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72화 거짓말

Author: 손라떼
혜경은 한번도 우진에게 이렇게 큰소리로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다. 갑자기 난처한 얼굴로 불쌍하게 입술을 꾹 다물었지만 자세는 여전히 뻣뻣했다.

다른 사람 앞에서 머리를 숙이고 싶지 않은데, 하물며 그 상대는 하연이었다.

지금 F국에 머물러 B시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은 아직 이 여자의 하사를 받은 것이 아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혜경은 서준을 발견하고 서준 쪽으로 다가왔다.

혜경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라 하연을 향해 걸어갔다가 아주 가까이 가서 멈춰 섰다.

하연은 혜경을 위아래로 한 번 보고 경계했다.

“또 뭘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건데?”

반짝이는 눈동자를 한 혜경이 마치 배수진을 친 듯 모질고 차가운 소리로 웃었다.

“최하연, 이건 다 네가 나를 괴롭히려고...”

“아...”

혜경이 비명을 지르며 갑자기 뒤로 넘어져 옆에 있는 꽃병에 부딪혔다.

사람 키 절반 정도 높이의 거대한 꽃병이 쓰러지면서 혜경과 함께 넘어졌다. 그 틈을 타 혜경은 기둥에 부딪힌 뒤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

하연은 눈앞의 이 장면을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여전하네, 민혜경...’

서준은 앞으로 나아가서 혜경을 일으켜 세우고 차가운 목소리로 우진을 책망했다.

“왜 혜경이 옆에서 혜경이를 보호하지 않으신 겁니까?”

우진은 안색이 어두워서 혜경을 보았다.

어릴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일단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부딪히면 단지 이런 식으로 속이는 가식적인 행동은 식구들끼리는 잘 알고 있지만, 밖에서 직접 거짓말이라고 폭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서준은 차가운 눈으로 하연을 흘겨보았다.

“어떻게 지금 임산부에게 손을 댈 수 있지?”

서준은 하연을 대할 때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분노와 복잡한 마음이 뒤섞여 있었다.

하연과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하연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비록 한걸음 물러 서서 자기 가족을 대신해 사과한다 하더라도 하연은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을 기세였다.

조진숙은 서준을 알아보고, 서준이 혜경을 보호하려는 것을 보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목소리 톤도 점차 높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73화 더 사야 돼요?

    “그럼 귀국해서 이틀 정도 있다가 기일 지내고 돌아와.”혜경의 언니인 혜주와 서준의 형인 명준 때문에 서준은 혜경에 대해 줄곧 저자세를 유지하며 모든 것을 다 덮어왔었고 이번도 예외는 아니었다.혜경은 배를 쓰다듬으면서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이번에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B시에 남아 있어야 했다. 이 괴상한 곳에 혜경은 잠시도 있고 싶지 않았다.‘최하연, 목숨까지 잃게 되면서 내 남자한테 어떻게 꼬리치는지 두고 보자.’...하연은 사람들을 몰아내고 나서 언짢았던 기분이 좀 풀렸다. 조진숙과 한참동안 조진숙의 여행 이야기를 나누었다.조진숙은 하연과 이야기를 마친 후 전화를 걸어 대형 백화점의 문을 닫게 했다. 조진숙과 하연 단 두 사람만의 쇼핑을 위한 시간이었다. 두 사람은 또 한참동안 쇼핑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하연은 소파에 누워 기진맥진하여 말했다.“이모, 과연 말라카 해협을 가로질러 여행하는 여자다워요. 오늘 이모의 놀라운 체력에 감탄했어요.”조진숙은 가사 도우미에게 사온 명품들을 걸라고 분부하고 웃으며 말했다.“몇 년 동안 너에게 옷 한 벌 못 사줬네. 이번에는 예쁜 걸로 몽땅 사줄 거야. 내일 다른 백화점 가서 또 쇼핑하자.”100평의 거실은 각양각색의 정장과 보석 장신구로 가득하였다. 하연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이 정도 양이면 매장을 차릴 만큼 충분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얼굴에 백화점에 또 가야 할 힘든 표정을 띄며 물었다.“더 사야 돼요?”“물론이지.”“저 곧 B시로 돌아가요, 다 입을 시간도 안될 것 같은데.”“그럼 보내줘야지. 아니면 네 방 특별히 꾸며놓고 옷 놔둘 테니까 시간 날 때 돌아와서 입어.”하연은 도저히 조진숙을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정말 달콤한 ‘부담감'이었다!조진숙은 아직 꺼내지 않은 중요한 일이 생각나서, 서둘러 하연 곁에 앉았다.“하연아, 여기 며칠만 더 있어라, 상혁이가 내일쯤 돌아올 건데, 시간 내서 같이 만나자.”하연은 조진숙의 부탁에 이러지도 저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74화 같이 지키자

