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ZER LOGIN재생되는 영상 속 지니는 가히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지니의 가냘픈 목과 가느다란 손목, 그리고 발목에는 시퍼런 마력이 감도는 쇠사슬이 무거운 수갑 형태로 단단히 묶여 있었다.
쇠사슬이 살을 파고든 자리에는 거무스름한 피가 맺혀 깊은 멍 자국이 처참하게 들어 있었고, 늘 깨끗하던 하얀 튜닉은 마치 썩은 나뭇잎처럼 너덜너덜하게 찢겨 있었다.
상자를 내려놓는 그녀의 손가락은 뼈대만 남은 듯 앙상해 보였으며, 그녀가 뿜어내던 황금빛 마력은 마치 마지막 생명력을 억지로 쥐어짜 내듯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스틸은 화면 속 지니의 텅 비어버린 공허한 눈동자가 자신을 향하는 순간, 가슴 한복판에 거대한 구멍이 뚫린 듯 잔인한 냉기가 뼛속까지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그
속삭이듯 내뱉은 밀로투스의 말에 메스메리아는 살며시 입꼬리를 올렷다.그녀도 스틸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지 고개를 끄덕였다.사건을 몰고 다니는 유별 스틸은 과거 망나니 모습을 벗어던지고 제국 내의 온갖 시선을 한몸에 받는 능력자로 거듭나 있었다.밀로투스의 손길이 허리선을 지나 굴곡진 엉덩이에 머물렀을 때, 그녀는 살짝 몸을 떨며 그의 품 안으로 더욱 파고들었다. 밀로투스는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안아 들고 창가로 이끌었다.혹여나 창문 밖에서 학생들이 교수동을 올려다볼까 싶어 투명화 마법을 가볍게 펼쳐 놓은 뒤, 두 사람은 한층 더 대담하게 서로의 몸을 비벼댔다.“정말 오랜만에 교수님을 뵙다니 신이 나네요.”“지난주 황실과의 협의 때문에 개강을 놓쳤는데, 이리 메스메리아 교수님을 안고 있으니 방학이 다 지나간 게 비로소 실감이 나는군요. 후후.”두 사람은 깊은 관계까지 나아가지 않은 채, 야릇한 긴장감 속에서 서로의 손길과 온기를 한껏 만끽하고 있었다.“저는 연구실에 파묻혀 지내느라 바빴는데, 교수님은 왜 이리 학교에 안 계셨던 건가요?”밀로투스는 옷 위로 볼록하게 솟아오른 메스메리아의 풍만한 흉부를 주물럭거리며 그녀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루카스크 대공가 부근이 저희 가문의 영지와 가까워서, 요즘은 서로 군사력을 공유하며 전선을 유지하는 중입니다. 도른이 자꾸 도발을 해서 말입니다.”“제국의 국경을 이리 지켜 주시니······ 저희 같은 사람들은 평온한 일상을 누리는 거네요. 감사해요, 교수님.”생각지도 못한 칭송에 괜스레 얼굴이 붉어진 밀로투스는 머쓱함을 달래려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
점심 식사를 마친 스틸은 지니와 함께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마법학 개론』 강의를 듣기 위해 웨스트 에어리어 공터로 향했다.오늘도 날씨는 쾌청했다.야외 수업이 열리는 공터는 햇살이 찬란히 내리쬐고 잔디밭이 펼쳐져 초록빛 향연을 이루는 아름다운 날이었지만, 스틸에게는 날씨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이럴 수가. 황가보다 더 대단한 게 루카스크 가문이었다니.”스틸은 충격으로 입술을 깨물었다.