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당연히 실망스러웠다.하지만 그중의 8할은 생돈을 날렸다는 사실에서 기인했다.이 남자를 ‘홀랑 잡아먹지도’ 못할 줄 알았더라면, 그렇게 큰돈을 덥석 입금하는 게 아니었는데.온세아는 그에게 철저히 놀아난 기분이었다.그렇다고 면전에서 ‘왜 나랑 안 자주냐’라며 따지지도 못했다.결국 치밀어 오르는 울화통을 꾹 삼키는 수밖에 없었다.“아니거든요!”온세아는 고개를 홱 돌렸다. 당분간은 그의 얼굴조차 보기 싫었다.“이제 다 나았으니까 그만 가보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창피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대체 앞으로 무슨 낯짝으로 이 남자를 본단 말인가.하지만 한참이 지나도록 곁에서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온세아는 의아한 마음에 이불 끝을 살짝 내리고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그런데 권태혁은 여전히 침대 옆 소파에 앉아 있었다.“왜 아직 안 갔어요?”온세아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설마 이제 와서 ‘유료 서비스’라도 해주겠다는 건가?분명 약 기운도 다 가셨고, 더는 그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었다.권태혁은 그녀를 빤히 응시하며 나직하게 속삭였다.“더 자. 나 여기 있을 테니까.”온세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러니까 지금 안 가고 버티겠다는 건가? 계속 여기 남아서 수발이라도 들겠다는 뜻인가?‘이건 좀 아니지!’어젯밤 거금까지 입금해 놓고 정작 ‘본전’은커녕 손가락 하나 못 건드렸는데, 아침부터 얼굴을 마주하고 있자니 고역도 이런 고역이 없었다.그는 태연할지 몰라도 자신은 민망함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하지만...”막 그를 쫓아내려 입을 뗀 순간, 권태혁이 나른한 목소리로 선수를 쳤다.“어젯밤에 누가 세아 씨 구했는지 잊은 건 아니지?”온세아의 얼굴 근육이 미세하게 떨렸다.순간, 반박할 단어조차 떠오르지 않았다.어쨌든 어젯밤 자신을 구한 건 권태혁이 맞았다.비록 그녀가 예상했던 ‘몸을 바친’ 방식은 아니었지만.그는 미리 의사에게 연락을 취해두었던 것이다.그런 줄도 모르고 돈을 줄 테니 같
참다못한 권민지가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둘이 대체 무슨 사이야?”여자라면 돌 보듯 하던 남동생이 누군가에게 이토록 정성을 쏟는 건 평생 본 적이 없었다.만약 여자친구라면, 약에 취해 이 지경이 되었을 때 본인이 직접 ‘해결’했을 텐데 굳이 번거롭게 누나를 불러낼 이유가 뭐 있겠는가.그렇다고 아예 무관심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자신이 아는 권태혁은 아무 여자의 뒤처리를 해줄 만큼 한가하거나 오지랖이 넓지 않았다.“내 비서야.”권태혁이 무심한 목소리로 설명했다.권민지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겨우 비서일 뿐인데, 나까지 불러가며 곁을 지켜준다고?”동생은 결코 직원 복지에 목숨 거는 사장이 아니었다.누나에게조차 이만큼 정성을 쏟은 적이 없는 녀석이었다.권태혁은 더 이상 대꾸하기 귀찮다는 듯 곧장 그녀를 쫓아냈다.“주사 다 놨으면 그만 돌아가.”무심한 태도에 울컥한 권민지가 동생의 정강이를 걷어찼다.“너 보아하니 얘 짝사랑하는 거지?”권태혁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부정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 권민지는 폭소를 터뜨렸다.“세상에, 그 잘난 권태혁이 짝사랑이라니! 살다 살다 별꼴을 다 보겠네.”어릴 때부터 동생에게 좋다고 달려드는 여자는 줄 지을 정도였다.그런 놈이 누군가를 먼저 마음에 품다니, 그것도 애틋한 짝사랑이라.정말이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정말 진심으로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보통 남자들은 이런 절호의 기회에 직접 몸으로 해결했을 터였다.“안 가고 계속 버티시겠다? 내일 당장 현재 형한테 전화할 거야.”말이 끝나기 무섭게 권민지의 얼굴색이 돌변했다.“아, 가면 될 거 아냐! 누가 겁낼 줄 알고? 정현재한테 연락하기만 해 봐. 내 얘긴 절대 꺼내지도 마, 알았지?”권민지는 분이 안 풀리는지 남동생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움켜쥐었다.“너 자꾸 까불면 네 비서한테 다 불어버린다? 네가 쟤 짝사랑하고 있다고.”권태혁의 확실한 약점을 잡았다는 듯, 그녀는 의기양양하게 눈썹을 한 번 치켜올리고