    하연이 체육관에 도착했다.하연은 이미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하성의 매니저에게 차 열쇠를 넘겼고 즉시 하성이 예약해둔 VVIP석으로 왔다. 무대와 한 발자국 정도 떨어진 매우 가까운 거리였다.전체 체육관 스탠드는 파란색 현수막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파란색은 하성 팬클럽을 상징하는 색이다. 위에는 하성의 예명인 ‘사이먼’이 적혀 있다.조명이 어두워지자 팬들은 손에 든 형광봉을 흔들며 한동안 체육관 전체가 푸른 바다처럼 보였다.체육관 전체를 뒤흔드는 음악이 하연의 심장을 울렸다. 칼군무를 추는 백댄서들 사이에서 한눈에 하성이 보였다.방금 빠른 리듬의 댄스곡을 끝냈다. 하성은 숨을 헐떡이며 무대 중앙에 서서 시그니처 포즈를 취했다. 이때 하성을 향해 엄청난 카메라 플래쉬 세례가 이어졌다. 하성은 흡사 음악의 제왕 같았다.팬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하성을 향한 사랑하는 마음을 큰 소리로 외쳤다.“사이먼! 사랑해!”“너 아니면 결혼 안 해!”하성은 하연을 보고 매력이 넘치는 얼굴에 미소를 지었고, 그게 카메라에 포착되어 즉시 전광판으로 전달되었다. 무대 아래의 소녀팬들은 더욱 흥분해서 소리지르고, 기절할 정도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었다.하성은 맥의 위치를 확인했는데 눈빛에서 눈부신 광채가 번쩍였다.“여러분, 저는 오늘 매우 기뻐요. 왜냐하면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지금 이 자리에 와있기 때문입니다.”“아!!!”소녀팬들이 모두 들끓기 시작했다.‘누구야? 과연 사이먼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굴까?’미친 듯한 함성이 사라진 후, 이렇게 큰 경기장이 갑자기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모두들 마치 신이라도 대하는 것처럼 숨을 죽이고 하성의 말을 경청했다.하성의 긴 손가락은 첫 번째 줄 방향으로 가리키며 말했다.“나의 작은 공주, 최하연!”카메라는 사람들 속에서 하성이 가리키는 대상을 바쁘게 찾다가 결국 하연의 위치를 찾아 화면을 고정시켰다. 하성을 비추던 스포트라이트는 무대에서 순식간에 하연에게로 옮겨졌고, 스크린에는 하연의 차갑고 귀티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75화 또 뭐 있어요?

    “하연아, 빨리 출발해!”하연은 바로 앉아 엑셀을 밟았고 하연의 은회색 차량은 재빨리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졌다.도중에 하성은 휴대전화를 들고 끊임없이 실시간 검색 인기 검색어 순위를 확인하면서 수시로 하연에게 보여주었다.“봐라, 어떤 사람은 네가 나랑 어려서부터 알고 지낸 죽마고우 여친이래.”“그리고 이거, 우리 둘은 M국에서 만났고, 첫눈에 반했고, 사랑이 뜨겁게 불타올랐대.”“이것은 더 말도 안돼. 네가 우리 엄마가 어릴 때 돈 주고 사온 민며느리래.”하연은 어이가 없어 고개를 저었다.“네티즌들 상상력 정말 대단하다.”“그리고...”“또 뭐 있어요?”“그리고 너 욕하는...”하연은 하성을 향해 흉악한 표정을 살짝 지었다.“한 대 콕 때려주고 싶다!”유려한 곡선의 차체가 멋진 스포츠카가 야경 속을 달리고 있다.갑자기 난데없이 건축자재를 싣고 가는 화물차 한 대가 갑자기 차선을 바꾸면서 하연의 스포츠카의 정면으로 돌진해 왔다.속도가 매우 빨라서 멈출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하연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핸들을 세게 꺾으며 끼어든 차를 피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눈앞의 한 줄기 흰 빛이 스쳐 지나갔다.하연은 온몸에 털이 곤두서고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두려움이 머리속으로 파고들었다.화물차가 하연의 차를 세게 들이받았다!“빵!”큰 충격으로 에어백이 터져 하연의 뒤통수가 의자 등에 심하게 부딪혔다.하연은 차량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에어백과 좌석 사이에 끼어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사고 당시 스포츠카의 앞부분이 눈 앞에서 부딪혀 반쯤 움푹 들어가 도로 중간에 흔들리면서 멈췄다.화물차는 일정 거리만큼 후진했다가, 다시 하연의 차를 세게 들이받았다!그 후, 말없이 차량 기사는 도망치고 말았다.‘이건 살인이야!’뒤따르는 연예기자들은 휘발유가 연료통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는 폭발 위험이 자신에게 미칠까 봐 섣불리 접근하지 못했다.일부 기자들은 정신을 차리고 손을 떨며 병원 구급차에 전화를 걸었다.희뿌연 먼지가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76화 우리를 구해줬던 그 사람

