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차 자체 성능도 좋았고 이미 튜닝까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리어 윙 각도까지 세밀하게 조정된 상태였다.“고마워요.”지나윤은 그렇게 말하고 차에 타려던 순간, 우원재가 여자의 팔을 붙잡았다.“지나윤, 진짜 조심해. 이안영 상대하기 쉽지 않아. 코너링은 거의 완벽하고, 마지막 직선 가속도...”“응, 알겠어.”지나윤은 은회색 페라리에 올라탔고, 이안영은 레드 포드에 탔다.우원재와 구경꾼들은 고가도로 위로 올라갔다.이 시간대의 이 고가도로는 통제 중이어서, 길거리 레이스를 구경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우원재는 두 손을 꽉 쥐고,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긴장했다.혹여나 지나윤이 질까 봐 두려웠다.낯선 코스에, 직접 세팅한 차도 아닌 상황이었다.이번에 지나윤이 나선 건 전부 자신 때문이었다.만약 지나윤이 지면, 자신이 가진 지분까지 이안영에게 넘어가게 되는 셈이었다.그랬기에 우원재는 생각할수록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괜히 뭐든 들어주겠다는 말을 해서 이 사단이 난 것이었다.그런 생각이 들자 우원재는 머리를 툭툭 쳤다.그때는 이안영이 지분을 요구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우원재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빨간 포드에 시선을 고정했다.이안영은 재벌가의 양녀였지만 욕심도 크고 배포도 컸다.두 대의 차량이 준비를 마치고 심판이 시작을 알리자, 두 차량은 동시에 총알처럼 튀어 나갔다.구경꾼들은 애초부터 지나윤이 망신당하는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특히 출발 직후, 이안영의 빨간 포드는 순식간에 지나윤의 은회색 페라리를 따돌렸다.그러나 환호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첫 번째 코너에서 상황이 뒤집혔다.이안영이 브레이크를 밟아 감속하는 순간, 지나윤의 은회색 페라리가 갑자기 가속했다.“미친 거 아니에요?”“저 여자 자살하려는 거에요?”“저러다 바로 가드레일 박고 뒤집힐 거예요! 구급차 준비해요!”구경꾼들뿐 아니라, 우원재도 지나윤의 선택이 지나치게 무모하다고 느꼈다.하지만 모두가 사고를 확신한 그 순간, 지나윤은 손 브레이크를 당겼다.
주변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우원재는 눈을 크게 뜬 채 말을 잇지 못했다.“당신 뭐라고 했어요?”“당신이 가지고 있는 당신 집안 회사 지분 전부 달라고 했잖아요.”이안영이 다시 한번 미소를 띠며 말했다.우원재는 현재 YS그룹의 2대 주주였다.그 지분을 전부 넘긴다면, 이안영은 곧바로 YS그룹의 실질적인 2인자가 되는 셈이었다.우원재는 아무리 생각해도, 단순한 길거리 레이스 한 판으로 집안 지분을 요구받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남자가 한 번 한 말은 돌이킬 수 없는 거예요. 설마 여기서 말을 주워 담을 생각이에요?”“난...”우원재는 말문이 막혔다.수많은 시선이 자신을 향해 쏠리고, 이안영의 압박까지 더해져 꼼짝도 못 하던 순간이었다.그때,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짚자 우원재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이안영 씨, 저랑 한 판 붙어 볼래요?”지나윤은 한 손으로 우원재의 어깨를 누른 채, 침착하게 이안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제가 이기면, 우원재가 약속한 조건은 무효로 하고, 이안영 씨가 이기면, 제가 가진 HF그룹 지분까지 걸죠. 어때요?”이안영은 아무렇지 않게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지나윤을 위아래로 훑어봤다.지나윤은 정장 차림이었고, 어느 쪽으로 봐도 길거리 레이스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이번에 C국에 온 이유가 전석준 판사를 만나기 위해서였으니, 당연히 그런 차림일 수밖에 없었다.주변에 모인 사람들 대부분은 이안영의 팬이었다.그랬기에 그 사람들의 눈에 지나윤은 그저 관심을 끌려는 사람처럼 보였다.“어디서 온 사람이지? 레이싱이 뭔지는 아는 건가?”“레이싱은커녕 평소 출퇴근도 남자친구가 운전해 주는 거 아닌가?”“핸들 잡아 본 적은 있는 건가요?”“지금 누구한테 도전하는지 알고는 있어요?”“이안영은 C국 레이싱 여신이라고요!”“그것보다 차는 있긴 해요? 당신 차는 보이지도 않는데요?”사람들은 지나윤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비웃었다.우원재마저 지나윤의 귓가에 다가와 낮게 말했다.“이안영 진짜 만만한 상대 아
