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반가워요, 에녹.”
“그러면 다 모인 건가? 더 이상 올 사람은 없는 것 같군.”
“맞아요. 이제 출발할까요?”
“그런데, 어디로? 아가씨는 알아?”
긴의 말에 네리나가 숨을 허억 하고 들이쉬었다.
그때 화살이 네리나의 발치에 꽂혔다.
“이동을 중지하세요, 네리나양. 해치고 싶지 않습니다.”
기사단장이 일행을 향해 소리쳤다.
“헤엑, 뭐야 진짜…. 왜 기사단장씩이나 보낸 거야.”
네리나가 투덜거리며 저도 모르게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화살 한 발이 더 발치에 꽂혔다.
“이동을 중지하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어서 성으로 돌아오시죠.”
“네리나양, 곱게 자란 건 아닌가보군.”
“생긴 걸 보면 알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투덜거리는 용기가 있어? 놀랍군.”
긴이 네리나에게 속닥거렸다. 오르하가 고개를 숙여 네리나에 귓가에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네리나양?”
네리나는 엄연히 이 원정대의 대장이었다. 숨을 크게 들이쉰 네리나가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는 말했다.
“금지된 숲으로! 지금!”
네리나가 가장 먼저 금지된 숲을 향해 뛰어갔다. 병사들은 생포가 목적인지, 화살을 무작정 쏘아대지는 않고, 말을 타고 달려오기 시작했다.
“헉, 헉.”
가장 먼저 출발했지만 가장 뒤쳐진 네리나를 에녹이 들쳐멨다.
“금지된 숲이라니, 이 원정대 싹수가 좋네.”
긴이 네리나를 향해 들으라는듯 말했다.
“금지된 숲? 인간들은 리르카의 숲을 그렇게 이르나 보군.”
오르하가 전혀 흐트러짐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이 금지된 숲의 영역에 들어서자, 병사들은 더 이상 다가오기를 꺼려했다. 그들의 말조차도 자꾸만 머리를 훽 돌리며 왔던 곳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때 숲이 그들을 감쌌다. 순식간에 병사들이 보이지 않았다. 에녹이 네리나를 내려주었다. 아직 그들은 금지된 숲의 초입인 듯했다.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던 네리나의 발치에 무언가 채였다.
익숙한 문양의 타일이었다.
“다들 나를 따라와요.”
“오~ 이제야 대장같네.”
“자, 자꾸 그렇게 네리나씨를 비꼬지 말아요.”
“톰? 토옴? 말끝을 흐리길래 소심한 사람인줄 알았더니만?”
“어린 여자아이를 괴롭히는 걸 방, 방관할 수는 없으니까…! 요.”
네리나는 정신없이 발을 놀렸다. 왜 이곳에도 타일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대로 문양을 밟아나가다보면 그녀의 유일한 친구인 조각상이 있는 곳이 나올 터였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몰라도, 당장 밤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네리나의 가슴에 희망이 깃들었다.
한참을 달리니 눈 앞에 익숙한 입구가 보였다.
“다들 이리로 와요!”
“이 벽화는 다 뭐야? 아가씨가 그린 거야?”
긴이 주변을 쉴새없이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아뇨, 이건 내가 발견할 때부터 있던 거예요.”
네리나가 대답하자마자 톰이 그녀의 팔꿈치를 살포시 잡고는 물었다.
“네리나씨는 이 벽화와 제단…같은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시는지….”
“몰라요. 옛날 사람이 그리지 않았을까요?”
“모르시는군요.”
“그러는 톰은 알아요?”
“아마 배반당한 용이 아니라면, 모두 떠날 것입니다. 물의 신께서 선포하신 바, 이 곳은 인간의 땅입니다.”신관의 말에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용은 인간에게 큰 위협이었기 때문이었다.“조세르, 저 여자.”“쉿, 나도 듣고 있어.”네리나의 옆에 선 여자는 신관의 말에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저어….”“안돼, 네리나!”그녀가 여자에게 말을 걸려고 하는 것과 동시에 조세르가 그녀를 막았다. 두 사람을 빤히 쳐다본 여자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말했다.“왜 자꾸 뒤를 밟는 것이냐.”조세르가 하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이쪽의 소중한 것을 그쪽이 데리고 있다.”순간 여자의 머리가 용의 머리로 변하더니 불을 내뿜기 시작했다.조세르가 재빨리 뒤를 돌아 네리나를 보호했다. 용의 눈에서는 여전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용이 한참을 포효하는데도 주변 사람들은 이를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조세르와의 대화에서 네리나는 직감했다. 이 자가 벤자민을 납치한 그 용이라는 것을.“지금이라도 날아가요! 동족들을 따라가요!”“네리나, 과거의 존재에 말을 붙이는 건 조심해야 해!”
