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0화 맛이 느껴져

“작은 사모님…….”

2층에서 내려오는 사이 메이드들을 지나칠 때마다 이진은 꼭 이 호칭을 한 번씩 들었다.

발로 생각을 해도 그들이 누구 명령을 따랐는지 알고는 있었지만 아무 잘못도 없는 메이드들한테 화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저 주방에서 달걀 프라이를 하면서 그 달걀을 윤이건이라고 생각하는 수밖에 없었다.

“미쳤어! 미쳐도 아주 단단히 미쳤어.”

“왜? 어제 안고만 자서 실망했나?”

그때 등 뒤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이진은 화들짝 놀라 펄쩍 뛰었다. 그 바람에 하마터면 프라이팬에 있는 달걀프라이를 떨굴 뻔했다.

“이봐요! 좀 그렇게 갑자기 사람 뒤에 나타나지 않으면 안 돼요?”

몸을 돌리자 눈앞에 보이는 윤이건의 얼굴에 이진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분명 둘 다 원했던 이혼이었는데 그 당사자가 하루 이틀 미루며 이혼서류에 사인하지 않는 것도 모자라 매번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이상한 행동을 해대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자기야 섭섭하네. 내가 뒤에 있는 게 나빠 아니면 자기가 나 없는 틈에 내 흉을 보는 게 더 나빠?”

윤이건은 이진을 빤히 쳐다봤다.

널찍한 잠옷 차림에 대충 묶어 맨 머리 그리고 화장기 하나 없는 뽀얗고 맑은 피부.

그는 이진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껏 이렇게 맑고 깨끗한 사람도 본 적 없었다.

게다가 그녀가 턱을 쳐들고 앙큼하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자기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방금 다 들었잖아요. 그러면 뒤에서 흉본 게 아니죠.”

‘음, 성격도 까칠하네.’

윤이건의 행동에 짜증이 난 이진은 홱 몸을 돌렸다. 하지만 무의식 적으로 달걀 프라이 하나를 더 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결국 두 사람의 아침이 준비됐다.

식탁에 앉은 윤이건은 화가 난 듯 샌드위치를 사각사각 써는 이진을 보자 피식 웃었다.

그리고 포크와 칼로 천천히 샌드위치 모퉁이를 베어 입에 넣었다.

하지만 약 2초 정도 흐른 뒤 갑자기 멈칫 동작을 멈췄다.

“왜요? 입에 넣고 나서야 제가 독이라도 탔을까 겁나세요? 반응이 그렇게 느려터져서 어떡해요.”

왠지 모르게 이진은 윤이건의 반응이 신경 쓰였다. 아마 처음으로 남자에게 아침밥을 차려줬다는 게 가장 큰 원인을 듯싶었다.

눈앞의 남자를 보고 있자니 이진의 손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손바닥이 흥건히 젖어 들었다.

하지만 윤이건은 의아한 듯 다시 한입 물고는 놀라운 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비밀 하나 알려줄게.”

윤이건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진 가까이로 다가오더니 허리를 식탁에 기댄 채 여자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설마 무슨 어떤 독도 해독할 수 있는 몸이에요?”

이진은 손에 들었던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더니 하나도 두려울 것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쳐들었다.

그때 윤이건이 고개를 저으며 손가락으로 식탁을 톡톡 두드렸다.

“사실 나 맛을 못 느껴. 이건 다른 사람들도 모르는 사실인데, 이진 씨 음식에서 맛이 느껴졌어.”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담담한 말투였지만 이진은 순간 멈칫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풉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윤 대표님한테 그런 사연이 있었다니. 그런데 저 다른 여자들과 달라요. 이런…….”

이런 개수작 따위 오히려 반감만 산다고 말하려던 찰나 윤이건의 손이 그녀의 턱을 살며시 잡았다.

엄지로 이진의 턱을 살살 만지던 윤이건의 눈을 가늘게 떴다. 처음 느끼는 감정에 입이 말라 오고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무언가를 말하려는 찰나, 이진이 식탁을 탁 치며 일어나서 거실로 도망쳤다.

‘저 남자가 이젠 하다 하다 미쳤어 정말 미쳤어?’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