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미혜가 막 차를 세우고 휴대폰 주인을 확인해 보려던 순간 경다솜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온 건 경민준의 목소리였다.“나야. 휴대폰을 네 차에 두고 내린 것 같아.”연미혜는 담담히 말했다.“위치 보내줄게. 와서 찾아가.”“알겠어.”그녀는 근처에 차를 세운 뒤 위치를 전송했다.몇 분 후, 경민준이 도착했다. 경다솜은 이미 잠들어 있었고 경민준 혼자 차에서 내렸다. 그는 연미혜가 내민 휴대폰을 받아 들며 짧게 말했다.“고마워.”연미혜의 대답은 냉담했다.“괜찮아.”그 말과 함께 차창이 올라갔고 그녀
연미혜는 경민준이 갑자기 손을 잡으려 하자 순간 놀라서 곧바로 손을 뿌리치며 담담히 말했다.“내가 알아서 갈게.”말을 마치자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먼저 소파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런데도 경민준은 기분이 상한 기색 없이 오히려 가볍게 웃으며 그녀 옆자리에 자연스럽게 앉았다.테이블 주변에는 빈자리가 많았지만 굳이 그녀 곁을 택했다.연미혜는 잠시 멈칫했으나 이내 말없이 차를 들며 멀찍이 드럼을 시연하는 경다솜을 바라보았다.경민준도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삼키고는 곧 그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연미
손아림의 말이 끝나자, 콜라겐을 들고 있던 임지유의 손이 순간 굳어졌다. 컵을 든 동작이 잠시 멈췄지만 곧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움직이며 표정을 숨겼다.주위 사람들은 다행히 그 미묘한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그때 임해철이 무심히 물었다.“지유야, 민준이 귀국했나 보구나?”임지유의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 사실 그녀는 경민준이 이미 돌아왔다는 걸 전혀 알지 못했다.하루 종일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아, 그저 바빠서일 거라 짐작했을 뿐이었다.아직 대답도 하기 전에 임해철이 환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지난번 일은 다 민준이
손아림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경민준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임지유만이 있을 뿐, 연미혜는 애초부터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손아림은 경민준이 이곳에 나타난 건 연미혜 때문이 아니라, 분명 경다솜 때문이라고 여겼다.그런 생각을 하던 중, 연미혜 앞에 서 있던 경다솜이 고개를 번쩍 들더니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엄마, 이 드럼 진짜 멋있어요! 저도 배우고 싶어요!”경다솜의 들뜬 목소리에 연미혜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아이가 무엇을 배우든 기꺼이
며칠째 경민준에게서 답은 없었다. 그동안 연락을 해 온 건 오히려 경다솜이었다.금요일 저녁, 연미혜는 경다솜과 함께 저녁을 먹고 키즈카페에 들렀다. 경다솜이 밀크티를 마시고 싶다 하기에 막 음료를 건네려던 순간, 멀리서 다가오는 익숙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바로 경민준이었다.순간 연미혜는 멈칫했다. 그녀의 시선을 느꼈는지, 경민준은 잘생긴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그때 경다솜도 경민준을 발견하고 반갑게 맞이했다. 놀라는 기색은 전혀 없이 마치 미리 알았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아빠, 여기요!”경민준이 다가
경민준은 김태훈에게 급한 사정으로 먼저 돌아가야겠다고 양해를 구한 뒤 임지유와 함께 자리를 떴다.연미혜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지 않았다.박영순의 부상은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다만 팔이 심하게 부러져 당분간 입원해야 했고 수술은 이틀쯤 지나 받아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상황이 위중하지 않다는 걸 확인한 후, 경민준은 직접 최고 수준의 정형외과 교수를 붙여 주었다. 그러자 임지유의 가족들은 안심하고 한숨을 내쉬었다.박영순이 깨어나려면 시간이 더 필요했다.그때 임해철이 경민준에게 말했다.“민준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