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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59

Author: KRYSE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15 06:14:54

텅 빈 아파트의 거실.

화려한 상류층 가문의 가십과 시끄러운 소음이, 유정과 창현의 퇴장과 함께 연기처럼 말끔히 사라졌다.

유진은 알코올 기운을 이기지 못한 채,

다이닝 식탁 한 구석에 조그만 몸을 웅크린 채, 얕은 잠에 빠져 졸고 있었다.

붉게 달아오른 뺨이 테이블에 말랑하게 맞물려 있었다.

에구치는 묵묵히 식탁 위에 지저분하게 남은 파티의 잔해들을 급한 대로 대충 싱크대로 치워냈다.

달칵거리는 그릇 소리마저 조심스러웠다.

정리를 끝낸 그가 천천히 걸어와,

무방비하게 엎드린 유진의 바로 옆에 소리 없이 앉았다.

그리고 취기 속에서 길 잃은 그녀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새근새근-.

마치 세상의 그 어떤 풍파도 모르는 순진한 아기처럼,

규칙적이고 가쁜 숨을 내쉬며 자고 있는 유진의 귀엽고 앙증맞은 얼굴.

가문의 족쇄에 묶여 정략결혼의 사지로 끌려가면서도, 어떤 내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에구치는 유진의 그 처연하고 청초한 얼굴을 지긋이, 아주 오랫동안 바라봤다.

그의 귓가에, 유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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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작스럽게 지독하게 낯선 향기가 그녀의 코끝을 자극했다.그리고 남자의 진한 스파이시 코롱 냄새에,유진은 깜짝 놀라 눈을 떴다.순간 등 뒤로 서늘하고 축축한 새벽의 공기가 닿았다.유진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이불을 얼굴까지 거칠게 끌어당겨 온몸을 꽁꽁 감싸 안았다.곧이어 겨우 시선을 돌리자, 엉망진창으로 뒤엉킨 시트와 널브러진 베개,그리고 방 안 가득 은밀하게 얼룩진 어젯밤의 지독한 흔적들이 보였다.두 사람이 나눴던 그 외설적인 폭주를 낱낱이 보여주는 날 것의 현장.[여긴… 진짜 미쳤구나. 서유진, 너 도대체 어떻게 하려고… 도대체 왜 이런 미친 짓을 저지른 거야!]에구치의 비좁은 침대 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완전히 벗은 알몸의 나신으로 홀로 남겨진 자신의 낯설은 모습.유진은 떨리는 손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협탁 위의 휴대폰을 확인했다.오전 9시 정각.화면을 확인한 유진의 동공이 흔들렸다.[아……! 지금 시간이면, 평창동 저택에 있겠구나.]당황함과 두려움이 엄습했다.유진은 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자신의 옷을 급하게 손으로 집었다.순간 속옷을 입는 손끝이 사정없이 굳어왔다.그때 제 살결을 만지던 남자의 거친 손길과 함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하나의 이름이 떠올랐다.[요스케…….]가슴이 얹힌 것처럼 무겁고 답답하게 죄어들었다.류에게 지독하게 입었던 상흔 위로,에구치가 남긴 날것의 체온이 충돌하며 가슴을 찢어발겼다.유진은 다급하게 침대에서 일어나 밖으로 도망치기 위해 발을 바닥에 내디뎠다.앗…….하지만 맨발이 차가운 마룻바닥에 닿는 그 순간,찌릿한 물리적 자극과 함께,여자의 가장 은밀하고 깊숙한 몸 중심부에서부터,둔탁하고 생경한 통증이 해일처럼 밀려와,유진은 순간 짦은 비명을 지르며, 침대 밑으로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바르르 떨리는 두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어젯밤 에구치가 남겨놓은 첫 경험의 아픈 흔적이었다.동시에 몸의 중심을 관통하는, 어젯밤 가득 했던 두 사람의 뜨거웠던 열기가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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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명이지만 너는 인질   EPISODE 59

