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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파란별1001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9 06:58:36

시우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곧 이내 깨물면서도 주하의 얼굴에서 시선이 떨어질 줄 몰랐다.

​‘네가… 무사했으면 좋겠어.’

“그때처럼 잃어버리지 않을게.”

작지만 떨림 섞인 단호한 목소리로 다짐하듯 말했다.

그의 나직한 목소리에 눈이 천천히 떠진 주하는 눈앞에 시우와 시선이 마주치자 미소 지었다.

​“현시우.”

“응?”

주하가 맞잡은 손에 힘을 줬다.

“나도 너 안 놓을 거야.”

시우의 눈이 커졌다.

“주하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던 시우가 맞잡은 주하의 손을 들어 그녀의 손등에 천천히 입을 맞췄다.

“좀 이르기 하지만.”

시우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작은 반지 하나를 꺼냈다.

“어?”

손에 들린 반지와 시우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봤다.

“벌써…커플링을 맞췄어?”

“응. 이래야 안심될 것같아서.”

시우가 조금 멋쩍게 웃었다. 반지를 손끝으로 집어 들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내가 끼워줘도 돼?”

“응. 내 남자친구잖아.”

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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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생에는 내가 너를 살릴게.   54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온 시우가 주하에게 손을 내밀었다.​“밖에 나가볼래? 백사장이거든.”“응!”자연스럽게 시우의 손을 잡은 주하가 리조트 밖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그때, 시우에게 이끌려 걷던 주하의 걸음이 문득 느려졌다.하늘에 붉은 물감을 떨어뜨린 것처럼 붉은 노을이 점점 짙은 보랏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순간, 머릿속에 무언가가 환상처럼 스쳤다.​자기보다 키가 조금 더 컸던 소년의 모습이 떠올랐다. 가끔은 함께 물놀이도 했지만, 주로 두꺼운 책이나 서류를 든 채 어른들 틈에서 의젓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아이였다.​물놀이가 끝나고 물 밖으로 걸어 나올 때면, 어김없이 다가와 커다란 타월로 어깨를 감싸 안아 주며 바나나 우유를 쥐여주곤 했다.​그리고 어느 날, 저렇게 물든 하늘 아래에서 그 아이와 손을 잡았다. ​평소답지 않게 수줍은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조심스레 눈을 맞춰 오던 고운 얼굴과 바람에 흔들리던 검은 머리카락.​그리고 귓가를 간지럽히던 다정한 목소리.“이번 휴가 끝나면…… 한국에서 잠깐 볼래?”​​주하의 발이 완전히 멈췄다. 손을 잡고 앞서 걷던 시우가 이상함을 느끼고 뒤를 돌아봤다.​“주하야?”주하는 시우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시우야,”“응?”주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혹시 말이야. 예전에….”“…….”“저녁노을이 지던 곳에서, 한국에서 만나자고 이야기 했어?”“!!!”​시우의 눈이 크게 뜨였다.주하의 말을 이해한 순간,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기대를 숨기지 못한 목소리가 떨렸다.​“설마…기억 난 거야?”“전부는 아닌데….”​주하는 시우와 하늘을 번갈아 바라봤다.​“이렇게 손을 잡고 가는 거랑…네 위에 저 노을이….”“…….”“왜인지 모르겠는데… 낯설지 않아서.”떨리는 입꼬리를 한껏 올린 시우가 주하를 왈칵 끌어안았다.“시우야?”“…무리하게, 기억하지 마.”목소리가 낮게 떨렸다.“ 그걸로 괜찮아.”“….”

