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오로라: 알렉스, 어디야? 지금 영상 통화할 수 있어? 보고 싶어.
알렉스: 나 지금 회사 밖에서 미팅 중이야, 자기야. 끝나면 내가 바로 전화하고 영상 통화할게. 오로라는 벨리아와 점심을 먹던 중 일부러 알렉스에게 보낸 짧은 메시지를 다시 읽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알렉스는 미팅 중이라고 했지만, 오로라는 분명히 봤다. 자신의 사촌이자 알렉스의 개인 비서인 아만다 니콜과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걷고 있던 그의 모습을. 알렉스는 분명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그는 미팅을 하러 나간 것이 아니었다. 대신 다른 여자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그래서 알렉스가 너랑 같이 점심 먹자는 말을 거의 안 했던 거구나. 알고 보니 이제는 점심을 함께할 새로운 상대가 생긴 거네. 아니면… 다른 일까지 함께할 상대일 수도 있겠지. 예를 들면, 잠자리 같은 거.” 병원으로 돌아와 오로라의 진료실에 들어오자 벨리아의 도발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렉스와 오로라가 연애를 시작한 순간부터 벨리아는 갈색 눈동자를 가진 그 남자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특히 오로라와 교제하던 시절, 알렉스가 자주 상대를 바꾸는 남자라는 소문을 여러 번 들었기 때문이었다. 벨리아는 도대체 오로라의 머릿속에 무엇이 있었기에 알렉스의 사랑을 기꺼이 받아들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에게 너무 빠져 있었던 걸까? 아니면 달콤한 말에 속았거나, 바람둥이들이 가진 특유의 매력에 홀려 짧은 만남에도 불구하고 그의 청혼을 받아들인 걸까? 벨리아가 처음부터 따져보면 알렉스는 평범한 가정 출신이었다. 현재 그가 맡고 있는 유통 회사 대표 자리 역시 오로라의 아버지가 아무 대가 없이 그에게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벨리아의 눈에 알렉스가 가진 장점이라고는 평균 이상인 외모뿐이었다. 그녀가 보기에는 본질적으로 아무 가치 없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알렉스는 불임 판정을 받아 오로라에게 아이조차 안겨줄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오로라는 남편의 부족한 점을 받아들이고, 양가 가족들에게는 물론 알렉스 본인에게도 그 사실을 숨겨주었다. “내가 너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알렉스에게 따졌을 거야.” 벨리아가 다시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답답함과 짜증이 섞여 있었다. “그렇게까지 흥분할 필요 없어, 벨리아. 난 사람들 앞에서 소란을 만들고 싶지 않아.” 두 사람이 이런 부적절한 관계를 얼마나 오래 이어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오로라가 원한다면 벨리아의 말대로 당장 두 사람 앞에 나타나 따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싶지 않았다. 두 가문의 명예까지 훼손될 수 있는 공개적인 스캔들을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네 남편은 명백하게 바람을 피우고 있어. 이성과 다정한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조차 이미 배신이야. 게다가 몇 번이나 함께 외출하는 모습까지 들켰잖아. 그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너는 알지도 못하고. 그래도 계속 가만히 있을 거야?” 벨리아는 여전히 화가 난 듯 물었다. 그녀는 앞으로 친구가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했다. “충동적으로 행동할 수는 없어. 먼저 조사하고 증거를 모아야 해.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도 있으니까.” 벨리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오로라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남편이 하는 일을 직접 목격하고도, 여전히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며 남편이 자신을 배신하지 않았다고 믿으려 하는 모습이 답답했다. “네 마음대로 해. 하지만 정확한 증거를 찾은 뒤에도 네가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기를 기도할게. 만약 그들을 상대하는 데 도움이 필요하면 나한테 말해. 