사람을 한두 번 본 게 아니었다. 하지만 실제 집 앞까지 찾아온 경우는 처음이었다.세린은 곧장 희주에게 전화를 걸었다.“언니.”—왜? 이 시간에 웬일이야?“나 좀 무서운데.”—뭐?“어떤 미친놈이 내 집 앞에서 사진 찍어서 보냈어.”수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야, 문 열지 마. 지금 혼자야?“응.”—경찰에 신고해. 나도 갈게.세린은 곧바로 신고하고 관리사무소에도 연락했다.잠금장치를 확인한 뒤 현관에서 떨어졌다.그때였다.쿵.복도에서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세린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곧이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야. 거기서 뭐 해?”옆집 남자였다.세린은 조심스럽게 도어폰 화면을 켰다.화면에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모자를 깊이 눌러쓴 낯선 사람이 있었다.“너 누구냐고.”남자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모자를 쓴 사람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러더니 갑자기 비상계단 쪽으로 달아났다.“야!”남자는 곧장 휴대폰을 꺼냈다.“지금 계단으로 내려간 새끼 있어. 어디로 나가는지만 확인해.”세린은 화면을 보다가 인터폰 버튼을 눌렀다.“오빠.”남자가 고개를 돌렸다.“아, 씨발. 너 또 뭐.”“저 사람…….”세린이 침을 삼켰다.“저 찍은 사람 같아요.”남자의 눈매가 가늘어졌다.“문 열지 마.”“안 열어요.”“경찰은?”“신고했어요.”“그럼 가만히 있어.”그는 짧게 말하고 옆집으로 들어갔다.세린은 화면을 멍하니 바라봤다.“와, 진짜 매정하다.”평소 같았으면
[아까 복도에서 봤는데, 저한텐 왜 모른다고 했어요?]세린은 채팅창을 멍하니 바라봤다.방금 올라온 문장은 순식간에 다른 채팅들 사이로 밀려났다.[로지 왜 멈춤?][뭔 일 있음?][언니 표정 무서워]세린은 애써 입꼬리를 올렸다.“아, 얘들아. 이상한 채팅이 하나 올라와서.”평소 같았으면 장난스럽게 받아쳤을 것이다.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상대는 자신이 사는 건물의 호수를 알고 있었다.그것도 옆집 남자가 사는 702호를.세린은 문제의 채팅을 캡처하고 해당 계정을 차단했다.“미안해요, 오빠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만 할게요.”[벌써?][무슨 일인데?]“별일 아니야. 내일 보자. 다들 잘 자!”방송이 종료됐다.화면이 어두워지자 세린의 얼굴에서도 웃음기가 사라졌다.“……뭐야, 진짜.”분명 낮에 복도에서 마주쳤던 남자였다.그런데 어떻게 자신의 방송까지 찾아온 걸까.세린은 한참 고민하다 관리 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낮에 신고했던 남자가 방송까지 찾아왔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복도 CCTV 영상을 보존해 달라고 요청했다.필요하면 경찰에도 신고할 생각이었다.통화를 마친 세린은 현관의 도어록을 확인했다.그리고 옆집을 떠올렸다.‘그 남자한테도 알려야 하나?’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똑똑.702호 현관문을 두드렸다.한 번.두 번.세 번째로 손을 들었을 때 문이 열렸다.“아, 씨발. 이번엔 또 뭐야.”검은 반팔 티셔츠에 회색 트레이닝 바지.남자는 짜증스러운 얼굴로 세린을 내려다봤다.평소 같았으면 또 잘생겼다고 호들갑을 떨었겠지만,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오빠. 아까 그 남자 있잖아요.”“뭐.”“낮에 복도에서 저한테 오빠 집 물어봤던 사람요.”남자의 눈매가 가늘어졌다.“그 새끼가 왜.”“제 방송에 들어왔어요.”“……뭐?”세린은 휴대폰에 저장한 채팅 화면을 보여줬다.남자는 화면을 내려다봤다.잠시 후, 그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이거 언제 올라왔어.”“한 십 분 전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