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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인생 제2막을 살다

이혼 후, 인생 제2막을 살다

By:  김순자Completed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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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의 컴퓨터를 닦아주다 실수로 파일 하나를 열었는데 안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수위 높은 동영상이 들어있었다. 주인공은 내 와이프와 평생 결혼하지 않은 내 친구였다. 아이를 낳은 뒤로 와이프는 몸을 상해 더는 관계를 가질 수 없을 것 같다며 나와 플라토닉 연애를 고집했고 그렇게 나는 40년간 와이프를 건드려본 적이 없었다. 반평생을 고생하며 와이프를 지켰는데 결국 나는 그들의 손아귀에 놀아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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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화

나는 너무나 충격적인 사실에 마우스를 들고 있는 손이 파르르 떨렸다. 파일에 들어있는 영상은 이름이 날짜로 되어 있었다.

백발이 성성한 와이프 이지혜 위에 똑같이 백발이 성성한 내 친구가 올라타 있었고 와이프는 그윽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내 친구의 허리를 잡아줬다.

제일 위쪽까지 올려보니 화면이 흐릿한 게 오래전 영상 같았고 두 사람의 얼굴도 퍽 젊어 보였다. 침대맡에는 나와 와이프의 결혼사진이 놓여 있었지만 와이프와 사랑을 나누는 상대는 내가 아니었다.

와이프는 매혹적인 눈빛으로 친구 품에 기댔고 마치 친구를 몸에 녹이려는 듯이 꼭 끌어안았다.

나는 중심을 잃고 바닥에 그대로 쓰러졌다. 마음이 두근거리고 숨이 쉬어지지 않아 입을 벌렸지만 아무리 크게 벌려도 산소가 공급되지 않았다. 그러다 이내 눈물이 손등으로 떨어졌다.

와이프가 더는 관계를 가질 수 없을 것 같다고 하자 살짝 망설여졌지만 와이프에 대한 사랑이 더 컸기에 40년 동안 외로움을 견뎌냈지만 지금 보니 다 거짓말이었다. 내가 성심성의껏 노인과 아이를 돌보며 혼자 외로움을 감내할 때마다 와이프는 내 제일 좋은 친구와 뜨거운 사랑을 나눈 것이다.

그러다 한계가 오는 날에는 손으로라도 해달라고 했지만 와이프는 그것마저도 거절했다. 그런 와이프가 야속했는데 알고 보니 다른 사람을 위해 몸을 지킨 것이었다.

나는 와이프의 매정함에 치가 떨렸다. 어떻게 40년을 꼬박 속였는지도 이해할 수 없지만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헤어지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면 그만인데 왜 내 제일 좋은 친구와 손잡고 나를 배신해 내 인생을 망쳤는지였다.

생각하면 할수록 답은 나오지 않고 머리만 너무 아팠다.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찾을 수 있는 서랍을 다 찾으며 답을 찾으려 했지만 아무런 수확이 없었다.

나는 와이프가 결혼 전 연애를 했지만 장인, 장모가 동의하지 않아 더 이어가지 못했다고 들었던 게 떠올랐지만 정확한 원인이 뭔지 몰라 형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님은 내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아챘다.

“형님 저 괜찮아요. 그냥 지혜 젊었을 적 일이 궁금해서요. 그때 장인어른이 왜 반대하신 거예요?”

“아, 그거? 그놈 무정자증이었어. 지혜가 그쪽으로 시집가면 평생 아이가 없이 살아야 하는 데 당연히 반대하지.”

나는 순간 머리가 윙 해져 핸드폰을 손에서 놓쳤다. 내 친구 정우성이 바로 무정자증이었다. 그제야 정우성이 왜 처가에 그와 어떤 사이인지 알리지 말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고 그 역시 한 번도 처가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결국 와이프가 나를 선택한 건 그저 내 생식능력을 위해서였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나를 속였다. 정우성이 내게 접근해 내 친구가 된 것도 다 그들의 계획 중 하나였다.

나는 가슴에 구멍이라도 뻥 뚫린 것처럼 너무 아파 바닥에 주저앉은 채 멍하니 앞만 내다봤다. 창문으로 비쳐 드는 햇살은 이마에 땀이 날 정도로 뜨거웠지만 내 몸에는 한기가 맴돌았다. 파란 하늘에 둥둥 떠 있는 구름을 보며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길래 이렇게 되었는지 과거를 돌이켜보는데 아들이 전화를 걸어왔다.

“서준이 동그랑땡 먹고 싶다니까 만들어놔요.”