권태혁이 온세아의 턱을 거칠게 움켜쥐었다.“그 말은, 내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인가?”온세아는 수만 마리의 개미가 전신을 갉아먹는 듯한 끔찍한 고통에 시달렸다.수락하지 않고는 배길 재간이 없었다.하지만 고작 하룻밤의 대가로 2억이라니, 그만한 거금이 어디 있겠는가.“할부로... 내면 안 될까요?”그녀는 덜덜 떨리는 몸을 간신히 억누르며 조심스레 협상을 시도했다.권태혁이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응시하더니 무심하게 대꾸했다.“최소한 선금으로 10%는 입금해야지.”온세아는 할 말을 잃었다.선금이라니? 무슨 부동산 계약도 아니고.그저 하룻밤을 사는 것뿐인데, 이 남자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놓고 바가지를 씌우려고 했다.일개 비서의 피 같은 돈을 착취하려는 속셈이 분명했다.하지만 당장 다른 방도가 없었기에 그가 노골적으로 폭리를 취하려 해도 지금은 속수무책이었다.“...좋아요, 콜!”온세아는 이를 악물고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외쳤다.그 순간, 권태혁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욕망의 불꽃이 일렁였다.이내 그녀를 침대 위로 거칠게 밀어트렸다.그리고 가장자리에 무릎을 꿇고 온세아의 몸 위로 올라탔다.괴로워하는 그녀의 얼굴 위로 권태혁이 고개를 숙이자, 두 사람의 숨결이 뜨겁게 엉키며 열기가 치솟았다.온세아는 다급하게 남자의 목을 끌어안으며 입을 맞추려 했지만, 권태혁에게 단호하게 제지당했다.“돈부터 내야지.”온세아는 어안이 벙벙했다.지금 장난하나?이 판국에 수금부터 할 생각이라니? 심지어 돈도 부족하지 않은 사람이!“다 하고 나서 주면 안 돼요...?”온세아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애원했다.정말이지 이제는 한계였다.권태혁은 그녀를 빤히 응시하며 대꾸했다.“끝나고 나서 입 싹 닦으면 어쩌려고?”“...”온세아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는 어느새 휴대폰까지 낚아채 송금 화면을 띄워놓고 있었다.심지어 선금 2천만 원도 미리 입력해 둔 상태였다.이제 그녀가 할 일이라곤 비밀번호를 누르는 것뿐이었다.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권태혁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둡게 가라앉는 것을 보자 온세아는 속으로 몹시 후회했다.‘젠장, 내가 대체 무슨 소리를 지껄인 거지?’약 기운 탓에 지능마저 낮아진 게 분명했다.이건 상사에게 대놓고 접대부 취급을 한 꼴이 아닌가.비록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언정 절대 입 밖으로 내뱉어서는 안 되었다.“아, 아니 그게... 대표님을 그런 사람 취급하려던 게 아니라... 그냥 수고비를 챙겨드리겠다는 뜻이었는데...”온세아는 횡설수설하며 해명했다.하지만 그럴수록 상황은 오히려 더 나빠질 뿐이었다.다른 여자였다면 진작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을 도발이었다.그나마 상대가 온세아였기에 그는 서늘한 안색으로 요동치는 욕망을 억누르며 분노를 집어삼켰다.“얼마나 줄 수 있는데?”곧이어 갈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온세아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를 올려다보았다.이내 절망적이던 얼굴에 환희가 번졌다.이렇게 묻는다는 건, 사실상 수락이나 다름없었다.흥분한 그녀가 권태혁의 팔을 붙잡으며 바짝 밀착해 왔다.다만 남자의 몸이 바위처럼 딱딱하게 굳으며,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였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차라리 대표님이 가격을 부르실래요? 얼마가 됐든 다 낼게요!”선택의 여지가 없는 데다 상대는 무려 자기 상사였다.이 정도 급의 남자라면 하룻밤 비용을 정하는 것도 감히 그녀가 나설 영역이 아니었다.돈이 아쉬울 리 없는 사람인 데다 본업이 따로 있으니, 얼마를 불러야 저 남자의 구미를 당기게 할지는 미지수였다.“지금 전 재산이 얼마나 되지?”권태혁이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 안으며 품으로 거칠게 끌어당겼다.두 사람의 몸이 빈틈없이 밀착되었다.온세아는 머릿속이 하얘졌고, 피가 거꾸로 솟구치듯 끓어올랐다.‘제발, 이렇게까지 달라붙지 말라고!’이성을 붙잡기 힘든 상태라는 걸 뻔히 알면서, 가격 협상도 채 끝나기 전에 이렇게 밀착해 오다니.이건 그야말로 고문이었다.온세아는 터질 듯 달아오른 얼굴로 대답했다.“2억... 안
