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다시 들어갈 때도 함께하라는 말에 은채는 답했다.
“네.”
대답하고 나자 압박을 유지한 손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 오늘 남겨둘 부분을 다음 수술에서도 직접 봐야 했다. 은채는 문정원 쪽으로 시야를 열었다.
문정원은 당장 통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출혈을 다시 살폈다. 은채는 손상 부위가 시야에서 가려지지 않도록 도왔다. 다른 손상을 놓치지 않기 위한 확인도 필요한 범위에서 이어졌다.
결정을 내린 뒤의 움직임은 오히려 더 엄격해졌다.
배 안에 남겨둘 압박용 거즈의 수가 소리 내어 확인됐다. 6장. 수술 중 사용하고 회수한 것과 의도적으로 남기는 것을 분리해 기록했다.
은채가 위치를 정리해 말하자 순환간호사가 되읽었다.
“6장 맞습니다.”
장기를 보호하고 임시 폐쇄 장치를 연결하는 동안 문정원은 소민과 환자의 반응을 계속 확인했다. 오늘 배를 완전히 닫지 않을 이유, 다시 확인해야 할 부분, 중환자실에서 지켜볼 내용이 하나씩 분명해졌다.
은채는 본원에서 배웠던 손상통제수술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이름은 알고 있었고 수술에도 참여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자신이 멈출 시점을 제안하고, 이후의 치료까지 설명해야 하는 입장이 되자 무게가 달랐다.
흉부 쪽을 마친 태오가 수술포에서 손을 뗐다.
“배액관 유지하고, 중환자실에서 추이 같이 보겠습니다.”
문정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복부 계획도 공유할게.”
태오는 주변 기구가 정리되는 것을 확인한 뒤 먼저 수술대에서 물러났다. 은채는 그가 수술 중 한 번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독설가라는 소문은 들었다. 같은 학술 모임에 참석했던 동료는 그를 수술실의 저승사자라고 불렀다. 발표자를 끝까지 몰아붙이니 조심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오늘 태오는 환자의 상태를 물었고, 대답을 들으면 바로 다음 일을 했다. 자기 쪽 상황이 바뀌면 은채가 묻기 전에 먼저 알렸다.
그 사실을 인정한다고 학술 모임에서 받은 불쾌감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서 선생.”
문정원의 목소리에 생각이 끊겼다.
“인계할 때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것부터 정리해.”
“간 손상 부위에 압박용 거즈 6장 남겼고, 임시 폐쇄 상태입니다. 출혈과 배액 변화 확인해야 하고…….”
은채가 항목을 이어가자 문정원은 잘못된 부분만 짚었다. 현재의 검사 결과만 말하지 말고 변화 방향도 전달하라는 지적이었다.
“알겠습니다.”
“재수술은 상태 회복을 보면서 정하되, 늦추지 않도록 준비할 거야. 나빠지면 계획한 시간까지 기다리는 건 아니고.”
은채는 고개를 끄덕였다.
중환자실에서 상태를 되돌려 다음 치료로 이어가는 것. 방금 끝낸 것은 그중 첫 단계였다.
오후 7시 50분, 환자가 수술실을 나갔다.
혈압을 확인하던 소민이 이동 중 사용할 장비로 연결을 바꿨다. 중환자실 팀이 인계받을 준비를 마쳤다는 연락이 왔다. 은채는 침대 옆에서 이동 경로를 따라갔다.
조금 전까지 환자 가슴과 배를 채우고 있던 손들이 차례로 떨어지고, 새로운 사람들이 그 자리에 들어왔다.
중환자실 입구에서 한 간호사가 환자 이름을 확인했다. 묶은 머리 아래로 명찰이 보였다. 윤미경, 책임간호사.
“복부는 임시 폐쇄죠?”
“네. 기록하고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미경은 문정원과 소민의 인계를 들은 뒤 은채에게 배액량을 기록한 시간을 다시 물었다. 질문이 촘촘했다. 이미 말한 것까지 재차 확인하는 대목도 있었다.
은채는 처음에는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하나 싶었다. 그러나 미경은 소민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물었다. 어느 장비에서 측정한 것인지, 이동 전후 수치가 같은 조건인지 구분했다.
은채는 메모에서 이동 전후의 측정 시각을 찾아 보여줬다.