이서준은 내 손주였는데 며느리와 처가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인 것 같았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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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나는 너무나 충격적인 사실에 마우스를 들고 있는 손이 파르르 떨렸다. 파일에 들어있는 영상은 이름이 날짜로 되어 있었다.백발이 성성한 와이프 이지혜 위에 똑같이 백발이 성성한 내 친구가 올라타 있었고 와이프는 그윽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내 친구의 허리를 잡아줬다.제일 위쪽까지 올려보니 화면이 흐릿한 게 오래전 영상 같았고 두 사람의 얼굴도 퍽 젊어 보였다. 침대맡에는 나와 와이프의 결혼사진이 놓여 있었지만 와이프와 사랑을 나누는 상대는 내가 아니었다.와이프는 매혹적인 눈빛으로 친구 품에 기댔고 마치 친구를 몸에 녹이려는 듯이 꼭 끌어안았다.나는 중심을 잃고 바닥에 그대로 쓰러졌다. 마음이 두근거리고 숨이 쉬어지지 않아 입을 벌렸지만 아무리 크게 벌려도 산소가 공급되지 않았다. 그러다 이내 눈물이 손등으로 떨어졌다.와이프가 더는 관계를 가질 수 없을 것 같다고 하자 살짝 망설여졌지만 와이프에 대한 사랑이 더 컸기에 40년 동안 외로움을 견뎌냈지만 지금 보니 다 거짓말이었다. 내가 성심성의껏 노인과 아이를 돌보며 혼자 외로움을 감내할 때마다 와이프는 내 제일 좋은 친구와 뜨거운 사랑을 나눈 것이다.그러다 한계가 오는 날에는 손으로라도 해달라고 했지만 와이프는 그것마저도 거절했다. 그런 와이프가 야속했는데 알고 보니 다른 사람을 위해 몸을 지킨 것이었다.나는 와이프의 매정함에 치가 떨렸다. 어떻게 40년을 꼬박 속였는지도 이해할 수 없지만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헤어지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면 그만인데 왜 내 제일 좋은 친구와 손잡고 나를 배신해 내 인생을 망쳤는지였다.생각하면 할수록 답은 나오지 않고 머리만 너무 아팠다.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찾을 수 있는 서랍을 다 찾으며 답을 찾으려 했지만 아무런 수확이 없었다.나는 와이프가 결혼 전 연애를 했지만 장인, 장모가 동의하지 않아 더 이어가지 못했다고 들었던 게 떠올랐지만 정확한 원인이 뭔지 몰라 형님에게 전화를 걸었다.형님은 내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아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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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인스타를 열어보니 와이프가 올린 스토리가 보였다. 와이프는 나이에 비해 아직 지적이고 우아했고 긴 머리도 흠잡을 데 없이 예쁘게 빗은 덕분에 젊었을 적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와이프는 문학과 교수였고 정우성은 문학평론가였다. 두 사람은 자주 이렇게 함께 앉아 문학작품을 토론했고 늘 도도하고 차갑기만 하던 와이프도 지금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멀지 않은 곳에는 가사라곤 전혀 해본 적 없는 아들이 정우성네 집 정원에서 가위로 가지를 치고 있었다. 어찌나 열심인지 땀을 닦는 것도 잊어버린 것 같았다. 전에 내가 가지를 쳐달라고 했을 때는 고속공포증이 있다면서 거절했는데 말이다.나는 심장이 너무 아파 허리를 숙였고 눈물이 그대로 왈칵 쏟아졌다. 지금까지 이 가정을 위해 해온 노력이 너무 우습게 느껴졌다.나는 남자였지만 가부장적이진 않았고 와이프가 모자란 나와 결혼해 준 걸 고맙게 생각해 공장을 그만두고 40년을 하루 같이 와이프와 아이들의 생활을 돌봤다. 매일 새벽 5시면 일어나 가족들의 아침을 준비해 줬고 아침을 먹고 나면 바로 설거지를 마치고 아들과 며느리가 출근하면 손주를 학교에 데려다줬다.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에 돌아오면 청소와 빨래까지 해야 했다. 집안일이 끝나면 얼른 장 봐온 반찬거리를 다듬고 점심을 준비했다. 점심 식사 준비가 끝나면 손주를 데리러 가야 했다. 손주는 가리는 음식이 많았는데 동그랑땡과 호박전, 새우튀김 같은 걸 좋아했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준비할 때면 시간의 여유가 없어 와이프에게 손주 좀 데려오라고 할 때가 있는데 와이프는 그럴 때마다 미간을 찌푸리며 서재에서 책보는 걸 방해한다고 구시렁댔다.나는 팽이처럼 바삐 돌아치며 쓰러질 듯이 피곤했지만 원망한 적이 없었다. 