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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3

Author: KRYSE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5-16 22:54:52

파리 리츠의 화려한 야외 연회장.

'아시아 기업인의 밤'

황금빛 조명 아래......

류는 아시아의 내로라하는 신흥 부호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는 그들의 대화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연회장 한편의 무대에서 흐르는 감미로운 첼로 선율로 향했지만,

끊임없이 밀려드는 비즈니스 인사들 탓에, 온전히 연주에 집중할 수는 없었다.

공연이 끝나고 장내가 소란스러워질 무렵.

KL 그룹의 회장 부부가 득달같이 류의 앞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겉치레뿐인 정형적인 대화가 몇 마디 오갔다.

“공연 잘 보셨어요?”

“아… 네. 잘 들었습니다. 훌륭한 연주였습니다”

“아이구… 이 극찬을 제 딸아이가 직접 들었어야 했는데… 그랬다면 제 딸이 매우 기뻐했을 텐데... 방금 무대 위에서 연주하던 첼리스트가 제 딸이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류의 건조한 반응에도,

KL 회장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시간 나실 때 잠깐이라도 대기실에 들러 격려의 말 한마디만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아이가 워낙 낯을 가리고 무대 공포증이 있어서 최근 첼로에 흥미를 잃어 상심이 큽니다.”

“걱정이 크시겠네요. 알겠습니다. 제가 한번 들러 보겠습니다”

류는 알았다. 그들의 의도를.

매번 젊은 딸을 가진 자산가들을 만날 때마다 듣는 흔한 레퍼토리.

그는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사업상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내키지 않았지만 진심인 척 연기를 했다.

그는 정돈된 발걸음으로 무대 뒷편에 자리한 프라이빗한 야외 대기실로 향했다.

은은한 달빛 아래,

연회색 튜브 탑 실크 드레스를 입은 한 여자의 가냘픈 뒷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드러난 하얀 어깨가 밤바람에 작게 떨리고 있었다.

류는 조심스럽게 인기척을 했다.

“연주 잘 들었습니다. 류 요스케 라고 합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서 유진 이라고 합니다”

고개를 다소곳하게 떨군 채,

여자가 몸을 돌려 정중히 고개를 조아렸다.

그녀의 절제된 인사에 맞춰, 류 역시 가볍게 목례를 건넸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어?”

2주 전, 마테호른에서의 그 아이...

“어! 아저씨?”

긴장으로 굳어 있던 소녀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커졌다.

그리고 그녀의 가슴 깊은 곳에서,

설렘의 심장 소리가 쿵쾅쿵쾅 사정없이 울려 퍼졌다.

이내 유진의 얼굴에 가식 없는 환한 함박웃음이 피어올랐다.

그 순간 파리의 달빛을 고스란히 머금은...

그녀의 황금빛 눈동자가 보석처럼 청명하게 반짝였다.

너무도 뜻밖의 장소에서 마주쳐서였는지... 

아님 밤하늘마저 집어삼킬 듯,

눈부신 그녀의 미소 때문이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류의 심장이 다시 쿵 소리를 내며 내려앉았다.

“너 였어? 서 회장님 외동 딸이?”

“절… 사신다는 분이 아저씨였어요?”

“뭐? 아… 그래서 그때?”

“나… 완전 바보 아니에요? 호랑이굴에 제 발로 들어가서 호랑이를 고양이인 줄 알고 쎄쎄쎄 하고 온 기분이 이런 거겠죠?”

“하하하… 세세세 정도가 아니었지? 그 날… 너 때문에 고생해서 나 몸살 났는데?”

“그쪽이 그 정도였음… 전 어떻겠어요? 거기다 산 밑에 버리고 온 수행비서님 눈치 보느라 약도 못 얻어 먹었다고요”

“어쭈… 여전히 그쪽이야?”

“그럼 다시 아저씨라고 불러 드려요? 아… 류 회장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그냥 그쪽이… 낫겠다”

“저도 그 호칭이 편할 것 같아요. 뭔가 중립적이라고 해야 하나? 친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아예 모르는 사이도 아닌? 뭐 애매한?”

“하하하… 친하기 싫다고 아예 대놓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고?”

“헉! 제 의도가 그렇게 훤하게 보여요?”

“하하하…”

그 날 밤 류는 유진과 한참을 함께 있었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한참을 웃었다.

*

늦은 밤, 어두운 스위트룸 안.

꽤나 방대한 서류 뭉치를 살펴보던 류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그리고 굳은 표정의 류가 차가운 목소리로 김 비서에게 물었다.

“이렇게 어린 딸을 정략 결혼 시장에 매물로 내놓을 만큼 KL 그룹 상태가 안 좋은 건가?”

“네, 그렇습니다. 지금 KL 그룹은 완전히 텅 빈 껍데기뿐입니다. 아마 이번 5월에 도래하는 막대한 어음을 막지 못하면 그 즉시 최종 부도 처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 비서의 보고를 들으며, 류는 창밖의 파리 야경을 무겁게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조금 전 순진무구하게 황금빛 눈동자를 빛내며 자신을 향해 환하게 웃던...

유진의 얼굴이 잔상처럼 스쳤다.

겨우 열여섯.

세상의 잔혹함을 알기에는…

그녀는 너무도 어렸다.

KRYSE

이 회에도 떡밥이 있습니다. 이번 떡밥은 유진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지만, 또 Fake 적인 요소도 있습니다. 자세한 떡밥 회수는 67회에서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혹시, 2회 떡밥은 회수 하셨나요? **다음 독자 분들을 위해 스포일러는 삼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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