인계가 끝나자 문정원이 그녀의 팔꿈치 근처를 가볍게 짚었다.
“보호자 설명하러 가자.”
복도에 나왔을 때에야 마스크 아래 얼굴이 축축한 것을 알았다. 은채는 새 마스크로 바꾸고 소매를 정리했다. 장갑을 벗은 손에 거즈를 누르던 감각이 남아 있었다.
보호자 대기공간에는 작업복을 입은 남자 둘과 작은 손가방을 무릎에 올린 여자가 앉아 있었다. 여자는 세 사람이 걸어오자 바로 일어났다.
“임기석 씨 보호자분이세요?”
“아내예요. 이선옥입니다.”
문정원이 별도의 설명실로 안내했다. 함께 있던 남자들은 직장 동료였고, 선옥이 원해 그중 한 명이 옆에 앉았다.
문정원은 수술에서 확인한 손상부터 설명했다. 가슴 안의 출혈과 폐 손상, 간의 큰 손상. 태오는 자신이 담당한 흉부 처치와 앞으로 볼 내용을 덧붙였다.
선옥은 설명을 듣는 동안 계속 손가방의 지퍼를 만졌다. 열지는 않았다. 은채가 그 손에서 눈을 뗐다.
“피는 멎었어요?”
문정원이 신중하게 답했다.
“큰 출혈은 통제했습니다. 다만 몸 상태가 많이 나빠서 중환자실에서 계속 치료해야 합니다.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닙니다.”
“수술은 끝난 거죠?”
은채가 입을 열었다가 잠시 멈췄다. 문정원이 그녀를 보았다. 직접 설명해보라는 뜻이었다.
“오늘 필요한 첫 수술은 마쳤습니다. 배는 다시 수술해야 합니다.”
선옥의 손이 멈췄다.
“왜요?”
은채는 쓸 말을 골랐다. 수술을 오래 견딜 상태가 아니었다는 설명이 치료를 포기했다는 말로 들리지 않기를 바랐다.
“출혈이 많았고 몸이 많이 차가워졌습니다. 피가 잘 멎는 조건도 나빠져 있었고요. 지금은 남은 처치를 오래 하는 것보다, 출혈을 억제한 상태로 몸을 회복시키는 게 필요했습니다.”
“그럼 배를 열어놓으셨어요?”
“안쪽을 보호하는 장치로 덮어둔 상태입니다. 밖에 노출된 채로 두는 것은 아닙니다.”
은채는 설명용 그림에서 간이 있는 위치를 가리켰다. 의도적으로 압박을 유지한 부분과 다음 수술에서 확인할 내용을 구분해 말했다.
선옥은 그림을 내려다봤다.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요.”
“네.”
“남편이 수술을 또 버틸 수 있는 거예요?”
은채는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문정원이 답했다.
“다음 수술을 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치료하는 겁니다. 상태를 계속 보면서 시기를 정하겠습니다. 그 전에 변화가 생기면 먼저 대응할 거고요.”
선옥의 눈가가 붉어졌다. 동료가 건넨 휴지가 선옥의 무릎에 놓였다.
“아침에 허리 아프다고 했거든요. 병원 가라고 했는데 오늘만 끝내면 된다면서…….”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은채는 의자 아래로 모인 선옥의 두 발을 봤다. 뒤축을 제대로 올리지 못한 운동화가 눌려 있었다.
수술실에서는 어떤 선택이 가능한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었다. 이 사람 앞에서 무슨 말을 더 해줄 수 있는지는 알기 어려웠다.
“지금 얼굴 볼 수 있어요?”
문정원이 중환자실의 처치가 정리되는 대로 짧게 면회할 수 있도록 확인하겠다고 했다. 선옥이 의자에서 조금 몸을 일으켰다.
설명실 문을 나서자 태오가 은채에게 말했다.
“다시 들어가겠다는 말을 먼저 해준 건 좋았습니다.”
칭찬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은채가 그를 봤다.
“그림까지 꺼내놓고 숨길 수는 없으니까요.”
“숨긴다는 뜻이 아니라, 첫 문장에서 분명하게 말했단 얘기입니다.”
그는 더 붙이지 않았다. 흉부외과 쪽 호출을 확인하고 중환자실로 돌아갔다.