와이프가 아무 걱정 없이 학교에서 강의하고 창작할 수만 있다면 나는 기꺼이 내조하며 가정주부로 남아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얻은 건 배신뿐이었다.나는 존재감이 없는 남편일뿐더러 존재감이 없는 아버지였다. 내 위치를 깨닫고 나니 갑자기 정신이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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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아들은 내가 왜 메시지에 답장하지 않았는지 원망했다. 손주가 주방으로 쪼르르 달려가 동그랑땡을 찾았지만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나왔다.“할아버지, 동그랑땡은? 빨리 줘. 나 동그랑땡 먹고 싶어.”“없어.”이 말에 손주가 왈칵 울음을 쏟아냈고 며느리는 그런 손주가 마음 아팠는지 얼른 안고 달래기 시작했다. 아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내 앞에 성큼 다가왔다.“아빠, 미쳤어요? 오늘 전화해도 그냥 끊어버리더니 메시지는 답장도 안 하고 서준이가 좋아하는 동그랑땡도 만들지 않았네요. 오늘 하루 집에서 뭐 한 거예요?”아들은 마치 아빠가 아닌 가사도우미를 대하듯 숨도 쉬지 않고 원망했다. 나는 대꾸하는 대신 그런 아들을 조용히 쳐다보다 물었다.“너 고속공포증 없지?”아들이 멈칫하더니 켕기는 게 있는 듯한 표정으로 얼굴을 돌렸다.“고속공포증이 있다고 거짓말한 건 그냥 가지 쳐주기 싫어서 그런거고. 근데 다른 집 나무는 잘도 올라가더라?”“다른 집은 무슨 다른 집이에요.”아들이 다급하게 내 말을 잘랐다.“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저씨인데. 70이 넘는 나이에 높은 나무에 올라갔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그래서 조금 도와준 거지. 아저씨랑 친구 아니에요?”나는 아무 말 없이 한평생 아끼고 보살펴준 아들을 물끄러미 쳐다봤다.와이프는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에 모유 수유도 고작 한 달 하고는 분유로 바꿔버렸지만 아들은 분유가 입에 맞지 않아 새벽이면 배고파서 울음을 터트렸다. 그러다 연남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자체 제작 분유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폭우가 쏟아지는 날 열몇 킬로를 걸어 사가지고 왔다. 아들은 그제야 입에 맞는지 내 품에 안긴 채 꿀꺽꿀꺽 아주 잘도 마셨다. 배가 부른 아들은 작은 입으로 연신 깔깔 웃었고 나는 그 모습이 귀여워 볼살을 꼬집으며 어떻게 이렇게 귀여운지 생각했다.아들은 껌딱지처럼 나를 졸졸 따라다녔고 말문이 트이면서 한 첫마디가 바로 아빠였다. 학교로 들어가도 나와 자겠다고 칭얼댔지만 나는 남자아이는 크면 혼자 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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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나는 늘 아들에게 부드러운 편이었고 소리 한번 지른 적이 없었던 터라 아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른 가족도 내 태도에 놀랐는지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있었다.아들은 내 말에 체면이 구겨졌는지 화가 나서 문을 박차고 나갔다. 며느리는 오늘따라 이상한 내 태도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주를 안은 채 밖으로 나갔다.이지혜는 언짢은 표정으로 나를 질책했다.“아이들 다 너 때문에 화나서 나가니까 이제 만족해?”내가 들은 척도 하지 않자 이지혜의 표정이 굳어졌다.“이진수,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모르겠는데 그만해. 더 그러면 재미없어.”짜증이 잔뜩 묻어나는 말투는 이지혜의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는 걸 설명해 주고 있었다.“젠장. 사람 말 못 알아들어? 이혼하자는데 뭔 쓸데없는 말이 많아.”이지혜는 고상한 교수님이라 교양이 있었기에 아무리 화가 나도 비속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나는 달랐다. 세상에 존재하는 비속어란 비속어는 다 써서 욕하고 싶었고 지금 당장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내가 이렇게 험악하게 나온 건 처음이라 이지혜도 살짝 놀랐는지 가쁜 숨을 몰아쉬었지만 표정만은 여전히 덤덤했다.