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네가 낳은 첫 번째 아이.”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무슨 소리야?”언니는 내 손목을 놓지 않았다.“사율이 첫째가 아니야.”“그럼 내 첫 번째 아이가 따로 있다는 거야?”“그래.”“어디 있는데?”언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그 아이 때문에 네 기억을 지운 거야.”나는 숨을 삼켰다.“누가?”“권이록.”그 이름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권이록이 내 기억을 지웠다고?”“정확히는 네 기억을 지우도록 만든 사람이 따로 있어.”“누구?”언니는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침대 옆 서랍에서 낡은 휴대전화를 꺼냈다.“이거 네 거야.”화면을 켜자 비밀번호를 누르지도 않았는데 사진 한 장이 떠올랐다.사진 속에는 내가 있었다.십 년 전의 나.그리고 내 품에는 갓난아기가 있었다.나는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봤다.“이 아이……”“네 첫째야.”“말도 안 돼.”사진 속 아이의 손목에는 작은 붉은 점이 있었다.그 순간 이상한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작은 손.울음소리.그리고 내가 누군가에게 계속 반복해서 했던 말.‘절대 데려가지 마.’나는 머리를 움켜쥐었다.“으윽…….”“연희야!”눈앞이 흔들렸다.한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병원 복도.내가 아기를 안고 뛰고 있었다.뒤에서는 권이록이 따라오고 있었다.“연희야! 멈춰!”“싫어!”내가 울면서 소리쳤다.“이번에는 절대 안 뺏겨!”그리고 누군가 내 앞을 막아섰다.엄마였다.“연희야, 아이를 나한테 줘.”“싫어!”“그래야 네가 살 수 있어.”“엄마가 또 거짓말하잖아!”나는 아기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 내 머리를 가격했다.화면이 꺼지듯 기억이 끊겼다.나는 침대에 기대어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기억났어.”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내가 널 찾았어.”“그 아이는?”언니가 입술을 깨물었다.“살아 있어.”“어디?”“권이록이 데리고 있어.”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 새끼가 어디로 갔어?”“네 집.
“네 쌍둥이 언니.”그 말을 듣는 순간, 손끝에서 힘이 빠졌다.사율이 내 품에서 꿈틀거렸다.나는 아이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내 언니는 죽었어.”“아니.”권이록이 고개를 저었다.“죽은 걸로 만들어졌어.”“그럼 내가 봤던 시체는?”“네가 본 건 시체가 아니야.”숨이 턱 막혔다.십 년 전.피로 얼룩진 욕실.깨진 거울.바닥에 쓰러져 있던 여자.그리고 내 손에 들려 있던 칼.나는 그날을 수없이 떠올렸다.그 여자의 얼굴을.나와 똑같았던 얼굴을.“그럼 내가 죽였다고 생각했던 여자는……?”권이록이 대답하려는 순간이었다.엄마가 벌떡 일어났다.“그만해!”“왜요?”“연희한테 더 이상 말하지 마.”“이미 늦었습니다.”권이록이 나를 바라봤다.“오늘은 끝까지 알아야 합니다.”엄마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나는 엄마에게 다가갔다.“엄마.”“……”“내 언니가 살아 있어?”엄마는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나는 그 침묵으로 충분히 알아버렸다.“어디 있어?”“연희야.”“어디 있냐고!”내가 소리를 지르자 사율이 놀라 울기 시작했다.나는 아이를 달래면서도 엄마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그때 현관문이 열렸다.경찰관이 급하게 들어왔다.“연희 씨.”“왜요?”“방금 병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무슨 일인데요?”경찰관은 잠시 망설였다.“신원 미상의 여성이 응급실에 들어왔습니다.”심장이 내려앉았다.“그 여자가……?”경찰관이 내 얼굴을 바라봤다.“연희 씨와 얼굴이 거의 똑같다고 합니다.”나는 사율을 엄마에게 넘겼다.그리고 그대로 뛰쳐나갔다.병원에 도착했을 때 응급실 앞에는 경찰이 서 있었다.“안에 있어요?”“네.”문손잡이를 잡은 손이 떨렸다.나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침대 위에 여자가 누워 있었다.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었고 얼굴 절반이 피로 얼룩져 있었다.하지만 눈매만큼은 선명했다.나와 같았다.내가 숨을 삼키는 순간, 여자가 눈을 떴다.그리고 나를 보자마자 웃었다.“……드디어 왔네.”나는 얼어붙
