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연우가 피곤하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그 허락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태경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짐승처럼 짙은 눈웃음을 지었다."김 비서. 당장 메인 타워 외장재 설계 전면 수정해."
"외, 외장재를 말입니까? 어떤 재질로……."
"크리스털 컷 글라스와 특수 굴절 LED 패널."
태경의 목소리가 단숨에 지배자의 카리스마를 되찾으며 무겁게 가라앉았다.
"타워 전체의 외벽을 58면체 다이아몬드 브릴리언트 컷(Brilliant Cut) 형태로 완벽하게 재단해라. 태양 빛을 받든, 밤하늘의 조명을 받든, 타워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다이아몬드처럼 찬란하게 빛나게 만들어."
"……!"
김 비서의 입이 떡 벌어졌고, 연우 역시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황금 동상이 너무 유치하고 직관적이라면.
연우의 곁에 앉은 차태경이, 아주 오만하고도 뻔뻔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그녀의 어깨를 단단하게 감싸 안았다.도윤이 성인이 되고 시아도 어느덧 훌쩍 자라 막내가 열 살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내를 향한 차태경의 그 지독한 독점욕과 맹목적인 순애보는 단 1밀리미터도 닳지 않은 채 여전했다."말은 똑바로 하죠. 저 무자비한 성격들은 당신을 닮은 게 맞지만, 상황을 통제하고 주도하는 그 영악한 머리는 전부 나를 닮은 거니까."연우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태경의 넥타이를 가볍게 쥐어 당겼다."특히 우리 도윤이 좀 봐요. 방금 동생 계좌를 마이너스로 돌려버리고 짓는 저 서늘한 표정. 스텔라 인베스트먼트의 실무를 줘도 당장 수조 원을 굴려 낼 만큼 징그럽게 완벽하게 컸잖아요.""하긴, 저 녀석이 보여주는 폭군 같은 기질은 내 10대 시절을 보는 것 같아 아주 마음에 듭니다."태경이 짐승 같은 실소를 흘리며 도윤을 바라보았다."하지만 내 골치를 썩이는 건 저 천방지축 막내 놈과, 갈수록 당신을 빼다 박아 치명적으로 아름다워지는 우리 딸입니다. 벌써부터 시아를 힐끔거리는 벌레 같은 놈들이 한둘이 아니란 말입니다."태경이 시아를 언급하며 험악하게 미간을 좁혔다."내 눈에 흙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어떤 새끼도 내 딸의 손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게 모조리 찢어발겨 놓을 작정입니다.""정말이지, 아들 앞에서는 폭군이면서 딸 앞에서는 꼼짝도 못 하는 그 지독한 성격 좀 고쳐요."연우가 기가 막힌다는 듯 맑은 폭소를 터뜨리며 태경의 단단한 가슴에 고개를 기대었다.지난 10년이라는 세월.그중 스텔라 시티가 완공된 뒤 5년 동안, 이 완벽한 다이아몬드 타워 안에서 가족과 함께 보낸 시간은 연우의 인생에서 가장 눈부시고 따뜻한 구원의 날들이었다.도윤은 이제 세상을 발밑에 둘 준
인류의 새로운 낙원이라 불리는 스텔라 시티가 바다 위에 닻을 내린 지도, 어느덧 5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흘러 있었다.하지만 세상의 모든 자본과 천재들이 모여든 이 거대한 인공 도시는, 시간의 흐름이 무색할 만큼 여전히 완벽하고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그중에서도 도시의 정중앙에 위치한 150층짜리 다이아몬드 메인 타워.타워의 최상층을 통째로 숲과 정원으로 개조한 스텔라 시티의 가장 깊숙한 성역에서, 아주 요란하고도 경쾌한 파열음이 정적을 깨뜨렸다.철퍼덕-!"아, 진짜! 색감이 왜 이렇게 탁하게 나오는 거야!"푸른 잔디밭 한가운데 세워진 거대한 캔버스 앞.얼굴과 작업용 앞치마에 온통 원색의 물감을 뒤집어쓴 열 살짜리 소년이 짜증 섞인 탄성을 내질렀다."이건 내가 원하는 완벽한 파괴와 창조의 미학이 아니라고!"그는 스텔라 시티의 지배자인 차태경과 서연우의 막내아들, 차은우였다.부모의 우월한 유전자만을 쏙 빼닮아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도 주위의 시선을 홀리는 천사 같은 외모를 가졌지만.그 속내만큼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예술적 광기와 천방지축의 기질로 똘똘 뭉친, 그야말로 통제 불능의 10대 소년이었다."차은우. 아침부터 정원 잔디밭에 물감 다 튀게 할래?"그때, 잔디밭을 가로지르는 하얀 대리석 길 위로 아주 우아하고도 서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엄마가 아끼는 장미꽃잎에 페인트 한 방울이라도 튀는 날에는, 네 방에 있는 그 시끄러운 오디오 스피커들 모조리 바다에 던져버릴 줄 알아."또각, 또각.완벽하게 재단된 옅은 베이지색 투피스를 입고 걸어오는 소녀.이제 막 10대 중반의 나이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유럽 사교계의 귀부인들을 압도하고도 남을 만큼 눈부신 기품을 뿜어내는 아름다운 숙녀, 차시아였다.
