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88화. 하나도 안 변했네

Author: 월야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0 18:33:46
“사람이 5년 동안 계속 똑같이 살 수는 없잖아.”

서윤의 대답은 담담했다.

은채는 더 캐묻지 않았다. 대신 남은 김밥을 밀폐용기에 옮겨 담으며 슬쩍 말을 돌렸다.

“그래도 너무 재미없는 인간으로 변하진 마. 대학 때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데.”

“네가 사고 치면 뒤에서 수습한 건 항상 나였지.”

“기억까지 왜곡됐네.”

서윤이 작게 웃자 은채도 따라 웃었다.

휴대전화가 울렸다.

“네, 다혜 씨.”

수화기 너머로 빠른 목소리가 쏟아졌다.

“박사님, 장비 보정 끝났는데 결과가 똑같아요. 제가 맞았습니다. 시료 건드리지 마시고 바로 오세요.”

서윤의 표정이 금세 진지해졌다.

“원데이터 열어놨어요?”

“네. 그리고 오후 실험 취소하면 안 됩니다.”

“그건 내가 보고 결정할게요.”

전화를 끊은 서윤이 재킷을 집어 들었다.

은채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쳐다봤다.

“너 이사한 지 하루 됐어.”

“알아.”

“이 집을 이렇게 해놓고 어디 가?”

“연구실.”

은채가 피식 웃었다.

“역시 하나도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이혼하자 국가가 나를 보호하고, 전남편이 집착하기 시작했다   147화. 천재는 증명으로 말한다

    “그럼 확인해 보겠습니다.”그녀는 검증위원장의 허락을 받아 공개 가능한 단순화 모델을 실행했다.화면 속 출력값이 천천히 올라갔다.처음에는 정상 범위를 유지하던 수치가 특정 지점을 지나자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기술 담당자가 모니터를 가까이 들여다봤다.“신호 편차가 커지고 있습니다.”서윤은 프로그램을 멈추지 않았다.“이 상태에서 출력을 더 올리면 어떻게 될까요?”정우석은 대답하지 않았다.잠시 뒤 경고 표시가 나타났다.화면 한쪽의 그래프가 급격하게 꺾였다.객석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서윤은 그제야 프로그램을 정지시켰다.“제가 7년 전에 발견했던 문제입니다.”그녀는 오래된 연구 노트의 한 페이지를 화면에 띄웠다.손으로 그린 도식 옆에는 당시 기록한 실험 결과와 수정 방향이 적혀 있었다.“이 구조로는 원하는 출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없어서 설계를 바꿨습니다.”서윤은 수정된 구조를 새 화면에 불러왔다.정우석은 굳은 얼굴로 화면을 바라봤다.그녀가 몇 개의 연결 방식을 바꾸고 제어 조건을 조정하자 그래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하지만 출력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자 예상하지 못한 경고창이 나타났다.기술 담당자가 급히 프로그램을 확인했다.“잠깐만요. 현재 검증 환경에서는 이 조건을 지원하지 않습니다.”정우석이 곧바로 마이크를 잡았다.“보셨습니까? 실제로 구현할 수 없는 설계를 가지고 자신이 완성했다고 주장하는 겁니다.”그는 검증위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제가 7년 전에 연구 중단을 권고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이론만 앞서 있고 현실적인 검증이 부족했어요.”서윤은 경고창을 확인했다.잠시 뒤 그녀의 손가락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프로그램에 설정된 기본 조건이 다르네요.”그녀는 기술 담당자를 바라봤다.“현재 환경에서 지원하는 제어 범위를 확인해 주시겠어요?”담당자가 값을 알려주자 서윤은 화면의 설정을 바꾸었다.정우석이 비웃듯 말했다.“이제 와서 조건을 바꾸면 처음 주장과 달라지는 것 아닌가?”서윤은