이번에 지나윤이 이씨 집안 사람들과 식사를 한 것도, 결국 이씨 집안이 지나윤에게 유시진의 아내 자리를 이안영에게 넘기게 하려는 목적 때문이었다.결국 모든 이유는 유시진 때문이었다.장우영 개인적으로는 지나윤과 이씨 집안 사이에 따로 조사할 만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유시진의 지시가 있는 이상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도로 건너편에서 지나윤이 이원호와 채윤화를 향해 거칠게 쏟아내듯 말한 뒤, 분을 참지 못한 채 자신의 차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장우영이 물었다.“앞으로도 지나윤 씨 계속 따라갈까요?”유시진은 깊은 눈으로 지나윤의 흰색 BMW3 시리즈가 점점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봤다.지나윤은 속이 뒤집힌 채 빠르게 차를 몰았다.이미 어느 정도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었지만, 운명은 또다시 자신을 이씨 집안과 얽히게 만들고 있었다.지나윤은 운전하면서 억지로 다른 생각을 하려 했다.그때, 길가에 모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원재를 발견했다.어느새 해가 저물고 있었고, 그 사람들은 길거리 레이스를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지나윤은 차를 천천히 세우고 시선은 우원재에게 꽂혔다.“설마 우원재 여기서 레이스 하려는 거야?”말이 끝나기도 전에 휴대폰이 울렸는데 발신자는 우원재였다.“여보세요, 우원재?”[지나윤,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절대 못 맞힐걸?]지나윤은 앞 유리를 통해, 사람들 사이에서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 우원재를 바라보며 말했다.“너 C국에 있잖아.”[와, 그거 어떻게 맞혔어?]지나윤은 웃음을 참고,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우원재의 말을 들었다.[그럼 내가 C국에서 뭐 하는지는 절대 못 맞히겠지?]“길거리 레이스 중이잖아.”[너 초능력 있냐? 어떻게 다 맞혀?]우원재가 놀라면 놀랄수록, 지나윤은 더 웃음이 나왔다. 자신이 지금 C국에 있고, 바로 차 안에서 우원재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려던 순간, 우원재가 다시 포기하지 않고 물었다.“그럼 내가 누구랑 레이스하는지는 절대 못 맞힐걸?”이 질문은 확
눈물이 터질 듯한 채윤화의 표정과는 대조적이게, 지나윤은 두 팔을 끼고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그래요. 늘 어쩔 수 없었겠죠.”예전에 자신을 소년원에 보낼 때도 그랬고, 지금 이혼을 권할 때도 마찬가지였다.다행인 건, 어차피 이혼은 본래 지나윤이 원했던 일이었다.이 기회에 이씨 집안의 인맥까지 얻었으니 손해 볼 건 없었다.“비록 네가 원래부터 유시진 대표랑 이혼하려고 했다고 해도, 어쨌든 나랑 네 아버지는 네 결혼을 깨뜨린 데에 대해 보상은 해야 한다고 생각해.”“여기 몇 개 프로젝트를 봐 봐.”채윤화는 말하며 여러 개의 파일을 꺼내 지나윤에게 건넸다.“이 프로젝트들 다 괜찮아. 난주 쪽 부지는 먹거리 타운으로 개발하기 좋고. 동성 쪽은 병원 건립 예정이고 또 희토류 채굴도 있고...”채윤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나윤은 파일을 탁하고 다는 소리가 나게 덮었다.“전부 다 가져갈게요.”“뭐라고?”이원호와 채윤화가 동시에 되물었다.지나윤은 태연하게 웃었다.“못 들으셨어요? 전부 다 가져간다고요.”“이건...”이원호와 채윤화는 곧바로 망설였다.이 프로젝트들은 모두 확실한 수익이 보장된 것들이었지만 지나윤 한 사람에게 전부 넘길 수는 없었다.만약 집안 어른이 알게 되면, 이 프로젝트들은 전부 회수될지도 몰랐다.“왜요? 