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대표님, 그 돈은 어떻게 조달하고 계신가요?”전화를 받자마자 이국호의 득의양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재 우연 그룹은 완전히 사각지대로 몰리게 된 상황인 데다가, 모든 은행들도 우연 그룹과의 합작을 끊어버렸다. 이 비상사태에, 우연 그룹의 현재 장부에는 수백억은 더욱 말할 것도 없고, 수백만의 금액조차도 꺼낼 수가 없었다. “이 대표님, 제가 대표님을 믿은 게 멍청했네요. 게다가 애초에 대표님께서 기어코 주식을 매수하려고 하셨는데, 지금 우연 그룹이 이렇게 자금이 빠듯한 상황에 굳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무례하게 구는 것은 좀 너무한 것 같습니다!”강우연은 씩씩거리며 겨우 마음속 노기를 억누르고는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강 대표님, 이번 일은 저를 탓할게 아니에요! 저 또한 많은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우연 그룹에 투자를 한 건데, 지금 다들 저한테 돈을 돌려달라고 하니 저야 당연히 현금으로 바꿔서라도 돌려줘야죠!”“사실 우연 그룹에게 있어서, 100억은 단지 적은 금액일 뿐이잖아요!”“강 대표님이 오늘 이 난국에 빠진 것은 전부 라해붕 그 사람의 200억 때문이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오히려 강 대표님을 도와 방법을 생각해 볼 의향도 있어요. 저의 작은 부탁만 하나만 들어준다면!”이국호는 능청스럽게 말했다. “말씀해 보세요!”어두운 표정의 강우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라해붕에게 줄 그 돈을 조금만 미뤄서 줄 수 있다면, 먼저 제 이 100억을 갚을 수 있게 도와주는 건 어떠신가요? 저 지금 정말 급하거든요!”하지만 이국호의 말투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게 전혀 조급해 보이지 않았다. 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차갑게 웃었다. “물론 가능하죠. 라 대표가 저희 우연 그룹에 시간을 좀만 줄 수 있다면 200억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죠! 이 대표님의 그 50억 도 얼마든지 드릴 수 있고요!”“우연 그룹이 그동안 받은 주문량과 그에 딸린 이윤이 얼마나 많은지, 제가 굳이 얘기하지 않
동방염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강우연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강우연은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라이언 회사와의 계약 그리고 라해붕과의 갈등, 이 모든 게 동양염의 계획이었다는 것을. 그렇게 크게 한 바퀴 돌고 돌아 결국 동방염의 올가미에 걸려들게 된 것이다. “어르신, 나 대표님! 저희 이젠 그만 가죠!”강우연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간다고요? 강 대표님, 제가 미리 경고하는데 그 400억, 3일 안에 반드시 입금해야 합니다. 아니면 계약 사항을 위반하는 것이기에 자칫했다가는 두 배로 배상해야 돼요!”“우연 그룹을 아예 팔아넘겨도 두 배인 800억 원이나 받을 수 있긴 할까요?” 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순간 몸이 굳어 발걸음을 멈추고는 한참이 지나서야 고개를 돌려 동방염에게 말했다. “설령 우연 그룹이 나중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더 이상 이런 식으로 저를 협박할 생각은 하지 마시죠!”동방염이 어떤 사람인지 강우연은 이젠 잘 알고 있기에, 더 이상 골치 아프게 얽히고 싶지가 않았다. “역시!”그러자 동방염은 크게 웃기 시작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역시 한지훈의 여자다워. 아주 패기 넘치네! 내가 그동안 판을 짠 게 헛수고는 아니었어!”“그나저나 내 사부님을 데려오면 네가 날 맘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이고, 역시 여자들은 멍청하고 순진하다니까!”이내 나계홍은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 강우연의 몸 앞을 가로막고는 말했다. “동방 도련님, 그만 자중하세요!”“네가 뭔데! 당장 꺼져! 죽여버리기 전에!”동방염은 눈을 부릅뜬 채 나계홍을 향해 노호하며 말했다. “나 대표님, 더 이상 상대하지 말고 이만 갑시다! 놈이 어떤 식으로 도발하든 말리지 마세요!”잔뜩 화가 난 강우연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곧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러나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웬 두 명의 그림자가 강우연 일행의 길을 막았다. “정말 죄송합니다만 동방 도련님이 허락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이 룸에서