“그러게. 주인님, 몰랐어. 그 루카스크 가문이 그리 대단한지.”광증으로 사교계에도 못 나가고 정치에도 관여하지 못하는 대공이라 얕본 것일까.전생의 짝사랑 상대와 닮은 대공비의 외모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그 가문을 외면한 탓일지도 몰랐다.그러나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광증으로 폐인처럼 산다던 대공이 어떻게 영지를 풍요롭게 유지하고, 하필이면 군수 산업까지 발전시켰을까.“원래 그 대공가가 마정석이 많이 난다고 해도 너무 대단한 거 아니야?”전쟁도 없는 시대에 무기가 무슨 소용이지? 어쩌면 현대처럼 미리 방어를 하려고 하는 고차원적인 생각을 하는 걸까.무기를 많이 생산해내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건가.“주인님, 알고 보면 그 영지도 습격을 많이 받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역시 지니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그 대공이 광증 탓에 전면전에 나설 수 없어도 가신이 제대로 일을 할 수도 있는 문제였다.원래 평화를 외치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싸우지 않겠소- 그리 선포하려면 싸울 능력이 있고 함부로 안 해야 다들 인정하게 된다.스틸은 루카스크 대공가가 제국에 무시를 당하지 않기 위해 오히려 군사력이라도 갖춰 숨어 사는 것일 수도 있다고 애써
수업이 끝난 직후, 스틸과 지니는 오랜만에 찾아온 평온한 온기를 만끽하며 학부 식당으로 향했다.아카데미 검술 대회도 기대가 되고, 합법적으로 아쳐에게 철퇴를 내릴 수 있는 앞날도 기대가 되는 그였다.그리고 무엇보다 등 뒤를 든든하게 받쳐 주는 우군들의 존재 덕분일까.가슴 속 깊이 퍼지는 여유는 세상 그 무엇도 두렵지 않게 만들었다.다만 그로 인해 얻은 소소한 번뇌가 있다면, 시도 때도 없이 뇌리를 울리는 차원 인벤토리 속 전력들과 '마음의 소리'로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행복한 비명뿐이었다.스틸의 공간에는 칠흑 같은 오라를 품은 듀라한 기사단과 스펙터, 그리고 덤으로 깃든 플로럴스피릿의 왕이 자리 잡고 있었고, 지니의 공간에는 가르나르의 마정석 꽃밭 수만 송이와 수백 체의 밴시, 심지어 웅크린 레드 드래곤까지 깃들어 있었다.— 인간들의 학문이란 참으로 기이하군.—정치라니, 굳이 머리를 썩혀 배운들 저 실상과 어찌 같겠는가.— 전하, 저편에 불온한 저주의 기운을 품은 무리가 서성입니다. 부디 조심하십시오.귓가를 잔잔하게 울리는 정령들과 마물들의 와글거리는 음성은 스틸에게 색다른 즐거움이자, 그 어떤 첩보망보다 완벽한 이중 방어선이 되어 주고 있었다.“주인님, 정말 우리 주변에 많은 존재가 있어 그런지 하나도 심심하지가 않아.”스틸이 능력이 많아질수록 지니 역시도 함께 성장하고 있으니 느낀 바는 똑같은 것 같았다.“그러게. 어수선해도 즐겁군.”그리고 이제 주변 인간들도 스틸에게는 웃으며 다가오는 존재가 많았다.인사하는 사람, 눈을 마주쳐도 찡그리지 않는 학생, 그리고 동경하듯 바라보는 사람들까지.지난봄과 많은 변화를 겪은 그였다.&ldq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그리웠던가.