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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세 번째 불능의 밤-2

Autor: 미미안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11-03 15:45:53

세이는 그 떨림을 들었다.

자신만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다만 이 남자에게도 결코 드러내고 싶지 않은 균열이 있다는 것을, 세이는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다.

침대 위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방 안에 남아 있던 물기는 서서히 말라 갔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열기는 쉽게 식지 않았다.

소파에 앉혀졌을 때도 하강은 좀처럼 그녀를 놓지 못했다.

넓은 거실의 통유리 너머로 서울의 밤이 펼쳐져 있었다. 수천 개의 불빛이 건물 사이에서 반짝이고 있었지만, 그 화려한 풍경은 유리 한 장을 사이에 둔 채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세이는 하강의 어깨에 손을 짚었다.

이미 두 번이나 긴 밤을 견딘 뒤였다. 손끝에는 힘이 남아 있지 않았고, 어깨를 바로 세우기도 어려웠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흐트러졌다.

“……아, 잠깐만…….”

“아직 못 끝내.”

낮은 대답이 돌아왔다.

세이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절박함이 남아 있었다. 자신이 무엇을 되찾았는지 믿을 수 없어서, 눈앞에 있는 것을 계속 붙잡으려는 사람 같았다.

열두 해였다.

그토록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몸이 진세이 앞에서만 깨어났다.

세이는 그의 어깨를 붙잡은 손에 힘을 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손끝이 자꾸 미끄러졌고, 고르지 못한 숨 때문에 눈앞의 불빛마저 흐릿하게 번졌다.

하강의 움직임이 멎었다.

그가 세이의 얼굴을 살폈다.

“……괜찮아?”

물음은 짧았다.

세이는 대답하지 못한 채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손끝에 힘은 없었지만, 쉽게 놓지도 못했다.

하강은 그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윽고 세이의 등을 받쳐 조금 더 편하게 기대게 했다. 그의 팔 안으로 몸의 무게가 옮겨지자 세이는 잠시 눈을 감고 숨을 골랐다.

그 배려는 오래가지 않았다.

“말해. 못 버티겠으면.”

세이는 숨만 삼켰다.

그리고 그의 목덜미에 손을 올렸다.

손끝 아래로 빠른 맥박이 느껴졌다.

그렇게 차갑고 완벽해 보이던 남자의 심장이 믿기 어려울 만큼 거칠게 뛰고 있었다.

세이는 그 박동을 한동안 느꼈다.

그가 왜 자신에게 이토록 집착하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모두 알 수는 없었다. 다만 이 남자가 되찾은 것이 단순한 욕망만은 아니라는 사실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하강은 그녀를 품에 안은 채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멈추면 다시 죽을 것처럼.

사람을 망가뜨리며 살아나는 몸이라니.

그보다 천박한 치료는 없었다.

정사가 아니었다.

영토 확장에 가까웠다.

하강이 지나간 자리에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흔적들이 남았다.

그 붉은 흔적들은 계약서보다 솔직했다.

세 번째 밤이 끝났을 때, 시계는 밤 11시를 향하고 있었다.

세이는 하강의 품에 완전히 파묻힌 채 숨을 고르고 있었다. 등이 그의 가슴에 닿아 있었고, 조금 전까지 거칠게 뛰던 심장 소리가 등 너머로 전해졌다.

거실의 공기는 어느새 서늘해져 있었다.

멀리서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건물 어딘가에서 공조기가 작동하는 낮은 울림도 이어졌다. 그런데 하강의 팔 안만큼은 아직 따뜻했다.

세이는 그 온기를 느끼며 잠시 눈을 감았다.

그의 손이 마른 어깨를 단단히 감싸고 있었다. 엄지가 어깨 위를 천천히 쓸었다. 무언가를 확인하듯 반복되는 움직임이었다.

체온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체온을 확인하는 포옹이었다.

아직 여기 있다는 것을.

아직 따뜻하다는 것을.

세이는 그 손길이 오래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 집에서 다정함은 언제나 짧았다.

그리고 그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하강의 시선이 시계로 향했다.

그의 팔에서 힘이 풀렸다.

세이는 조금 전까지 자신을 감싸고 있던 체온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따뜻했던 자리에 서늘한 공기가 밀려들었다. 마치 누군가 스위치를 내린 것처럼, 방 안의 분위기가 단숨에 달라졌다.

“드레스룸에 새 옷 있으니까 갈아입어.”

지독하게 건조한 목소리였다. 

세이는 고개를 들었다.

하강은 이미 그녀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가 서랍을 열었다.

서하강은 단 한 줄의 금융 기록조차 약점으로 남기는 남자가 아니었다.

흰 봉투 하나가 협탁 위에 떨어졌다.

툭.

세이는 그 소리에 시선을 내렸다.

두툼한 봉투였다. 자신이 외면할 수 없는 무게였다.

하강은 늘 그렇듯 봉투를 남겨 둔 채 욕실로 향했다.

다정한 배려는 언제나 청산해야 할 부채처럼 지불되었다.

세이는 시트를 끌어올렸다.

조금 전까지 따뜻했던 남자의 품은 이제 비어 있었다. 시트에 남은 온기조차 금세 식어 가고 있었다.