라해붕의 등장으로 인해, 정세는 순식간에 더욱 악화되었다. 도청 전인은 홀로 1대 3으로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강우연의 안위를 보장할 수가 없었다. 설사 도청 전인이 캐럴과 로드 두 사람을 붙잡고 있는다 하더라도, 라해붕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얘들아, 뭐 해? 당장 들어와!”일찍이 손을 써둔 나계홍은 이내 문밖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뒤이어 10여 명의 검은 옷의 경호원들이 손에 권총을 든 채 재빨리 룸으로 뛰여 들었다. 만약 일반인만을 상대하는 상황이라면, 이 정도 수의 경호원들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동방염과 라해붕 등은 이 광경을 보고는 가소롭다는 듯이 그저 하하 웃었다. 곧이어 라해붕은 앞으로 한걸음 내딛고는 여유롭게 말했다. “이런 땅강아지들 같으니라고... 총이 아니라 대포를 하나씩 쥐어줘도 너희들이 과연 뭘 어떻게 할 수가 있겠어? 자, 배짱 있으면 당장 총 쏴봐. 나랑 한번 붙어보자고!”라해붕은 직접 손으로 총구를 자신의 이마에 겨누고는 악랄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진작에 이런 아마추어들은 전혀 안중에 두지를 않았다. 제 아무리 저격 소총을 들고 있더라도, 그를 다치게 하려는 것은 헛된 꿈에 불과할 뿐이었다. “내가 정말 총 쏘라고 명령을 내릴 용기가 없다고 생각해?”잔뜩 화가 난 나계홍은 이를 악물었다. 사실 그는 무자가 아니고, 더우기는 무도에 대해 아는 게 없었기에 라해붕이 대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는 가늠을 하지 못했다. 지금으로서 그는 단지 강우연을 지키려는 일념만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한지훈이 자신을 가만히 놔두지 않을 테니까. “여봐라, 당장 사격해! 죽게 되면 내가 책임 질게!”그렇게 나계홍은 손으로 라해붕을 가리키고는 이를 갈며 소리쳤다. 이내 경호원 몇 명이 잠시 망설이더니 라해붕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탕탕탕!”곧이어 콩 튀기는 듯한 총소리가 룸에서 울렸다. “하하!”뒤이어 총소리가 멈췄고, 라해붕은 오만방자하게 웃기 시작했다. 뜻밖에도 총알들은 그의 가슴
“저렇게 수준 낮은 놈은, 우리 동방 집안이랑 같이 얘기를 나눌 가치도 없어. 게다가 저 놈을 보내주지 않으면 앞으로 누가 한지훈에게 소식을 전해주겠어?”“한지훈이 오지 않으면, 이 판은 더 이상 재미도 없는걸!”동방염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내 그는 문 앞을 지키고 있는 문지기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곧바로 캐럴은 재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단번에 도청 전인을 급습했다. 그 뒤를 따라 로드도 바로 도청 전인의 뒤를 노렸다. 다행히도 눈치가 빨랐던 도청 전인은 칼을 꺼내든 채 황급히 뒤로 물러서고는 강우연을 자신의 뒤로 감쌌다. “동방염 네 이놈, 감히 스승에 대한 은혜도 모르는 놈아!”잔뜩 화가 난 도청 전인은 순간 얼굴이 붉어졌지만, 4성 천급 천왕계의 고수 두 명을 상대로 그는 정말 자신이 없었다. 만약 부상이라도 전부 회복되었다면 아마도 승산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여전히 상처가 아물고 있는 시기였기에, 이 상황에 두 명을 상대하는 건 그야말로 죽음의 길이었다. “스승에 대한 은혜? 내가 당신한테 충고하는데 되도록이면 선을 넘지 마. 혹시 모르잖아, 내가 기분이 좋아서 당신을 좀 봐줄 수도 있을지. 괜히 나한테 미움 보였다가는 목숨을 부지하기도 어려울 수가 있어!”이내 동방염은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다들 저 영감 잡아!”그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라해붕도 함께 전단에 합류했다. 그렇게 도청 전인은 홀로 세 사람을 상대하게 됐다. 비록 도청 전인은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 두 주먹으로는 결코 여섯 주먹을 당해내지 못했다. 결국 방심한 틈에, 로드에게 습격을 당하게 됐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도청 전인의 몸은 어느새 피투성이가 되었다. 이내 그가 힘없이 땅에 쓰러지자마자, 캐럴은 다리를 들어 힘껏 그의 가슴을 밟았다. “영감, 적당히 나댈 줄 알아야지! 동방 도련님이 아니었다면 당신은 진작에 죽었을 거야!”캐럴은 얼굴에 흉악한 미소를 지은 채, 밧줄을 풀어 도청 전인을 단단히 묶었다. “강