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미궁 안에서 하데스와 마주하느라 생사를 오갔는데, 스틸은 다시 찾은 이 일상에 새삼 감사함을 느꼈다.월요일 1교시 『귀족의 의무』 히스테리아 교수의 시간.교수가 도착하기 전, 강의실은 곳곳에서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물론 그 수군거리는 소리의 90%는 스틸의 이야기였다.늠름하다, 가르나르 영지가 기대된다, 소식지 봤냐, 스틸이 지난주 미궁에 있다가 돌아온 것 같다는 둥.모두의 시선이 스틸에게 쏠렸다. 지니는 그의 팔을 가볍게 잡으며 부드럽게 웃었다. 부드러운 팔의 온기가 전해지자 그녀는 살짝 고개를 기울여 주변을 살폈다.“우리 주인님 인기가 하늘을 찌르네?”인기가 하늘만 찌를까. 아마 아쳐의 심장도 쿡쿡 찔러 대겠지.지니의 목소리에는 장난기가 묻어났지만, 눈빛은 진지했다. 느껴지는 아쳐의 날카로운 시선이 마치 칼날처럼 예리하게 와닿았다.그나저나 아쳐도 주변 학생들이 오랜만에 등장했다고 수군거려 대었다.얼굴은 여전히 가면을 쓰고 있고, 그의 몸에서는 더욱 지독한 냄새가 풀풀 풍겨 역겨울 지경이었다.스틸은 가면을 쓴 채 묵묵히 앉아 있는 아쳐를 응시했다. 그의 눈동자에서 흘러나오는 경멸의 빛이 공기 중에 서린 듯 선명했다.사실 이제 아쳐는 스틸의 상대가 아니었다. 어디서 더러운 건 잔뜩 주워 먹었는지 여전히 마력을 지저분하게 탐하고 있는 듯싶지만, 사실 눈으로 봤을 때 굳이 램프에게 뭘 물어보지 않아도 그가 스틸보다는 한참 밑이라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상태창에 등장한 스틸의 수치는 이미 이 아카데미의 그 어떤 학생들보다도 높은 레벨임이 확실해졌다.지금 스틸은 기타 능력이 다 채워졌기에 뭐라도 필요하면 더 치환할 수 있게 되었고 100 레벨을 훌쩍 넘어선 마력 소유자라 그
이세계의 학창 시절을 즐기고 새로운 경험을 쌓겠다는 부푼 기대감을 안고, 스틸은 강의동 복도를 유유히 걸어갔다.복도를 오가는 학생들의 시선은 지난 4월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그들의 눈빛에는 경외와 호기심이 짙게 서려 있었다.“봐, 스틸 대공이야! 곁에 있는 건 그의 시녀고! 선남선녀네.”“가르나르 미궁이라고 해도 아무렇지도 않나 봐?”“연일 소식지에 뜨는 거 못 봤어? 캔도르 대공가는 여전히 건재하다잖아.”“1학기 때 보니 매일 아침 트레이닝을 하고 주말마다 던전에 들어간다던데, 체격이 거의 상급 기사 수준이야.”스틸이 지나가는 길목마다 훈훈하고 바람직한 칭송이 끊이지 않았다.스틸과 지니, 그리고 스펙터의 신변에는 천지개벽할 일들이 몰아쳤지만, 세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화롭게 흘러가고 있었다.그때, 학생들의 속삭임 중 묘한 이야기가 스틸의 귓가를 스쳤다.“이번 아카데미 축제 때 열리는 검술 대회에 스틸 대공도 출전하려나?”잠깐, 검술 대회?“2학기 축제의 꽃은 단연 검술 대회지. 벌써 기대된다. 나도 출전해 볼까?”“황태자 전하께서도 출전하신다고 들었어. 거기서 활약해서 황실 기사단에 눈도장을 찍고 싶어.”이건 놀라운 소식이었다. 아카데미 축제의 꽃이 무두질된 검과 합법적인 투쟁이라니.공식적인 자리에서 대놓고 전력을 다해 겨뤄도 된다는 의미였다. 게다가 날붙이가 오가는 서슬 푸른 전장을 아카데미의 이름으로 정당화해 준다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아쳐가 출전한다고?’스틸의 얇은 입술 끝이 호선을 그리며 서늘하게 올라갔다.