기꺼이 도와줄게.” 벨리아가 그렇게 말한 순간, 오로라의 방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곧 간호사가 들어와 두 사람 중 한 명을 찾았다. “벨리아 선생님, 애셔 선생님께서 찾으세요. 새로 논의할 일정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벨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를 들어 보였다. 간호사가 나간 뒤, 그녀는 오로라의 방을 나가려 했다. “애셔에게 너와 알렉스 사이에 있었던 일을 말해야 할까?” 오로라는 곧바로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벨리아가 섣불리 행동하지 못하도록 막는 의미였다. 오로라는 애셔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가족이 누군가에게 상처받는 것을 절대 참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안 돼! 제발 그러지 마. 애셔가 어떤 사람인지 알잖아. 그 사람이 알렉스를 몰아붙이면 정말 알렉스가 무사하지 못할까 봐 걱정돼.” “그게 내가 원하는 거야. 네게 이런 식으로 대하는 알렉스가 제대로 깨닫도록.” “안 돼! 이건 내가 직접 해결할게. 넌 빨리 애셔를 만나러 가. 그리고 조심해. 절대 쓸데없는 말 하지 마.” ⸻ 저녁이 되자, 이전과 같은 밤처럼 오로라는 알렉스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확히 저녁 7시. 아랍계 혈통을 가진 남자가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곧바로 침실로 향했다. 샤워를 하기 전, 평소처럼 알렉스는 먼저 오로라에게 다가왔다. 따뜻한 포옹과 부드러운 입맞춤을 건넸다. “좋은 저녁이야, 자기야. 나—” “나 많이 보고 싶었어?” 오로라가 그의 말을 끊었다. 마치 그가 하려던 말을 이미 외우고 있는 사람처럼.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 알렉스는 거의 매일 밤 같은 말을 반복했으니까. 예전의 오로라는 알렉스가 그리움을 표현할 때마다 행복했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에 설렜다. 하지만 오늘 있었던 일 이후, 이상하게도 그 말들이 아무 감흥 없이 느껴졌다. 어쩌면 그 말들은 알렉스가 자신에게 숨기고 있던 커다란 거짓말을 감추기 위한 위장일 뿐일지도 몰랐다. “나도 보고 싶었어.” 오로라는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에는 진심을 크게 담지 않았다. “오늘 뭐 했어?” 그녀는 남편이 아까 오후처럼 또 거짓말을 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별거 없었어, 자기야. 저녁까지 밖에서 미팅했어. 고객들도 만났고. 일이 끝나자마자 당신을 보려고 바로 집에 온 거야.” “그럼 하루 종일 정말 바빴던 거야? 쉴 시간도 없었어? 점심은? 먹을 시간은 있었어?” 오로라는 일부러 물었다. 그저 남편이 어떤 대답을 할지 알고 싶었다. 옷을 벗으며 알렉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 점심 먹을 시간은 있었어.” “어디서 먹었어? 고객들이랑?” 알렉스는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다. “응, 자기야. 첫 번째 미팅 끝나고 고객들과 식당에서 먹었어. 걱정하지 마. 물론 당신을 잊을 리 없잖아.” “다행이다.” 오로라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남편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그가 분명 거짓된 정보를 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많이 피곤하겠다.” 알렉스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아무런 죄책감도 없는 얼굴로 그는 계속해서 아내 앞에서 연기를 이어갔다. “응, 피곤하지. 일이란 게 원래 그런 거잖아.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보다 일 때문에 피곤한 게 낫지 않아?” 이번에는 오로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편이 풀어놓은 옷을 정리해주던 그녀는 알렉스에게 씻고 오라고 말했다. “얼른 샤워하고 와. 나중에 자기 전에 내가 마사지해줄게. 그러면 피곤한 것도 좀 나아질 거야.” “응, 자기야. 정말 고마워. 이렇게 배려심 많고 이해심 깊은 아내가 있어서 난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아.” “그런 달콤한 말 하지 마.” 오로라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어서 씻어. 너무 늦겠다.” 알렉스는 곧바로 욕실로 향했다. 