그렇게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전투기는 모든 준비를 마치게 되었다. 한지훈은 빠른 걸음으로 전투기에 올라타 직접 선창 뚜껑을 잠그고는 재빨리 비행기를 활주로로 들어서게끔 하였다. 용칠이 도착했을 무렵, 전투기는 이미 하늘로 날아오른 상황이었다. 전투기가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용칠은 한지훈이 강중으로 급히 돌아가게 된 이 소식을 용월에게 전해주었다. 뒤이어 두 시간도 안 되어 한지훈은 강중 공항에 착륙하였다. 그는 쉴 틈 없이 바로 우연 그룹의 사무실로 돌아갔다. 그 시각, 용월과 나계홍은 이미 사무실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용월?”다소 놀란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용왕 님께서 막 출발하시자마자 용칠이 저한테 소식을 전했어요. 방금 나 대표께서는 이미 저한테 자초지종을 얘기해 주셨고, 신룡전이 이미 이 일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좋은 소식이 찾아올 것입니다!” 강중 일대는 본래 국내에 있는 몇 곳의 신룡전 본거지 중의 하나였다. 이 때문에 감시망이 촘촘하게 깔려있어 동방염 일행의 행방을 조사하는 것은 손바닥 뒤집듯 쉬웠다. 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계홍을 향해 말했다. “도청 전인도 돌아오지 않았다고?”“한 선생, 보아하니 놈들은 여러 명의 고수들을 데리고 있더라고요. 그중 라해붕이라는 사람이 제일 심상치 않더군요. 제 수하가 바로 그놈의 손에 죽게 된 겁니다. 총을 쏘더라도 전혀 상처를 입힐 수가 없었어요!”나계홍은 자리를 뜨기 전의 상황만 잘 알고 있었기에, 현재 도청 전인이 어떠한 상황에 놓여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가늠이 가지 않았다. 한편 그 시각, 도청 전인과 강우연은 강중 부근의 한 장원에 위치한 두 칸짜리 암실에 갇혀있었다. 반면 동방염은 소파에 앉아 와인을 음미하며 캐럴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 그놈, 소식 접하게 되면 무조건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이곳으로 달려올 거야. 너희들, 준비 됐지?”“도련님이 분부하신 대로 저희는 한지훈이 이곳으
로드는 미간을 찌푸렸고, 캐럴이 자신을 향해 고개를 젓자 비로소 그도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속으로는 불만이 끓어오르고 있었다!동방염의 경호를 맡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존심이 상하는 일인데, 이제 그에게 이런 부도덕한 일을 시키다니, 로드의 속은 폭발할 것 같았다!비록 그들도 한지훈을 증오하고, 한지훈에게서 음양존의 행방을 알아내려는 목표는 같았지만, 그들은 광명파의 사람들이었기에 이렇게 사람을 억압하는 것은 광명파의 확실한 금기 사항이었다. “동방 도련님, 만약 그녀가 한지훈이 오기 전에 죽는다면, 도련님의 복수는 절반밖에 할 수 없을 겁니다!”캐럴이 말을 가로막자, 동방염은 강우연의 손에 든 식칼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나도 잘 알고 있어! 너희들은 안 되는 게 없다고 하지 않았나? 지금 당장 저 여자의 손에 있는 칼을 뺏어와, 당장!”동방염은 이 순간을 위해, 방금 전 특별히 파란 약을 여섯 알이나 먹었다.지금이야말로 약기운이 오를 때라 그의 호흡은 거칠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예쁜 여자가 가까이에 있는데 손에 넣지 못한다니, 그에게는 정말 고문이 따로 없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사람을 죽이는 일뿐입니다. 만약 그녀를 죽이고 싶다면, 지금 바로 그녀를 죽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살아남기를 원하시면, 조금만 기다리세요.”캐럴이 차분하게 말했다.“기다려? 기다려서 뭐 하게!”동방염은 눈이 핏발이 섰다.기다리라고?! 그는 한순간도 견딜 수 없었다! “한 사람의 정신이 극도로 긴장된 상태에서는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두 시간 안에 그녀는 지쳐서 힘을 잃을 겁니다. 그때가 되어야 우리가 기회를 잡을 수 있죠.”캐럴은 여전히 강우연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고, 강우연도 입을 오므린 채 한이 맺힌 눈으로 캐럴을 쳐다보았다. 캐럴의 말이 맞았다. 지금 강우연은 온 힘을 다해 정신을 차리고 있었고 아침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물 한 방울과 쌀 한 톨도 먹지 못했다. 두 시간은 말할 것도 없고, 한 시간도 그녀에게 있어
“용왕님, 강중 북서쪽 모리진 근처의 한 장원에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정보에 따르면 동방염과 라해붕 외에도 두 명의 백인 남자가 있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게다가 이 두 사람, 평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용월이 전화를 끊고 급히 한지훈에게 보고했다.“미로진!”한지훈은 즉시 머릿속에 강중 지도를 떠올렸다. 그곳은 매우 황량한 지역으로, 300가구가 채 안 되는 강중 근처에서 가장 가난한 마을이었다. 용월이 말한 그 장원은 한지훈에게도 조금 익숙한 곳이었고, 몇십 년 전에 폐허가 된 대저택이었다.잠시 생각에 잠기던 한지훈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동방염은 반드시 철저히 준비했을 거다. 