"이 거대하고 눈부신 다이아몬드 타워가, 그리고 이 차태경이라는 무자비한 사냥개가 당신과 아이들의 세상을 영원히 무균실처럼 지켜낼 테니까요.""당신의 그 무식한 독점욕과 과보호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변하질 않네요."연우가 기가 막힌다는 듯 웃으면서도, 자신의 허리를 꽉 끌어안은 태경의 단단한 손등 위로 자신의 하얀 손을 부드럽게 겹쳐 올렸다."하지만 싫지 않아요. 당신이 완벽하게 필터링해 준 이 세상이, 지독하게 마음에 들거든요."그 고결하고도 다정한 여왕의 칭찬에, 태경의 턱관절이 스르르 풀리며 짐승 같은 미소가 번졌다.그가 연우의 뺨을 감싸 쥐고 달콤한 입맞춤을 내리려던 찰나였다."엄마! 아빠! 이거 바바!"잔디밭을 가로질러 뛰어온 막내 은우가, 두 사람의 다리 사이로 쏙 파고들며 해맑게 외쳤다."은우야. 엄마 아빠 시간 방해하면 못 써."뒤따라온 시아가 허리에 두 손을 얹고 제법 어른스러운 말투로 동생을 훈육하려 들었지만, 은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오동통한 손에 쥐어진 것을 연우를 향해 번쩍 들어 올렸다."엄마! 은우가 꼬치 잡아써요! 엄마 주꼬야!"은우의 고사리 같은 손에 쥐여 있는 것은, 정원 한구석에 피어 있던 새하얀 백합꽃 한 송이였다.태경과 연우의 가장 압도적인 장점만을 빼다 박아 천사처럼 아름다운 아들이, 뺨을 붉게 물들인 채 꽃을 내미는 모습."세상에. 우리 은우가 엄마 주려고 꽃을 꺾어 온 거야?"연우가 찻잔을 내려놓고 무릎을 굽혀, 은우와 시선을 맞추며 맑게 웃었다.그녀가 은우의 손에서 꽃을 받아 들자, 은우가 헤헤 웃으며 연우의 품으로 와락 안겨들었다."우응! 엄마가 세상에서 젤 이뿌니까! 꼬치랑 똑가태!""우리 막내, 벌써부터 여자를 홀리는 재주가 예사롭지 않네.
띠링-.경쾌한 기계음과 함께, 스텔라 시티 메인 타워를 관통하는 VVIP 전용 투명 엘리베이터의 문이 부드럽게 열렸다.타워의 가장 높은 150층,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외벽의 최상단에 위치한 공간.하지만 엘리베이터 문 너머로 펼쳐진 풍경은, 차가운 대리석이나 딱딱한 콘크리트가 아닌 눈이 부시도록 푸른 거대한 자연 그 자체였다."와아아! 엄마! 아빠! 여기 찌짜 찌짜 너러요!"이제 막 다섯 살이 된 막내, 은우가 짧은 다리로 가장 먼저 달려 나가며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그 뒤를 아홉 살 시아가 쫓아 나가며 잔디밭 위를 펄쩍펄쩍 뛰었다."은우야! 너무 빨리 뛰면 넘어져! 누나 손잡고 가야지!""시야 누나, 나 자바바라아!"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티끌 하나 없이 투명한 인공 하늘 아래로 기분 좋게 울려 퍼졌다.이곳은 서연우와 차태경, 그리고 세 아이가 새롭게 머물게 될 완벽한 보금자리인 '정원 저택'이었다.복잡하고 탁한 공기로 가득했던 서울 도심의 펜트하우스를 완전히 떠나, 스텔라 시티 최상층의 수천 평을 통째로 숲과 잔디밭으로 개조해 만든 천상의 요새.최첨단 기후 통제 시스템이 사계절 내내 완벽한 온도와 맑은 공기를 유지하고, 정원 한가운데로는 진짜 자연석을 깎아 만든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있었다."어머니, 아버지. 이 정원의 외부 차단 방화벽과 물리적 보안 시스템의 3중 동기화가 방금 완벽하게 끝났습니다."어느새 훌쩍 자라 열다섯 살 소년이 된 도윤이, 태블릿을 한 손에 든 채 아주 의젓한 걸음으로 다가와 보고했다.태경의 서늘한 눈매를 완벽하게 빼다 박은 얼굴에, 연우의 차분한 이성을 덧입은 천재 소년은 이미 어엿한 스텔라 시티의 보안 총괄 대리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수고했어, 우리 아들."연우가 우아한