한편 오로라는 침대에서 일어나 남편이 벗어놓은 옷을 정리한 뒤 빨래 바구니에 넣었다. 그리고 바닥에 흩어진 알렉스의 업무 가방도 정돈했다.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던 순간, 오로라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옆쪽 지퍼 안쪽에서 무언가가 희미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알렉스와 결혼한 이후, 오로라는 단 한 번도 남편의 개인 물건을 뒤져본 적이 없었다. 알렉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오로라는 호기심을 느꼈다. 알렉스가 욕실에서 나오는 데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그녀는 남편의 업무 가방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가방을 열자, 그녀는 보석이 들어 있을 것이 분명한 벨벳 상자를 발견했다.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자 오로라는 놀랐다. 안에는 목걸이와 다이아몬드 팔찌가 들어 있었다. 바로 어제 자신이 알렉스에게 보여주며 생일 선물로 받고 싶다고 말했던 세트였다. “알렉스가 착각한 건가? 이걸 나한테 주려고 산 거야?” 오로라는 혼잣말했다. “하지만 나한테 줄 거라면 너무 이른데? 내 생일은 아직 한참 남았잖아.” 그 순간 오로라는 깨달았다. 알렉스가 곧 샤워를 마칠 것 같다는 생각에 그녀는 서둘러 보석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았다. 누구의 것인지 직접 묻는 대신,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 어쩌면 알렉스가 자신을 놀라게 해주려고 미리 준비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나 이제 출근해야 해, 자기야. 서둘러야 해. 터키 쪽 고객과 아침 미팅이 있어.” 알렉스는 출근하기 전 오로라의 이마에 짧게 입을 맞췄다. 그의 행동을 보면 정말 급해 보였다. “오늘은 평소처럼 나 데려다주지 않을 거야?” 오로라는 일부러 서운한 척 말했다. 며칠 전부터 알렉스는 매번 오로라가 혼자 출근하도록 두었다. 하지만 이전에는 매일 그녀를 데려다주고 퇴근 후에는 데리러 오곤 했다. “다음에 해줄게, 알겠지? 오늘은 정말 급해서 그래. 부탁할게.” 애원하는 듯한 알렉스의 표정을 본 오로라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항의해봤자 소용없었다. 알렉스는 결국 자신에게 혼자 가라고 할 것이 분명했다. “알겠어. 내가 갈게. 출근길 조심해.” 알렉스는 서둘러 차에 올랐다. 몇 분 뒤, 오로라도 집을 나섰다. 하지만 병원으로 향하지 않았다. 그녀는 알렉스를 따라 그의 회사로 향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오늘 아침 오로라는 남편에게 무언가 이상한 점이 있다고 느꼈다. 자신의 감각과 본능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알렉스의 회사에 도착한 오로라는 잠시 용기를 내야 했다. 앞으로 어떤 상황과 현실을 마주하게 되더라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독였다. 결심을 굳힌 뒤, 그녀는 차에서 내려 회사 건물로 걸어갔다. 지나가는 몇몇 직원들은 그녀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몇몇은 직접 안내해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알렉스 대표님은 사무실에 계십니다, 사모님.” 각 층의 안내 데스크를 담당하는 직원이 말했다. “하지만 지금 니콜 비서님과 중요한 미팅 중이신 것 같습니다. 아까 대표님께서 손님이나 방문자가 오면 모두 돌려보내거나 약속을 다시 잡으라고 하셨습니다. 오늘은 프로젝트 목표 달성을 위한 업무 마감 일정을 논의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아, 그러니까 내 남편이 지금 비서와 같은 방에 있다는 거야?” 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모님.” “알겠어. 괜찮아. 내가 바로 갈게.” 직원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말리고 싶어도 그녀는 회사 주주의 딸이자 대표의 아내였다. 그녀를 막는 것은 너무 무례한 행동처럼 보였다. 오로라는 계속 걸음을 옮겼다. 알렉스의 사무실이 있는 층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남편 방 바로 앞에 있는 비서 자리와 그곳이 비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곧장 알렉스의 방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바로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문이 완전히 닫혀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조용히 멈춰 섰다. 