너희들은 따라가지 말고, 신룡전 사람들도 모두 철수시켜라!”“예!”용월은 급히 전화기를 꺼내, 방금 받은 번호로 문자를 보내 부하들에게 즉시 철수하라고 전했다. 한지훈은 혼자서 빠르게 사무실을 떠나, 지프 차량에 올라 미로진을 향해 달려갔다.한지훈이 도착했을 때, 날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구름이 잔뜩 끼어 있고, 하늘 저편에서는 때때로 번개가 번쩍였다!몇 차례 우레 같은 천둥소리와 함께, 빗방울이 조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한지훈은 차를 마을 길거리 근처에 세운 뒤, 차에서 내려 혼자 장원 근처로 걸어갔다.이때, 장원 안은 불빛 하나 없이 칠흑같이 어두웠고, 고요한 침묵 속에서 끝없는 살기가 감돌았다.“너희 말은, 오늘 밤 한지훈이 반드시 올 거라는 건가?”동방염이 말을 꺼내며, 아직도 벽 모퉁이에 자신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는 강우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오후에 순찰을 하던 중 한지훈의 사람들을 발견했습니다. 다만, 그들을 보내주긴 했습니다. 한지훈의 아내가 저희 손에 있으니, 그가 오지 않겠습니까?”그 말이 끝나자, 아래층 암실에서 몇 마디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냐?!”로드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라해붕이야, 그 늙은 놈을 제대로 한 방 먹이겠다고 하더군. 아마 그 늙은 놈이 낸 소리일 거다!”동방염이 냉정하게
“후!”한 줄기 강한 바람이 한지훈의 등 뒤로 몰려왔다!“누구냐!”한지훈은 말을 하며 몸을 황급히 돌려 상대의 단검을 피했고, 동시에 손을 뻗어 상대의 손목을 잡으려 했다.“쉬익!”또 다른 차가운 빛이 한지훈의 목을 향해 날아왔다!한지훈은 급히 뒤로 물러나며 발끝을 살짝 땅에 닿게 한 뒤 몇 걸음 물러나 공중으로 뛰어올랐다.“팍!”한지훈은 공중에서 옆차기를 날려 상대의 가슴을 정확히 가격했다!그 사람은 그대로 거꾸로 날아가 손에 들고 있던 단검도 땅에 떨어졌다.“한지훈!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그 말이 끝나자, 주변의 모든 조명이 한꺼번에 환하게 켜졌고, 방 안에도 두 명의 인물이 나타났다.“한지훈, 역시 대단하군! 하지만 넌 너무 어려서 진법에 능하지는 못하겠지. 말해라, 금룡의 심장과 음양존이 어디에 있지?!”캐럴이 한지훈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강우연과 도청전인은 어디에 있는 거냐!”한지훈은 대답 대신 그에게 되물었다.“모르겠다고?”로드는 웃으며 말했다. “이 건물은 이미 우리가 흑영진으로 가득 채워 놨다. 만약 네가 진법을 모른다면, 지금쯤 넌 이미 죽어 있을 거다!”역시 한지훈이 예상한 대로, 방금 느낀 그 어둠은 매우 비정상적이었고, 강우연의 목소리는 이 방 안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만약 한지훈이 진법에 능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라해붕의 손에 죽었을 것이다!이것으로 보아 상대방은 광명파 사람일 것이다! “광명파도 동방 가문과한패가 된 건가?!”한지훈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해도 상관없다. 금룡의 심장을 내놓고 음양존의 위치를 말해라, 그럼 너는 괴롭히지 않고 네 아내 강우연과 도청전인도 안전하게 돌려보내 주겠다!”캐럴이 냉정하게 말했다. 뭐라고?! 문 앞에 서 있던 동방염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곧장 욕설을 퍼부었다. “너희들은 내 충견에 불과한데, 무슨 자격으로 한지훈과 협상하려 드는 거지?! 당장 저 자식을 죽여버려!”“동방 도련님, 흥분하지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
이소비의 말에, 호텔 지배인은 순간 멍해졌다. 그들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설령 지배인이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하여 그들을 법정에 세운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며칠 동안 구류될 뿐이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놈들은 뱉은 대로 얼마든지 실행한 사람들이었다. 일시적인 분노를 참지 못해 온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 순 없었다. 하물며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니. 때가 되어 수많은 종문들을 찾아가 용서를 빌더라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비록 묘당이 현재 무종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지만, 그것도 단지 큰 범위에서뿐이었다. 