“갑자기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이번엔 그냥 넘어가 줄게. 이혼은 못 들은 걸로 할 거야.”이지혜는 이 말만 남기고 서재에 들어갔다. 나는 이지혜가 여전히 점잖은 척하자 너무 역겨워 속이 메슥거렸다. 나를 40년 가까이 속여놓고 한 치의 죄책감도 없는 걸 보면 낯가죽이 두꺼워도 여간 두꺼운 게 아닌 것 같았다.내가 성질을 부린다고 생각하니 나도 더는 입씨름하기 싫어 간단한 짐만 챙겨 인사도 없이 호텔에서 하룻밤 자고는 이튿날 기차에 몸을 실었다.내 고향은 북쪽에 위치해 있었는데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는 돌아온 적이 없었다. 마당에는 풀이 높이 자라 있었지만 다행히 집은 무너지지 않았다. 나는 시공팀을 불러 집을 간단히 정리했고 이틀도 지나지 않아 집이 다시 말끔해졌다.앞으로 여기서 지내야겠다는 생각에 채소 모종과 꽃모종을 사서 마당을 꾸밀 생각이었다. 모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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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텃밭에 모종을 심은 나는 작은 케이크를 사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것을 축하했다. 앞으로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을 살 것이다.케이크를 먹고 소파에 앉아 편안하게 티브이를 봤다. 티브이에 나오는 아름답고 웅장한 바다를 보며 나는 여행 한번 가본 적이 없다는 걸 발견했다. 블로그를 이리저리 뒤져보던 나는 결국 세연시를 선택했다.바다가 어떤지 보고 싶어 바로 기차역으로 가서 표를 사고는 짐을 가지고 기차에 올랐다. 바닷가에 도착한 나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아 두 팔을 쫙 벌리며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홀가분함과 자유를 느꼈다.순간 나는 생명의 의미를 찾은 것 같았고 살아있다는 걸 확실히 느끼게 되었다. 바다를 구경한 나는 현지 먹거리를 찾아다니며 이것저것 많이 먹었다. 어쩜 그렇게 맛있는지 가는 곳마다 일어나기 싫을 정도였다.나는 인스타를 하나 개설해 내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많은 사람이 내 좋아요를 누르며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떠나는 날 나는 너무 미련이 남아 마지막으로 한번 바다로 향했고 고개를 돌렸는데 익숙한 그림자가 보였다.전화하라고 했지 오라고 한 적은 없는데 보기만 해도 역겨운 이지혜가 앞에 나타나자 바다가 오염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런 이지혜를 힐끔 쳐다보고는 그대로 옆을 지나갔지만 몇 걸음 걸지 못하고 이지혜에게 손목을 잡히고 말았다.“여기 왔는데 왜 알려주지 않은 거야? 도대체 무슨 심술인데. 지금까지 잘 지내왔잖아. 왜 갑자기 이혼하겠다는 거야? 아들이 우성이네 집 가지를 쳐준 걸로 그래?”이미 다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이지혜가 다시 이 얘기를 꺼내자 서러움이 끝도 없이 튀어왔다.“우성? 참 친근하게도 부르네. 이지혜. 너 도대체 언제까지 나 속일 생각이야? 40년을 속이고도 모자라? 내가 뭘 잘못했다고 정우성이랑 짜고 나를 속여? 그날 컴퓨터만 닦지 않았으면 아마 죽는 날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겠지?”이지혜의 표정이 순간 변했다.“진수야...”“나 다 알아. 다 안다고. 맨날 학교가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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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이튿날, 호텔 방에서 나오는데 이지혜가 방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이지혜는 내가 나오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며 궁색한 표정을 지었다.“이혼 얘기하러 온 거 아니면 꺼져.”“진수야... 정말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면 안 될까?”“이지혜. 쇼 그만해. 나랑 이혼하고 정우성 만나면 되잖아. 기뻐도 모자랄 판에 이게 뭐 하는 짓이야?”“아이들한테 비밀로 하고 소문도 안 낼 거지?”나는 70이 넘는 나이지만 여전히 우아한 이지혜를 보며 갑자기 서글퍼지기 시작했다.