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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작가: 탄산요정
하루 전, 파이어헌트 본부.

“거의 한 달째야. 우리는 보스하고 완전히 연락이 끊겼어. 뭔가 잘못됐어.”

파이어헌트 본부 지하 회의실.

원형 회의 탁자에 간부 여섯 명이 둘러앉아 있었다.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가 뭐였지?”

렉스가 손가락 마디로 탁자를 두드렸다. 왼쪽 뺨에는 뚜렷한 화상 흉터가 있었다.

리나가 암호화된 기록을 띄웠다.

[목표와 접촉했다. 계획은 순조롭다. 통신 두절 유지.]

당초 계획은 카스터 가문에 접근하는 것이었다.

남우는 카스터 가문의 명령을 따르는 척 위장할 예정이었다.

실제로는 다른 목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날 이후 남우는 연락을 끊었다.

그리고 은희에게 잔인하게 굴더니, 끝내 레이븐까지 따라갔다.

워낙 속을 헤아리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다들 굳이 간섭하지 않았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어제 레이븐 내부 정보원이 이걸 보내왔어.”

홀로그램 화면에 흐릿한 감시 영상이 떴다.

피투성이가 된 남우가 보건실로 실려 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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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382화

    지금 가장 급한 것은 남우가 파이어헌트의 수장이라는 사실을 은희에게 알리는 일이었다. 제 가족을 몰살한 조직의 우두머리라고.영은은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일부러 은희의 방 앞을 오가며 먼저 시선을 끈 뒤, 몰래 자리를 피하는 척했다.은희는 이 ‘가짜 강은유’를 유난히 경계하고 있었다. 또 남우를 해칠 일을 꾸밀까 봐 ‘가짜 강은유’의 뒤를 따랐다.남우가 다시 감염된 것도 ‘가짜 강은유’ 때문이었다. 그래서 움직임 하나하나를 주의 깊게 보고 있었다.은희가 따라오자 영은은 벽 모퉁이에 쪼그려 앉았다. 일부러 목소리를 키워 허공에 대고 말했다. “확실해? 하남우가 파이어헌트 수장이라고?”“틀림없습니다!” 이번에는 목소리를 낮춰 부하의 말투를 흉내 냈다. “리나가 ‘보스’라고 부르는 걸 직접 들었습니다.”모퉁이에 숨은 은희의 몸이 떨렸다. 손에 든 물컵을 떨어뜨릴 뻔했다. 영은이 당황한 척 사방을 살피는 모습이 보였다. 남에게 들키면 안 되는 이야기처럼 굴고 있었다.“입 다물어!” 영은이 꾸짖었다. “고은희가 들으면 미쳐 버릴걸? 파이어헌트가 예전에 고씨 집안을 몰살했잖아. 하하, 알게 되면 정말 볼만하겠네.”“이런 건 꼭 알려 줘야지. 어떻게 할지 생각 좀 해 봐야겠어.”갑자기 입을 다문 영은이 발을 구르며 돌아섰다.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것도 없는 걸 확인한 뒤에야 안심하는 기색을 보였다.은희의 심장이 가슴을 뚫고 나올 것처럼 뛰었다. ‘하남우가 파이어헌트 수장이라고?’‘그럴 리 없어. 어떻게 하남우가 파이어헌트 수장이야.’“말도 안 돼...” 입을 틀어막은 채 비틀거리며 물러나다 뒤에 있던 서류 캐비닛에 부딪혔다.쾅!철제 캐비닛 문이 넘어졌다. 복도 끝에서 졸던 경호원이 놀라서 깼다.영은이 홱 돌아섰다. 눈에 목적을 이룬 기쁨이 번뜩였다. “고은희? 여기서 뭐 해?”“안색이 너무 안 좋네. 혹시 들으면 안 될 걸 들었어?”반 발짝 다가갔다. “방금 부하하고 이야기하던 중인데...”“그만해.”은희가 욱신거리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381화