“내가 바닥에서 잘게요. 조세르는 침대에서 자요.”“…왜 그래야 하지?”“네?”네리나의 천진난만한 얼굴에 조세르가 쓴 과일을 먹은 것 같은 얼굴로 친절히 말했다.“왜 우리가 따로 자야 하지, 여보?”“네에? 우리끼리 있을 때는 안그래도 되잖아요!”“난 한시도 당신과 떨어지고 싶지 않아. 당신도 그렇지?”조세르가 능글맞게 말했다. 네리나는 가슴이 쿵쾅거렸지만, 싫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덥썩 좋다고 말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다.조세르가 다홍빛 눈동자를 살풋 접으며 눈웃음을 지었다. 자연스럽게 그녀를 침대로 이끌어 눕히자 네리나는 못이기는 척 그를 힐끔 바라보며 자리에 누웠다.그는 네리나에게 이불을 꼼꼼히 덮어주고, 자신은 이불 위에 누웠다. 네리나는 내심 실망스러운 기분이 들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조세르.”“음?”“언제쯤이면 다 말해줄거예요? 약속이니, 아까 도우미 일족이니 하는 것이요.”“네리나, 그대의 영혼이 지식을 감당할 무게가 된다면.”네리나가 입술을 비죽 내밀고 투덜거렸다.“그러니까 그게 도대체 언제냐구요.”조세르가 그녀의 양 입술을 엄지과 검지로 콱 집고 흔들었다.“그떄가 되면 내가 먼저 말하지, 나의 네리나. 그러니 이제 자 주겠어
한편 네리나와 조세르는 갑자기 북적이는 사람들에 놀란 눈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흰 옷을 입고 있었다. 가만히 서있는 그들이 수상한지, 노부부가 다가와 그들에게 말을 붙였다.“둘은 무슨 사이인가? 여기 어쩐 일이지?”조세르가 한참 생각하더니 말했다.“부부일세. 건강한 아이를 낳게 해달라고 기도하러 왔지.”노부부는 놀란 얼굴로 네리나를 돌아보며 말했다.“도우미일족과 사랑이라도 한다는 건가? 특이한 청년이군.”“….”조세르는 그 말을 못 들은 척했다. 하지만 네리나는 자신을 ‘도우미일족’이라고 칭하는 것을 똑똑히 들었다.무슨 의미인지 추궁하려 할 때였다. 종소리가 뎅뎅 울리더니, 신관이 나타나 소리쳤다.“신전을 닫을 시간입니다. 모두 기도를 마무리하고 나가주시길 바랍니다.”“조세르, 이제 어떡해요? 이게 무슨 상황이죠?”“아무래도, 네리나. 우리는 시간을 되돌아온 모양이구나.”태연하게 말하는 조세르조차도 얼굴은 초조해보였다. 그가 네리나의 어깨를 꽉 감싼 채로 신전을 빠져나왔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조세르와 네리나를 번갈아 쳐다보며 의심쩍은 얼굴을 했다.“조세르. 도우미일족이 뭐예요?”“아직, 네리나. 아직 네가 준비가 되지 않았어.”“무슨 준
다음날, 일행은 정비를 마치고 엘프 왕국을 떠났다.“가지마, 인간.”“가지마, 네리나.”엘프 쌍둥이들이 눈물콧물을 흘리며 그들을 붙잡았다. 엘프 왕은 허허 웃으며 쌍둥이를 한 손으로 잡아채 양쪽으로 안아 들었다.“살아 돌아오시게.”왕의 배웅을 맞으며 일행은 남쪽으로 향했다. 엘프들은 남쪽은 위험하다고 신신당부를 한 후에야 그들을 보내주었다. 쌍둥이들은 울다 지쳤는지 왕좌에 드러누워 쌕쌕 잠이 들어 있었다. 엘프 왕국에서 식량을 두둑하게 챙겨준 덕에 발걸음이 절로 가벼워졌다.1. 엘실실라의 사원일행은 너른 평야를 끊임없이 걸었다.“그나저나 분위기가 이상한데. 긴, 오르하. 너희 네리나와 동행했을 때 별 일 없었나?”조세르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추궁했다. 에녹이 조세르의 옆에 와 섰다.“아, 아무일도!”네리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긴과 오르하는 그런 네리나를 보고는 어깨를 으쓱였다.“수상한데… 네리나가 톰이랑 에녹 근처에만 가잖아?”“그게 수상합니까?”톰이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에녹은 여전히 조세르의 옆에 서 있었다.네리나의 얼굴이 붉어지자 조세르는 그녀를 추궁하지 않고 가만히 쳐다보았다.네리나의 얼굴이 터지기 직전까지 가자 조세르는 그녀의 구불구불한 긴 머리를 쓰다듬었다.“네리나, 나의 네리나. 