‘하필 왜 이런 사람을 좋아했을까?’“잔말 말고 지금 바로 이혼 서류에 사인해. 아니면 너 학교에서 얼굴도 못 들고 다니게 당장 대자보 써서 붙일 거야.”이지혜는 내가 소문 내지 않는 대가로 모든 재산을 내게 넘겨줬다. 빈털터리가 된 이지혜에게 나는 한 달 내로 집에서 나가 달라고 요구했다.한 달 후, 다시 이지혜와 만난 곳은 법원이었다. 우리는 가져온 서류를 찢으며 완전히 돌아섰다. 멀지 않은 곳에 정우성의 차가 세워져 있었다.부동산을 처리하는 게 여간 복잡한 일이 아니었고 혹시나 사기를 당할 것 같아 차라리 다 세를 주기로 결심했다. 집이 5, 6채는 되었기에 매년 임대료만 받아도 잘 먹고 살 수 있었다.집에 돌아갈 때 비행기를 선택했는데 처음 타보는 거라 수속이 조금 번거로웠다. 하지만 돈이 있으면 안 될 게 없었고 2시간 만에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인스타에 너무 오래 게시물을 올리지 않았다는 생각에 고양이를 기르고 텃밭을 가꾸는 영상을 올렸다. 그냥 심심풀이로 올렸을 뿐인데 핫해질 줄은 몰랐다. 어느 한 동영상은 좋아요만 100만 개가 넘었고 팔로워도 몇만 명이나 늘었다. 그날 나는 축하의 의미로 만두를 직접 빚어서 삶았다.따듯한 만두를 입에 넣으려는 불청객이 찾아왔다. 아들이 기세등등해서 들어오더니 바로 캐묻기 시작했다.“아빠, 엄마랑 이혼했어요? 누구 맘대로 이혼해요? 나이도 많은데 쪽팔리지 않아요? 왜 자꾸 쪽팔릴 일을 만들어요? 내가 반대한다고 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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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그 뒤로 나는 내 생활을 즐기기 시작했고 내 계정도 점점 유명세를 탔다.가끔 라이브 방송을 켜면 많은 사람이 인사를 해왔고 지금도 잘생기고 기품 있으니 젊었을 적에 무조건 훈남이었을 거라며 칭찬하는 사람도 있었다.나는 그렇게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다. 고풍스러운 걸 좋아했고 어렸을 때는 공부도 곧잘 했다. 특히 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아는 시도 많았지만 집이 너무 가난했고 능력 있는 사람은 공부가 아닌 농사를 지어도 부자가 될 수 있으니 돈 낭비하기 싫다는 아버지의 말에 집에서 키우는 소가 먹을 풀이나 자르며 공부를 포기했다.만약 그때 공부를 했더라면 이지혜를 만날 일도 없고 일편단심으로 나를 좋아해 주는 와이프를 만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니 그냥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나는 전원생활을 공유하는 것 외에 시도 종종 썼는데 이게 더 큰 관심을 불러올 줄은 몰랐고 2달도 채 안 되는 사이에 내 팬은 100만 명으로 늘어나게 되었다.그러다 한 제작자의 전화를 받았다. 내 시가 너무 좋아서 가사로 쓰고 싶다는 말에 나는 흔쾌히 수락했고 노래가 나오자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내 시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많아지면서 출판사의 연락도 받고 작가 협회에서 보낸 가입 요청도 받았다.나는 바라왔던 대로 시인이 되었다. 에돌아오긴 했지만 다행히 종점에 잘 도착한 것이다.이지혜의 소식은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다. 결국 소원대로 정우성과 함께 살림을 차렸지만 체면을 위해 정우성과 결혼한다는 말은 못 하고 정우성을 아예 남편이라고 소개하며 금혼 파티를 열었다.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자 선남선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에 감동해 눈물을 흘렸다. 그들과 다시 만났을 때는 이미 2달이 지난 후였다. 나는 국제 문학상을 받기 위해 스위던으로 날아갔다. 그렇게 크게 알려진 상은 아니었지만 매우 의미가 있는 상이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내가 처음이었던지라 공항에 인터뷰하러 온 기자들이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게다가 내 책을 좋아하는 팬들과 일반 팬들도 모여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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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며느리가 아들의 등을 한 대 쳤다.“빨리 아버님께 사과드려. 평생 당신 아껴주고 보살펴준 분에게 그날 그런 몹쓸 말이나 했으니 얼마나 속상하셨겠어.”