연우가 피곤하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그 허락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태경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짐승처럼 짙은 눈웃음을 지었다."김 비서. 당장 메인 타워 외장재 설계 전면 수정해.""외, 외장재를 말입니까? 어떤 재질로…….""크리스털 컷 글라스와 특수 굴절 LED 패널."태경의 목소리가 단숨에 지배자의 카리스마를 되찾으며 무겁게 가라앉았다."타워 전체의 외벽을 58면체 다이아몬드 브릴리언트 컷(Brilliant Cut) 형태로 완벽하게 재단해라. 태양 빛을 받든, 밤하늘의 조명을 받든, 타워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다이아몬드처럼 찬란하게 빛나게 만들어.""……!"김 비서의 입이 떡 벌어졌고, 연우 역시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황금 동상이 너무 유치하고 직관적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고, 가장 눈부시게 빛나는 보석 그 자체를 당신에게 바치면 되는 일 아닙니까."태경이 연우를 향해 몸을 돌리며, 가장 오만하고도 맹목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은 150층짜리 거대한 다이아몬드 기둥. 스텔라 시티의 어디에 있든, 심지어 우주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에서 내려다보아도 당신을 향한 내 사랑이 가장 찬란하게 빛나도록 만들겠습니다."황금 동상을 취소하랬더니, 아예 타워 전체를 다이아몬드로 만들어버리는 미친 스케일.연우는 기가 막히면서도, 자신을 향한 이 지독하게 아름답고 폭력적인 순애보에 기어이 두 손 두 발을 다 들고 말았다."당신 진짜…… 구제 불능의 미치광이네요."연우가 붉은 입술을 매혹적으로 비틀어 올리며 맑은 폭소를 터뜨렸다."내 아내에게 미쳐있다는 걸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태경이 으르렁거
스텔라 시티의 임시 행정 본부, 서연우의 대표 집무실.허공에 띄워진 스텔라 시티 메인 타워의 3D 홀로그램 설계도를 응시하던 연우의 미간이, 아주 불길하게 꿈틀거렸다."김 비서. 내가 지금 헛것을 보고 있는 건가요?"연우의 서늘한 목소리에, 곁에 서 있던 김 비서가 사색이 된 얼굴로 덜덜 떨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아, 아닙니다. 대표님께서 보고 계신 설계도가 맞습니다.""이 타워 꼭대기에 솟아 있는 흉측한 구조물은 뭐죠? 피뢰침이라고 하기엔 쓸데없이 거대한데."연우가 손가락을 튕겨 홀로그램의 꼭대기 층을 수십 배로 확대했다.그리고 다음 순간, 연우의 맑은 눈동자가 경악으로 기괴하게 확장되었다.구름을 뚫고 솟아오른 150층짜리 초고층 타워의 꼭대기.그곳에는 오른손에 지구본을 들고, 왼손으로는 스텔라 시티를 굽어살피는 듯한 거대한 여신의 동상이 자리 잡고 있었다.문제는 그 여신상의 얼굴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서연우 자신의 이목구비를 소름 돋도록 완벽하게 빼다 박았다는 것이고, 더 끔찍한 문제는 그 재질이었다."……순금인가요, 저거?""네, 넷! 회장님의 특별 지시로, 99.9퍼센트 순금 5백 톤을 녹여 주조할 예정인…… '서연우 여신상'입니다!""미치겠네, 정말."연우가 아찔해지는 이마를 짚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때였다.벌컥-!집무실 문이 열리며, 아주 만족스럽고도 당당한 걸음걸이로 차태경이 들어섰다."나의 여왕님! 타워의 최종 설계도는 확인하셨습니까."태경의 칠흑 같은 동공이 칭찬을 바라는 대형견처럼 반짝거리고 있었다."방금 막 스위스 은행에 보관 중이던 금괴들을 모조리 용광로로 보내는 결재에 사인을 마치고 오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