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그래,
속으로 이를 악물었다.
그의 입술이 다시 아키하의 입술 가까이 맴돌았다.“너를 다시 만날 수 있는 거지?”그 순간아키하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하지만 대답 대신 현령의 입술을 깨물었다. 두 팔로 그의 목덜미를 감고,다리로 그의 허리를 끌어당겼다.아래에 단단하게 선 감각이 선명하게 닿았다.“너…하는 거 봐서.”
아키하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웃었다.“건강하라고.”청연은 피식 웃었다.“어. 그리고 미국 다녀올 때 간식 좀 사 올게.”
그래,속으로 이를 악물었다.너희가 그렇게까지 우리에게 족쇄를 채우겠다면,주먹을 천천히 쥐었다.
잠시 뒤 두 사람이 연구실로 들어왔다. 주라헬와 아키하.주라헬은 드물게 들뜬 목소리였다. “그게 가능하다고?”아키하는 그런 주라헬을 향해 더 환하게 웃었다.마치, 100점 시험지를 자랑스럽게 들고 온 아이가 엄마에게 자랑하는 것처럼.“어머나, 마마는 속고만 살았나?”아키하가 장난스럽게 웃었다.“크크큭. 아키하 실력 몰라요?”“그래서?”“이것만 지속해서 주입하면 완성된다니까.”아키하는 일부러 한층 들뜬 목소리를 냈다.“유전병이 생기는 거야. 이름도 지었어.”“뭐로?”“하루(봄), 나츠(여름), 아키(가을), 후유(겨울)를 모두 거쳐야 완전체가 되는 것처럼.”아키하가 웃었다.“시키 (四季).”“사계라….”주라헬은 만족스럽게 턱을 쓸었다.“나쁘지 않네.”“그렇죠?”아키하의 목소리가 더욱 밝아졌다.“주사 4번 이면 완성되요. 이미 다들 3번씩 맞았으니, 마지막만 맞으면 완성되거든요.”“하하하.”주라헬이 크게 웃었다.“역시 아키하네. 나의 레플리카.”칭찬을 받은 아키하는 더 기분 좋아진 듯 말을 더 보탰다.“그리고 하나 더.”“또 있어?”“시키 (死期(しき)).”아키하의 눈이 가늘게 휘었다.“이름에는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이라는 뜻도 있죠.”“어머나, 이름 한번 멋있네.”“우리에게는 사계절이 완성되는 순간이지만.”아키하가 웃었다.“그들에게는 죽음을 맞이하는 끝의 순간이 될 테니까.”주라헬은 그 이름마저 흡족했다. 그들의 능력이 점점 강할수록 치명적인 죽음의 손길도 앞당길 수 있다는 사실에 통쾌했다.그리고 결국 자신에게 살려달라며 머리를 조아릴 순간을 떠올리기만 해도 온몸이 짜릿했다. “하하하. 벌써 그렇게까지 진전이 된 거야?”아키하는 주라헬의 기분을 빠르게 읽었다. 그리고 자신이 바라던 말을 꺼낼 순간임을 알았다. 자신의 우상이자 사랑이며 전부로 알고 있는 주라헬이 자기 육체를 부디 써주길.그녀는 절대 칩을 쓰지 않을테니까.그래야 내 머리에 심은 칩이 겨울이에게 전해지게.아키하는 그런 속내는
“유주하.”“응. 왜 나와 있어? 안에서 기다리지.”“기다렸는데 네가 안 와서. 그래서 나왔지.”주하가 시선을 돌려 현령을 사진을 바라봤다.“이거 봤어. 현령.”그리움과 미련이 섞인 목소리였다. “아키하가 원하는 사람이었으니까.”시우가 잠시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현령도 사라지는 순간까지 아키하를 사랑했어.”주하가 놀라 고개를 들어, 그의 품에서 몸을 떼었다. “너…설마?”“응.”시우가 현령의 사진을 바라봤다.“현령의 기억이 나에게 들어왔거든. 그래서 알게 된 거라.”주하의 고개가 천천히 아래로 떨어지며 어깨가 가늘게 떨었다.[아키. 아키….]그는 말없이 주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앞의 현령 사진을 봤다. 