지배인 같은 일반인은 묘당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그렇게 지배인이 망설이는 사이에 한지훈은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돌려 지배인에게 말했다. “저희가 예약한 방, 지금 입주할 수 있나요?”한지훈의 말에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사람은 바로 육천릉이였다. 잇달아 이소비 일행도 한지훈을 향해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방금 이소비가 말했듯이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호텔은 이미 그들의 손에 장악되었는데 한지훈은 뜻밖에도 이 상황에 입주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소비는 바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지훈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방금 경비원이 서 씨로부터 일격을 당하여 살해될 당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지만 한지훈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심지어 방금 그가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를 뱉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놀라 허겁지겁 도망쳤지만 한지훈은 줄곧 침착하고 태연자약했다. 이는 한지훈이 필연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소비는 굳어진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천산 장 씨 집안사람인가?”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한지훈은 천산 장 씨 집안의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한 경비원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서 씨가 손을 들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경비원은 순식간에 7~8미터 밖으로 날아가 피를 토하며 죽었다.단 한 방에 동료가 죽게 된 것을 목격한 다른 한 경비원은 깜짝 놀라 거듭 뒤로 물러섰다. 감히 다시 앞 발을 내디딜 수가 없었다. “당... 당신들 어떻게 감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 거야? 이 세상은 아직 무종의 천하는 아니야, 용국의 국법을 따라야 한다고!”호텔 지배인은 눈앞에서 경비원이 살해되자, 벌컥 화를 냈다. 무종의 세력은 비록 강하긴 하지만, 현재로서 용국의 실권을 쥐고 있는 것은 여전히 묘당이었다.그렇기에 무종이 막무가내로 선을 넘어서는 안 됐다. 방금 그들이 행패를 부린 것 또한, 이미 국법을 위반한 행위였다.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호텔은 우리가 전세 낼 테니까 즉시 사람들 치워버려!”이소비는 지배인을 차갑게 쳐다보며, 그가 방금 한 위협은 조금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당신...”“왜, 당신네 사장님의 배후가 그렇게 든든해? 우리 천산 운검각보다도 더 강하냐고?” 이소비는 다리를 꼬고는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지배인은 갑자기 멍해졌다. 한편 서 씨는 차가운 눈빛으로 다른 경비원을 쳐다보았고, 그러자 경비원은 놀라서 급히 뛰어나갔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이 다섯 글자는, 그야말로 신과도 같았다. 옆에서 듣고 있던 주숙객들은 곧이어 짐을 챙기고는 급히 프런트로 달려가 체크 아웃했다. 로비에서 입주를 기다리던 다른 손님들도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렇게 얼마 안 되어 호텔 로비 전체는 텅 비어버렸다. 영기가 소생한 이후로 무종은 세상을 휩쓸고 있었다.뿐만 아니라 5대 명산의 각종 원과 종문을 역시 세상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천산이 새로 설립한 천산 운검각은 가장 극악무도한 조직의 대명사였다. 운검각에는 사실 부유한 상인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천산과 그들의 관계도
그 말에 육천릉은 순간 멍해졌다. 그는 호텔에도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지금 양산시는 호텔은커녕,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비는데 대체 어디 가서 묵으라는 거지? 육천릉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 씨 집안은 천산과는 깊은 관계를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몇 년 전과는 달리, 무종 세력은 이미 세속 곳곳에 스며들었다. 