  • 이혼하자 국가가 나를 보호하고, 전남편이 집착하기 시작했다   146화. 당신이 만들었다면 다시 만들어봐

    “한 박사, 정말 본인이 만들었다면 그 당시 연구자료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서윤은 마이크를 잡은 채 잠시 그를 바라봤다.“교수님께서 확인하신 자료도 있습니다.”정우석의 표정이 굳었다.“무슨 뜻이지?”“당시 교수님께 제출한 설계 보고서입니다. 연구실 서버에도 제출 기록이 남아 있을 겁니다.”정우석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검증위원장이 서류를 살피며 물었다.“해당 자료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습니까?”정우석은 마른침을 삼켰다.“오래전 자료라 지금 당장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설령 제출 기록이 있다고 해도 지도교수에게 보고했다는 사실만 증명할 뿐이지요.”그는 다시 여유를 되찾으려는 듯 안경을 고쳐 썼다.“결국 중요한 건 누가 그 기술을 실제로 완성했느냐는 겁니다.”정우석은 자신의 논문이 띄워진 화면을 가리켰다.“한 박사가 주장하는 원천기술은 제가 4년 전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검증받았습니다. 그 이전에 작성했다는 자료가 있더라도 완성된 기술이라는 증거가 없다면 의미가 제한적입니다.”서윤은 그의 말을 끝까지 들었다.그때 객석 뒤쪽에 앉아 있던 도준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재헌 역시 단상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정우석은 한층 자신감을 얻은 듯 말을 이어갔다.“한 박사, 연구는 말로 하는 게 아닙니다. 자료가 없으면 증명할 수 없어요.”그가 화면을 손끝으로 두드렸다.“그리고 이 설계가 정말 본인 것이라면, 지금 여기서 다시 만들어보면 되지 않겠습니까?”순간 강당 안이 조용해졌다.검증위원장도 예상하지 못한 요구였는지 정우석을 바라봤다.“정 교수님, 현장에서 설계를 재현하는 것은 사전에 협의된 절차가 아닙니다.”“제안일 뿐입니다. 본인이 처음부터 만들었다면 구조와 작동 원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테니까요.”정우석은 서윤을 향해 희미하게 웃었다.그가 내민 도전은 단순한 기술 검증이 아니었다.7년 전 연구실에서 자신에게 매달리던 학생이 지금도 자신의 권위 앞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믿는 얼굴이었다.서윤

  • 이혼하자 국가가 나를 보호하고, 전남편이 집착하기 시작했다   145화. 그 여자를 갖겠습니다

    “한 박사님이 싫다고 하면 거기서 멈추십시오. 적어도 제 앞에서는.”재헌의 얼굴이 험악해졌다.“당신이 뭔데?”도준은 짧게 웃었다.“그 질문에 대답할 자격은 앞으로 얻을 생각입니다.”그는 서윤 쪽으로 몸을 돌렸다.“들어가시죠. 시간이 다 됐습니다.”서윤은 두 남자를 번갈아 보다가 현석과 함께 검증장 안으로 들어갔다.도준은 그녀가 먼저 들어가도록 기다린 뒤 재헌에게 마지막으로 시선을 돌렸다.“강 대표님.”재헌이 그를 노려봤다.“저는 원하는 여자를 다른 남자 눈치 보면서 만나는 사람이 아닙니다.”그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단호했다.“한서윤 씨가 저를 선택하게 만들 겁니다.”도준은 더 말하지 않고 돌아섰다.재헌은 그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권도준은 단순히 서윤을 도와주는 남자가 아니었다.그는 처음부터 서윤을 원하고 있었다.그리고 이제 그 욕망을 숨길 생각조차 없었다.오전 열 시, 공개 검증이 시작됐다.검증위원회는 양측의 발표를 듣고 제출 자료의 작성 시점과 연구 기여도, 설계의 독창성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정우석이 먼저 단상에 올랐다.그는 준비된 화면에 자신의 논문과 연구과제 수행 내역을 띄웠다. 국가 연구과제 책임자 경력과 학회 수상 실적, 정부 포상 기록이 차례로 나타났다.“이 연구는 오랜 기간 여러 연구자가 참여해 발전시킨 결과입니다. 특정 학생이 혼자 완성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성격의 기술이 아닙니다.”그는 여유로운 태도로 발표를 이어갔다.“한서윤 박사가 대학 시절 연구실에서 일부 기초 자료를 작성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현재 기술의 독자적인 원천 연구자라는 의미는 아닙니다.”객석의 연구자들 사이에서 작은 웅성거림이 일었다.정우석은 그 반응을 확인한 뒤 서윤 쪽을 바라봤다.“학문은 개인의 기억이나 주장만으로 평가되지 않습니다. 객관적인 자료와 검증된 성과가 있어야 합니다.”그의 발표가 끝나자 검증위원 한 명이 서윤에게 발언을 요청했다.서윤은 준비한 자료를 들고 단상으로 올라갔다

