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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4

Author: KRYSE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5-16 22:54:59

“아빠… 여긴 무슨 일로… 오셨어요?”

KL 그룹 서회장이 스위스 기숙학교 교장실에 나타났다.

10살 때부터 다닌 이 학교에 아버지가 찾아온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열여섯의 유진은 제 눈을 의심했다.

“우리 딸 보고 싶어서 왔지. 진작에 와 봤어야 했는데… 네 엄마 죽고 회사가 엉망이어서 수습하느라 아빠가 정신이 없었잖니? 이해하지?”

“네…”

“아빠가 말은 안 했지만… 알아서 척척 잘해내는 우리 딸 소식 들으면서 뿌듯하고 힘이 많이 됐다. 고맙다. 우리 착하고 세상에서 제일 예쁜 딸!”

태어나 처음 들어보는 아버지가 건네는 다정한 칭찬이었다.

가슴이 벅차올라 목이 메었다.

“네. 감사합니다”

“이번에 올림피아드에서 고등부에서, 금메달 딴 거 축하도 하고, 할 얘기도 있고,"

"......"

"너 좋아하는 뉴욕 플라자 호텔 가서 주말 보내는 건 어떠니?”

“네. 너무 좋아요”

유진은 아버지와의 처음 여행에 잔뜩 들떠 어린 아이처럼 신이 났다.

“그럼… 뉴욕 가서 예쁜 옷도 쇼핑하고 뭐… 필요한 거 있니?”

“필요한 건 없고… 뉴욕에 새로 생긴 한식당에 가 보고 싶어요”

“그래? 예약해 놓으마. 그럼 주말 오후에 뉴욕에서 보자”

*

*

“아… 잘 지냈어?”

“네… 여긴… 이번은 우연… 아닌 거죠?”

“아마도”

고급스러운 뉴욕 한식당의 프라이빗 룸.

유진은 문이 열리는 순간 테이블 앞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며 그대로 굳어버렸다.

실망과 비참함이 역력히 스친 유진의 얼굴을 마주하며...

류 역시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번에 내가 KL그룹에 투자를 좀 크게 했는데… 아마도 서 회장님이 뭔가 오해를 하신 것 같군”

“오해… 네”

“그러니까… 편하게 밥이나 먹고 가”

유진은 입술을 짓씹었다.

처음으로 아버지가 자신을 찾아와 주었다.

그리고 꿈만 같은 행복한 주말을 보냈다.

평생을 간절하게 바랬던 아버지의 애정을 온전히 보상받는 시간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 달콤한 보상의 이유가,

결국 지금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이 남자라는 것을 알았다.

피가 나는 노력을 해도...

단 한번을 돌아봐 주지 않던 아버지의 사랑을...

이 남자의 등장 하나로 이토록 쉽게 받았다.

유진은 비로소 자신의 처지를 뼈아프게 깨달았다.

자신은 그저 예쁘게 포장된 상품에 불과하다는 것을…

“절… 사실 생각은 없으신 건가요?”

유진의 돌직구에 류는 짐짓 태연한 척 헛웃음을 흘렸다.

“당연하지. 너 같은 꼬맹이 언제 키워서 잡아 먹냐? 난 성질이 급한 편이거든”

“네…”

순간 유진은 다행이라는 안도감보다,

가슴 한구석이 찌르르하게 아려오는 서운함을 느꼈다.

류는 애써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듯 메뉴판으로 시선을 돌렸다.

“라면을 좋아하는 것을 보니까… 매운 음식을 좋아하겠지? 여기서 매운 메뉴가… 아! 고추장 소스 문어 카르파초… 갈비김치찌개 어때?”

“그쪽이 안 사도… 난 또 다른 사람에 팔리겠죠?”

“어쩌면…”

“그쪽… 세계에서 가장 부자더라고요”

“아마도?”

유진은 잠시 아무 말 없이 그의 깊은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쿵쾅거리기 시작한 심장 소리를 확인하며...

그녀는 태어나 처음으로 가장 무모한 용기를 냈다.

“그냥… 절… 사 주시면 안될까요?”

“뭐?”

여유롭던 류의 표정이 살짝 흔들렸다.

“어차피 누군가에게 팔려 갈 운명이라면… 그렇다면 최고에게 팔리는 게 낫죠. 이왕 이렇게 밖에 될 수 없다면…”

“꼬맹이! 너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고 말하는 거야?”

류의 목소리가 단호하고 낮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유진은 물러서지 않았다.

“성가시게 안 할 게요. 그건 자신 있어요. 조사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 꽤나 모범생이거든요. 선 넘는 짓 못해요”

그녀의 황금빛 눈동자에 서글픈 결연함이 서렸다.

“그러니까 저… 사 주세요!”