    “맹세해요. 파이어헌트의 명예를 걸고 은희가 레이븐에서 안전하게 나갈 수 있게 하겠다고.”리나가 마른침을 삼켰다. 파이어헌트의 맹세는 더없이 무거운 약속이었다. 만약 약속을 어길 시에는 조직 전체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이를 악물고 가슴 앞에서 파이어헌트의 상징을 그렸다. “파이어헌트의 이름으로 맹세합니다. 반드시 고은희 씨를 안전하게 보호하겠습니다.”그 손짓을 보자 남우의 머리가 아파졌다. 눈앞으로 어떤 장면이 스치는 듯했다. 파이어헌트 기지의 선서대 앞에 선 자신의 모습. 같은 손짓, 같은 맹세. 단 아래에서는 리나가 자기를 존경 어린 눈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관자놀이에서 극심한 통증이 터졌다. 남우가 비틀거리며 책상 모서리를 짚었다. 레이저 단검이 쨍그랑 바닥에 떨어졌다.‘왜 이런 기억이 있지? 내가 파이어헌트 대원이었나?’두피가 바짝 당겼다. 지금 당장 리나에게 물어보면 됐다. 자신도 파이어헌트 소속이었느냐고. 예전 같았으면 두려울 게 없었다.하지만 이제는 파이어헌트가 고씨 집안의 몰살에 가담했다는 걸 알았다. 기억을 되찾고 싶지 않았다. 실은... 겁이 나서 되찾을 수 없었다.“왜 그래요?”리나가 남우의 이상을 보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다가가려 했다.그러나 남우는 건드려서는 안 될 곳을 건드린 사람처럼 반응했다. “오지 마.”차가운 눈에는 혐오와 거부감이 가득했다. 리나는 남우가 자신을 저런 눈으로 보는 걸 처음 겪었다. 이제 연기가 아니라는 게 확실했다.무언가를 지독히 싫어할 때 짓는 표정이었다. 다만 리나에게는 한 번도 보인 적 없었다. 코끝이 시큰해졌다.남우는 틀림없이 무언가 오해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대할 리 없었다.리나는 더 말하지 않았다. 남우가 휘청거리며 자리를 떠났다. 눈은 텅 비어 있었다. 방금 떠오른 기억은 절대 가짜가 아니었다. 자신이 파이어헌트에 있었다는 것도, 은희에게 또 상처를 줬다는 것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멀어지는 남우를 보는 리나의 눈이 어두워졌다.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380화

    은희가 남우를 돌아보았다. 무서울 만큼 침착한 목소리였다. “계획을 바꿔야겠어.”남우가 은희와 눈을 맞췄다. 잠시 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처음에 남우는 은희를 데리고 레이븐을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떠날 수 없었다. 파이어헌트와 접촉해야 했다.“내가 도울게.” 남우가 묵직하게 말했다. “대신 정보가 더 필요해.”미셸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카스터 가문의 동향은 계속 조사할게요. 다만...” 잠시 망설였다. “보스의 행동이 요즘 많이 이상해요. 뭔가 계획하고 계신 것 같아요.”은희가 차갑게 웃었다. “무슨 계획이든 제 복수만 방해하지 않으면 돼요. 무슨 연기를 하든 상관없어요.”미셸이 무언가 말하려다가 결국 짧게 한숨만 쉬었다. “조심해요.”미셸이 떠나자 남우가 불쑥 은희의 손을 붙잡았다.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 남기로 한 거야?”은희가 창밖의 까만 밤을 바라보았다. 눈빛이 차가웠다.“여기 남을 거야. 너랑 같이 파이어헌트로 갈게.”그곳에 가야 파이어헌트를 접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카스터 가문에도 다가갈 수 있었다....리나는 정보실 회전의자에 앉아 따분한 얼굴로 감시 기록을 넘겨 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재채기를 했다.“쯧. 누가 뒤에서 욕하나?” 코를 문지르며 불편하고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곁에 있던 동료가 안경을 밀어 올렸다. “보스가 네 생각을 하시나 보지.”“하.” 리나가 코웃음을 쳤다. “머릿속이 온통 고은희 씨 생각뿐인데 무슨 내 생각을 해.”동료가 목소리를 낮췄다. “진지하게 묻는 건데, 보스 기억이 돌아올 수 있을까? 지금은 우릴 볼 때마다 경계하잖아.”리나가 짜증스럽게 머리카락을 헝클었다. “방법을 알면 내가 벌써...”말이 끝나기 전에 경보가 울렸다. 누군가 허가 없이 기밀 구역에 들어왔다는 알림이었다.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감시 화면 속에서 남우가 혼자 정보실로 걸어오고 있었다.“이런!” 리나가 벌떡 일어났다.“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379화