그리고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안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오로라는 방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진짜야? 이 고급 목걸이와 팔찌?” 놀란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니콜이었다. 알렉스의 개인 비서였다. “응, 자기야. 그 목걸이와 팔찌는 너를 위한 거야. 네 생일 선물로 특별히 준비했어. 생일 축하해. 네 모든 꿈이 이루어지길 바라. 그리고… 물론 네가 나를 더 사랑해줬으면 좋겠어.” 니콜은 기쁜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그녀는 알렉스를 끌어안았고, 망설임 없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정말 고마워, 자기야. 나 이 선물 정말 마음에 들어. 걱정하지 마. 앞으로도 계속 당신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길게. 기념으로 이번 주말에 지난번처럼 호텔에 같이 있을래? 당신과 시간을 보내고 사랑을 나누고 싶어.” 알렉스는 니콜의 제안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시간은 내가 정할게. 네가 가고 싶은 호텔을 골라. 내가 예약해서 우리 둘만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할게.” “고마워, 자기야. 나 정말 정말 당신을 사랑해.” 한편, 자신의 사촌과 나누는 알렉스의 대화를 모두 듣고 있던 오로라는 입을 꽉 다문 채 감정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깊은 상처를 안은 채,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지난 3년 동안 오로라는 엄마라는 새로운 역할을 마음껏 즐겼다.소아 전문의로서 자신의 일에도 여전히 최선을 다했지만, 그렇다고 아내로서의 책임까지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매일 출근하기 전이면 오로라는 두 아들을 직접 씻기고, 아즈카와 알룰라가 아침을 먹고 우유를 마셨는지 꼼꼼하게 챙겼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영양까지 빠짐없이 챙기는 것도 그녀의 몫이었다.다행히 알든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그는 기꺼이 오로라와 육아를 분담했다. 오로라가 아이들을 씻기고 옷을 입히느라 바쁘면 알든이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평소 두 사람이 일을 하는 동안에는 엘레나가 아이들을 돌봐주었다.처음에는 오로라도 조금 망설였다.하지만 엘레나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손주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강하게 고집하는 바람에 결국 허락했다. 오로라가 저녁까지 병원에 있는 동안에는 엘레나가 보조 도우미 한 명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을 돌보도록 한 것이다.“정말 너 혼자 아즈카랑 알룰라 데리고 나갈 거야?”오늘은 오로라가 쉬는 날이었다.그녀는 일부러 쌍둥이 아들들을 데리고 쇼핑몰에 나와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그럼요, 엄마. 제가 왜 못 나가요?”엘레나가 걱정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평소 오로라가 쌍둥이와 외출할 때는 늘 도와줄 사람을 한 명씩 데리고 다녔다.하지만 오늘은 달랐다.오로라는 보조 도우미 없이 아이들만 데리고 외출했다.엘레나는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게다가 오늘은 알든도 외부에서 회의가 있었다.남편이 오로라와 손주들의 외출에 함께하지 못하는 상황이니, 혹시라도 오로라에게 무슨 일이 생기거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어쩌나 싶었다.“평소에는 도우미도 데