    “가족분들, 서둘러 주세요! 저는 다시 한번 상황을 확인해 보겠습니다.”의사가 상혁을 향해 말했다. 서준을 힐끗 쳐다본 상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최대한 서준을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 ‘전 남편일 뿐이야.’ 서준의 눈동자가 상혁을 향했다. ‘저 남자, 혈액형 같은 개인적인 정보까지 다 알고 있잖아?’서준은 속이 쓰리는 듯했다.“두 사람, 도대체 무슨 사이입니까?”“그쪽은 알 필요 없습니다.” 상혁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이제 그만 돌아가 주시죠.”“깨어날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서준은 술이 조금 깬 듯했다. 상혁이 긴 손가락으로 미간을 누르며 피곤함을 내비쳤다.“깨어난다고 해도 그쪽을 보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 같네요.”“제가 아무리 전 남편이라지만, 설마 당신보다 못하겠습니까?” “알면 됐습니다.”“그쪽, 확실히 저보다는 못하니까요.”두 사람의 강렬한 시선이 서로를 향했다. 하지만 상혁의 기세는 조금도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욱 기세등등해지는 듯했다. 상혁의 기세에 움츠려든 서준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하연 씨만 괜찮다면 그만입니다.”“제가 여기 있으니, 별일 없을 겁니다.” 상혁이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으며 말했다. ...이틀 후.하연이 눈을 뜨자, 목에 깁스를 한 채 서 있는 하성의 모습이 보였다. “정말 다행이다! 드디어 깨어났구나!”하연이 괜찮다는 것을 확인한 하성은 드디어 졸이던 마음을 가라앉혔다. “오빠, 우리를 구해줬던 그 사람, 누구예요?” 하연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아직은 어지러움을 느끼는 듯했다. 하연의 머릿속은 위험을 무릅쓰고 곧 폭발할 차량에서 자신을 안아 구출해 준 그 남자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주 익숙한 얼굴이었는데... 분명 처음 본 사람이었어.’ “상혁이잖아!”“진숙이 이모의 큰 아들, 기억 안 나?” 하연이 급히 일어나며 하성에게 물었다. “지금 어디 있어요?”“아침 일찍 갔어, 회사에 일이 좀 있다더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77화 감히 날 건드려?

    하연이 미소를 지으며 하성을 흘겨보았다.“아무것도 아니야. 우리, 아무 말도 안 했어.”“내 험담을 하는 거라면, 나한테 들키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가흔이 경고했다.수다쟁이 하성이 입을 꾹 다물었다.“바람을 좀 쐬고 올게.”하성은 가흔 앞에서 다시 시크해졌다. 밖으로 나가기 위해 병실의 문을 연 하성이 문밖에 서있던 서준과 마주쳤다.웃음기가 사라진 하성의 얼굴에는 차가운 긴장만이 맴돌았다. 하성이 병실의 입구를 막아선 채 목소리를 높였다.“여기가 어디라고 와?” 서준의 비서가 하성에게 과일 바구니를 건네자, 하성이 입을 열었다.“하연 씨한테 전해주세요.”“당장 꺼지지 못해?!”하성이 손을 내저었다.“우리 하연이는 네 까짓 게 주는 하찮은 물건 따윈 필요하지 않아.”“하연 씨, 깨어났습니까?”서준은 하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했다. ‘이런 겉치레뿐인 남자는 우리 하연이와 어울리지 않아.’ ‘반대로 상혁이는...’서준이 위기의 낌새를 알아차렸다. “깨어났어요. 아주 잘된 일이죠. 충분한 대답이 된 것 같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 주세요.” 하성의 뒤에 있던 가흔이 말했다. 가흔은 하성과 함께 병실의 입구를 막고 섰다.“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이 말을 마친 서준이 발길을 돌렸다.화가 난 하성이 서준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하연이를 돌보는 건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야! 네 까짓 게 감히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고! 찌질한 새X 같으니라고!” 가흔이 하성을 잡아당겼다.“소리 낮추세요. 하연이, 안정이 필요해요.” 하성이 나지막이 웃음을 지어 보였다.“그래, 네 말이 맞아.” 눈이 마주친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다. 두 사람은 더 이상 말을 이어나가지 않았다. 저녁 무렵.하연을 만나기 위해 병실을 방문한 조진숙이 하연에게 종이봉투를 건넸다. “상혁이가 너에게 전하라고 하더구나.”하연이 조진숙이 건넨 봉투를 열어보았다. 봉투의 안에는 민혜경이 누군가에게 검은 돈을 건네는 사진이 들어 있었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78화 목숨을 빚진 대가