  • 이혼하자 국가가 나를 보호하고, 전남편이 집착하기 시작했다   144화. 내 아내였던 여자

    도준은 그 변화를 부정하지 않았다.그는 원래 원하는 것이 생기면 시간을 들여서라도 손에 넣는 남자였다.다만 한서윤은 계약서에 서명한다고 얻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 사실이 오히려 그를 더 깊이 끌어당겼다.그때 기자 한 명이 무리하게 다가오며 서윤의 어깨를 밀쳤다.서윤이 중심을 잃는 순간, 도준의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단단한 팔에 붙들린 서윤의 몸이 그의 가슴 쪽으로 가까워졌다.“조심하십시오.”도준의 목소리가 차갑게 변했다.그는 기자를 바라보며 낮게 경고했다.“취재는 하셔도 됩니다. 사람을 밀지는 마십시오.”기자는 그의 눈빛에 압도된 듯 한 걸음 물러섰다.서윤은 허리에 닿은 손을 의식하며 고개를 들었다.“괜찮아요. 이제 놔주셔도 돼요.”도준의 시선이 그녀에게 내려왔다.“확실합니까?”서윤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천천히 팔을 풀었다.그러나 손이 떨어지는 순간까지 두 사람의 시선은 맞닿아 있었다.도준은 그녀의 귓가에만 들릴 만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런 식으로 가까워지는 건 제 계획에 없었는데.”서윤의 얼굴에 옅은 열기가 올랐다.“대표님.”“압니다. 지금은 안 되죠.”그는 태연하게 웃으며 그녀의 가방을 다시 들었다.“나중에 제대로 하겠습니다.”서윤은 무슨 뜻이냐고 묻지 못했다.도준의 눈빛이 지나치게 노골적이었기 때문이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재헌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그는 오세진과 함께 검증장에 도착한 참이었다.재헌은 서윤의 허리에 닿았던 도준의 손을 똑똑히 보았다.그보다 더 거슬린 것은 서윤의 반응이었다.그녀는 도준을 밀어내지 않았다.오히려 그를 올려다보며 얼굴을 붉혔다.재헌은 곧장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한서윤.”서윤이 돌아봤다.“재헌 씨도 왔어요?”“당연히 와야지. 이런 일이 생겼는데.”재헌의 시선이 도준에게 향했다.“가방 이리 줍시다.”도준은 움직이지 않았다.“제가 들고 가겠습니다.”“권 대표가 굳이 그럴 필요 없잖습니까.”도준은 서윤을 한 번 바라