알든의 두 눈은 어느새 충혈되고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오로라가 출산하는 한 시간 동안 곁을 지키면서, 그는 결국 조용히 눈물까지 흘렸다.다행히 오로라의 상태는 안정적이었고 출산에도 문제가 없었다. 예정대로 자연분만을 진행할 수 있었다.알리사의 지시에 따라 오로라는 한 단계씩 힘을 주며 끝까지 버텼다.알든의 손을 꽉 붙잡은 채, 오로라는 온 힘을 다해 출산의 마지막 순간을 견뎌냈다.그리고 마침내—오로라와 알든이, 어쩌면 온 대가족이 손꼽아 기다려 온 작은 천사가 세상에 무사히 모습을 드러냈다.곧이어 우렁찬 울음소리가 분만실 안을 가득 채웠다.“축하해요, 오로라. 알든 선생님도 축하드립니다. 아기들은 둘 다 건강하게 잘 태어났어요. 첫째는 딸이고, 둘째는 아들이에요. 두 아이 모두 상태가 안정적이고 특별히 걱정할 만한 문제도 없습니다.”알리사의 말에 알든의 얼굴에 벅찬 미소가 번졌다.그렇다.오로라는 오늘 쌍둥이를 출산했다.임신 3개월에 접어들었을 무렵부터 알리사는 오로라가 쌍둥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확인하고 있었다. 다만 아이들의 성별은 검사할 때마다 자세가 달라 몇 번이나 결과가 바뀌어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어려웠다.하지만 사실 오로라와 알든은 아이들의 성별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두 아이 모두 건강하게, 아무런 합병증 없이 무사히 태어나는 것.그것만이 두 사람에게 가장 중요했다.“몸무게는요, 차니아? 정상 범위죠?”알든이 다시 확인했다.알리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세요. 둘 다 정상적으로 잘 나왔어요. 아들은 2.9킬로그램, 딸은 2.7킬로그램이에요. 쌍둥이라는 걸 생각하면 충분히 크고 건강한 편이에요.&
오로라는 임신 초기부터 지금까지, 어느덧 임신 3분기에 접어든 순간까지 자신의 임신 기간을 온전히 행복하게 즐겼다. 처음에는 몇 차례 절대 안정을 취해야 했고, 입덧도 꽤 심하게 겪었지만 오로라는 단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 그 모든 순간을 기쁨과 행복한 마음으로 견뎌냈다.임신 첫 3개월 동안 오로라는 일을 전혀 하지 못하고 집에서 쉬어야 했다. 솔직히 말하면 하루 종일 집에만 있어야 하는 생활이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다행히 벨리아가 자주 집을 찾아왔다. 올 때마다 여러 가지 음식을 바리바리 싸 들고 왔고, 오로라가 심심해하지 않도록 온갖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수다를 떨어 주었다.엘레나와 젠데이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중년 여성은 번갈아 오로라를 찾아왔고, 딸처럼 아끼는 오로라의 임신 소식에 어찌나 들떠 있었는지 거의 매일같이 찾아왔다. 때로는 오로라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곁을 지켜주겠다며 아예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도 했다.무엇보다 알든의 도움이 컸다.그는 아내가 필요로 하는 순간이면 언제든 달려오는 다정하고 세심한 남편이었다. 아내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것은 물론, 남편으로서, 그리고 곧 아빠가 될 사람으로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오로라, 출산은 정말 여기 병원에서 할 거야?”오로라의 병실에서 벨리아가 다시 한번 확인하듯 물었다.이제 출산 예정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쩌면 며칠 안에라도 아이가 태어날 수 있는 시기였다.사실 애셔는 해외 병원을 포함해 여러 곳을 알아보며 제안했지만, 오로라와 알든은 출산만큼은 산타 모니카 병원에서 하겠다는 뜻을 확고하게 굽히지 않았다.“응. 난 여기면 충분해. 게다가 내 출산을 담당해 줄 알리사 선생님하고도 이미 약속을 잡아뒀어. 우리 병원 의사들도 실력이 좋잖아.”오로라가 당연하다는 듯 대
오로라가 갑자기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은 알든은 곧장 응급실로 달려갔다. 응급실 앞에 도착하자, 벨리아와 애셔가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알든은 아내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싶어 서둘러 그들에게 다가갔다. 하루 종일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지만, 오로라에게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조금이라도 이상하다는 걸 알았다면 자신이 가장 먼저 쉬라고 했을 텐데.“애셔… 벨리아.”알든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두 사람을 불렀다.“오로라는 어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갑자기 이렇게 쓰러진 거지?”애셔는 고개를 저었다. 여동생이 왜 의식을 잃었는지는 그 역시 알 수 없었다.그러자 알든은 곧장 벨리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알든의 간절한 눈빛을 본 벨리아가 서둘러 설명했다.