    하연이 기자들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여러분께서 많은 응원을 보내주신 덕분에, 저는 이미 회복되었습니다.”“그리고, 이번 교통사고에 관해 제가 하고 싶은 말은...”“우리나라의 법이 아무런 죄가 없는 선량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는 나쁜 사람을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걸 믿는다는 겁니다.”기자들이 하성에게 물었다. “인터넷에 이번 교통사고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자, 사이먼 씨가 특별히 모든 일을 제쳐둔 채, 최하연 씨의 곁을 지켰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최하연 씨와 무슨 관계인지 말씀 좀 해주시겠습니까?” “두 분, 가까운 사이입니까?” 하연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죄송하지만, 사이먼 씨와 저의 관계에 대해서는 당분간 어떠한 말씀도 드릴 수 없습니다.”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한 기자들이 하나둘씩 철수할 준비를 했다.한쪽에 서서 하연의 말을 듣고 있던 서준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서준은 하연에게 직접 상혁, 그리고 사이먼과 무슨 사이인지 묻고 싶었다.서준의 호기심 역시 언론 기자들에게 뒤지지 않았으나, 하연이 차갑게 돌아서 자리를 떠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같은 날 저녁.서준이 HT그룹으로 들어섰다.서준은 경찰서에서 하루 종일 혜경의 일을 처리한 탓에 대단히 피곤한 듯했다. 혜경은 보석금을 지불한 후, 조사를 기다리면서도 심하게 울기만 했다. 때문에 더 이상 조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경찰관들은 혜경을 민씨 가문으로 돌려보냈다.‘분명, 지금쯤 집안이 난리가 났을 거야.’서준은 이수애와 한서영이 자신의 귓가에 대고 떠들어대는 것을 듣고 싶지 않았기에, 한동안 자신의 사무실에서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무실의 문을 열고, 불을 켠 서준이 민씨 가문의 어르신인 민진현이 자신의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서준은 잠시 당황했으나, 이내 혜경의 일을 떠올리고는 왜 민진현이 자신을 찾아온 것인지 납득하게 되었다. “민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민진현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79화 내기

    저녁 아홉 시.하연과 여은이 파티 장소에 나타났다. 이 파티는 문화계 회사의 거물들이 모이는 자리였다. 물론, 친한 친구를 데리고 참석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연은 매끄러운 짙은 녹색 원단에 주름이 하나 없는 우아한 리본 롱드레스를 입어, 출중한 몸매 라인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비록 아무런 보석도 착용하지 않았으나, 정교하고 아름다운 쇄골만으로도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을 뽐내기 충분했다.하연은 대단히 빼어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기에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었다.파티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위클리 뉴스의 편집장인 여은의 기세에 경탄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하연을 사이먼의 스캔들 상대로 만들고 싶어 하였으나, 위클리 뉴스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탓에 감히 나서지는 못하는 듯했다.여은은 시종일관 냉랭한 태도를 유지했다. 다른 사람이 술을 권해올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연이 그런 여은을 도와 그 사람들을 상대했다. “네가 있으니까 조금 더 오래 있을 수 있겠어. 평소 같았으면 사진만 찍고 돌아갔을 거야.”하연의 붉은 입술에 웃음이 번졌다.“편집장님의 많은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바로 이때, SN미디어의 사장, 송승헌이 두 사람을 향해 걸어왔다.송승헌의 배는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비록 양복을 차려입은 채 가죽 구두를 신고 있었지만, 키가 너무도 작았던 탓인지 어린아이가 어른의 옷을 입은 듯했다. “오, 이분은... 요 며칠 실시간 검색어를 뜨겁게 달궜던 최하연 씨 아니십니까?”송승헌이 손에 들고 있던 잔을 가볍게 들어 올려 두 사람에게 인사를 표한 후, 단숨에 잔에 있던 샴페인을 모두 마셔버렸다. 여은은 실눈을 뜬 채 송승헌을 향한 불쾌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눈이 멀어버리기라도 하신 겁니까?”최근 위클리 뉴스는 몇 차례 정보를 유출 당한 바 있었는데, 이는 모두 라이벌 회사인 SN 미디어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위클리 뉴스의 직원을 스카우트한 탓이었다. 여은은 이 일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던 참이었기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80화 승자와 패자

    “레이디 퍼스트.”송승헌이 자리에 앉은 채 손을 뻗어 의사를 표했다. 하연이 주사위 상자를 들고는 책상 위에서 무심히 한번 흔들었다. 가느다란 손을 주사위 상자 위에 올려 두고는 가볍게 주사위 하나를 손에 쥐었다.“됐습니다.”송승헌이 음침하게 웃으며 하연을 바라보았다. 하연은 진지하지 않은 것이 어쩐지 질 작정인 듯했다.구경꾼들은 이런 하연의 행동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서로를 쳐다볼 뿐이었다.“그게 다입니까?”“확실하게 결판을 내려야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도 떳떳할 수 있는 법이지요!”“주사위가 몇 개인지도 모르시는 건 아니겠지요?”‘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날 이기시겠다?’‘어림없지!’송승헌은 상대가 여자임에도 봐 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송승헌은 사이먼의 특종에 대한 정보를 반드시 얻고 싶었다. 몇 초 동안 뜸을 들이던 송승헌은 몸을 일으켜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치며 주사위 상자를 몇 분간 흔들었다. 자리에 있던 모두가 지칠 때쯤, 송승헌이 매섭게 탁자 위에 주사위를 내려놓았다.4개의 5!‘됐다.’‘역시, 나 같은 프로가 저런 아마추어에게 질 리 없지.’ 송승헌은 아주 득의양양했다.‘송승헌, 아직 여전하네.’ 구경꾼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송 사장님, 대단하십니다. 최 사장님께서 판을 뒤집기는 힘들겠어요!”하연의 곁에 선 여은의 입가에 비웃음이 번졌다. “송 사장님이 대단하신지 아닌지는, 우리 최 사장님의 주사위도 열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기뻐하시긴 이릅니다.” 하연이 여은을 향해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은아, 네가 열어봐.”하연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말 그대로 오락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여은이 주사위를 들고 있던 손바닥을 펴 보였다.많은 사람들의 눈에 비친 숫자는... 4개의 6!하연이 의자의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웃을 가치도 없다는 듯 말했다.“제가 이겼군요.”송승헌의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말도 안 돼, 나를 이기다니.’하연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주사