은채는 복도에 잠깐 서 있었다. 학술 모임에서 들었던 말들과 방금 들은 말을 같은 사람의 목소리로 정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문정원이 걸음을 늦췄다.
“첫날 소감은?”
“수술실 위치는 외웠습니다.”
“나머지도 오늘 다 외우려고 하지 말고.”
은채가 웃을 듯 말 듯 입가를 움직였다.
문정원은 장난을 길게 이어가지 않았다.
“오늘 멈추자고 한 판단은 맞았어. 다만 재수술 때 어떤 상태일지는 아직 몰라. 좋은 결과가 나오기 전에도 네가 왜 그 결정을 했는지는 설명할 수 있어야 해.”
“네.”
“그걸 잊지 마.”
중환자실 문이 열렸다. 선옥이 직원의 안내를 받아 남편 쪽으로 걸어갔다. 환자 곁에 서자 어깨가 한 번 내려앉았다. 손을 뻗었다가 관에 닿을까 봐 멈추는 모습이 유리 너머로 보였다.
미경이 손을 잡아도 되는 위치를 알려줬다.
그제야 선옥이 남편의 손등을 아주 조심스럽게 감쌌다.
은채는 다시 중환자실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 전 인계한 배액량 옆에 새 측정값이 적혀 있었다. 수술실에서 자신이 붙들고 있던 환자의 몸을, 여기서는 다른 손들이 살피고 있었다.
미경이 그녀에게 기록을 내밀었다.
“선생님 퇴근하신 다음에는 누가 바로 볼 수 있죠?”
은채는 자신이 보겠다고 대답할 뻔했다.
입을 다문 은채가 배액통을 봤다. 자신이 다른 수술실에 들어가 있어도, 변화가 생기면 누군가는 이 침상으로 와야 했다.
그녀는 미경이 내민 기록 옆에 당직표를 펼쳤다.
금요일 오전 8시, 은채는 남정호의 침대 앞에서 야간 외과의의 인계를 받았다.밤사이 순환 지원을 다시 늘려야 할 변화는 없었다. 소변과 산염기 상태도 회복되는 방향이었다. 음압 장치는 밀폐를 유지했고, 배액에 갑작스러운 변화는 없었다.정호는 기관내관을 유지하고 있었다. 은채가 이름을 부르자 눈꺼풀이 움직였다. 담당팀이 현재의 반응과 진정 상태를 설명했고, 은채는 복부와 관의 상태를 살폈다.이제는 안쪽을 확인할 시간이었다.수진은 이동 전에 잠깐 아버지를 만났다. 전날 가져간 그림이 가방 바깥으로 조금 나와 있었다. 그녀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빼고 침대 곁에 섰다.“아버지, 나 밖에서 기다릴게.”정호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수진은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손을 잡았다가 이동 준비가 시작되자 놓았다.은채는 수진에게 예정된 재탐색을 진행한다고 알렸다. 확인한 상태에 따라 연결과 복부 폐쇄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수진은 어제처럼 왜 또 여느냐고 묻지 않았다.“설명 끝나면 저를 불러주세요. 멀리 안 갈게요.”준석이 수술실 앞에서 합류했다. 그는 전날 표시해둔 구간을 다시 펼쳤고, 은채는 문정원에게 밤과 아침의 경과를 전달했다. 마취는 소민이 다시 맡았다.이성훈과 맞춘 혈류 평가와 항응고 조절 계획도 함께 확인했다.오전 10시, 임시 폐쇄 장치를 제거하기 시작했다.첫 수술을 마친 뒤 41시간 남짓이 지나 있었다.보호층 아래에서 장이 드러났다.
