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송여진은 다음 날 해가 기울 무렵 다시 그 찻집을 찾았다.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에도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다. 무천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결국 안쪽 방까지 들어왔다.무천은 먼저 와 있었다.“오실 줄 알았습니다.”“착각하지 마세요. 공자님을 돕겠다는 뜻으로 온 건 아닙니다.”“그럼 무엇을 확인하러 오셨습니까?”여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낮에 보았던 장면이 떠올랐다. 무겸이 백옥 비녀를 골라주고, 예령이 자연스럽게 그것을 택하던 모습. 연인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서로를 대하는 데 어색함이 없었다.오히려 그 점이 더 마음에 걸렸다.“두 사람의 혼인을 막고 싶다고 하셨지요.”“그렇습니다.”“방법이 있습니까?”무천은 찻잔을 내려놓았다.“송 낭자가 형님을 한번 만나주시면 됩니다.”“제가요?”“혼례 전에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고 하십시오.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니 형님도 이상하게 여기진 않을 겁니다.”여진의 눈빛이 가늘어졌다.“그것만으로 혼례가 깨질 리 없잖아요.”“물론이지요.”무천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하지만 형님과 송 낭자가 하룻밤을 함께 보냈다는 사실이 생긴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여진의 손이 멈췄다.“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싫다면 하지 않으면 됩니다.”여진은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멈췄다.그녀는 오래 무겸을 마음에 두었다. 한때는 정실이 될 수도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 그 자리는 예령의 것이 될 터였다.그렇다면 다른 자리라도 남을 수 있지 않을까.차마 입 밖에 내지 않았던 생각이었다.“그 일이 알려지면…… 후부에서도 모른 척할 수 없겠지요.”무천의 눈빛이 미세하게 달라졌다.“송 시랑의 여식과 일이 생겼는데 외면하기는 어렵겠지요.”여진은 입술을 깨물었다.“첩으로라도 들어갈 수 있다는 뜻입니까?”그 말을 스스로 내뱉고 나서야 여진은 눈을 감았다. 비참했지만, 포기하는 것보다 나은지조차 판단할 수 없었다.무천은 재촉하지 않았다.“큰공자님은 그런 일을 절대 받아들
송여진은 찻집을 나온 뒤 곧장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마차 안에 앉아서도 한동안 창밖만 바라봤다. 무천의 말이 믿을 만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믿고 싶지 않았다.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에 남았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무 사이가 아니었다는 말.여진은 손끝으로 치맛자락을 천천히 쓸었다.무겸이 누군가를 선택했다는 사실 자체가 낯설었다. 자신은 오랫동안 그의 곁을 맴돌았지만, 그가 먼저 손을 내민 적은 없었다. 그런데 서예령에게는 달랐다.마차가 저택 앞에 멈췄는데도 여진은 한동안 내리지 않았다.아직 아무것도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정말 사랑해서 하는 혼인인지, 그것만 확인하고 싶을 뿐이라고 스스로를 달랬다.그날 오후, 예령은 혼례에 쓸 장신구를 고르기 위해 상단 근처의 공방을 찾았다.연화가 여러 상자를 펼쳐 놓고 하나씩 보여주는 동안 예령은 생각보다 오래 고민했다.“이건 너무 화려한 것 같아.”“혼례 때는 이 정도는 해도 돼요.”예령은 붉은 보석이 박힌 비녀를 들어 올렸다. 보기에는 화려했지만 무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때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그건 너무 무거워 보이오.”예령이 고개를 들었다.무겸이 문가에 서 있었다.“또 근처에 볼 일이 있으셨습니까?”무겸은 잠시 말이 없었다.“오늘은 정말 있었소.”예령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지난번에는 아니었다는 뜻인가요?”무겸은 대답 대신 그녀가 들고 있던 비녀를 한번 보았다.“다른 것도 있소?”공방 주인이 얼른 몇 가지를 더 꺼냈다.무겸은 그중 가장 단정한 백옥 비녀에 시선을 멈췄다.“저게 낫군.”“왜요?”“예령 낭자답소.”예령은 잠시 대답하지 못했다.무엇이 자신답다는 건지 묻고 싶었지만, 괜히 묻는 순간 그 말에 의미를 더하는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연화가 백옥 비녀를 예령의 머리에 대보았다.“저도 이게 더 좋은 것 같아요.”예령은 거울 속 모습을 바라보다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걸로 하죠.”무겸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예령은