육천릉은 사업가로서 이루어낸 성과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여러 큰 명산들 앞에서 그의 재부는 조금도 볼품없는 먼지와도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천산은 얼마든지 세속의 자신들의 세력을 동원하여 그를 잿더미로 만들 수도 있었다. 육천릉이 멍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선 채 전혀 체크아웃할 의사가 없어 보이자 이소비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육 대표, 당신 내 체면을 세워줄 생각이 없다는 거야?”“아니면, 육씨 집안은 이젠 우리 천산을 안중에 두지도 않는다는 건가?”그 말에 육천릉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이소비로부터 미움을 받게 되면, 그 후과를 과연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어떻게 감히 천산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단지 소상인일 뿐인 그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천성 갑부가 이소비의 앞에 서있더라도 감히 큰소리를 치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새 이소비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의 몇몇 사람들까지도 모두 좋지 않은 눈빛으로 차갑게 그를 보고 있었다. 이소비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 하나 기세가 대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방금 가장 먼저 입을 연 그 여자는, 전혀 상상도 못 할 거물의 여자 친구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라면 얼마든지 마음대로 육천릉 같은 사람 하나는 쉽게 끌어내릴 수 있었다. “도련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저는...”육천릉이 말을 떼기도 전에 양복을 걸친 한 중년 남자가 갑자기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누가 날 찾는 거야?”중년 남자는 무리 앞에 다가와 이소비 일행을 힐끗 보았다. “당신
자소화의 등장 소식은, 수많은 구경꾼들을 몰려들게 하여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었다. 고급 호텔은 물론이고, 웬만한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볐다. 다행히 육천릉은 출발하기 전에 일찍이 호텔을 예약해 뒀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들은 아마 차 안에서 비집고 누워 밤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한 선생님, 바로 앞에 제가 예약한 호텔이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 밤, 여기서 묵는 거로 하죠.”육천릉은 저 멀리에 보이는 호화로운 한 호텔을 가리키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다시 보니 육천릉은 정말 세심한 사람인 것 같아, 그에 대해 약간의 호감도 가지게 되었다. 곧이어 자소화가 완전히 피어나게 되고 약효 역시 절정 상태에 이르게 될 무렵,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도 대양산 기슭에 모이게 됐다. 두 사람의 등장에 이내 또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였다. 필경 두 사람은 바로 이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천릉자는, 인터넷상에서 줄곧 사기를 펼쳐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를 한지훈이라 간주하고 있었다. 곧이어 천릉자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양산시 전체의 교통이 마비되었다. 공항에 둘러서서 천릉자와 기념사진을 찍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더욱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 상황에 천릉자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그렇게 짧은 몇 킬로미터를 무려 세 시간이나 달려서야, 한지훈 일행은 비로소 망천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은 급히 마중 나와, 육천릉을 도와 주차를 해주고 한지훈을 데리고 함께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육천릉은 일단 한지훈을 휴식 구역으로 모시고는, 그는 운전기사와 함께 직접 한지훈을 도와 체크인까지 하였다. 곧이어 육천릉이 체크인을 마치고 한지훈에게로 다가가는 순간, 몇 명의 젊은 남녀들도 문을 밀고 호텔로 들어섰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옷차림에 하나같이 당당한 기세가 가득한 젊은이들은, 한눈에 봐도 출신이 심상치 않은 부잣집 자녀들이었다. “아이고, 피곤해 죽겠네.
