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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누군가는 찾아야 한다

Author: 하민오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15 05:37:57

서재를 나온 네리나가 터벅터벅 방을 향해 가자 어디선가 나타난 케인과 샤인이 그녀의 뒷통수를 한 대씩 때리고는 키득대며 사라졌다. 이사벨라는 조각상 뒤에 숨어 있다가 발을 걸어 넘어지게 했다.

‘이게 일상이었지, 참.’

벤자민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은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았는데 이들 모두는 태연해 보였다.

방으로 돌아온 네리나가 홀로 생각에 빠졌다.

‘나 혼자 구하러 갈 수는 없어. 어디인지도 모르고.’

문득 눈에 동화책 한 권이 들어왔다. 에스텔라가 네리나의 수준에 맞는 책을 줄 테니 서재에 얼씬도 말라며 두고 간 어린이용 동화책이었다.

“용사 바숨과 7인의 기사들…. 맞아, 난 동료가 필요해!”

네리나는 자신을 담당하는 하녀에게 사정사정하여 큰 종이 몇 장을 구해왔다.

‘원정대 모집’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재산이 얼마더라.”

“형을 구하러 가려고?”

“엄마야!”

케인이었다. 그녀의 방에, 그것도 밤에, 노크도 없이 들어왔다는 사실에 네리나가 화를 내려 할 때였다.

“원정대를 모집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잖아. 그런데 그쪽은 빈털터리나 마찬가지고.”

“나, 나도 알아.”

“드래곤을 죽일 거야?”

불쑥 들어온 물음은 제법 진지했다. 네리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벤자민만 데리고 튈거야.”

“그러면 드래곤 레어의 보물들을 보상으로 내걸 수는 없겠군.”

“무슨 상관이야!”

“내가 상관이 없는 사람 같아?”

“그러면 네가 직접 가지 그래?”

“…형님이 없으면 내가 후계자야. 나는 후계자로서 가문을 지켜야 해.”

케인이 우물쭈물 말했다.

‘겁쟁이’

차마 입 밖으로 내지는 못하고, 네리나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쩔 수 없지. 세계 제일의 미인을 구하러 가는 것 자체를 명예로 여기는 머저리들을 데리고 갈 수밖에.”

“아이디어 고맙다, 케인. 그러면 이제 좀 꺼져줄….”

“내 이름 부르지마, 썩을.”

“꺼져.”

“응 그러려고.”

케인이 혀를 낼름 내밀고는 쿵쾅거리며 그녀의 방을 나갔다. 네리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다음날 새벽, 드완령 곳곳에 벽보가 붙었다.

[원정대 모집. 드래곤에게 납치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인, 벤자민을 되찾을 예정. 보수 미지급. 벤자민을 구해왔다는 명예만 남을 예정. 사흘 후 금지된 숲의 경계에서 11시 출발]

밤새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보이는 게시판마다 벽보를 붙인 네리나가 탈진하다시피 저택으로 돌아왔다.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이야!”

‘아, 그냥 개구멍으로 들어올걸.’

아버지의 불호령에도, 피곤에 절어있는 네리나는 무서움을 느낄 여유조차 없었다.

“폐하께서도 덮으라 하신 일이다. 인간의 왕들이 모두 협의한 일이다. 그런데 이딴 벽보를 붙이고 다닌 게 너란 말이냐!”

네리나는 새카매진 눈 밑을 하고는 자신의 하녀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역시나, 그녀는 안절부절못하며 연신 손톱을 뜯고 있었다.

“언제 협의했대요? 빠르기도 하지.”

네리나가 건방진 어조로 뱉은 말에 샤인이 주먹을 들어올리며 씩씩거렸다. 케인은 입술을 꾹 다물고는 네리나를 똑바로 보고 있었다.

“네리나, 생각보다 용은 무서운 존재다. 드래곤이 강림했는데 벤자민 한 사람만 잃었어. 그렇게 인간 세상의 평화를 지킬 수 있다면야 우리 가문의 영광된 일이야.”

드완경은 노선을 바꾸어 다정하게 네리나를 어르기 시작했다.

“저는 벤자민을 구하러 가고 싶어요.”

“네리나.”

“누군가는 벤자민을 찾으려고 했다고, 그 애가 알게 하고 싶어요.”

“….”

드완 경은 잠시 아무말 없이 네리나를 노려보고는 말했다.

“지하에 가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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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녹의 환영 속에는 네리나 자신이 울고 있었다. 에녹이 네리나의 환영에게 다가가려 하면 할수록 점점 멀어졌다. 에녹이 손을 툭 떨구고는 고개를 숙였다.“에녹!”에녹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어느새 그의 눈 앞에 네리나가 서 있었다.“에녹, 정신차려봐요!”에녹이 환하게 웃었다. 다시 손을 들어 그녀의 눈꼬리 쪽을 훑고는 만족했다는 듯 눈을 감았다가 번쩍 떴다.“이게 무슨 상황이지?”“그건 내가 묻고 싶은데요.”네리나가 불퉁하게 말했다. 왜 자신의 눈물을 닦아주는 시늉을 했는지, 겁에 질린 자신을 골리는 것만 같았다.“어쩄든, 여기는 현실이 아니라 환영이에요. 자, 일어납시다.”“환영? 아아… 그렇군.”주변이 챙강챙강 소리를 내며 깨지기 시작했다. 네리나는 속으로 왜 자신이 에녹의 환영 속에 있는지 궁금했지만,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뭔가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자자, 일행이 다 모였구만, 요호-.”“우 위르케 위르카 오! 됐죠? 으휴 저 영감 계속 저 말을 덧붙이고 있어.”“말이 아니라 노래라네, 젊은 긴이여.”“그게 더 이상하잖아요, 영감.”“리르카를 화나게 하지 말게. 리르카는 화가 나면 무서워진다네.”“요호 우 위르케 위르카 오!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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