Latest chapter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18화 오늘 바로 하자

    최하성은 한 사람의 어깨에 손을 턱 얹으며 말했다. “하연아, 아직도 망설여? 이런 기회 다시 없어!” 마치 하연이 엄청난 대박을 터뜨린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하연은 살짝 고개를 들어 옆에 있는 상혁을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진짜 내가 득 본 거네.’ 하연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입꼬리가 예쁘게 올라가며, 단호하게 말했다. “좋아요.” 짧고 확실한 대답이었다. 하연의 태도에 최하성이 환호성을 질렀다. “좋아!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늘 바로 하자!” “오늘?” 하연은 깜짝 놀랐다. ‘너무 급한 거 아니야?’ “좋다! 오늘이 딱이지.” 최동신도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성아, 하연이 신분증 얼른 가져와라.” “네, 할아버지!” 최하성은 신이 나서 뛰다시피 나갔다. 마치 자기 결혼인 양 들떠 있었다. 조진숙은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바로 정신을 차렸다. “원 비서, 상혁이 신분증도 준비해 주세요.” 모든 것이 순식간에 진행됐다. 두 사람은 양가 가족들의 따뜻한 시선을 받으며 함께 문을 나섰다. ...구청. 서류를 작성하고, 필요한 절차를 하나하나 밟아 나갔다. 그리고 드디어, 두 사람의 손에 각각 가족관계증명서와 혼인관계증명서가 쥐어졌다. 하연은 혼인관계증명서를 내려다봤다. ‘진짜구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어제까지의 불안과 걱정은 다 지나갔어.’‘이젠... 내 행복을 움켜쥔 거야.’ 그 순간, 상혁이 환한 웃음으로 하연을 껴안았다. “안녕, 우리 와이프!”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표정이었다. 하연도 활짝 웃었다. 눈이 실룩 실룩, 초승달처럼 예쁘게 휘어졌다. “안녕, 우리 남편!” 행복에 흠뻑 젖어 있던 상혁과 하연은 눈치채지 못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한 줄기 음습한 시선이 두 사람을 집요하게 쫓고 있다는 걸. 송혜선은 옷 속에 숨겨둔 단칼을 손아귀에 꼭 쥐었다. 구청 계단을 내려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17화 최하연 하나뿐

    송혜선은 조봉규를 거칠게 밀쳐냈다. 조봉규는 중심을 잃고 바닥에 거칠게 쓰러졌다. “안 돼... 혜선아...” 쿵!무거운 소리와 함께 조봉규는 힘없이 바닥에 쓰러진 채, 천천히 눈꺼풀이 내려앉았다. 결국 그는 의식을 잃었다. 송혜선은 조심스레 무릎을 꿇었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조봉규의 얼굴을 스쳤다. 잠시 머뭇거리던 손끝은 이내 떼어졌다. ‘이젠, 끝이야.’ 송혜선은 망설임 하나 없이 돌아서며, 서늘한 공기 속으로 사라졌다. ...그동안, 상혁은 대부분의 일정을 취소하고 하연의 곁에 머물렀다. 둘만의 달콤한 시간은 보는 이들까지 부러움에 빠지게 했다. 이런 두 사람의 모습에 양가 부모님들은 대만족이었다. 어느 날, 오랜만에 양가 어른들이 한자리에 모였으니, 자연스레 상혁과 하연의 결혼 이야기가 오갔다. “약혼은 했지만, 전통대로라면 결혼식도 치러야지.” 최동신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조진숙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하연은 이미 조진숙에게 친딸과 다름없는 존재였기 때문에, 인생에 단 한 번뿐인 결혼식을 대충 넘길 순 없었다. “걱정 마세요. 결혼식 준비는 제가 맡아서 잘 준비할게요. 두 아이는 그날 예쁘게 하고 참석만 하면 됩니다.” “하하, 고맙소, 고맙소.” 최동신은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요즘 들어 최동신의 건강도 한층 좋아진 데다가 경사까지 겹치니 덩달아 기운이 나는 모양이었다. “아이들만 행복하면, 우리야 바랄 게 없지.” 옆에 있던 최하민이 자연스럽게 거들었다. “결혼식은 서둘러야겠지만, 아직 혼인신고를 안 했으니 그게 먼저 아닐까요?” 조진숙은 그제야 무릎을 탁 치며 소리쳤다. “맞다, 그걸 깜빡했네.” 그녀는 바로 말을 이었다. “그래도 혼인신고는 아이들 의견을 먼저 들어봐야지. 중요한 일이니까.” 하연과 상혁은 나란히 계단을 내려오다, 자연스럽게 들려온 혼인신고 이야기. 둘 다 순간 멈칫했다. 본능처럼 서로를 바라봤다. ‘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16화 새 삶