낙천기가 차갑게 웃어 보였다. 사실 이 모든 건 그의 계략이 아니라, 오히려 오대 명산이 뒤에서 조종한 일이었다.심지어 이번 일에는 무신종의 그림자까지 얽혀 있었다!그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용국 백성들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한지훈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기 위함이었다.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만들어야만, 무종이 국왕을 끌어내리고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그가 보기엔, 설령 한지훈이 아직 살아 있다 한들 뭐 어쩌겠는가?지금의 오대 명산에는 고수들이 즐비하고, 심지어 그의 사부 천릉자 또한 이미 한지훈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한지훈이 다시 무슨 큰바람을 일으킬 수 있겠는가!그는 손짓으로 주변의 젊은 남녀들을 물러가게 한 뒤, 곧바로 전화를 꺼내 천릉자에게 걸었다.신호음이 들리자마자, 그는 아부하는 목소리로 말했다.“사부님, 이미 지시하신 대로 전부 준비해 두었습니다. 기자들도 저희 쪽 인물로 배치했습니다.”“다만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이번 일은 한지훈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데, 굳이 그를 끌어들이는 것이 혹여 한지훈의 지지자들을 자극해 반발을 사지는 않을까요?”실제로 요 몇 년간, 한지훈이라는 이름은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게다가 이번 천릉자와 장령풍이 벌이는 자소화 쟁탈전은 전혀 한지훈과 관계가 없었다.이 시점에서 한지훈의 이름을 다시 언급한다는 건 오히려 그의 존재를 사람들 뇌리에 더 강하게 새기는 게 아닐까?“흥!”천릉자의 콧소리가 전화를 타고 전해졌다.“이 안의 현묘한 계책을 네 놈이 어찌 알겠느냐?”“한지훈의 이름을 다시 꺼내는 이유는, 바로 사람들이 기억해 내게 하기 위함이다. 단지 일성 준천신 경지에 머물러 있는 자에 불과했다는 것을 말이다!”“그래야만 그의 위상을 점차 약화시켜, 민심 속 신망을 걷어낼 수 있지!”“게다가, 넌 아직도 한지훈이 용국 사람들의 마음속에 어떤 존재인지 모르는구나. 예전의 한씨공관은 지금도 군대에서 특별히
사실 한지훈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두 가지 진법은 통달하고 있었다.비교하자면 장씨 가문의 삼절진이 더욱 오묘하고 무궁무진했다.하지만, 둘 중 누구라 해도 한지훈 앞에서는 감히 견줄 수조차 없었다!비록 똑같이 일성 준천신계 강자라 해도, 그 내실은 하늘과 땅 차이였기 때문이다.한지훈이 그동안 더 이상 돌파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기초를 더욱 단단히 다지기 위함이었다!한지훈 일행이 대양산에 도착했을 때, 이곳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게다가 많은 언론 매체들 역시 정보를 입수하고는 가장 먼저 최고의 촬영 위치를 선점하며, 이 천하제일의 대결을 기다리고 있었다.대양산에서 15리 떨어진 곳부터는 이미 각 대명산이 구역을 나눠 금지구역으로 설정해 버렸다.일반인은 산기슭 근처조차 접근할 자격조차 없었다!그리고 여러 명산의 제자들 역시 모두 구경을 위해 몰려들었다.그중에는 자신의 제자들을 데리고 경험을 쌓게 하려는 거물급 인사들도 있었다.이런 명산 제자들 앞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다.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는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재앙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한 선생님, 제 생각에는 저희도 여기까지만 가죠. 더 이상 안쪽으로 들어가면 안 됩니다! 제 먼 친척 중 한 명이 명산 제자를 한 번 잘못 봤다가, 결국 그쪽 사람들에게 가문 전체가 몰살당했어요!”육천릉이 조심스럽게 말했다.그 친척도 나름 지역에서 이름난 인물이었지만, 단지 그 사소한 실수 하나로 인해 온 가족이 목숨을 잃고 만 것이다. “오? 그 후 어떻게 됐습니까? 설마 명산 제자라고 해서 사람을 함부로 죽여도 되는 겁니까?”한지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몇 년간, 한지훈은 줄곧 은거하며 세상의 일에 무관심하게 지냈다.하지만 지금의 명산 제자들이 이토록 오만방자하게 굴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하…… 그 뒤야 뭐 있겠습니까. 그냥 아무 핑계 하나 대더니, 무슨 문파간 원한이었다나 뭐라나…… 그러더니 결국 흐지부지됐죠.”