의상점에서 돌아온 뒤에도 예령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연화가 혼례복의 소매가 잘 어울렸다느니, 붉은색이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느니 말을 이어가는 동안에도 적당히 대답했고, 마차 안에서는 다음 날 처리할 상단 일까지 확인했다.그런데 문득문득 송여진의 얼굴이 떠올랐다.무겸을 바라보던 순간의 표정.오래 알고 지낸 사람에게만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눈빛이었다.예령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신경 쓸 이유는 없었다. 무겸과 자신의 혼인은 삼 년짜리 약속이었고, 그가 과거에 누구와 가까웠든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그렇게 생각하면 간단했다.그런데 조금 전 무겸이 혼례복을 보고 했던 말까지 함께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잘 어울리오.예령은 괜한 생각을 끊듯 손에 들고 있던 장부를 덮었다.맞은편의 연화가 슬쩍 그녀를 바라봤다.“왜?”“아니에요.”연화가 웃음을 참는 듯 고개를 돌렸다.예령은 눈을 가늘게 떴지만 더 묻지 않았다.한편 송여진은 그날 밤이 되어서도 쉽게 잠들지 못했다.무천의 말이 자꾸만 떠올랐다.형님은 서예령을 사랑해서 혼인하는 게 아닙니다.처음 들었을 때는 남의 혼인을 함부로 재단하는 말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낮에 본 무겸과 예령의 모습이 마음에 남았다.무겸은 혼례복을 입은 예령을 오래 바라봤다.그 시선이 자신에게 향했던 적이 있었던가.여진은 창가에 앉아 손끝으로 차갑게 식은 찻잔을 만졌다.어릴 때부터 무겸은 누구에게도 특별히 다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기다릴 수 있었다. 자신에게만 차가운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거리를 두는 사람이라 생각했으니까.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다른 생각이 들었다.무겸은 누군가를 선택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그동안 선택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몰랐다.그 사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다음 날 오후, 여진이 외출하려는데 낯선 하인이 작은 봉투 하나를 건넸다.안에는 짧은 글 한 줄만 적혀 있었다.궁금한 것이 있다면 들으러 오시지요.보낸 사람의 이름은 없었지만 누구인지 모를 수 없었다.여
여진은 몇 걸음 가지 못하고 멈췄다.뒤에서 들려온 무천의 말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무슨 뜻입니까?”돌아보자 무천은 여전히 회랑 끝에 서 있었다.“별 뜻은 없습니다. 다만 송 낭자께서 형님의 혼인을 축하하러 오신 얼굴은 아닌 것 같아서.”여진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제가 어떤 얼굴을 하든 공자님과는 상관없는 일입니다.”“그렇겠지요.”무천은 순순히 물러나는 듯했다.그러나 여진이 다시 몸을 돌리려는 순간 그가 덧붙였다.“오랫동안 형님을 마음에 두셨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여진의 손끝이 옷소매 안에서 천천히 말려 들어갔다.부정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어릴 적부터 무겸은 늘 조금 먼 곳에 있었다. 후부를 드나들며 몇 번이고 얼굴을 마주쳤고, 그가 북방으로 떠난 뒤에도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귀를 기울였다.기다린다고 말한 적은 없었다.하지만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둔 적도 없었다.“그만하시지요.”여진은 낮게 말했다.무천의 시선이 그녀에게 머물렀다.“형님은 서예령을 사랑해서 혼인하는 게 아닙니다.”여진이 이번에는 곧바로 돌아봤다.무천은 그 반응을 보고도 웃지 않았다.“서로 필요한 게 있어서 정한 혼인입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요.”“그걸 제가 왜 들어야 합니까?”“들어 두면 마음이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여진은 한동안 그를 바라봤다.무천의 말이 불쾌했다.그런데 더 불쾌한 것은, 그 말을 완전히 무시하지 못하는 자신이었다.“다시는 이런 말씀 하지 마세요.”그녀는 더 듣지 않고 회랑을 빠져나갔다.무천은 뒤따르지 않았다.지금은 그것으로 충분했다.닫혔다고 생각한 문에 틈 하나만 만들어 두면 됐다.그날 오후, 예령은 혼례복의 마지막 치수를 보기 위해 의상점에 들렀다.완성되지 않은 붉은 겉옷을 어깨에 걸치자 연화가 뒤에서 옷자락을 정리했다.“소매는 이대로 두는 게 좋겠어요.”예령이 거울 속 모습을 살피려는 순간 바깥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예령 낭자.”고개를 돌리자 무겸이 문 앞에