원래는 당신들 애지중지 키운 딸한테 줄 예정이었던 거죠? 지금은 양심을 조금 덜 찔리게 하려고 하나만 떼어 나한테 던져 주려는 거고요?”“나윤아...”이원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지나윤은 파일들을 전부 식탁 위에 던져 버렸다.“다 줄 거면 다 주고 아니면 하나도 필요 없어요.”그 말을 남기고 지나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돌아섰다.“나윤아!”이원호가 크게 불렀다.“어쨌든 나랑 네 엄마는 네 친부모야.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 않냐? 우리한테 그렇게까지 냉정하게 대해야 하겠어?”지나윤은 등을 보인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친부모라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요?”지나윤은 돌아서서 이원호와
장우영은 가장 빠른 속도로 유시진이 지시한 일을 조사해 냈다.“대표님...”장우영이 병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유시진이 잠들지 못하고 있을 거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대표님, 지나윤 씨는 이전에 이원호 씨 집안 사람들과 접촉한 적이 있어요.”“유현진 변호사는 이씨 집안의 법률 고문이고, 이원호 장관님께서 직접 지나윤 씨에게 소개한 인물이에요.”“그리고 지나윤 씨는 이원호 장관님을 만난 당일 C국에서 부동산을 매입했어요.“게다가 지나윤 씨는 이전부터 C국에 개인 회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C국 법률 기준으로는 확실히 C국 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요.”유시진은 담담하게 듣다가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판사도 미리 접촉했겠지?”“이원호 장관님과 관계가 깊은 전석준 판사예요.”“좋아.”유시진은 손등에 꽂혀 있던 주삿바늘을 그대로 뽑아냈다.“대표님.”“차 준비해. C국으로 갈 거야.”장우영의 눈이 크게 떠졌다.“대표님, 지금 한밤중이에요”“C국에 도착하면 딱 날이 밝겠지.”“하지만 아직 몸 상태가 퇴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시잖아요.”“언제부터 말이 그렇게 많아졌지?”유시진의 날카로운 시선에 장우영의 등골이 서늘해졌다.“지금 바로 준비할게요.”C국.전석준 판사 사무실.“지나윤 씨, 이원호 장관님의 소개로 오셨으니 모든 건 원만하게 진행될 거예요.”“다시 한번 확인할게요. 지나윤 씨의 요구는 이혼, 그리고 HF그룹 지분 최소 절반 확보하는 것, 맞나요?”“네.”지나윤은 고개를 끄덕였다.“현재 제출하신 증거라면 요구를 달성하는 건 어렵지 않으니 안심하셔도 좋아요.”“감사드려요, 판사님.”지나윤은 전석준과 악수를 나눈 뒤 법원을 나섰다.하지만 지나윤은 불과 30분 전, 유시진도 전석준을 따로 만났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경미관.지나윤이 룸 안으로 들어서자, 이미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던 이원호와 채윤화가 눈에 들어왔다.두 사람의 시선은 몹시 복잡했지만 지나윤의 눈빛은 단순하고도 분명했다.그리고
지나윤은 백이천을 바라보며 옅게 미소 지었다.백이천은 그 맑고 큰 눈동자는 마치 불꽃놀이를 본 것만 같이 반짝거렸다.“네 말 들을게.”지나윤은 휴대폰을 가져와 전화를 끊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폰이 다시 울렸고 여전히 유시진의 전화였다.이에 지나윤은 다시 전화를 끊었다.세 번째로 전화가 걸려 왔을 때, 지나윤은 자신의 휴대폰을 백이천에게 건네며 대신 받으라는 눈짓을 보냈다.유시진이 자신이 지금 백이천과 함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더 이상 귀찮게 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여보세요?”병실에서, 유시진은 백이천이 지나윤의 전화받은 것을 안 순간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지나윤, 옆에 있나요?]“당연히 있죠.”백이천은 단호하게 대답했다.“나윤이랑 지금 데이트 중이에요. 불꽃놀이 보고 있고요.”백이천은 일부러 휴대폰을 조금 멀리 들어, 전화기 너머로 불꽃놀이 소리가 들리게 했다.