  • 이혼하자 국가가 나를 보호하고, 전남편이 집착하기 시작했다   143화 참고 있는 겁니다

    그는 지난밤 발견한 자료 제출 확인서를 떠올렸다.한서윤이 연구자료를 제출했고, 자신이 직접 확인했다는 기록이었다. 서명까지 남아 있었다.그 종이를 발견한 뒤부터 정우석은 연구실의 오래된 서류를 다시 뒤지고 있었다. 다행히 자신이 보관한 보고서에는 연구실 외부로 반출된 기록이 없었다.하지만 한서윤이 당시 제출한 자료의 사본을 가지고 있다면 문제가 달라졌다.“한서윤이 제출한 자료 중에 설계 수정 기록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봐.”조교수가 고개를 들었다.“학회에서 양측의 제출 자료를 아직 공개하지 않았습니다.”정우석은 의자에 등을 기대며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그럼 공개 검증 자리에서 확인하면 되겠군.”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변호사를 바라봤다.“자료가 없으면 증명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세요. 오래된 노트 몇 장으로 국가 연구 성과를 뒤집을 수는 없으니까.”변호사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정우석은 이미 결론을 정한 사람처럼 말을 이었다.“그리고 검증위원들에게도 알려. 한서윤이 주장하는 기술은 내가 발표한 논문을 기반으로 발전한 것이라고.”그의 목소리에는 오랜 세월 학계에서 자신의 말이 통했던 사람 특유의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그는 아직 한서윤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 검증 당일 아침, 한국과학기술대학교 대강당 앞에는 취재진과 연구자들이 몰려들었다.공식적으로는 학회가 주관하는 연구윤리 공개 검증이었지만, 국가 핵심 기술과 관련된 사안인 만큼 관심이 컸다.서윤이 현석과 함께 건물에 도착했을 때 입구에는 이미 방송 카메라 여러 대가 설치되어 있었다.기자들이 그녀를 알아보고 움직이기 시작했다.“한서윤 박사님, 오늘 결과에 자신 있으십니까?”“정우석 교수 측에서는 박사님 자료의 출처를 문제 삼고 있는데요!”서윤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출입 등록대로 향했다. 현석이 서류 가방을 내려놓고 신분 확인을 하는 동안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다가왔다.권도준이었다.짙은 남색 정장에 넥타이를 느슨하게 맨 도준

  • 이혼하자 국가가 나를 보호하고, 전남편이 집착하기 시작했다   142화 내 연구를 훔친 교수

    공개 검증을 사흘 앞둔 오전, 서윤은 한국과학기술대학교에서 보내온 공문을 읽고 있었다.학회가 구성한 검증위원회는 양측에 연구 원자료와 설계 과정에 대한 증빙을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검증 당일에는 연구 기여도에 관한 질의와 기술적 재현 가능성에 대한 확인도 진행할 예정이었다.문제는 마지막에 첨부된 조건이었다.원자료의 작성 시점과 출처가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을 경우, 해당 자료는 연구 기여도를 판단하는 보조 자료로만 활용한다.현석은 그 문장을 읽자마자 얼굴을 찌푸렸다.“이거 정우석 교수한테 유리한 조건 아닙니까? 그 사람은 이미 논문을 발표했고 정부 과제까지 수행했잖아요. 박사님은 당시 연구실 학생이었고요.”서윤은 공문을 내려놓고 책상 위에 펼쳐진 자료를 살폈다.7년 전 연구 노트 세 권과 개인 저장장치에 남아 있던 설계 파일, 수정 날짜가 기록된 작업 내역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그래서 설계 과정을 보여주려는 거예요.”“그런데 상대가 원자료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나오면요?”서윤은 오래된 노트를 펼쳐 한 페이지를 가리켰다.“이건 제가 처음 만든 구조예요. 그리고 이쪽은 실험하면서 수정한 구조고요. 두 설계가 왜 다른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실제로 연구한 사람이겠죠.”현석이 노트를 들여다보는 동안 서윤은 정우석의 논문을 다시 열었다.그가 발표한 설계에는 자신이 오래전 폐기했던 구조가 남아 있었다. 당시 서윤은 그 오류를 해결하지 못하면 실제 장비에 적용할 수 없다는 사실까지 확인했지만, 정우석의 논문에서는 오히려 그 구조를 핵심 성과로 소개하고 있었다.서윤은 수정된 설계도와 실험 기록을 별도 파일로 묶었다.“공개 검증 때 이것도 보여주실 겁니까?”“필요하면요. 다만 처음부터 전부 공개하지는 않을 거예요.”서윤은 국가 핵심 엔진과 연결된 자료를 따로 분리했다. 공개할 수 있는 초기 연구와 보안이 필요한 후속 기술은 구분해야 했다.현석은 그녀가 자료를 정리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박사님, 화나지 않으세요?”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