“사율은 자기 아들이라고 합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엄마가…… 뭘 낳아?”나는 경찰차가 멈추기도 전에 문을 열고 뛰어내렸다.집 현관은 활짝 열려 있었다.경찰 두 명이 거실에 서 있었고, 소파에는 엄마가 앉아 있었다.정애.그 품에 사율이 있었다.“사율아!”내가 달려가자 아이가 나를 보고 손을 뻗었다.“엄마!”그 한마디에 눈물이 터질 것 같았다.나는 아이를 끌어안았다.그런데 엄마가 이상하리만큼 담담했다.“데려가.”“뭐?”“네 아들 아니니까.”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방금 뭐라고 했어?”엄마는 나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사율은 네가 낳은 아이가 아니야.”“그럼 누구 아들이야?”“내 아들.”순간 헛웃음이 나왔다.“엄마가 미쳤어?”“그래.”엄마는 너무 쉽게 인정했다.“미쳤어. 너 하나 살리겠다고 내가 미친년처럼 살았어.”“무슨 소리야.”“십 년 전으로 돌아가야 해.”그 말과 함께 엄마가 테이블 위에 낡은 봉투 하나를 올려놓았다.봉투에는 병원 도장이 찍혀 있었다.내 손이 떨렸다.“이게 뭐야?”“출생기록.”봉투를 열자 서류가 나왔다.나는 첫 줄부터 읽었다.산모.정애.나는 숨을 멈췄다.“……엄마.”“그래.”엄마의 목소리가 떨렸다.“사율을 낳은 사람은 나야.”“거짓말.”“네가 믿든 말든 상관없어.”“엄마가 사율을 낳았다고?”“응.”나는 서류를 다시 확인했다.산모 이름도 정애.출산일도 사율의 생년월일과 일치했다.그런데 이상했다.내가 사율을 처음 만났던 날.그 아이는 분명 나를 보자마자 엄마라고 불렀다.“그럼 왜 사율이 나를 엄마라고 불러?”엄마가 입술을 깨물었다.“네가 그렇게 가르쳤으니까.”“내가?”“아니.”엄마가 고개를 저었다.“네가 아니라…… 그 사람이.”“누구?”대답 대신 엄마가 현관 쪽을 바라봤다.나는 뒤를 돌아봤다.진짜 권이록이 서 있었다.그는 거실로 들어오자마자 사율을 바라봤다.아이의 얼굴을 보는 순간 눈빛이 흔들렸다.
“뭐라고요?”내 목소리가 갈라졌다.경찰관은 신분증과 모니터를 번갈아 확인했다.“이 사람은 권이록 씨가 아닙니다.”“말도 안 돼.”내 앞에 서 있던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내 남편이라고, 내 아들을 데려간 사람이라고 우기던 얼굴이었다.그런데 경찰의 말이 떨어지자 그의 표정이 처음으로 굳었다.“신원 확인을 위해 동행하셔야겠습니다.”경찰관이 그의 팔을 잡았다.“놔.”낮게 깔린 목소리였다.“권이록은 내가 맞아.”“지문이 다릅니다.”“그럴 리가 없어.”“십 년 전 사망 처리된 권이록 씨의 지문과 현재 지문이 일치하지 않습니다.”그 순간 남자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원망인지 협박인지 알 수 없는 눈이었다.“연희야.”나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네가 모르는 게 있어.”“뭔데?”“내가 권이록이 아니라는 건 맞아.”그 말에 경찰관들까지 멈칫했다.남자는 입꼬리를 올렸다.“하지만 네 남편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야.”심장이 내려앉았다.“무슨 개소리야?”“법적으로 권이록은 죽었어.”그가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하지만 네가 사랑했던 남자는 살아 있어.”“그게 너라고?”“아니.”순간 그의 시선이 내 뒤로 향했다.나도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복도 끝.누군가 서 있었다.검은 모자를 눌러쓴 남자였다.그런데 걸음걸이를 보는 순간 숨이 멎었다.저 걸음.어깨가 아주 조금 내려앉는 습관.오른손으로 코트 주머니를 만지는 버릇.나는 그 모습을 너무 오래 봐왔다.“……권이록?”내 입에서 이름이 흘러나왔다.남자가 모자를 벗었다.얼굴을 보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똑같았다.내가 기억하는 남편의 얼굴.죽었다고 믿었던 그 얼굴.“연희야.”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경찰관이 재빨리 그 남자에게 다가갔다.“신분증 보여주시겠습니까?”남자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그리고 신분증을 건넸다.경찰관이 확인하더니 얼굴이 굳었다.“권이록 씨…… 맞으시네요.”내 앞에 있던 가짜 권이