펑펑 터지는 소리는 마치 유시진의 가슴을 두드리는 주먹 같았고, 유시진은 몇 번 기침을 참지 못했다.[지나윤 바꿔요.]유시진의 명령조 말투에 백이천은 순간 멈칫했다가 이내 웃음을 지었다.“대표님, 아직도 모르겠어요? 나윤이가 대표님 전화를 받기 싫으니까, 대신 제가 받은 거잖아요.”전화기 너머의 유시진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그리고 이어진 것은 긴 침묵이었다.이에 유시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전화를 끊지도 않았다.백이천도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지 않았다.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지나윤은 아무렇지 않게 음료를 마셨다.유시진이 왜 전화를 했는지 지나윤은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다.이 시간쯤이면, 이혼 합의서는 이미 유시진에게 전달됐을 것이니까.유시진은 똑똑한 사람이었다.C국까지 가서 패소할 게 뻔한 이혼 소송을 벌이기보다는, 차라리 이혼 합의서에 서명하는 편이 나을 것이었다.이번 이혼 합의서에서 지나윤은 빈손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의 공동 재산을 합리적으로 나누고, 현재 각자가 보유한 HF그룹 지분을 반반씩 나누었다.
“곧 손주며느리는 아니게 될 거예요.”문지혁이 말을 마치자마자 지나윤이 날카롭게 한마디를 내질렀고, 우원재의 얼굴빛도 순식간에 변했다.문지혁은 금테 안경을 밀어 올리며 지나윤을 한 번, 우원재를 한 번 번갈아 보았다.“왜요? 내가 한 말이 틀린 말은 아니잖아요?”지나윤은 입을 열었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문지혁의 말은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유희봉이라는 어른이 있는 자리에서 그렇게 말할 일은 아니었다.지나윤의 시선을 느낀 문지혁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지혁이 말이 맞아 나무라지 마. 틀린 말
오진헌은 지나윤의 얼굴빛이 순간 차갑게 가라앉는 걸 알아챘다.“법적으로 보면 그 두 사람은 이미 나랑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그리고 지나윤은 그 둘이 자신을 그리워할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이에 오진헌은 어깨를 으쓱했을 뿐 더 묻지 않았다.“그나저나 오는 비행기에서 웃긴 얘기 하나 들었는데, 들어볼래?”화제가 갑자기 바뀌어 버리자 지나윤은 잠시 멍해졌다.하지만 오진헌은 어릴 때부터 늘 지나윤에게 농담을 들려주곤 했고, 그때마다 여자는 배를 잡고 웃었다.지나윤의 기억 속에서, 소년원에서 나온 뒤로는 다시는 그런 이야기를
장우영에게 한약을 건넨 뒤, 지나윤은 차를 몰아 신월 팰리스로 향했다.지나윤은 박시현과 약속이 있었는데 결혼식에 사용할 액세서리를 전달하기로 한 약속이었다.신월 팰리스는 지나윤에게 낯선 곳이었고 이번이 처음 방문이었다.박시현은 메시지로 결혼 준비로 바빠 직접 가지 못하니 조수를 보내 두겠다고 했다.오후 2시에 3동으로 오면 된다는 말도 함께였다.지나윤은 경비원에게 길을 물은 뒤, 안내 표지판을 따라가며 3동을 찾기 시작했다.“나윤 씨.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이름을 불렀다.지나윤은 소리를 따라 돌아섰고, 커다랗게 뜬 눈
장우영은 뜻밖의 대접에 적잖이 놀랐다.지나윤과 유시진의 이혼은 이제 시간문제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아직 법적으로는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그랬기에 지금 이 순간까지도 지나윤은 명목상 장우영의 상사인 유시진의 아내였다.그런 지나윤과 단둘이 식사한다는 게 장우영으로서는 어딘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다만 통화할 때의 뉘앙스로 보아, 지나윤이 무언가 부탁할 일이 있어 자신을 부른 것 같다는 점은 느낄 수 있었다.유시진의 최측근 비서로 알려진 장우영은 외부에서 보기에도 꽤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었다.장우영을 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