    상혁은 말없이 부동건의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지나간 모든 일들이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머릿속으로 한 파래임 한 파래임 스쳐 지나갔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마음을 다잡은 상혁은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 “네, 알겠습니다.” 부남준 사건은 예정대로 재판이 열렸다. 부씨 가문은 변호사를 통해 대응했지만, 형사 사건인 만큼 얽히고설킨 진실을 밝히는 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DL 그룹, 최상층 대표실.상혁은 혼자 창밖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거대한 도시가 한눈에 들어왔다. ‘결국 이 순간이 오는구나.’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곧 원신민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대표님, 재판 끝났습니다.” 상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걸 느끼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판결 나왔어?” “예상대로입니다. 다시는 못 일어날 겁니다.” 원신민의 말은 고요했던 상혁의 마음에 작은 돌을 던진 것처럼 퍼져나갔다. 두 사람의 목숨과 확실한 증거. 이미 알고 있던 결말이었지만, 막상 그 순간이 다가오니 상혁도 묘한 허탈함이 밀려왔다. “부 회장님도 알고 계시나?” “예,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아 기절하셨지만, 다행히 지금은 안정을 되찾으셨고요.” 원신민은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송 여사는 재판하는 그 자리에 있었는데, 판결 듣자마자 바로 떠났어요.”부동건에게 쫓겨난 후, 송혜선은 과거의 화려함을 모두 잃었다. 부동건은 그녀에게 줬던 모든 부동산을 회수했고, 카드 계좌까지 정지시켰다. 이제 송혜선에게는 남은 보석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고 있을 뿐. 상혁은 가늘게 눈을 좁혔다. ‘재판에 온 건 놀랍지 않지만... 반응이 이 정도로 끝났다는 게 아무래도 수상해.’ 경계를 늦추지 않고 바로 상혁은 차갑게 말했다. “송혜선 감시 붙여. 또 무슨 일 일으키기 전에.” 원신민은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어둡고 습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15화 가장 자랑스러운 일

    비틀거리던 부동건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정신 차려... 이 순간만은 피하지 말자.’ 그는 느릿한 걸음으로 상혁 쪽으로 다가갔다. 서서히 가까워지는 거리. 마침내 눈앞에 다다라 멈춰 섰을 때, 두 사람의 시선이 정확히 맞닿았다. 부동건은 말하고 싶은 게 많았지만, 막상 눈을 마주하니,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부동건은 깊은숨을 들이쉬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상혁아. 그동안, 너랑 너희 어머니한테 내가 너무 못했다.” ‘처음부터 길을 잘못 들었다. 그날, 그 선택이 결국 우리 가족을 무너뜨린 거야.’ 사실, 부동건은 이혼하던 날부터 이미 후회하고 있었다. 그 후로의 모든 시간은, 그저 체면과 자존심을 위한 연기였을 뿐이다. 지금 이 꼴이 된 건... 결국 하늘이 내린 벌이었다. ‘자업자득이야. 이 모든 건 내가 자초한 거니까.’ 상혁은 조용히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엔 적당한 거리감과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게 이제 와서 중요하진 않아요. 저도, 어머니도... 이미 오래전에 마음 정리했어요.” 그 말에 부동건은 눈을 감았다. 눈가에 뜨거운 기운이 차오르는 걸 애써 참았다. “그래. 마음 내려놨다니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잠시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던 부동건은 책상 위에 놓여 있던 한 서류봉투를 꺼냈다. 그리고 곧장 상혁에게 건넸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들었고, 더는 회사를 끌고 나갈 힘이 없다. DL그룹은 내가 처음부터 세운 회사다.”“내 모든 시간과 인생이 들어간 곳이지. 하지만 이제는 놓아야 할 때가 왔다.” 상혁은 망설이듯 손을 내밀지 않았다. 그런 상혁의 손에 부동건은 서류를 억지로 쥐여주며 아들의 손등을 두드렸다. “앞으로는... 네가 이끌어가야 한다.” 그 손길엔 조용한 무게와 책임, 그리고 사죄가 담겨 있었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입꼬리를 살짝 움직이던 부동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14화 진작 알고 있었지?