목요일 오후 2시, 은채는 남정호의 밤 기록을 펼쳤다. 몸은 회복되는 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가장 알고 싶은 것, 남겨둔 장이 살아났는지는 그 어디에도 적혀 있을 수 없었다.수요일 저녁 7시에 넘겼던 경과 뒤로 새로운 줄들이 붙어 있었다. 소변량이 줄었던 시각, 담당팀이 환자를 재평가한 내용, 치료를 조절한 뒤의 변화가 이어졌다. 같은 혈압이라도 받쳐주던 약의 양은 달랐다.정호의 침대에 도착하자 미경이 전용 음압 장치의 배액을 보여줬다.“오전부터 색이나 양이 갑자기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설정과 밀폐 상태도 유지되고요.”“새로 혈성으로 늘어난 적은요?”“야간 기록에도 없습니다. 대신 새벽에 소변이 줄어서 외과랑 중환자 담당이 같이 봤어요.”은채는 이미 읽은 시각을 짚었다. 미경은 야간 담당에게 인계받은 내용에, 아침부터 직접 본 배액 변화를 덧붙였다.배를 덮은 장치 아래에서는 전날 남겨둔 구간을 볼 수 없었다.은채가 복부를 살피는 동안 담당 간호사는 최근 순환과 호흡의 변화를 정리했다. 은채는 위 감압관의 배액과 고정 상태도 보고, 손대지 말아야 할 관을 환자 쪽에서 멀리 정리했다.“이거 보면 장이 살아났는지 알 수 있나요?”수진이 면회 시간에 들어와 물었다. 눈길은 배가 아니라 배액 용기에 머물러 있었다.“새 출혈이나 다른 문제가 생기는지 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남겨둔 장의 상태를 이것만으로 알 수는 없어요.”“피가 덜 나오면 좋아지는 건 줄 알았어요.”
오후 2시 25분, 남정호의 수술이 시작됐다. 배를 연 뒤 은채는 영상보다 넓은 변화를 보았다.소장은 한 가지 색이 아니었다. 선홍빛이 남은 구간 옆으로 회색빛 장이 이어졌고, 그 가운데 짧은 부위는 훨씬 어두웠다. 혈류가 줄어든 범위 안에서도 손상의 깊이는 고르지 않았다.문정원이 물었다.“먼저 해야 할 건?”“혈류 회복할 공간 확보하고, 그동안 전체 범위를 보겠습니다.”혈관외과 이성훈이 맞은편으로 붙었다. 은채와 준석은 부은 장을 보호하면서 혈관에 접근할 시야를 열었다. 마취를 맡은 소민이 환자의 순환 상태와 수술 전 투여한 약을 알렸다.은채는 조금 전 응급실에서 마지막으로 만져본 배를 떠올렸다. 처음보다 단단해진 부위가 있었다. CTA에서도 그쪽 장벽으로 조영제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혈관 안으로만 접근하는 치료를 검토했지만, 이제는 장을 직접 볼 필요가 있었다.“이쪽 고정은 제가 하겠습니다.”준석이 보조 기구를 받았다. 같은 곳에 두 사람의 손이 겹치지 않게 자리부터 나눴다. 은채는 빈 공간으로 흡인기를 넣었다. 부어오른 장 아래에 고였던 액체가 걷히자 혈관으로 이어지는 조직이 드러났다.성훈이 말했다.“이 시야 유지해주세요.”그가 재개통을 준비하는 동안 문정원과 은채는 나머지 장을 따라갔다. 준석은 어느 구간을 이미 봤는지 짧게 되읽었다. 앞에서 본 장이 뒤섞여 들어오지 않도록 수술포 위에 놓는 방향도 맞췄다.경계가 애매한 곳이 예상보다 길었다.