  • 이번 생에는 내가 너를 살릴게.   53

    주하가 화면을 열심히 보다 주춤할 때마다 시우가 자연스럽게 정답을 콕 찍었다.“치이.”주하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그런데, 정말 게임 잘하는구나.”“그래?”“그럼, 한 판 더.”​주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시우도 덩달아 일어났다.​“다른 걸로.”“어떤 거?”​이제는 제법 익숙하게 시우의 팔짱을 낀 채, 주하가 돌아다니다가 한 오락 기계 앞에서 멈췄다.​“이거 하자!”“이건?”“땅따먹기.”​시우가 화면을 힐끗 보다 눈을 깜박였다. 작은 비키니 차림의 여자 캐릭터 그림들이 스쳤다.“이거?”“응.”주하는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이건 나 잘하거든. 쉬워.”게임이 시작됐다.​주하는 어떨 때는 과감하게 선을 길게 그었고, 위험하다 싶으면 짧게 영역을 넓혔다.​반면 시우는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땅을 차지할수록 점점 선명해지는 화면 속 여자 캐릭터들이 자꾸 주하의 얼굴과 겹쳤다.‘….하아. 미치겠네.’이렇게 야한 게임이었어?당장 그림을 바꾸라고 해야 하나.​겨우 시우가 절반을 완성했을 때, 주하는 이미 화면을 전부 채웠다.​“와!”주하가 신나게 웃었다.“ 이건 내가 훨~씬 잘하네.”“어.”시우는 순순히 인정했다.“ 네가 잘하긴 하네.”“이상하다~.”주하가 시우를 힐끔 바라봤다.“다른 게임도 잘 할 것 같은데. 이런 게임에는 약하구나.”주하가 그를 놀리는 말하며 귓가로 얼굴을 가까이했다.“야한 시우님.”“!!”시우의 얼굴이 미묘하게 발그스름해졌다. “유주하.”낮게 목소리를 낸 시우가 그녀를 바짝 끌어당겼다. 주하는 키득거리다 문득 말했다.​“예전에, 리안 오빠도 그랬거든.”​시우의 표정이 멈췄다.​“…리안?!”“리조트에 놀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었는데, 어느 날 오락실이 생겼더라고.”​주하는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었다.​“지겨울 때마다 오빠랑 게임을 했지. 너처럼 웬만한 게임은 다 잘하는데, 이상하게 이것만큼은 꼭 내가 이겼거든.”​시우의 눈

  • 이번 생에는 내가 너를 살릴게.   52

    “응. 미국에서는 줄곧 그런 데서 살았거든.”​주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시우의 모든 움직임이 순간 멈췄다.​“미국에 있는 리조트에?”차분한 목소리로 되물었다.​“응. 거기에 어떤 섬에 있는 리조트. 있는 거라고는 백사장이랑 수영장이랑 호텔이 전부였거든.”​시우의 눈빛이 깊어졌다.​“수영은 물이 무서워서 못 했고, 거의 백사장에 있거나 호텔에만 있어서.”​천장에 영상이 숲으로 바뀌자, 주하가 일어섰다. 시우도 덩달아 일어서며 주하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봤다.​여전히 밝은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어린애처럼 환하게 웃었다.“그래서 이런 리조트는 처음 와 봐.”행복해하는 주하를 보며 시우의 입꼬리는 여전히 내려오지 않았다.‘그들이 주하를 데려갔구나. 미국으로….’섬에 있는 리조트라….그래서 여태까지 우리도 찾지 못한 거군.철저하게 주하를 숨겨야 하는 이유가 정말 주라헬 때문이었을까?​복잡한 생각이 스쳤다가 주하의 밝은 목소리에 그저 흐뭇하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래도 저렇게 웃고 있으니까.’​그때 어디선가 경쾌한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주하가 시우에게로 고개를 돌렸다.​“어? 여기에 오락실도 있어?”“응. 가볼래?”시우가 활짝 웃었다.“어.”​이번에는 주하가 먼저 시우의 손을 이끌고 오락실 안으로 들어갔다. 가족들이나 연인들이 여기저기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시끄러운 아케이드 음악 소리 때문에 말이 잘 들리지 않자, 주하가 시우의 귓가에 붙여서 목소리를 냈다.​“넌 어떤 게임 할 줄 알아?”“나?”시우가 눈을 빠르게 깜박였다.“그냥…… 여러 가지 조금씩?”“그래? 우리 저거 하자!”주하가 시우의 팔에 팔짱을 끼고, 틀린 그림 찾기 기계 앞으로 향했다.“이건?”“서로 대결하기!”“좋아.”​시우는 가볍게 화면을 훑고 틀린 곳을 능숙하게 찾았다. 반면 주하는 금방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한참 화면만 유심히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입술까지 살짝 삐죽 내밀자, 시우가 웃었다.

