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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화

Author: 유리구슬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24 15:40:46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남편.”

그 당돌한 호칭에 도진의 눈동자가 일순간 크게 흔들렸다가, 이내 짙은 만족감으로 물들었다. 도진은 잡고 있던 채원의 턱을 놓고 물러났다.

“김 비서.”

서재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김 비서가 즉각 문을 열고 들어왔다.

“네, 대표님.”

“계약서 수정해. 제5조 조항 신설. ‘갑은 을의 한성그룹 경영권 탈환 및 사적 복수에 필요한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을 무제한 지원한다.’ 이걸로 추가해서 당장 다시 뽑아 와.”

“……알겠습니다.”

김 비서는 경악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서둘러 태블릿을 두드렸다.

잠시 후, 새롭게 인쇄된 완벽한 계약서가 다시 테이블 위에 놓였다.

도진이 먼저 거침없는 필치로 자신의 이름을 휘갈겼다.

사각, 사각.

이어 채원이 만년필을 넘겨받았다.

잠시 서류를 내려다보던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서명란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내렸다.

[ 한 채 원 ]

서명이 끝남과 동시에, 두 사람을 얽매는 1년짜리 족쇄이자 완벽한 무기가 완성되었다.

“이로써 거래가 성립되었군.”

도진이 서류를 갈무리해 김 비서에게 넘기며 말했다.

“이제 넌 완벽한 내 아내이자 파트너다. 횡령범 누명은 내 쪽에서 즉각 대응팀을 꾸려서 여론을 뒤집을 테니 넌 신경 꺼. 그것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있으니까.”

“시급한 문제요?”

채원이 묻자, 도진이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칼을 쥐었으니, 첫 번째 사냥을 하러 가야지. 네 머릿속에 있는 그 대단한 복수극의 첫 번째 스케줄이 뭐지?”

채원의 머릿속에 어젯밤, 민호의 입에서 나왔던 단어가 스치고 지나갔다.

[ ‘우리 곧 결혼이잖아. 주총도 얼마 안 남았는데……!’ ]

그리고 한유라가 제 앞에서 지었던 비열한 웃음도.

그 두 쓰레기는 자신이 500억 횡령범으로 쫓겨난 이 상황을 축배 삼아, 내일 당장 그들만의 화려한 파티를 열 계획이었다.

채원의 입가에 차갑고도 잔혹한 미소가 번졌다.

“당장 내일 저녁입니다.”

“내일 저녁?”

“제 이복동생 한유라와, 제 전 약혼자 강민호의 공식 약혼 발표 파티가 열리거든요. 한성그룹 임원들과 VVIP들이 전부 모이는 자리죠.”

그 말을 들은 도진의 눈빛이 흥미로움으로 번뜩였다.

“완벽한 무대군. 죽은 줄 알았던 한성그룹의 전 본부장이, 재계 1위 JS그룹 대표의 약혼녀가 되어 그 자리에 화려하게 부활한다. 아주 짜릿한 등장판이 되겠어.”

도진은 김 비서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김 비서. 당장 샵에 연락해서 최고급 VVIP 스타일링 팀을 이쪽으로 불러.”

“지금 바로 부를까요?”

“그래. 그리고 샤넬, 디올, 에르메스. 각 브랜드의 이번 시즌 오뜨 꾸뛰르 컬렉션 전부 펜트하우스로 올리라고 해. 드레스부터 구두, 주얼리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도진의 파격적인 지시에 김 비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내 고개를 숙이고 방을 나갔다.

도진은 메이드의 헐렁한 셔츠를 입고 있는 채원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무대에 오르려면 완벽한 갑옷부터 입어야지.”

“제가 알아서 할 수 있습니다. 굳이 이렇게 요란하게…….”

“내 아내가 될 여자가 흠집 난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서는 건 용납 못 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내일 파티장에 모인 모든 인간들이 널 보자마자 무릎을 꿇고 싶어지게 만들어.”

도진이 다가와 채원의 젖은 머리카락 한 올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쓸어 넘겼다.

“기대하지. 내일 밤, 네가 어떻게 그 식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지.”

채원은 자신의 머리칼을 스치는 도진의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

대신, 그 어느 때보다 오만하고 아름다운 미소로 화답했다.

“기대 이상일 겁니다. 제가 받은 수모, 정확히 천 배로 갚아줄 거니까요.”

악마와의 계약은 끝났다.

이제, 지옥의 불길을 그들의 발밑에 던져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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