“아마 너무 지쳐서 그런 것 같아요, 선생님. 오늘 오후부터 오로라 선생님 얼굴이 조금 창백해 보였어요. 허리도 아프다고 했고, 계속 2층이랑 1층을 오르내리다 보니 많이 피곤해 보였고요.”“오로라가 그렇게 말했다고?”알든이 되물었다.벨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평소의 오로라라면 좀처럼 하지 않을 법한 불평을 오늘은 계속했다. 다리가 아프거나 허리가 뻐근하다며 몇 번이나 자리에 앉아 쉬기도 했다.“네. 원래 저희 근무가 8시에 끝나는데, 제가 걱정돼서 오로라 선생님한테 먼저 들어가서 쉬라고 했어요. 남은 일은 제가 마무리하겠다고요.”“오로라는 그러겠다고 했어?”알든이 재차 물었다.벨리아는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
오로라가 갑자기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은 알든은 곧장 응급실로 달려갔다. 응급실 앞에 도착하자, 벨리아와 애셔가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알든은 아내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싶어 서둘러 그들에게 다가갔다. 하루 종일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지만, 오로라에게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조금이라도 이상하다는 걸 알았다면 자신이 가장 먼저 쉬라고 했을 텐데.“애셔… 벨리아.”알든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두 사람을 불렀다.“오로라는 어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갑자기 이렇게 쓰러진 거지?”애셔는 고개를 저었다. 여동생이 왜 의식을 잃었는지는 그 역시 알 수 없었다.그러자 알든은 곧장 벨리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알든의 간절한 눈빛을 본 벨리아가 서둘러 설명했다.“아마 너무 지쳐서 그런 것 같아요, 선생님. 오늘 오후부터 오로라 선생님 얼굴이 조금 창백해 보였어요. 허리도 아프다고 했고, 계속 2층이랑 1층을 오르내리다 보니 많이 피곤해 보였고요.”“오로라가 그렇게 말했다고?”알든이 되물었다.벨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평소의 오로라라면 좀처럼 하지 않을 법한 불평을 오늘은 계속했다. 다리가 아프거나 허리가 뻐근하다며 몇 번이나 자리에 앉아 쉬기도 했다.“네. 원래 저희 근무가 8시에 끝나는데, 제가 걱정돼서 오로라 선생님한테 먼저 들어가서 쉬라고 했어요. 남은 일은 제가 마무리하겠다고요.”“오로라는 그러겠다고 했어?”알든이 재차 물었다.벨리아는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
앨든이 집에 도착한 건 밤 8시가 다 되어서였다.조금 불안한 마음이 든 그는 곧장 침실로 향했다.아까부터 계속 오로라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이상하게도 아내는 한 번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마치 일부러 자신의 연락을 피하는 것 같았다.앨든은 동료인 벨리아에게 오로라의 행방을 물었다.벨리아의 말에 따르면 오로라는 늦은 오후부터 이미 집에 돌아와 있었다고 했다.혹시나 싶어 집안일을 도와주는 직원에게도 확인해봤지만 결과는 같았다.오로라는 분명 몇 시간 전부터 집에 있었다.그렇다면 대체 왜 자신을 무시하는 걸까?바쁜 걸까?잠들어 있는 걸까?아니면…… 자신에게 화가 난 걸까?앨든은 이유를 알 수 없어 더욱 초조해졌다.서둘러 침실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그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오로라를 발견했다.그리고 아주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훌쩍…….누군가 울고 있었다.“여보…….”앨든은 놀란 얼굴로 황급히 다가갔다.그리고 아내 앞에 앉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왜 그래?”목소리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혹시 자신이 모르는 사이 오로라에게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긴 건 아닐까.“왜 이렇게 울고 있어? 무슨 일 있어? 어디 아파?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는 거야?”앨든은 쉴 새 없이 질문을 쏟아냈다.하지만 오로라는 대답하지 않았다.그저 고개를 들어 눈물을 닦아낸 뒤, 잔뜩 화가 난 눈으로 남편을 바라봤다.그리고 날카로운 목소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