수요일 오전 10시, 최준석은 안내받은 외과 업무 공간으로 들어왔다.영상 속에서 봤을 때보다 키가 컸다. 가방은 작은 것 하나였고, 청해에서 사용할 출입증을 손에 들고 있었다.“서 선생님?”“서은채입니다.”“최준석입니다. 어제 자료 잘 봤습니다.”악수는 짧았다. 은채는 인사 뒤에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생각하다가 문정원이 부르는 쪽으로 갔다. 환자 목록이 이미 펼쳐져 있었다.진료지원 일정에 맞춰 진료 참여 절차와 인계가 준비돼 있었다. 문정원이 오늘 함께 볼 환자와 협진 연락 체계를 설명했다. 준석은 청해에서 담당팀으로 연결되는 번호부터 휴대전화에 넣었다.민재가 첫 환자를 설명하다가 검사 결과를 두 번 읽었다. 준석이 기다렸다가 물었다.“오늘 그 환자를 봤습니까?”“네. 아침에요.”“검사표 말고 그때 얘기부터 해주죠.”민재는 환자가 밤에 잠을 못 잤다는 말부터 다시 시작했다. 준석은 그 원인이 통증인지, 다른 불편인지 물었고, 은채는 담당 간호사에게 받은 밤의 기록을 보탰다.그들이 함께 병실을 돌고 돌아오자 준석이 말했다.“여기는 병동 올라가는 길이 짧네요.”“길은 짧은데 중간에 많이 불립니다.”은채가 대답했다. 말이 끝나자마자 문정원의 전화가 울렸다. 준석은 소리 내 웃지 않고 자기 목록의 다음 칸을 넘겼다.점심 직전 문정원이 예정
순자는 퇴원 설명을 듣다가 라켓 가방을 무릎 아래로 밀었다.“이건 그냥 들고 가는 거예요.”누가 먼저 묻기도 전이었다. 나경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엄마, 선생님이 가방 검사하러 오신 거 아니야.”“지난번에 봤잖아. 오늘 또 운동 얘기부터 할까 봐.”은채도 웃었다. 수술 후 4일째였다. 순자는 식사를 늘린 뒤에도 토하지 않았고, 새로 심해지는 복통 없이 병실과 복도를 걸었다. 진찰과 상처, 장 기능을 문정원과 함께 검토한 뒤 오늘 퇴원을 결정했다.나경은 퇴원 안내문을 펼쳐놓았다. 종이 모서리에 어머니가 가져온 펜이 끼워져 있었다.은채는 집에서 걸으며 움직이는 것과 힘을 크게 쓰는 운동을 나눠 설명했다. 탁구를 다시 시작할 시점은 추적 진찰에서 수술 부위와 회복을 보고 정하기로 했다.“그럼 동호회 구경은요?”“집에서 움직이는 데 불편이 없는지 먼저 보세요. 가시더라도 오래 앉거나 힘들게 이동하지 않도록 조절하시고요.”“내가 구경 가면 한 번만 치라고 할 사람들이라서.”순자가 가방을 더 깊이 밀었다. 이번에는 나경이 지퍼를 열어 라켓을 자기 가방으로 옮겼다.“제가 보관할게요.”“그건 또 싫은데.”모녀가 서로를 보며 웃었다. 수술 전에는 나경이 묻는 동안 순자가 배를 움켜쥐고 있었다. 오늘은 어머니가 말하다가 딸의 말을 빼앗았다.은채가 새로운 심한 복통이나 구토, 상처의 변화가 생
화요일 오전 9시, 화면 속 최준석이 초기 영상을 열었다.전날 받은 질문과 똑같은 순서였다. 최종 영상이나 퇴원 결과부터 보여달라는 말은 없었다.청해 쪽 회의실에는 문정원과 박준영이 앉아 있었다. 중환자실에서는 평소처럼 담당팀이 환자를 보고 있었다. 은채는 공유할 자료를 열고 마이크를 켰다. 이름과 등록번호를 가린 첫 CT 옆에 내원 당시 진찰 기록을 놓았다.“최초에는 3등급 손상으로 판단했습니다. 혈압과 맥박, 복부 진찰을 같이 봤고, 영상에서 명확한 혈관 병변이나 조영제 유출은 없었습니다. 우선 집중 관찰을 선택했습니다.”“출혈이 없었다는 말씀입니까?”준석이 물었다.“아니요. 비장 주위 혈액은 있었습니다. 당시 바로 중재할 혈관 병변이 보이지 않았다는 뜻입니다.”은채는 자기 슬라이드의 문장을 읽지 않고 대답했다. 말을 잘못 줄이면 첫 판단부터 달라졌다.준석은 영상을 한 장 넘겼다.“그럼 관찰을 유지할 수 있었던 조건을 더 설명해주시죠.”은채가 준비한 표를 펼쳤다. 혈액검사 결과만 모아둔 표 옆에 통증과 진찰, 활력징후, 보고와 재평가 시각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정아가 처음 배를 누르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때 들은 말이 검사 수치보다 먼저 기억나는 구간도 있었다. 은채는 기억 대신 그날 남긴 기록을 짚었다.“감시할 병상과 반복 진찰이 가능했고, 중재나 수술이 필요해지면 전환할 팀도 확보돼 있었습니다. 관찰한다고 정한 뒤에도 그 조건이 유지되는지 다시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