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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원정대

Author: 하민오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15 05:38:38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원정대와는 이틀 후에 만나야 했다. 네리나가 이를 꽉 물었다.

“이대로 포기해야 하는 걸까.”

네리나가 혼자 지하감옥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만약 내게 소설처럼 끝내주는 남자 주인공이 있었다면 나를 꺼내줬겠지, 든든한 동료들이 달려와서 구해줬겠지, 어쩌면 가족들이 나를 몰래 꺼내줄수도, 아차. 가족이 없구나.

하지만 이것은 네리나의 이야기. 네리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을 하며, 시간을 견뎌냈다.

네리나는 천장 쪽 벽돌 사이로 희미하게 드는 달빛을 보고 시간을 추정했다. 감옥에 갇힌 후 달빛이 두 번 감옥에 스몄다. 잠시 후면 곧 약속한 삼일째가 될 것이었다.

‘벤자민….’

동생을 생각하던 바로 그때였다.

“드완 부인?”

드완 부인이 몸의 실루엣이 훤히 비치는 슬립만을 입고 지하감옥으로 내려왔다. 네리나는 순간 첫번째 엘프가 세상에 발을 내딛는 순간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절망에 가득차 있었고, 얼굴은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네가 벤자민을 구하러 간다지?”

네리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부인과의 첫번째 대화였다.

“너만 벤자민을 구하러 가는구나.”

눈물을 뚝뚝 흘러내린 드완 부인이 열쇠로 감옥의 문을 열었다. 네리나는 얼떨떨해하며 감옥 밖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희미한 달빛이 부인의 몸을 훑어내렸다. 자식을 잃은 어미는 짐승과도 같아서, 네리나는 그 어떤 음험한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자, 받으렴.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팔아 마련한 자금이다.”

희고 고운 손이 주머니 하나를 내밀었다. 금화와 크리스털화가 뒤섞여 있었다.

“이걸 받아, 받고, 가서 벤자민을… 데리고 돌아와.”

돌아오라고. 네리나가 입 속에서 그 말을 다시 굴려보았다. 그녀가 애써 밝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주머니를 받아들었다.

부인도, 네리나도 알았다. 이것은 불가능한 퀘스트라는 것을. 하지만 둘 중 누구도 벤자민을 포기할 마음이 없었다.

감옥을 나선 네리나가 잽싸게 침실로 올라갔다. 드완부인은 자리에 잠시 비틀거리고는 눈물을 닦고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그녀의 태도는 첫번째 엘프처럼 고귀해서, 그 누구도 그녀가 슬립 하나만 걸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짐은 다 챙겼고.”

튼튼한 신발에 필수적인 것들만 담은 가방, 손수건까지 야무지게 챙긴 그녀가 몰래 뒷뜰의 개구멍을 나섰다. 아침이었다.

드완령의 서쪽 숲 끝, 금지된 숲이 있었다. 어떤 인간도 들어서면 무사히 나올 수 없다는 흉흉한 소문이 가득한 숲이었다. 다른 곳과 달리 유독 어둠이 들어찬 곳이었다.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에잇.”

금지된 숲의 경계를 향해 한 걸음 더 내딛자, 햇살이 숲의 경계 사이 공터를 비추었다. 네리나가 눈을 찌푸리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공터 한 가운데 로브를 뒤집어쓴 남자 네 명이 서있었다.

“너구나, 네리나 드완.”

그 중 가장 키가 작은 한 명이 네리나에게 알은 체를 했다. 다갈색머리에 갈색 눈동자를 한, 다정한 소년처럼 생긴 남자였다. 그러자 키가 가장 큰 남색머리 남자가 움찔하며 몸을 달싹였다.

“다… 원정대 지원하신 분들이신거죠?”

“그래, 맞아. 난 벤자민에게 받을 빚이 있지. 긴이라고 해.”

“긴, 반가워요.”

“네리나라고 했나요? 난 오르하예요.”

귈쭉한 기…아니 길쭉한 귀와 늘씬한 몸, 회색 눈에 금발을 한 끝내주게 아름다운 모습의 엘프였다.

“오르하? 그 미친 엘프가 당신은 아니겠지?”

긴이 경악하며 오르하를 위아래로 훑어내렸다.

“나 맞을걸요?”

“아름다운 것이면 눈 돌아간다는 미친놈이 여기 빠질 리가 없지.”

“반가워요 오르하. 와줘서 고마워요.”

네리나가 인사를 마치자마자 은발에 자색 눈동자를 한 남자가 소심하게 입을 열었다.

“난…톰이라고 해…요. 교황님의 사생아 맞고, 26번째인것도 맞아…요.”

“소문이 다 사실이구만.”

역시나 긴이 끼어들어 한마디 했다.

“반가워요 톰.”

“난 뭐라도 해서 아버지 눈에 들어보려고 왔….”

“어떤 목적이라도 상관없어요. 와줘서 고마워요.”

네리나의 시선이 마지막 남색머리 남자를 향했다. 날카롭게 생긴 남자가 입을 열었다.

“에녹.”

남색머리에 남색 눈동자를 한 남자는 말수가 별로 없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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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잃어버린 벤자민을 찾아서   40

    “말투는 이렇지만 내 마음은 진심이야.”“그걸 왜 여기서 말하는데요!”“여기가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긴의 다정한 다갈색 눈동자는 오롯이 네리나를 담고 있었다. 네리나가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려 뒤돌았다.긴이 그녀의 등에 머리를 기대었다.“이정도는 괜찮아?”“뭐가요. 안괜찮아요.”

  • 잃어버린 벤자민을 찾아서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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