봉투를 바라보는 손이 떨렸다.

그러나 떨리는 손으로도 봉투는 집어야 했다.

그때 휴대폰 액정이 깜빡였다.

[진순정 환자 비급여 항암제 선납 안내]

세이는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휴대폰의 차가운 빛이 얼굴을 비췄다. 고요한 방 안에서 짧은 진동음이 유난히 크게 느껴졌다.

익숙한 문구였다.

그러나 익숙해질 때마다 조금씩 더 견디기 어려워지는 문구이기도 했다.

세이는 봉투를 가방에 넣었다.

드레스룸에는 새 옷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녀가 입고 온 옷과는 달리 구김 하나 없이 가지런했다. 세이는 옷을 꺼내 들고 잠시 바라보았다.

치수는 정확했다.

어깨도, 허리도, 소매 길이까지 조금의 오차가 없었다.

그 정확함이 계약서의 조항처럼 차가웠다.

세이는 단추를 끝까지 잠그고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에는 다시 말끔한 진세이 대리가 서 있었다.

조금 전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누구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세이는 가방을 들었다.

현관에 놓아두었던 구두를 신었다. 발끝에 익숙한 압박감이 돌아왔다. 이 집에 들어올 때 벗어 두었던 자신의 일상이 다시 몸에 맞춰지는 것 같았다.

문이 닫혔다.

하강이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세이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거실은 조용했다.

아까까지 두 사람의 숨으로 가득했던 공간에는 공조기가 돌아가는 일정한 소리만 남아 있었다. 대리석 바닥은 물기 하나 없이 말라 있었고, 세이가 벗어 두었던 코트도 사라져 있었다.

흐트러진 시트와 협탁 위에서 사라진 돈봉투만이 그녀가 머물다 간 자리를 증명했다.

하강은 빈 거실을 둘러보았다.

세이가 앉아 있던 소파. 

협탁. 

그리고 침실에 남은 베개.

시트에는 아직 희미한 온기가 남아 있었다. 세이의 머리칼에서 옮겨 온 샴푸 냄새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하강은 베개를 집어 들었다.

냄새를 맡으려다 멈췄다.

스스로도 우스운 짓이었다.

그는 베개를 소파 위에 던졌다.

담배에 불을 붙였다. 작은 불꽃이 어두운 거실에 잠깐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창밖으로는 서울의 화려한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 셀 수 없이 많은 건물과 도로, 하강이 소유하거나 앞으로 소유하게 될 것들로 가득한 도시였다.

그 모든 것이 평소와 다름없이 제자리에 있었다.

단 하나만 빼고. 

하강은 연기를 길게 내뱉었다.

시선이 소파 위의 베개로 돌아갔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끝난 밤이어야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방 안에는 아직 진세이가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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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사님에게 팔린 6개월   6화. 업무라는 이름의 감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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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남동 펜트하우스 A동 501호.욕실 문이 열리며 따뜻한 수증기가 먼저 흘러나왔다. 천장에 매립된 조명 아래로 희뿌연 물안개가 번지고, 그 사이에서 서하강이 모습을 드러냈다.하반신에는 흰 수건 한 장만 걸쳐져 있었다. 젖은 머리칼 끝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단단한 가슴선을 따라 천천히 흘러내렸다. 복근 사이를 타고 내려온 물줄기가 수건의 경계에서 멈췄다.그 아래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그러나 수건 하나가 감추고 있는 것은 살이 아니라, 이 남자의 유일한 결함이었다.세이는 현관 옆에 서서 그를 바라보았다.정확히 7시.계약서에 적힌 시간이었다.아직 코트 단추도 풀지 못한 채였다. 구두는 벗었지만 슬리퍼는 신지 않았다. 맨발에 닿는 대리석의 서늘함이 발목을 타고 올라왔다. 고급 호텔처럼 넓고 정돈된 집이었지만, 세이가 마음 놓고 발을 디딜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이 집에서 편해지는 것은 계약 조항 어디에도 없었다.하강이 다가왔다.젖은 발이 대리석을 밟을 때마다 작은 소리가 났다. 넓은 거실을 채우고 있던 적막이 그의 발걸음에 조금씩 밀려났다. 세이는 다가오는 남자를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코트 자락을 움켜쥐었다.몇 걸음 되지 않는 거리였다.그런데 그 짧은 순간에도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하강의 손등이 세이의 오른쪽 뺨에 닿았다.바깥바람에 식었던 피부 위로 따뜻한 손길이 스며들었다. 엄지가 턱선을 따라 느리게 움직였고, 세이는 그가 고개를 숙일 때마다 젖은 머리칼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볼 수 있었다.이상한 남자였다.회의실에서는 수백억 원의 공사비를 앞에 두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집에서만큼은 세이의 사소한 움직임 하나에도 지나치게 집중했다.그의 손이 목덜미에 닿았다.“이사…….”끝까지 부르지 못한 직함이 입술 사이에서 흩어졌다.하강이 입을 맞췄다.처음부터 기다렸다는 듯한 입맞춤이었다. 세이는 놀라 그의 어깨를 밀었지만, 하강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서로의 숨이 뒤섞이고 젖은 머리칼이 뺨을 스칠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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