    의료 캡슐.은희가 들어왔을 때 남우는 침대 머리맡에 기대 앉아 있었다. 가상 화면 위로 손가락을 움직이며 무언가를 계획하는 듯했다.은희가 들어오자 곧바로 화면을 끄고 고개를 들어 은희를 보았다.“왔어?” 목소리가 다정했다. 은희도 채찍에 맞은 터라 남우는 은희의 몸 상태부터 살폈다. 무사한 걸 확인하고서야 안도했다.은희가 침대 곁에 앉았다. 조금 지친 기색이었다. “응. 미셸 씨는 괜찮아졌어.”자세한 경위까지 말하지는 않았다. 노레드의 태도에 지쳐 있었다. 대체 무엇을 꾸미고 있는 걸까?은희의 옆얼굴을 보던 남우가 불쑥 손을 뻗어 손목을 잡았다. 목소리를 아주 낮췄다. “우리 계속 여기 있으면 안 돼.”은희가 눈을 들어 남우를 보았다. “무슨 뜻이야?”“노레드는 이미 선을 넘었어.”남우의 눈에 냉기가 어렸다. “그 ‘가짜 강은유’ 때문에 레이븐의 규칙까지 깼잖아. 이대로 가면 우린 이용만 당할 거야.”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목소리는 단호했다. “내가 널 데리고 나갈게.”은희는 잠시 말이 없었다. 남우도 그 일을 알고 있었다. 하긴 이상할 건 없었다. 레이븐에서는 큰일이라 할 만했으니까.이 곳을 떠나는 것.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안 돼.” 은희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때가 아니야.”남우가 미간을 좁혔다. “왜?”그때 병실 문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밖에서 미셸의 목소리가 들렸다. “은희 씨, 안에 있어요?”은희가 일어나 문을 열었다. 들어온 미셸은 남우를 못마땅하게 한번 보고 말을 망설였다.“그냥 말씀하세요.” 은희가 말했다. “하남우는 믿어도 돼요.”미셸이 주머니에서 데이터 칩을 꺼냈다. “방금 정보팀에서 암호화된 기록 하나를 확보했어요. 예전에 은희 씨 집안이 몰살당한 사건에 관한 자료예요.”우연히 손에 넣은 칩이었다. 원래는 안에 든 자료를 정리하던 중이었는데 고씨 집안에 관한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처음에는 은희와 성이 같아서 조금 더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378화