  • 이번 생에는 내가 너를 살릴게.   51

    시우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곧 이내 깨물면서도 주하의 얼굴에서 시선이 떨어질 줄 몰랐다.​‘네가… 무사했으면 좋겠어.’“그때처럼 잃어버리지 않을게.”작지만 떨림 섞인 단호한 목소리로 다짐하듯 말했다.​그의 나직한 목소리에 눈이 천천히 떠진 주하는 눈앞에 시우와 시선이 마주치자 미소 지었다.​“현시우.”“응?”주하가 맞잡은 손에 힘을 줬다.“나도 너 안 놓을 거야.”​시우의 눈이 커졌다.“주하야….”“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아무 말도 하지 못하던 시우가 맞잡은 주하의 손을 들어 그녀의 손등에 천천히 입을 맞췄다.​“좀 이르기 하지만.”시우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작은 반지 하나를 꺼냈다. “어?”손에 들린 반지와 시우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봤다.​“벌써…커플링을 맞췄어?”“응. 이래야 안심될 것같아서.”시우가 조금 멋쩍게 웃었다. 반지를 손끝으로 집어 들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내가 끼워줘도 돼?”“응. 내 남자친구잖아.”주하가 맞잡은 손에 힘을 풀자, 시우가 반지를 왼손 약지에 끼워 줬다. 놀랄 만큼 꼭 맞았다.​“사이즈는 어떻게 안거야?”“그냥….”시우가 다른 반지를 주하에게 내밀었다.“내 건, 네가 끼워 줘. 내 애인이니까.”살짝 웃은 주하가 반지를 받아 시우의 왼손 약지에 끼워넣었다. ​가운데에 작은 검은 다이아몬드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링은 한쪽은 뱀의 머리처럼, 반대쪽은 꼬리처럼 이어져 검은 다이아몬드를 감쌌다. 꼬리에는 다이아몬드처럼 보이는 작은 알들이 촘촘하게 박혀 있었다.​‘요즘 커플링은 잘 나오나 보다.’“같은 반지를 끼고 있으니 신기해.”주하는 반지를 이리저리 살폈다. ‘작은 유리알이 무척 정교하네….’특히 검은 다이아몬드 안에는 무슨 문양인지 모를 것이 아주 미세하게 새겨져 있었다.‘이게 뭐지?’좀 더 자세히 보려고 하자, 시우가 주하의 왼손을 잡고 그녀의 약지에 끼워진 반지 위로 천천히 입술을 내렸다.“……!!”“사랑해. 유주하.”​시우가