“내가 당신을 죽였다고?”연희는 문 앞의 남자를 바라봤다.피 묻은 셔츠.창백한 얼굴.그리고 자신이 십 년 동안 남편이라고 믿었던 얼굴.“권이록.”남자가 웃었다.“이제야 이름을 제대로 부르네.”연희는 한 걸음 물러났다.“다가오지 마.”“왜?”“당신 죽었다고 했잖아.”“누가?”연희의 시선이 권태겸에게 향했다.권태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권이록이 피식 웃었다.“아버지가 죽었다고 했어?”“그럼 당신은 왜 살아 있어?”“살아 있었으니까.”“그동안 어디 있었어?”“도망 다녔어.”“누구한테?”“너한테.”연희의 얼굴이 굳었다.“나한테?”“그래.”권이록이 품에서 낡은 봉투를 꺼냈다.“네가 날 죽이려고 했으니까.”연희는 봉투를 낚아챘다.안에는 사진 한 장이 있었다.사고 현장.차량 옆에 쓰러져 있는 권이록.그리고 그 앞에 칼을 들고 서 있는 여자.연희였다.“이게…”“네가 기억을 잃기 전 마지막 모습이야.”연희의 손이 떨렸다.“나는 왜 칼을 들고 있었어?”“나를 죽이려고.”“왜?”권이록이 웃었다.“내가 네 아들을 빼앗았으니까.”연희는 숨을 삼켰다.“내가 낳은 아이를?”“그래.”“그런데 왜?”권이록의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그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네 목숨이 위험했으니까.”“누구 때문에?”“권태겸.”연희가 권태겸을 노려봤다.“또 당신이야?”권태겸은 침묵했다.권이록이 말했다.“아버지는 네 아이를 없애라고 했어.”“왜?”“그 아이가 태어나면 회사 상속 구조가 바뀌니까.”연희의 얼굴이 굳었다.“그래서 내 아이를 죽이려고 했어?”“그랬어.”“당신은?”“막으려고 했지.”“그런데 왜 내가 당신을 죽이려고 했는데?”권이록은 잠시 연희를 바라봤다.“네가 내가 아이를 죽였다고 믿었으니까.”연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사실은 내가 아이를 빼돌렸어.”“어디로?”“안전한 곳.”“그게 어디인데?”권이록은 대답하지 않았다.연희가 다가갔다.“내 아들 어디 있어.”“네가
네 남편 아이라고?”연희는 화면을 노려봤다.“당신이 말하는 내 남편이 누구야.”권도혁은 대답하지 않았다.그저 아이를 바라봤다.“그 아이한테 직접 물어봐.”연희가 아이를 돌아봤다.“사율아.”아이가 고개를 들었다.“응.”“네 아빠 얼굴 기억나?”아이는 잠시 생각했다.그러더니 고개를 저었다.“얼굴은 몰라.”“그럼 뭘 기억해?”“목소리.”“어떤 목소리?”아이가 조용히 말했다.“엄마가 울 때마다 와서 안아주던 목소리.”연희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 사람이 뭐라고 했어?”“항상 똑같이 말했어.”아이가 연희의 손을 잡았다.“‘엄마한테는 비밀이야.’”연희가 굳었다.그때 권도혁이 화면 너머에서 웃었다.“이제 기억나지?”“아니.”“거짓말.”“난 정말 몰라.”“그럼 네 손목을 봐.”연희가 손목을 내려다봤다.오래된 흉터 하나가 있었다.“이거…”“그날 생긴 거야.”“무슨 날?”권도혁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네가 내 아이를 낳던 날.”연희는 숨을 삼켰다.“난 아이를 낳은 적 없어.”“네 기억 속에서는.”“그럼 실제로는?”“아이를 낳았어.”연희가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 없어.”정애가 조용히 말했다.“연희야.”“엄마는 말하지 마.”“네가 정말 잊고 있는 거야.”연희가 돌아봤다.“뭘?”정애는 울면서 말했다.“네가 아이를 낳은 뒤.”잠시 멈췄다.“아이를 직접 버렸어.”연희의 얼굴이 굳었다.“내가?”“그래.”“왜?”“네가 그 아이를 보면 안 된다고 했어.”“누가?”정애가 입을 다물었다.연희가 다그쳤다.“누가 나한테 그렇게 시켰어!”정애가 결국 말했다.“권이록.”연희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또 그 사람?”“그 사람이 아니라…”정애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권이록이라고 믿었던 사람.”연희가 굳었다.“그럼 그 사람 이름이 뭔데.”정애가 대답하지 않았다.그 순간 문이 열렸다.권이현이 들어왔다.“내 이름을 찾고 있습니까?”연희가 그를 바라봤다.“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