마지션은 목숨보다 소중한 여동생과 재회하기 위해 교수 사택 문 앞에 섰다. 오랜 세월이 흘러간 듯 가슴이 무겁게 먹먹해졌다.얼마나 이날을 기다렸던가.제논의 손에 죽어 가며 고통의 늪에 빠져 있을 때조차, 그를 버티게 한 것은 단 하나, 이 순간에 대한 열망이었다.투명화나 순간이동으로 은밀히 들어갈 수도 있었지만, 긴 이별 끝의 재회에 예고 없이 나타나는 것은 동생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아쳐와의 은밀한 만남을 훔쳐본 것은 미안했으나, 지금만큼은 형식을 갖추어 그녀를 마주하고 싶었다.그의 한 손에는 화사한 꽃다발이, 다른 한 손에는 케이크가 들려 있었다. 제 목숨보다 귀한 단 하나뿐인 가족이었기에, 세상 무엇을 들려주어도 모자란 심정이었다.[안녕, 나의 동생 마지리안.]누군가 들을지도 모를 일이었으나 상관없었다. 지금은 그저 동생의 눈을 바르게 마주하고 싶을 뿐이었다.“역시!”아쳐에게 미리 귀띔을 들어서였을까. 숙소 안에서 커다란 외침이 터져 나오더니, 이내 문 앞으로 급하게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문이 활짝 열리고,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 마지리안이 문가에 우뚝 서 있었다.“정말······ 오라버니가 오셨군요!”이 모든 것은 동생 덕분이었다. 쓰레기 같은 아쳐에게 자신을 구해 오라 요청했던 동생의 집념이 아니었다면, 마지션은 살아남을 의지조차 품지 못했을 터였다.제논이나 마르바스가 쓸모를 다한 자신을 당장 쫓지는 않겠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다. 두 번 다시 도른의 어둠 속에 붙잡힐 수는 없었다.향후의 일은 동생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 될 터. 지금은 오직 이 행복한 재회의 순간을 누려야 했다.“들어오세요, 오라버니! 우리······ 이제는 정말 행복하게만 살아요.” “그래. 다시는 그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말자.”마지션은 집 안으로 발
한 달 전, 20XX년 4월 1일 오전. 인생 2번째라 공군 소령 강철신은 오늘이 당연히 올 줄 알았다. 그리고 당연히 적국기 등장으로 출격 명령을 받았다. 전생의 기억이 혈관 속을 맴돌았다. 오늘, 그는 죽을 각오로 전투기에 올라가야 하는 날이다. 분명 적국의 전투기에는 망할 아쳐가 타고 있을 터.정밀유도폭탄(SDB)까지 무장하고 스텔스 전투기로 출격 30분 만에, 지금 그는 사선을 넘나들게 되었다. 여전히 그는 대한민국 영공을 휘저어 놓았고, 심지어 서울 한복판에 미사일을 터트릴 요량으로 북방 한계선을 넘었다. “이
잠깐, 이거 꿈이지?그녀의 숨결이 귓가를 스쳤다.“주인님, 아읏! 너무 좋아!”그리 곱고 고운 엘프가 눈부신 나신으로 제 밑에 이리 깔려있다니.오 신이시여, 강철신 인생이 너무 불쌍하여 회귀 포함 토털 5번 생애 처음으로 이런 선물을 주시는 겁니까. 그럼 넙죽 받을 수밖에요. 어차피 꿈인데 뭘 못하겠습니까.스틸은 떨리는 손끝으로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지니, 제대로 하는 거 맞겠지?” “응, 내 몸이 너무 뜨거워졌어. 나도 처음이라··· 흐흣! 뭐가 뭔지 모르겠어. 으윽!”두 몸이 얽히는 소리 대신,
마구간 아래, 공기가 무겁게 감도는 비밀스러운 지하 공간.황태자의 은밀한 아지트인 침대 위에서, 아쳐는 억눌린 짐승 같은 거친 숨을 내뱉으며 리나를 제 육체 아래로 뜨겁게 가두었다. 그는 옷가지가 채 다 벗겨지지도 않아 날것의 살결과 옷감이 뒤엉킨 그녀의 몸을 거칠게 뒤돌려 세웠다. 매끄러운 척추 라인이 쾌락의 예감으로 잘게 떨렸다.질척, 찌걱.밀폐된 정적을 깨는 노골적인 파찰음과 함께 리나의 하얀 둔덕이 아쳐의 손자국대로 붉게 달아올랐다. 아쳐의 뜨거운 손길에, 그녀의 가녀린 신음은 축축한 지하의 공기 중으로 애처롭게 흩어졌
극단의 조치!“지니, 너는 요정이잖아? 소원 같은 거 당장 못 이뤄주나?”이건 사심을 품고 물어 보게 되었다.“당연히 마력이 높으면 주인님 원하는 것을 많이 들어줄 수 있지.”어쨌든 옛날부터 내려오는 이야기든 천일야화 판타지든 간에 아주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다.“지니, 이왕이면 돈이나 외모를 어찌해 봐야겠어.”인간에게 가장 필요한게 아니겠는가.“어머, 드디어 주인님! 욕망이 생긴 거야?”지니는 너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스틸에게 더욱 바짝 의자를 붙였다. 보통 다들 그렇지 않나? “그래. 너와 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