  • 이번 생에는 내가 너를 살릴게.   50

    그의 투정 어린 목소리가 사뭇 귀여웠다.“질투하십니까? 벌써요.”시우가 주하의 입술에 짧게 입술을 내렸다.“어. 너를 노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시우가 미간을 좁혔다.“미치겠거든.”​주하가 손바닥으로 그의 얼굴을 살며시 쓸었다.“바아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누군데.”주하가 환하게 웃었다.“ 너잖아.현시우.”“그래도. 누가 데려갈 것만 같아서.”시우의 목소리가 다시 조금 가라앉았다.“그래?”주하가 장난스럽게 눈을 휘었다.“그럼 네가 더 유혹해 봐. 너에게 더 빠져들게.”시우의 눈이 커지며 초승달처럼 접혔다.“…그 말 진짜지?”“응. 그리도 불안하면, 시우의 유혹에 넘어가 줄게.”“약속했다.”그제야 시우의 목소리가 조금 밝아지자, 주하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시우가 차를 출발시켰다. 주차장을 빠져나오자, 한 손을 내밀었다.​“손.”“운전해야 하잖아.”​주하는 어쩔 줄 모르는 웃음을 지으며 그의 손바닥 위에 제 손을 올렸다. 곧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얽혔다.​“할 수 있어. 한 손으로도.”​주하는 몸을 살짝 운전석으로 틀어 운전하는 시우의 모습을 바라봤다. 회사에서 바로 온 듯 짙은 남색 양복 차림이었다.​“일이 많았구나.”“응?”​시우가 잠깐 주하를 돌아봤다가 다시 앞을 봤다.​“왜 그렇게 생각해?”“옷도 회사에서 입었던 거 그대로잖아.”“…이상해? 땀 냄새가 날려나.”“풋.”주하가 소리 내며 웃었다.“아아니. 엄청 기분 좋은 향이 나. 자꾸만 맡고 싶게. 그립게.”​주하가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말에 시우는 크게 웃었다.“정말? 다행이다.”“그리고….양복도 잘 어울려. 엄청 멋져.”시우의 입꼬리가 바로 올라갔다.“그래? 자주 입고 만나야겠네.”“여름에 조끼까지는….덥지 않아?”“음?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어서.”“그렇구나…..”​차 안 가득한 시우의 향기와 온기. 기분 좋은 그의 목소리가 들리자 기분이 편안해졌다.​그러자 주하의 눈꺼풀이 느릿하게 내려왔다. 시

  • 이번 생에는 내가 너를 살릴게.   49

    세렌이 먼저 주하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주하야, 오늘은 데이트 잘하고 다음에 꼭 봐.”“응?”​주하는 말이 조금 이상했다.‘오늘은?’그게 무슨 말이야?게다가…남자친구 이름을 말하지 않았는데….​“현시우씨도.”세렌이 이번에는 시우를 향해 서늘하게 웃었다.“좋은 시간 보내시고요. 언제 또 이런 시간이 올지 모를 테니까.”“……!”주하를 안고 있던 시우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주하가 세렌을 사늘하게 바라보며 조심하라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주세렌!”세렌은 살며시 풀어지며 걱정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아니, 보아하니 회사원이라 바쁠 것 같아서. 그러지.”​그러고는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여튼 나 간다.”​주세렌은 몸을 돌려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몇 걸음을 떨어진 순간, 세렌의 얼굴에서 웃음이 깨끗하게 사라졌다.​“아마, 이번이 마지막 데이트가 될 거야. 유주하.”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땐 주하로 내 곁에 있어야 하니까.”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지금은 다른 남자랑 있는 것도 지금은 봐줄게.”잠깐 멈췄다가 낮게 덧붙였다.“결국엔 와야 하는 건 내 곁이야. 그땐 오로지 나만 너랑 있게 될 거야. 주하.”​***​“시우야?”주하는 제 어깨를 감싸고 있는 시우를 올려다봤다. 조금 전보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것 같았다.“괜찮아?”“어?”시우가 뒤늦게 주하를 내려다봤다.“괜찮아. 빨리 갈까?”“응.”대답하는 주하의 목소리가 저도 모르게 높아졌다.​시우의 차에 올라타자, 오늘 새벽의 일이 다시 떠올랐다.‘미쳤어. 유주하!!’음란 마귀에 씐 건가.왜 자꾸 그 생각이 나!그렇지만…좋았긴 했는데.주하가 살며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그런데 운전석에 앉은 시우가 출발하지 않자,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응? 왜?” 그 순간 시우의 얼굴이 훅 가까워졌다. 그의 향기를 느낄 새도 없이 따뜻한 입술의 말랑거림이 먼저 다가왔다.“……!”주하의 눈이 크게 뜨였다가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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