촉촉하게 젖은 눈망울과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고통과 갈망이 뒤섞여 욕망을 내비치는 여자의 모습은 그야말로 죄를 짓고 싶게 만들 만큼 치명적이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권태혁의 몸도 어느새 뜨겁게 달아올랐다.목울대가 크게 일렁였고, 시선은 그녀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지금의 온세아는 사무치게 아름다웠고, 지독하리만큼 매력적이었다.작은 손짓 하나하나가 남성의 가장 취약한 신경을 건드렸다.평소 절제에 능하고 금욕적이기까지 했지만,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왔던 여자가 이토록 요염한 자태로 눈앞에 누워 있으니 도저히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권태혁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 어둡게 가라앉았다.“어떻게 도와달라는 거지?”온세아는 저도 모르게 눈을 흘겼다.이 남자가 지금 순진한 척이라도 하는 건가?약에 취해 죽을 맛인 사람을 두고 어떻게 도와달라니?“저랑... 한 번만 자주실래요?”온세아는 초조하게 그의 손바닥을 붙잡고는 자기 뺨을 비벼댔다.갈구하는 눈빛으로 남자를 올려다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온몸이 타는 듯 화끈거려 더는 이것저것 따질 여유가 없었다.그가 상사든 뭐든 중요하지 않았다.눈앞에 남자가 있으니, 일단 매달리고 볼 일이었다.권태혁은 가늘게 뜬 눈으로 그녀를 빤히 응시했다.“나랑 자고 싶다고?”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이었으나, 한껏 달아오른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는 손길에는 애틋함과 더불어 묘한 중압감이 서려 있었다.차가운 손바닥이 닿자, 온세아는 기분 좋은 촉감에 저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었다.“아, 시원해... 제발, 더...”간절한 목소리에 애교와 교태가 잔뜩 묻어났다. 그녀는 권태혁의 손을 끌어당겨 뺨에서부터 목덜미, 그리고 아래로 천천히 훑어 내렸다.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귓가를 때렸다.“대표님, 제발... 그냥 저 좀 도와준다고 생각하시면 안 될까요?”온세아는 그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눈동자는 이미 초점을 잃고 흐릿하게 풀려 있었다.권태혁이 몸을 숙여 그녀에게 더욱 밀착했다.“만약 내가 도와주기 싫다면?”온세
“하아... 너무 괴로워요...”온세아는 붉게 달아오른 입술 사이로 뜨거운 숨을 토해냈다.몸속 깊은 곳에서 치솟는 불길에 이성마저 재가 되어 사라질 것만 같았다.하필이면 이런 순간에 권태혁이 곁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 그녀를 더 조급하게 만들었다.이런 상태로 남자와 한 공간에 머무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너무도 잘 알았기에 마지막 남은 의지를 쥐어짜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대표님, 제발... 얼른 나가주세요...”권태혁은 침대 머리맡에 서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이내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내가 가면, 세아 씨는 그 몸으로 뭘 어쩌려고?”지금 그녀의 상태로는 혼자 침대 위에서 버텨내는 것조차 불가능해 보였다.“그럼 염치 불고하고 부탁 하나만 드릴게요. 전화...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119에 전화해달라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권태혁이 불쑥 끼어들었다.“왜, 남편이라도 불러서 구해달라고 하게?”온세아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결혼한 이후, 구형민은 그녀의 몸에 손끝 하나 대려 하지 않았다.이런 절박한 순간에 그런 사람에게 의지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그저 119를 불러달라고 말하려 했을 뿐이었다.지금 상태로는 휴대폰을 쥐는 것조차 힘겨워 스스로 전화를 걸 수 없었으니까.“당장 급한 불부터 꺼야 하지 않겠어? 남편이 도착하기도 전에 아마 못 버티고 쓰러질걸?”권태혁의 목소리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땀에 젖은 온세아의 몸은 마치 달궈진 화로처럼 열기를 내뿜었다.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간신히 말을 이었다.“그럼... 번거로우시겠지만, 병원 좀 데려다주시면 안 될까요?”권태혁이 갑자기 허리를 숙여 바짝 다가왔다.“정말 지금 이 몰골로 병원에 가겠다고?”코끝을 스치는 진한 체취와 압도적인 존재감에 온세아의 사고 회로가 일순간 정지했다.어떤 대답도 떠오르지 않을 만큼 머릿속이 아찔해졌다.‘제발! 가까이 오지 마!’약 기운에 취해 남자라면 물불 가리지 못할 상태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는 ‘위험’ 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