    상혁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살짝 웃음을 지었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검진을 마친 뒤, 하연은 선명한 초음파 사진을 손에 들고 있었다. 사진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에는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손끝으로 사진 속 동그란 그림을 가리켰다. “여기 봐봐요. 이게 우리 아기래요.” 목소리엔 설렘과 떨림이 그대로 묻어났다. 상혁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하연의 손끝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눈엔 이미 감동이 차올라 있었다. 상혁은 조심스레 하연의 아랫배에 손을 얹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이 순간... 난 정말 너무 행복해.” ‘네가 내 옆에 있고, 우리 아이가 이렇게 자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야.’ 하연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남자아기일까요, 여자아기일까요?” 그녀의 눈빛에는 이미 사랑스러운 미래가 그려지고 있었다. 상혁은 웃으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상관없어.” 하연은 고개를 살짝 돌려 상혁을 바라봤다. 그 눈동자엔 별빛이 머물러 있는 듯 반짝였다. “그래요... 건강하게만 태어나면... 그걸로 충분해요.”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손을 맞잡았고, 서로의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따뜻함을 느꼈다. 그 순간, 상혁의 주머니 속 핸드폰이 진동했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확인하곤 순간 눈빛이 깊어졌다. 화면엔 낯익은 이름이 선명히 떠 있었다. [부동건.]‘이 타이밍에...?’ ‘설마 무슨 일 생긴 건가?’ 지난 연회 이후, 부동건과는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의 파장이 얼마나 컸는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송혜선과 조봉규. 그 두 사람 때문에 무너진 자존심. 그리고 결국, 부동건은 송혜선을 아이와 함께 본가에서 내쫓았다는 소문까지 들려왔다. 하연이 조용히 말했다. “받아봐요. 무슨 일일 수도 있으니까.” 상혁은 하연의 손등을 가볍게 토닥이고, 그녀를 옆에 있는 의자에 앉힌 후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13화 배신당한 남자

    부동건은 갑작스레 거칠게 기침을 터뜨렸다. “컥”‘피 맛...?’ 목 안에서 치밀어 오르는 피비린내를 억지로 삼켰다. 손등에 핏줄이 선명히 드러나고, 이성의 끈은 이미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부동건의 시선이 천천히 송혜선과 조봉규를 향했다. ‘죽여버리고 싶다.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너희들... 너희들...” 부동건의 입술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송혜선은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 ‘이건 아니야... 이렇게 끝나면 안 돼...’ 그녀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 부동건의 팔을 붙잡았다. “회장님... 우리, 조 선생님이랑 그냥 산후 회복 얘기하던 중이었어요. 진짜예요, 저희는...” 그 말이 끝나기도 전, 부동건의 손이 송혜선의 뺨을 후려쳤다. 짝! 순간 정적. 강하게 내리친 손바닥 소리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숨을 멈춘 듯 조용해졌다. 송혜선의 얼굴 한쪽이 순식간에 붉게 부어올랐다. 눈가가 덜덜 떨리며, 눈물도 같이 맺혔다. “이 천하의... 배은망덕 같은 것. 내가 너를 어떻게 믿었는데... 감히 날 기만해?” 뒤에 서 있던 하객들 사이에서도 탄식이 흘러나왔다. “저 정도였어?” “저게 진짜였네... 소문이 아니고...” “...”송혜선은 뺨의 통증을 애써 무시한 채, 다시 붙잡았다. “회장님, 제발... 오해예요. 저희 그런 사이 아니에요. 저는... 당신뿐이었어요.” 그러나 부동건은 그 손마저 거칠게 뿌리쳤다. 그리고는 힘껏 송혜선의 복부를 발로 찼다. 퍽!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송혜선은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그녀의 입에서 신음이 터졌다. 조봉규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아니야... 지금 나섰다간 나도 끝장이야.’ 한 걸음 다가가려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회... 회장님... 저희... 아무 일도 없었어요... 정말이에요...” 하지만 그 한마디가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부동건은 그대로 조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12화 최악의 스캔들 파티

    일 순간 충격의 정점이었다.부동건은 들고 있던 와인잔을 그대로 바닥에 내던졌다. 쨍그랑! 깨지는 소리와 동시에 모든 시선이 그에게 꽂혔다. “저... 저런 미친...!” 그는 화면을 가리키며, 얼굴을 붉힌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숨이 거칠게 턱 끝까지 차올랐다. ‘송혜선... 네가 감히!’ 주변 하객들도 이미 술렁이기 시작했다. “저게 진짜야?” “부 회장님 딸이... 아니라고?” “와... 이건 완전히 생각지도 못한 미친 패륜이야, 상상도 못 했어.” 오늘의 연회는 더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이제 와선 최악의 스캔들 파티가 되어버렸다. ‘이 연회가... 전부 거짓된 일 때문에 생긴 일이란 말이야?’ ‘우리, 사기당한 거네. 다 같이.’ 그때 스크린이 멈췄고, 연회장 전체의 조명이 다시 환히 켜졌다. 하객들은 본능적으로 두리번거리며 부동건을 찾았다.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하지만 부동건은 아무런 대답 없이 어금니를 꽉 물고, 몸을 떨며 계단 쪽으로 향했다. 하객들은 그 뒤를 따라붙었다. ‘뭔가 일어나겠군...’ ‘이번엔 진짜 끝장이다.’ ...같은 시각, 2층 방 안. 송혜선은 조봉규의 손등을 다독이며 조용히 말했다. “조금만 참아. 며칠만 지나면 내가 다시 올게.” 조봉규는 싱긋 웃으며, 그녀의 허벅지를 장난스럽게 움켜쥐었다. “응. 기다릴게, 자기.” 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도 전, 문이 거칠게 흔들렸고,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쾅!! “송혜선! 당장 안 나와?!” 송혜선의 온몸이 순간 얼어붙었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조봉규의 팔을 꽉 잡았다. ‘망했다.’ “어떡해, 부동건이 올라왔어.” 두 사람은 당황하며 방 안을 둘러봤지만, 창문 하나 없는 좁은 방엔 도망칠 곳조차 없었다. ‘안 돼... 이렇게 들키면, 끝장이야. 정말 끝이야.’ 송혜선은 급하게 숨을 고르며 애써 이성을 붙잡으려 했다. ‘진정해. 침착해야 돼.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11화 이건 진짜 레전드다