“아빠, 죄송해요. 내가 잘못했어요. 전에 그렇게 대한 거 후회하고 있어요.”“후회? 네가 나를 아버지로 생각하긴 하니? 그냥 집에 무료로 일하던 가사도우미가 없으니까 아쉬운 거지. 넌 후회 같은 거 안 해. 그냥 정우성이 내가 하던 만큼 집안일을 못 하니까 짜증 날 뿐이야. 네가 어렸을 때 했던 말 기억나? 영원히 아빠랑 함께 살면서 사랑해 주고 억울한 일 안 당하게 해준다고 하더니 어떻게 했는데? 넌 너희 엄마랑 똑같이 이기적이고 가식적이야. 난 영원히 용서할 생각 없어. 아이를 보살펴줄 사람 없으면 사람을 들여. 나 데려가서 무료로 쓸 생각하지 말고.”“난 이제 나를 위해서 살 거야. 지금은 내 사업도 생겼고. 이제 더는 밥하고 설거지하던 이진수가 아니야. 알아들어? 한 번만 더 나타나서 길 막아봐. 경찰에 스토킹으로 확 신고할 테니까.”나는 이 말만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뒤로 내 사업은 승승장구했고 문학 교수인 이지혜와 문학평론가인 정우성은 따라올 수도 없을 만큼 높은 지위까지 올라갔다.인플루언서인 데다 내 책을 좋아하는 팬들까지 많아져 판세만 해도 두 사람의 몇 년 치 연봉을 거뜬히 초과했다.그리고 이지혜와 정우성 사이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어느 날 부동산을 처리하려고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는데 길가에서 누군가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주변에는 구경꾼들이 몰려들었고 영상을 찍는 사람도 있었다.“머리가 하얗게 셌는데 아직도 그 버릇 못 고쳤어? 나 몰래 계속 다른 여자들 만나고 다녔지?”말이 끝나기 바쁘게 여자가 남자의 싸대기를 몇 방 후려갈기자 남자가 여자를 밀쳐내며 욕설을 퍼부었다.“이지혜. 이거 안 놔? 내가 네 남편이라도 돼? 내가 다른 여자를 만나든 말든 몇 명을 만나든 무슨 상관이야?”익숙한 이름이 들려 가까이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이지혜와 정우성이었다.“내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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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팬이 많기도 했고 70세 고령에 이런 성과를 얻었다는 것에 많은 네티즌들이 나를 동정했고 팔로워가 그새 폭등했다.댓글은 온통 나를 대신해 연놈을 욕하는 말들로 도배되어 있었다. 이지혜와 정우성도 그동안 쌓아왔던 이미지가 무너지는 바람에 핍박을 못 이겨 계정을 탈퇴했다.그렇게 잠잠해질 줄 알았는데 이지혜의 컴퓨터가 망가지고 말았다. 수리를 맡기러 갔는데 직원이 그 파일을 발견했고 마침 내 팬이었던 직원이 그 파일을 인터넷에 공개하자 인터넷이 뜨겁게 달궈지면서 이지혜와 정우성을 향한 악플이 다시 시작되었다.이지혜가 다니던 대학에서 이를 발견하고 전에 수여한 직함과 영예를 다 회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 내외가 이지혜를 데리고 집으로 찾아왔다. 그들은 손에 선물을 가득 들고 왔고 이지혜는 내게 금목걸이와 금반지까지 선물했다.“여보,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제발 용서해 줘. 이제 당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알겠어.”사랑이 가시자 이지혜의 늙어빠진 모습이 그렇게 역겨울 수가 없었다.“진수야, 나 너 없으면 안 돼. 우리 그렇게 오랜 세월을 함께 해왔는데 이렇게 싹둑 잘라버리는 게 어딨어. 너 없이 며칠째 밥도 못 먹었어. 네가 떠난 뒤로 밥을 배불리 먹어본 적이 없어.”이지혜의 눈가에는 눈물까지 맺혀 있었다.“그러면 굶어 죽든지.”“진수야, 나 잘해줬잖아. 갑자기 왜 이렇게 매정해진 거야?”“그걸 말이라고 해? 한평생 잘해줬지. 근데 너는 어떻게 했는데? 난 그냥 너희들이 짜놓은 계획 중 하나일 뿐이잖아. 내가 생식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나와 결혼해서는 40년을 가지고 놀았어. 한 번뿐인 인생을 그렇게 망쳐놓고 무슨 낯짝으로 다시 찾아온 거야? 차라리 벽에 머리 박고 죽지 그랬어.”“아빠, 엄마가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한 건 맞아요. 그래서 그 벌로 모든 걸 잃었잖아요. 그러니 이제 용서해 주세요.”“닥쳐. 그리고 너. 내가 힘들게 키워놨더니 원수를 아버지로 삼아? 너는 뭐 떳떳해? 아빠는 잘도 부려 먹으면서 그 자식은 가지 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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