진북후부에 손님이 찾아온 것은 혼례 날짜가 정해진 지 이틀 뒤였다.무겸은 서실에서 곽진이 가져온 서신을 살피다가 하인의 전갈을 받았다.“송 시랑 댁 아가씨께서 오셨습니다.”무겸의 손이 잠시 멈췄다.“송여진이?”“예. 큰공자님을 뵙고 싶다고 하십니다.”몇 년 만에 듣는 이름이었다.송씨 집안은 예전부터 후부와 왕래가 잦았다. 송 시랑이 진북후와 오래 알고 지낸 덕분에 여진 역시 어릴 적부터 후부를 자주 드나들었다. 무겸이 북방으로 떠난 뒤부터 자연스럽게 왕래가 뜸해졌고, 그가 다쳐 돌아왔을 무렵에는 서로 소식조차 끊긴 뒤였다.“들어오시라 해.”잠시 뒤 문이 열렸다.연한 청색 옷을 입은 여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예전보다 훨씬 성숙해진 얼굴이었지만 웃을 때 한쪽 입꼬리가 먼저 올라가는 모습은 기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오랜만이에요, 공자님.”무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황도에 온 줄 몰랐소.”“어제 도착했어요.”여진은 맞은편에 앉은 뒤에도 한동안 무겸을 바라봤다. 시선이 잠시 그의 지팡이에 머물렀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얼굴로 돌아왔다.“많이 달라지셨네요.”“세월이 지났으니까.”“그건 저도 마찬가지고요.”여진은 웃었지만 그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잠시 후 찻잔 가장자리를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던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혼인하신다면서요.”무겸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렇소.”“다음 달 열이렛날.”정확한 날짜까지 알고 있었다.무겸은 굳이 어디서 들었느냐고 묻지 않았다. 혼례가 정해진 이상 후부와 가까운 집안들 사이에 소문이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여진이 찻잔을 내려놓았다.“처음 들었을 때는 잘못 들은 줄 알았어요.”“왜?”“공자님이 혼인하실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요.”무겸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여진이 옅게 웃었다.“여전히 말을 아끼시네요.”“할 말이 있어서 온 것 아니오?”잠시 침묵이 흘렀다.여진의 얼굴에서 마지막 웃음기가 사라졌다.“서예령 낭자를 좋아하세요?”무겸의 시선이 멈췄다.여진
예령이 돌아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무겸의 서실로 진북후가 들어왔다.무겸은 곽진이 가져온 북방 서신을 읽고 있었다. 인기척에 고개를 들자 아버지가 탁자 위에 붉은 종이 한 장을 내려놓았다.“서 상단주에게서 답이 왔다.”무겸의 시선이 종이로 향했다.“혼례는 다음 달 열이렛날로 하기로 했다.”펼쳐진 종이 위에 날짜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다음 달 열이렛날.그날이 지나면 예령은 며칠 전 둘이 함께 둘러본 집에서 살게 되고, 지금처럼 만나기 위해 서로의 집이나 상단을 찾아갈 필요도 없어질 것이다.무겸은 한동안 날짜를 바라보다 종이를 접어 탁자 한쪽에 놓았다.“알겠습니다.”진북후가 그를 바라봤다.“그게 다냐?”“무슨 말을 더 해야 합니까?”“적어도 마음에 드는 날인지 정도는 말할 수 있지 않느냐.”무겸은 다시 붉은 종이를 한번 바라봤다.“예령 낭자가 괜찮다고 했다면 저도 괜찮습니다.”진북후의 눈썹이 미묘하게 움직였다.“이제는 그 낭자의 뜻부터 보는구나.”무겸은 대꾸하지 않았다.아버지가 방을 나간 뒤에도 그는 곧바로 서신을 들지 않았다. 탁자 한쪽에 놓인 붉은 종이가 자꾸 눈에 들어왔다.곽진이 맞은편에서 그 모습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기다리시던 날 아닙니까?”무겸이 시선을 들었다.“내가 언제 기다린다고 했지?”곽진은 괜한 말을 했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잠시 뒤 무겸은 다시 서신을 펼쳤지만 글자는 좀처럼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예령도 오늘 같은 날짜를 들었을 것이다.어떤 얼굴을 했을까.혼인을 처음 제안했을 때처럼 차분했을지, 아니면 조금은 당황했을지 알 수 없었다.무겸은 문득 회랑에서 자신을 올려다보던 예령을 떠올렸다.공자님 방은 반대쪽 아닌가요?입가에 웃음을 억누르던 얼굴까지 선명하게 따라왔다.무겸은 결국 서신을 내려놓았다.“곽진.”“예.”“혼례 준비에 필요한 것이 더 있는지 알아봐.”곽진이 잠깐 그를 바라봤다.“후부에서 이미 준비하고 있을 텐데요.”“그래도 알아봐.”“알겠습니다.”곽진이 돌아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