    텅 빈 아파트의 거실.화려한 상류층 가문의 가십과 시끄러운 소음이, 유정과 창현의 퇴장과 함께 연기처럼 말끔히 사라졌다.유진은 알코올 기운을 이기지 못한 채,다이닝 식탁 한 구석에 조그만 몸을 웅크린 채, 얕은 잠에 빠져 졸고 있었다.붉게 달아오른 뺨이 테이블에 말랑하게 맞물려 있었다.에구치는 묵묵히 식탁 위에 지저분하게 남은 파티의 잔해들을 급한 대로 대충 싱크대로 치워냈다.달칵거리는 그릇 소리마저 조심스러웠다.정리를 끝낸 그가 천천히 걸어와,무방비하게 엎드린 유진의 바로 옆에 소리 없이 앉았다.그리고 취기 속에서 길 잃은 그녀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새근새근-.마치 세상의 그 어떤 풍파도 모르는 순진한 아기처럼,규칙적이고 가쁜 숨을 내쉬며 자고 있는 유진의 귀엽고 앙증맞은 얼굴.가문의 족쇄에 묶여 정략결혼의 사지로 끌려가면서도, 어떤 내색조차 보이지 않았다.에구치는 유진의 그 처연하고 청초한 얼굴을 지긋이, 아주 오랫동안 바라봤다.그의 귓가에, 유정의 애원과 유진의 원망 섞인 울음소리가 맴돌았다.[널…… 세상에서 숨겨두고 싶어. 아무도 못 보게…… 누구의 손도 닿지 않게……]그의 가슴 밑바닥에서,어김없이 통제 불능의 묵직한 심장 진동이 반응하기 시작했다.“서유진……”에구치가 허리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닿을 만큼 가까이 다가갔다.그리고 낮고 부드러운 중저음의 목소리로 그녀를 깨웠다.“불편하게 엎드려 자지 말고, 방에 들어가서 편히 자.”“음…….”나직하게 가라앉은 남자의 매혹적인 음성에,지독한 단잠의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유진이 긴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천천히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황금빛 동공이 알코올에 취해 촉촉하게 풀려 있었다.시야가 흐릿한 가운데,자신의 바로 앞에 에구치의 거대한 실루엣이 보였다.순간 유진이 고개를 번쩍 들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아…… 근데, 언니랑 창현 씨…… 다 어디 갔어요?”“유정이랑 창현 선배는…… 둘이 데이트 한다고 아까 밖으로 나갔어.”“……지금 몇…

  • 운명이지만 너는 인질   EPISODE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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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명이지만 너는 인질   EPISODE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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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여긴 무슨 일로… 오셨어요?”KL 그룹 서회장이 스위스 기숙학교 교장실에 나타났다.10살 때부터 다닌 이 학교에 아버지가 찾아온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열여섯의 유진은 제 눈을 의심했다.“우리 딸 보고 싶어서 왔지. 진작에 와 봤어야 했는데… 네 엄마 죽고 회사가 엉망이어서 수습하느라 아빠가 정신이 없었잖니? 이해하지?”“네…”“아빠가 말은 안 했지만… 알아서 척척 잘해내는 우리 딸 소식 들으면서 뿌듯하고 힘이 많이 됐다. 고맙다. 우리 착하고 세상에서 제일 예쁜 딸!”태어나 처음 들어보는 아버지가 건네는 다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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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리츠의 화려한 야외 연회장.'아시아 기업인의 밤'황금빛 조명 아래......류는 아시아의 내로라하는 신흥 부호들에 둘러싸여 있었다.하지만 정작 그는 그들의 대화에는 관심이 없었다.그리고 그의 시선이 연회장 한편의 무대에서 흐르는 감미로운 첼로 선율로 향했지만,끊임없이 밀려드는 비즈니스 인사들 탓에, 온전히 연주에 집중할 수는 없었다.공연이 끝나고 장내가 소란스러워질 무렵.KL 그룹의 회장 부부가 득달같이 류의 앞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겉치레뿐인 정형적인 대화가 몇 마디 오갔다.“공연 잘 보셨어요?”“아…

  • 운명이지만 너는 인질   EPISODE 2

    “Do you mind me sitting here?”(“여기 자리 있어요?”)작은 몸집의 소녀가 류가 앉은 야외 테이블에 맞은 편 자리를 가리키며 물었다.고글과 넥워머에 가려져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만큼은 맑았다.“No, please.”“Thanks.”작은 소녀는 핫초코 한 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더니,자신의 백팩에서 작은 컵라면과 보온병을 꺼냈다.그리고 마테호른 정상의 야외 테라스에서...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붇고, 핫초코를 홀짝거리며 마셨다.이내 사방으로 퍼지는 익숙한 매운 라면 냄새에, 류는 힐

  • 운명이지만 너는 인질   EPISOD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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