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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시린 새벽

Author: 서이화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5-21 00:15:35

칠흑의 어둠을 지나고 보석이 가득한 공간에 다다랐을 때.

톱니바퀴 사이로 속삭임이 새어 나왔다.

인간의 언어와 닮았지만, 뜻을 알 수 없는 소리였다.

그 음성을 듣는 순간.

이곳이 말로만 듣던 신들의 길.

선택받은 자만이 통과할 수 있다는 차원 회랑임을 알 수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검은 실루엣.

흠칫 놀라 숨을 멈췄다.

주위를 빙빙 돌던 그와 함께 차원 회랑이 사라지며 불길에 휩싸인 통로가 보였다.

인간 영역으로 돌아온 우리를 기다린 건.

불덩이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야 한다. 끝까지….’

내 마음을 누군가 읽은 듯 갑자기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고, 허벅지까지 불어난 물로 불은 흔적 없이 사라졌다.

짙은 음영을 띈 하늘.

나무둥치 사이로 차오른 새벽이 빛을 퍼뜨렸다.

출구 위로 들리는 인기척.

최대한 조심스럽게 기어 그 지점을 무사히 통과했다.

얕아진 수로를 따라 내려가면 궁 외곽.

해가 떠오르면 수문 인근 경비가 두 배로 늘어나기 때문에 탈출을 위한 시간은 많지 않았다.

드디어 눈앞에 보이는 수문.

돌 구조물 아래로 쇠창살이 내려와 있었다.

'바깥쪽 나무뿌리 위, 저 틈만 통과하면 된다.'

반쯤 부식된 쇠창살을 잡고, 있는 힘껏 벌렸다.

“으윽…!”

엄청난 힘이 내 몸에서 분출되며 쇠창살이 벌어졌다.

'이제 자유다. 아가 우리 이제 살았다.'

환한 웃음으로 어미를 바라보는 아이의 눈부신 은빛과 마주친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래, 어미가 널 예언대로 왕국을 다스리게 해 줄게.’

아이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약속했다.

궁정을 빠져나왔다는 안도에 코끝을 스치는 물비린내도 꽃보다 향기롭게 다가왔다.

강바닥에는 조개껍데기와 부러진 창끝이 널려 있었다.

신발이 찢어져 발바닥을 베였지만 내겐 아픔도 벅찬 환희였다.

무사히 강어귀에 다다르자, 한적한 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적 없는 길.

물살이 부서지는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의 고요함.

푸드덕 날아가는 새들뿐 아무도 없었다.

수문을 빠져나온 뒤.

물은 발목 높이로 줄어들었다.

고요로 가득 찬 세상.

풀잎 위로 맺힌 새벽빛만이 움직일 뿐이었다.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사내의 부족이 기다린다고 했다.

점점 커지는 말발굽 소리.

반가움에 고개를 들어 소리 나는 쪽으로 상체를 기울였다.

‘사내의 부족인가?’

이런….

이게 무슨 일인가.

바람과는 달리 왕비의 호위병들이었다.

재빨리 갈대 사이에 몸을 숨겼지만….

이미 그들에게 발각된 다음이었다.

“마리안, 겨우 여기 오려고 도망친 게냐?”

그들 중 나의 얼굴을 알고 있는 자가 말을 꺼냈다.

이상하게 겁이 나지 않았다.

탈출에 성공할 거란 강한 자신감이 날 감쌌다.

‘이 고비만 넘기면 산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그자들은 올무로 내 발을 묶고 내동댕이쳤다.

아이를 부둥켜안고 뺏기지 않으려 몸부림쳤다.

그들이 아이의 눈동자를 보면 끝이었기에 필사적으로 아이의 눈을 강보로 가렸다.

“살려주세요. 제발!”

시린 새벽빛이 물러가고 물속에서 올라온 해가 나와 아이를 감싸고 있을 때.

왕비 친위대까지 몰려와 우리를 겹겹이 에워쌌다.

“왕비 마마의 탄신 제물이 도망치면 되나? 자, 이 년을 포박하라. 품 안에 아이는 지금 당장 죽이거라.”

“뭐…? 내 아들을 죽인다고? 절대 안 돼. 이번엔 너희 뜻대로 안 될 거야.”

“이보게, 그런 말은 없지 않았나? 굳이 이 자리에서 아이를 해할 필요까지 있나?”

“내게만 내리신 특명이다. 나의 명령이 곧 왕비 마마의 명이니라.”

품 안에 아들을 빼앗으려 두어 명이 말에서 내렸다.

손으로 그들 중 한 명을 겨우 밀쳐내며 또 한 명을 물어뜯었다.

“아야, 이 년이 누굴 물어?”

그들이 내 목을 잡아채며 채찍을 등 뒤로 내리쳤다.

피가 뿜어져 나왔지만 이를 악물었다.

그들의 입가엔 장난기 어린 비웃음과 태연한 잔혹함이 뒤섞여 있었다.

“지독한 년! 이 년을 포박하라. 왕비 마마의 제물이니라.”

아들을 떼어내려 채찍질을 계속했다.

하지만 목숨을 내줄지언정 아들을 빼앗길 순 없었다.

‘탈출에 성공해서 이 치욕을 갚아 줄 것이다.’

“지독한 년, 아이와 함께 저년도 죽여라.”

“이 사람아, 곧 단두대에 죽을 사람이네. 마지막 자비를 베풀게나.”

“내 명이 곧 왕비 마마의 명이라 하지 않았나?”

무자비한 웃음을 띤 자가 말에서 내려와 빼든 칼을 내 목에 겨누었다.

피를 많이 쏟은 나는 겨우 의식을 부여잡고 빌고 또 빌었다.

살려달라고….

“날 원망하진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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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a Comments (1)
goodnovel comment avatar
권명화
넘 흥미롭네요!! 드라마에서 보는듯 긴장감이 너무너무 느껴져요!작가님 대단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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