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ZER LOGIN북성으로 돌아온 다음 날, 어민경과 임예빈은 아침 일찍 마트에 가서 식자재를 잔뜩 사 왔다.집에 돌아오자마자 두 사람은 곧장 주방으로 들어가 분주하게 움직였다.고기소를 다 만든 뒤에는 식탁 앞에 나란히 앉아 만두를 빚기 시작했다.임예빈은 만두를 만들고, 어민경은 작은 얇은 피 만두를 빚었다.한나절 내내 바쁘게 움직인 끝에 겨우 다 완성했다.임예빈은 포장 용기 스무 개 가득 담긴 만두와 얇은 피 만두를 보며 감탄했다.“이 정도면 변영준 씨 한 달은 먹겠어.”“음... 좀 너무 많이 만들긴 했네...”어민경이 고민스럽게
어민경은 듣기만 해도 마음이 찡해졌다.“너무 아쉽네요... 외할머니가 몇 년만 더 곁에 계셨으면 정말 완벽했을 텐데.”“외할머니는 인생 전반부에 고생을 너무 많이 하셨어요.”변영준이 말했다.“그래도 외할아버지를 만나 십수 년이라도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으니, 더는 미련이 없으셨을 거예요.”그러고는 어민경을 바라봤다.“가죠. 정원에서 수련해요.”“네!”변영준은 한 시간 동안 어민경에게 수련 동작을 가르쳤다.어민경은 몸의 협응력이 좋아서 배우는 속도도 꽤 빨랐다.한 번 다 끝낸 뒤 변영준이 물었다.“기억할 수 있겠어요
어민경은 갑자기 흠칫하며 잠에서 깼다.황당한 꿈의 여운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똑똑.“민경 씨, 일어났어요?”변영준이었다.“일어났어요!”어민경은 급히 이불을 걷어차고 내려와 문을 열었다.문밖에는 하얀 캐주얼 차림의 변영준이 서 있었다.늘씬한 체형에, 깔끔하고 잘생긴 얼굴, 어민경은 그의 시선과 마주치는 순간 아까 꿈이 떠올라 몸을 움찔했다.그녀는 뜨거워진 뺨을 슬쩍 만지며 말했다.“영준 씨, 좋은 아침이에요...”“편한 옷으로 갈아입어요.”변영준이 말했다.“아래 내려가서 수련할
“그렇죠?”어민경은 공감하듯 말했다.“어릴 때 아빠도 저 데리고 한의원 갔었는데, 한약 먹다가 코피만 나고 효과는 없었거든요. 그런데 할아버지는 제가 몸이 찬 게 어릴 때 물에 빠진 후유증 때문이라고 하셨어요. 사실 저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어요. 저는 진짜 추위를 많이 타거든요.다들 북쪽은 춥다고 하지만, 사실 겨울에 난방 나오는 북성은 저한테 천국이에요. 안성, 특히 저희 고향 해안 쪽은 겨울마다 난방도 잘 안 되고 그냥 정신력으로 버티는 수준이거든요.”변영준은 난방 없는 겨울을 겪어본 적이 없어서 조금 의아했다.“난
짙은 약재 향이 가득한 한의원 안에서 약사들은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영업 마감 시간이 가까워졌는데도 대기실은 여전히 사람으로 가득했다.어민경의 옆에 앉은 두 중년 여성은 서로 아는 사이인지 함께 진료와 약을 받으러 온 듯했다.둘은 이 지역 사투리로 이야기를 나눴는데 어민경은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그녀는 대신 약을 조제하는 약사들을 바라봤다.그들은 약 처방전을 전부 외운 듯 한 번만 훑어봐도 엄청 빠르게 약을 담고 있었다.그때 지형민의 제자 한 명이 진료실에서 나오더니 어민경의 곁으로 와서 허리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선
그때, 작은 풍차를 든 남자아이가 신나게 이쪽으로 뛰어왔다.어민경은 막 사진을 찍고 일어나 뒤로 몇 걸음 물러났는데, 아이가 너무 빨리 달려오느라 미처 멈추지 못했다.부딪히기 직전, 변영준이 성큼 다가와 어민경을 확 끌어당겼다.어민경은 균형을 잃고 그대로 변영준의 품 안으로 떨어졌다.은은한 송진 향이 훅 밀려왔다.어민경은 순간 멍해졌다가 급히 고개를 들고 변영준의 깊은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그녀의 팔은 아직도 변영준 손에 단단히 잡혀 있었다.커다란 그의 손은 가느다란 그녀의 팔을 완전히 감싸고 있었다.옷 너머로도
“그리고 은미는 비록 비혼주의자였고 기억상실 때문에 당신과 결혼했지만 은미 역시 당신과 잘 지내고 싶었어요. 하지만 결혼 생활 곳곳에 아주머니의 통제가 스며들었죠. 처음에는 아주머니가 은미에게 미치는 영향을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어때요? 아직도 못 알아차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당신은 이미 아주머니가 은미에 대한 통제를 묵인했고 심지어 당신도 점차 아주머니처럼 되어가고 있었죠. 사실 은미는 당신이 은미 내면의 진정한 욕구를 알아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 하지만 당신이 은미에게 표현하는 애정은 모두 소유욕과
여성 간병인은 막 위민정에게 따뜻한 물을 먹이려던 참에 심지우와 변승현을 보고는 인사를 건넸다.“심지우 씨, 변승현 씨.”심지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대로 다가가 위민정을 바라보며 물었다.“지금 상태는 좀 어때요?”위민정은 보름 넘게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가 깨어났기에 많이 수척해졌고 막 깨어나서 기력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정신은 또렷했다.그녀는 심지우를 보며 창백한 입술을 살짝 말아 올리고 말했다.“내가 당신을 그렇게 괴롭혔는데, 당신은 오히려 돈을 써서 나한테 간병인까지 붙여주고 내 아들까지 돌봐주네요.
눈이 마주친 순간, 두 사람 모두 다소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위준하는 심지우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조용히 일어서며 물었다.“당신이 이 갤러리의 대표님이에요?”심지우는 아이에게 걸어가 그 아이의 어른스러운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넌 아직 미성년자야. 수강하려면 반드시 보호자 동반이 필요해.”“우리 엄마는 저한테 관심 없어요.”위준하는 심지우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아이는 겨우 여덟 살이였지만 말투는 놀라울 만큼 성숙했다.“제 일은 제가 결정할 수 있어요. 매주 일요일 오후 시간은 자유롭게 쓸
어둠이 내려앉고 여름 매미가 울었다.욕실 안, 뜨거운 물로 가득 찬 욕조에 한두 방울의 아로마 오일이 떨어졌다.그 오일은 지형민이 직접 연구해 만든 것으로 긴장을 풀고 숙면을 돕는 효능이 있다.며칠 사이에 일이 너무 많았는데 이제야 몸과 마음이 풀리자 쌓였던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왔다.심지우는 샤워를 마치고 나니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곧이어 욕실 문이 열리고 샤워가운을 걸친 그녀가 머리에 수건을 감은 채 걸어 나왔다.그리고 화장대 앞에 앉아 막 스킨로션을 바르려는 순간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심지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