    그러려면 노레드의 신뢰를 얻어야 했다. 지난번 잘못으로 심기를 거슬렀으니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였다.영은이 이를 악물었다. 두 번째 채찍이 떨어지려는 때, 갑자기 앞으로 뛰어들어 노레드의 등에 몸을 덮쳤다.짝!채찍이 영은의 등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눈앞이 까매질 만큼 아팠다. 목구멍에서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왔다.노레드의 동공이 움츠러들었다.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힘없이 무너지는 몸을 받았다. “은유야?”영은은 창백하게 질린 채 억지로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오빠, 나... 오빠가 다치는 걸 볼 수가 없어.”목소리가 가냘팠다. “오빠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말을 마치자마자 힘이 완전히 빠졌다. 노레드의 품에서 의식을 잃었다.징계실에 있던 모두가 갑작스러운 사태에 굳어 버렸다.은희는 미간을 좁힌 채 차게 웃었다. 제 몸까지 던져 가며 동정심을 사는 연기가 제법 그럴듯했다.미셸은 조금 마음이 흔들린 듯 낮게 중얼거렸다. “저렇게까지...”노레드가 품 안에 의식을 잃은 영은을 내려다보았다. 식은땀을 닦아주며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쩌면 좋은 기회였다. 노레드가 ‘강은유’를 위해서라면 규칙도 깰 수 있다고 배후 세력에게 믿게 할 기회.“됐다. 징계는 여기서 끝내.”집행관이 주저했다. “하지만...”누가 벌을 받든 정해진 수만큼은 맞아야 했다. 레이븐의 수장조차 정해진 규율을 거스를 권한은 없었다.노레드가 서늘하게 눈을 들었다. “여기서 끝내라고 했다.”영은을 안아 든 노레드가 은희 옆을 지나며 잠시 멈췄다. 은희를 쳐다보지는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미셸 데리고 돌아가요.”‘이렇게 벌을 끝낸다고? ‘가짜 강은유’ 때문에 규칙을 깨면서?’ 진짜 강은유였다면 은희도 이해했을 것이다. 하지만 저건 가짜였다.더구나 노레드 자신도 가짜라는 걸 알고 있었다.‘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보건실.영은이 침대에 엎드려 있었다. 등 상처는 이미 처치가 끝났지만, 여전히 엄청난 통증 때문에 의식이 흐릿했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377화

    다음 날.미셸은 징계실 한가운데 서 있었다. 양손에는 전자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이미 받아들인 처분이었다. 채찍 서른 대. 그것이 규정이었다.은희가 아직 낫지 않은 몸을 이끌고 달려왔다. 들어서자마자 미셸의 손목을 붙잡았다. 목이 메었다. “미셸 씨, 제가 방법을 찾아볼게요.”미셸이 고개를 저으며 안심시키듯 웃었다. “걱정 마요. 이 정도는 저한테 별거 아니에요. 버틸 수 있어요.”말투는 가벼웠지만 은희 역시 이 처벌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미셸은 현장에서 여러 번 공을 세웠고 체력도 뛰어났다.그렇다고 레이븐의 벌이 장난은 아니었다. 살이 찢어지고 터지는 고통을 견뎌야 했다.그때 징계실 문이 다시 열렸다.영은이 우아한 걸음으로 들어왔다. 입가에는 숨길 생각도 없는 의기양양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어머, 은희 씨네요? 상처도 다 안 나았으면서 구경하러 왔어요?”은희는 차갑게 한번 쳐다볼 뿐 답하지 않았다. 모든 일의 원흉은 멀쩡한데, 이곳까지 와서 도발하고 있었다.영은은 개의치 않고 앞줄로 걸어가 느긋하게 앉았다. “노레드 오빠가 그랬어요. 규칙은 규칙이라고. 잘못한 사람이 벌받는 거라고요.”미셸에게 의미심장한 시선을 던졌다. “그렇죠?”‘잘못한 사람이 벌받는다고?’ 다른 누구는 몰라도 영은이 할 소리는 아니었다.벌받아야 하는 건 영은이었다. 그런데 벌은커녕 이 자리에 나타나서 미셸을 비웃기까지 했다.은희가 막 입을 열려는데 징계실 문이 또 열렸다.검은 제복을 입은 노레드가 들어왔다. 표정은 무심했다.노레드는 달라졌다. 예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은희가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박사님, 정말 달라지셨네요.”영은의 웃음이 더 짙어졌다. 애교 섞인 눈으로 노레드를 바라보았다. “나도 오빠가 달라진 것 같아. 전보다 더 다정해졌잖아.”노레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은희를 보지도 않았다. 곧장 집행관 앞으로 가더니 제복 상의의 단추를 풀었다.“그 벌 서른 대, 내가 받지.”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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