    연회장 안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부동건은 손에 잔을 들고, 연신 들어오는 축하 인사에 밝은 표정으로 답하고 있었다. “회장님, 따님이 너무 예뻐요. 축하드립니다!” “아이고, 이런 경사는 자주 있어야죠!” ‘그래, 이 정도면 완벽하지. 오늘은 그 누구도 나를 흔들 수 없어.’ 그렇게 술이 한 잔, 두 잔 더해지며 연회장의 분위기도 점점 무르익고 있었다. 그때, 갑작스레 모든 조명이 꺼졌다. 탁! “어, 뭐야?” “불 꺼졌어! 왜 이래?” “아야, 누가 내 발 밟았어!” “...”순식간에 어둠이 덮친 연회장. 사람들의 놀란 목소리와 웅성거림이 퍼졌다. 잔을 들고 있던 부동건은 순간 정지된 듯 멈췄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살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당장 가서 확인해봐!” “네, 회장님!” 직원들이 급히 움직였고, 부동건은 진정시키려는 듯 손을 들고 말했다. “여러분, 당황하지 마시고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전기 쪽 문제인 것 같습니다. 금방 복구됩니다.” 사람들은 잠시 멈춰 서서 어둠 속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고- 그 순간, 연회장 한쪽 벽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이 조용히 켜졌다. “위이잉...” 어둠 속에서 갑작스레 터진 화면의 빛에 모두가 눈을 찌푸리며 반사적으로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 빛이 익숙해질 무렵, 누군가가 터트린 외마디 감탄에, 시선이 일제히 스크린으로 향했다. “어... 저거 뭐야? 헉, 저게... 말이 돼?” 그리고, 그 스크린 안에 있는 건... 분명 두 남녀의 은밀한 장면이었다. 화면 속, 분명히 누군가를 알아본 듯한 목소리가 터졌다. “저 여자... 그분 아니야?” “옆에 있는 남자는...?” “헐, 이건 진짜 레전드다.” “아, 눈 버렸어. 이게 뭐야, 이게...” “...”사람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순식간에 연회장은 도저히 되돌릴 수 없는 혼돈의 도가니로 빠져들고 있었다.사람들 사이에 웅성거림이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10화 우리 둘 다 끝장이야

    송혜선이 복도 입구에 막 다다랐을 때였다. 갑작스레 어디선가 튀어나온 그림자가 그녀를 뒤에서 껴안았다. “꺄악!” 놀란 송혜선은 반사적으로 비명을 질렀고, 누군가 재빨리 그녀의 입을 막았다. “나야! 나야, 혜선아.” 익숙한 목소리에 송혜선은 순간 멈칫했다. 그리고 조심스레 남자의 손을 떼어내며 차갑게 말했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이 사람, 지금 제정신인 거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어서 급히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송혜선은 그제야 숨을 돌리며, 낮은 목소리로 흘기듯 말했다.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미쳤어, 사람들 눈에 띄면 어쩌려고!!” 그 말엔 명백한 불만과 경계심이 섞여 있었다. 조봉규는 잠시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안 되는데...’ 그 순간의 긴장, 그리고 복잡한 감정이 두 사람 사이에 감돌았다.조봉규의 시선이 송혜선의 얼굴에서 천천히 내려앉았다. 송혜선은 산후라 그런가, 몸매는 훨씬 더 부드럽고 풍성해져 있었다. ‘이러니까, 잊으려고 해도... 더 생각이 나잖아.’ 그는 순간 충동적으로 송혜선의 팔을 붙잡았다. “잠깐만.” 당황한 송혜선이 눈을 부릅떴다. “뭐 하는 거야!! 지금...” 그러나 조봉규는 말없이 송혜선을 옆방으로 이끌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작게 ‘탁’ 하고 울렸다. 좁은 공간, 차오르는 침묵. 송혜선은 남자를 노려보며 벽에 등을 댔다. “정신 차려!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조봉규는 그녀를 바라보며 낮게 숨을 내쉬었다. “다들 홀에 있잖아. 아무도 몰라.” 남자의 말투엔 간절함과 조급함이 섞여 있었다. 이건 단순한 욕망이 아니었다. 그리움, 억눌림, 그리고 못다 한 말들. 그는 조심스럽게 송혜선의 턱선을 손끝으로 만지며 말했다. “혜선아... 나, 정말 많이 참았어.” ‘이 사람 또 이러네...’ 송혜선의 심장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분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