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승현은 심지우를 놓아주며 말했다.“지우야,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마.”변승현은 탁자 위의 음식을 흘깃 보더니 말했다.“네가 잘만 해준다면 네가 바라는 거 고려해 볼게.”심지우는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역시 변승현은 그렇게 쉽게 속아줄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지금 당장은 변승현을 자극해선 안 됐다.심지우는 천천히 발을 들어 한 걸음씩 작은 탁자 앞으로 걸어갔다.쇠사슬이 바닥에 끌리며 내는 소리가 고막을 자극했다.그 소리는 심지우에게 굴욕감을 안겨줬다.입맛도 전혀 없었다.“먹어. 네가 좋아하는 것들만 준비했어.”
“하지만 그건 과거의 이야기일 뿐이야.”심지우는 눈을 뜨고 변승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고요했다.“주승희가 귀국했을 때, 난 이미 당신을 떠나기로 결심했어. 그 뒤에 일어난 일들은 내 마음속에 남은 마지막 감정마저 점점 질식시켰지.”변승현의 눈빛은 심지우의 말이 이어질수록 점점 어두워졌다.“변승현, 내가 당신을 사랑했던 건 5년의 결혼 생활 동안이었어. 비록 쓰라렸지만 후회는 안 해. 그 감정을 정말 소중히 여겼어. 하지만 그 후, 당신은 주승희를 위해서, 변현민을 위해서, 나를 계속 짓밟고 상처 줬어. 그 순간부터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지우는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지금 변승현이 보이는 이 차분함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섬뜩한 광기를 품고 있었다.‘오늘은 날 납치했지만 언젠가는 딸까지 납치할 수도 있는 거 아니야?’심지우는 더 이상 상상하기 싫었다.“변승현, 나 예전에 출장 가서 아무리 바빠도 매일 윤영이한테 영상 통화를 했어. 윤영이는 자기 전에 꼭 나한테 잘 자라고 말해야 했고. 그런데 지금 하루 종일 영상 통화를 못 했어. 분명 불안해할 거야.”“그건 걱정 안 해도 돼.” 변승현이 태연하게 대답했다.“네가 간 곳이 좀 외진 곳이
“우리 어머니가 널 때렸잖아. 그래서 내가 어머니에게 치료비도 배상하고 직접 찾아가서 사과하라고 했지. 네가 용서하지 않아도 괜찮아. 어제 이미 사람을 시켜서 어머니를 해외로 보냈어. 내 허락 없이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거야.”변승현은 한 걸음 다가가더니 주머니에서 파란색 벨벳 장신구 상자를 꺼냈다.상자 뚜껑을 열자 엄청난 크기의 다이아몬드가 조명 아래서 찬란하게 빛났다.심지우는 미간을 찌푸렸다.‘이건 변승현이 주승희에게 준 그 반지 아니야?’“내가 너랑 결혼식을 하겠다고 약속했잖아. 이 반지는 내가 특별히 주문 제작한
심지우는 흐릿한 의식 속에서 천천히 눈을 떴다.그리고 눈에 들어온 건 낯설지 않은 방이었다.순간, 그녀의 머릿속이 멍해졌다.‘여긴 분명 남호 팰리스 침실 아닌가?’그 순간, 흐릿하던 정신이 단번에 또렷해졌다.심지우는 벌떡 몸을 일으켰지만 몸이 무겁게 가라앉는 듯했다.그녀는 고개를 숙인 순간, 깜짝 놀라 숨이 멎을 뻔했다.왜냐하면 심지우가 입고 있는 건 웨딩드레스였다.그것도 4년 전에 가닐라에서 불태워버렸던 바로 그 드레스였다.‘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주위를 둘러보니 남호 팰리스 침실이란 사실이 다시 한번 확
설령 앞으로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최소 3년은 서로 맞춰 보고서야 재혼을 고려할 것이다.그래서 변승현의 이 조항은 심지우에게 그다지 구속이 되지 않았다.‘겨우 3년이야, 평생이 아닌데 뭘.’“이 조항은 별 영향 없어요.”심지우가 말했다.“다만 변승현이 쓴 협의서에 뭔가 법률 함정이 숨어 있을까 봐 걱정이에요.”방 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였다.“심지우 씨의 우려는 이해합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변 변호사 본인이 작성한 문서니, 저도 볼 때 매우 신중하게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이 협의서에는 다른 문제점은 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