또 물음을 삼키고 있는 것 같았다.사진 속 현령은 그저 웃고 있었다. ****현령은 아키하를 사랑했다.아키하는 멀어지려 할수록 다가오는 현령의 따뜻함에 조금씩 물들어 갔다.첫 번째 삶에서 주라헬은 그런 아키하의 변화를 눈치챘다.“네가 다른 가주들을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목줄을 만든다면, 현령만은 봐줄게. 어때?”“제가 거부하면요?”“하하하. 그래?”주라헬이 번뜩이는 눈빛으로 입꼬리를 오렸다.“그럼 내가 만들지. 그렇게 되면, 현령도 포함되는 거고.”아키하에게 시키병을 설계했고 성공했다. 하지만 현령을 자유롭게 해 준다는 달콤한 사랑 발림이 산산히 무너졌다.주라헬은 첫 실험 대상을 현령으로 선택했다.이유는 하나였다. 아키하가 사랑하는 사람이기에.주라헬는 자신의 레플리카에게 절대 사랑을 허락하지 않았다. 감정이 사람을 무디게 만들테니까. 자신의 도구인 레플리카에게는 그런 것이 필요없었다.현령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사실만큼은 아키하가 알지 않기를 바랐다.뒤늦게 자신이 만든 시키병 때문에 현령이 아프게 됐다는 것을 안 아키하는 미친 듯이 치료제를 개발했다.하지만 실패했다.현령은 일주일도 되지 않
주하가 자신이 없는 시간을 견뎠던 것처럼, 아키하도 현령을 떠나보낸 시간을 참고, 누르고, 버텨 온 거였다.모든 상황을 다 이해할 수는 없고, 모든 걸 다 품을 수는 없지만 한 가지 확실했다.주하와 함께 있고 싶다는 그 사실은 하나로 괜찮았다.시우가 다시 주하 곁을 다가서려 하자, 다른 목소리가 그녀의 곁에서 들렸다.“현령.”주하가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현무열이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사진 속 미소를 짓는 현령에게 향해 있었다.“ 금의 현무 가를 있게 한 장본인 중에 한명이죠.”“…….”“일본에서 생활하던 중 주작가의 여자를 만나고, 일찍 돌아가시긴 했습니다.”현무열이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주하는 다시 현령의 사진을 바라봤다. “보통은 그 사실을 잘 모르지만요.”그러다 시선이 주하에게 향했다.“어제는 현성이와 병원에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아…….”주하는 빨리 젖은 눈가를 눌러 닦았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며시 웃었다.“오랜만입니다. 유주하 씨.”“안녕하세요.”주하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현진 언니 아버지 되시죠?”“하하하. 네.”현무열이 기분 좋게 웃었다.“ 그리고 현성의 아버지이기도 하죠.”“아. 네.”“ 이 사람이 궁금한가요?”현무열이 다시 현령의 사진을 바라봤다. 주하도 그 시선을 따라 사진으로 눈을 돌렸다.“…아, 네.잠시 망설이다 적당히 둘러댔다.“ 지나가다가 우연히 봤어요. 잘생겨서.”“하하하.”현무열이 크게 웃었다.“주하 씨도 얼굴을 보시는군요.”“네?”“우리 현성이도 잘 생기긴 했지.”주하는 눈이 살짝 흔들렸다. 왜 그의 말끝마다 현성 씨를 붙이는 거지?“아하….”일단 어색하게 웃었다.“그렇긴 하죠.”그 순간, 현무열의 목소리가 묘하게 기대에 찼다.“어때요? 우리 현성이?”“네?! 뭐가요?”빠르게 눈을 깜박였다.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현무열은 아주 자연스럽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