최근 몇 년간 영기가 회복되면서, 몇몇 명산들은 그야말로 제자들이 넘쳐날 정도로 번창했다.그 안에서도, 하늘이 내린 듯한 재능을 지닌 자들도 드물지 않았다.그중에서도 천릉자는 항산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새로 받아들인 제자였지만, 그의 성장 속도는 말 그대로 공포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였다! 불과 3~4년 만에, 병왕계의 풋내기에서 항산의 젊은 세대 중 유일하게 천신계 경지에 도달한 자로 우뚝 선 것이다!“사실 그렇게 단정 지을 수는 없어. 한지훈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천릉자와는 비교가 안 되지. 걔는 고작 3년 조금 넘는 시간 안에 병왕계 경지에서 일성 준천신까지 올라갔으니까!”“그래, 저런 성장 속도만 보면 한지훈도 감히 따라갈 수 없지!”“예전에 한지훈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데 거의 10년 가까이 걸렸잖아!”이때, 양령아도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사람들의 댓글을 하나하나 읽고 있었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마침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쟤네가 뭔데 한지훈이랑 비교를 해?!”“당시에 지구는 아직 영기가 복원되지도 않았어! 그런 환경에선 3년이 아니라 300년을 줘도 천신계는 불가능했다고!”흑병대의 정예였던 양령아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그 시절에는 사령관 경지 하나만 도달해도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는 것을!지금의 사령관 경지 강자들에겐 그 고통이 뭔지도 느껴보지 못한 허울뿐이었다.하물며 천신계 경지라니?“흥, 내 생각엔 한지훈도 이미 오래전에 미래를 내다봤기 때문에 은거를 선택한 거야!”“은거라기보단, 도망친 거겠지. 그때 걔는 명산들과 생사를 걸 정도의 원한이 있었으니까!”이런 비아냥이 양령아의 댓글 아래 붙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더 이상 한지훈을 언급하지 않았다.대신 화제는 바로 장씨 가문의 장령풍으로 옮겨갔다.왜냐하면, 이번에 그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자소화였고, 이걸 손에 넣는 자는 단시간 내에 이성 현급 천신계 경지로 돌파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장씨 가문은 항상 명산들 사이에서 거리를
각 대명산과 무신종에서 탐내는 보물을 어찌 평범한 사람들이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겠는가?!설령 대명산과 무신종 같은 초대형 세력이랄지라도 경계를 늦출 수는 없다.한순간의 방심으로, 단 한 송이 자소화 때문에 양대 세력 간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육천릉이 보기에, 비록 한지훈의 실력이 각 세력에서 정성껏 길러낸 젊은 세대들에 미치진 못해도,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이 감히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혹여 운이 좋아서 한몫 챙기게 된다면 얼마나 기쁜 일이겠는가?!설령 얻지 못하더라도, 마음속 깊이 감사를 품게 될 것이다.그때 나씨 가문이 약재 방면의 몫을 자기 가문에 더 많이 나눠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음, 알겠습니다. 우선 먼저 돌아가세요, 필요하면 제가 사람을 보내 부르겠습니다.”한지훈은 미묘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자소화만큼은, 반드시 손에 넣고야 말리라!누가 탐내든, 한지훈은 결코 이 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좋습니다, 한 선생님. 준비되시면 언제든 연락만 주세요. 제가 직접 모시러 가겠습니다!”육천릉은 정중하게 고개 숙이며 물러갔다.육천릉이 멀어지자, 앞마당 옥기 상점의 한 점원이 한지훈을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한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보통 사람은 아니신 것 같네요?”한지훈은 그를 흘긋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나도 너랑 똑같은 평범한 용국 국민일 뿐이야.”“한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한 씨이시고, 나 대표님조차 선생님께 그렇게 공손한 걸 보면… 설마 그분은 아니시겠죠?”점원은 조용히 물었다.그가 말한 '그분'이란, 물론 세계에 명성을 떨쳤던 북양왕 한지훈을 가리킨 것이다!한지훈이 은거한 뒤로, 수많은 이들이 그의 행방을 추측해 왔다.조정에서도 끊임없이 한지훈을 찾고 있지만, 누구도 그의 실체를 본 사람은 없었다.“말했잖아, 나도 너처럼 평범한 사람이야. 북양왕이 어떻게 이런 작은 가게에서 일하겠니?”한지훈은 담담히 설명했다.“그래도 제 눈에 선생님은 평범해 보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