KRYSE

유진과 류의 정략 연애가 시작됐습니다. 이곳에도 떡밥이 숨어 있습니다. 이 떡밥 회수는 84회에서 찾으실 수 있습니다. **다음 독자들을 위해서 스포일러는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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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퍼 클럽의 핏빛 아수라장을 헤치고 유진이 이송된 병원으로 달려왔다.류의 온몸은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초조하게 흘러나온 의료진의 입술은 류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다.“환자분, 현재 심각한 약물 중독과 두부 타박상으로 인해…… 코마(coma·혼수) 상태입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수도 있습니다.”코마…!그 날카로운 단어가 류의 세계를 단숨에 송두리째 무너뜨렸다.당장이라도 숨통이 끊어질 것 같은 극심한 절망이 그의 가슴 깊숙한 곳을 무참히 난도질했다.그는 하얗게 질린 채 굳게 닫힌 중환자실 문을 바라보며 시뻘건 피눈물을 삼켰다.[유진, 네가 잘못되면 난………]류는 주먹을 너무 세게 쥐어 손톱이 살점을 파고들어 피가 배어 나왔지만 고통조차 느끼지 못했다.그리고 그는 그녀의 병실 앞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도저히 만신창이로 부서진 유진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결국 그는 그녀의 곁을 지키지 못했다.대신 인천 부두 창고로 달려가 그녀의 복수를 끝내는 비겁한 선택을 했다.[미안해. 널 이렇게 만든 놈들부터 처리한 뒤에 난 지옥에 떨어질게. 이제는 더 이상 너에게 사랑한다는 말조차 할 수 없다는 걸 아는데. 나 지옥에서도 널 놓지 못할 것 같아. 그러니까 버텨 줘. 내가 대신 저 세상에 갈 테니까. 내가 널 더 이상 붙잡지 않게 넌 이 곳에서 살아 줘.]비가 쏟아지는 인천 부두.피의 처형이 끝나고, 김비서가 서류 봉투 하나를 그에게 무겁게 건넸다.유진이 그날 밤 어떻게 발견되어 병원으로 실려 오게 되었는지.그녀의 행적이 시간대별로 샅샅이 담긴 서류.그 서류의 첫 장.최초 신고자이자 구조자의 인적 사항 란에서 류의 시선이 거칠게 흔들렸다.한남대병원 심장외과 과장, 에구치 요스케.순간 류의 머릿속에 암전이 일어났다.이성이 난도질당해 하얗게 바스라지는 감각에 숨이 가쁘게 턱밑까지 차 올랐다.[그 클럽 룸에서 약물에 취해 정신이 들자마자…… 네가 가장 먼저 떠올리고 애타게 찾은 게 기어이 이 남자였니?! 그래서 이 새끼에게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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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명이지만 너는 인질   EPISODE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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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명이지만 너는 인질   EPISODE 3

    파리 리츠의 화려한 야외 연회장.'아시아 기업인의 밤'황금빛 조명 아래......류는 아시아의 내로라하는 신흥 부호들에 둘러싸여 있었다.하지만 정작 그는 그들의 대화에는 관심이 없었다.그리고 그의 시선이 연회장 한편의 무대에서 흐르는 감미로운 첼로 선율로 향했지만,끊임없이 밀려드는 비즈니스 인사들 탓에, 온전히 연주에 집중할 수는 없었다.공연이 끝나고 장내가 소란스러워질 무렵.KL 그룹의 회장 부부가 득달같이 류의 앞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겉치레뿐인 정형적인 대화가 몇 마디 오갔다.“공연 잘 보셨어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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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 you mind me sitting here?”(“여기 자리 있어요?”)작은 몸집의 소녀가 류가 앉은 야외 테이블에 맞은 편 자리를 가리키며 물었다.고글과 넥워머에 가려져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만큼은 맑았다.“No, please.”“Thanks.”작은 소녀는 핫초코 한 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더니,자신의 백팩에서 작은 컵라면과 보온병을 꺼냈다.그리고 마테호른 정상의 야외 테라스에서...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붇고, 핫초코를 홀짝거리며 마셨다.이내 사방으로 퍼지는 익숙한 매운 라면 냄새에, 류는 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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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난히 까만 밤.별빛마저 없는 유난히 칠흙 같은 제주도의 밤.유진은 프라이빗 빌라 2층 마스터 베드룸 침대 끝에 위태롭게 앉아 있었다.*“아무리 네가 내 투자금의 담보라고 해도… 난 최소한 네가 침대에서 날 얼마나 만족시킬 수 있는지 정도는 봐야겠어… 그러니 어차피 할 거… 빨리 끝내 버리는 게 낫잖아”*무성의한 결혼 통보도 모자라, 그가 그녀에게 첫날밤을 요구했다.순간 유진은 머리 속이 온통 하앴다.이 밤을 피할 수 있는 변명도 달아날 방법도 생각나지 않았다.그저 이런 억울한 상황에 자신을 처 박은 아버지를 향한

  • 운명이지만 너는 인질   EPISODE 8

    ‘생일 축하해’아침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시야를 가득 채운 화려한 선물 상자들이 눈에 들어왔다.유진은 작은 산처럼 쌓여 있는 상자들 맨 꼭대기에 놓여 있는 작은 카드를 집어 들었다.감정이라곤 한 톨도 섞이지 않은 무미건조한 한 줄의 축하 인사.꼬박 5개월 만에 날아온 그 남자의 메시지였다.직접 찾아오는 정성과 수고를 들이기보다는,이렇게 압도적인 돈으로 상황을 해결하는 게 훨씬 편하고 익숙한 남자.물론 그와는 태생부터 장거리 만남이었으니,그가 평소처럼 일본 본사에 머물고 있었다면 백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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