그대가 나를 첫번쨰로 선택해줬으면 좋겠어.”조세르가 속삭였다. 네리나는 조세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부채질을 했다.“저기 봐요, 엘실실라의 사원같습니다.”톰이 말했다. 거대한 평야의 한쪽에 반쯤 무너진 사원이 눈에 들어왔다. 조세르가 추억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엘실실라라…. 한 번도 짐을 이겨본 적 없는 나라였지.”“와, 한 번 들어가봐요.”네리나가 설레는 목소리로 말하자 일행이 일제히 방향을 틀었다. 에녹이 네리나에게 물었다.“유적 좋아해?”긴이 눈을 크게 뜨고 에녹에게 말했다.“뭐야, 두 글자 이상으로 말할 수 있는 거였어?”“닥쳐.”“이봐, 에녹. 나한테도 길게 말해달라
“말투는 이렇지만 내 마음은 진심이야.”“그걸 왜 여기서 말하는데요!”“여기가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긴의 다정한 다갈색 눈동자는 오롯이 네리나를 담고 있었다. 네리나가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려 뒤돌았다.긴이 그녀의 등에 머리를 기대었다.“이정도는 괜찮아?”“뭐가요. 안괜찮아요.”그가 머리를 기댄 채로 말하자 네리나의 가슴까지 그의 목소리가 닿는 듯 했다. 긴이 곧바로 머리를 떼어내며 소리내어 웃었다.“기억하라고, 아가씨. 오늘은 긴이 고백한 날이야. 적어도 내일까지는 내 생각으로 가득하겠지.”네리나는 갑작스러운 긴의 고백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왕궁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긴의 고백이 머릿속에 감돌았다. 긴은 굳이 네리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용의 비늘! 벌써 찾았군요!”톰이 눈에 띄게 네리나와 긴을 반겼다. 그가 덥썩 용의 비늘을 잡으려 했다.“워워, 내 생명과 맞바꿔서 가져온거라고. 통구이 되기 싫으면 물러서.”긴이 그리 말하며 용의 비늘을 조세르에게 넘겨주었다.“나는 만질 수조차 없더군요.”“필히 그럴 것이니.”조세르가 우아하게 대답하며 비늘을 받아들었다. 그가 검지손가락으로 비늘을 톡 건드렸다.
“인어비늘갑옷은?”“입었고, 검도 챙겼어요.”“잘했어, 아가씨.”엘프 왕국의 서쪽으로는 수풀이 가득해 있었다. 말의 발이 나뭇잎에 푹푹 빠지기는 했지만, 오르하와 갔던 북쪽보다는 수월한 경로였다. 네리나는 긴을 꼭 끌어안고 싶지는 않아서 말의 앞에 타겠다고 했다.“긴, 레드 드래곤이 물이 있는 서쪽으로 왔을까요?”“모르는 소리. 벤자민은 인간이라 물이 필요하잖아.”“아, 그러네.”네리나가 눈에 띄게 풀죽은 표정을 했다. 긴이 다정한 목소리를 꾸며내며 말했다.“왜 기분이 안좋아졌어?”“벤자민이 보고 싶어서요. 내 유일한 가족이었는데.”“벤자민이 보고 싶구나.”그 말을 끝으로 긴은 더 말을 붙이지 않았다. 긴은 이따금 네리나의 정수리를 흐트렸고, 네리나는 씩씩대며 머리의 모양을 잡았다.얼마나 더 말을 타고 들어갔을까, 마침내 물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말을 매어두고 물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우와아…!”거대한 폭포가 그들의 눈 앞에 서 있었다. 햇빛과 물줄기가 어우러져서 무지개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네리나는 그 거대한 풍경에 압도되어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아가씨, 이제 기분 좀 나아졌어?”“네? 네.”&l
리민루가 눈을 꾹 감았다. 리리나는 자신의 얼굴에 손을 갖다대었다.놀랍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엘프 쌍둥이들은 한껏 더 의기소침해진 상태로 그들의 처소로 돌아갔다. 네리나는 방으로 돌아가려는 조세르를 끌고 자신의 방으로 왔다.“워워, 이런 초대는 언제나 환영이야.”능글맞게 말하는 조세르를 홱 쏘아보았다.“이제는 말해줘요, 약속을 품고있다는 건 뭐고, 나한테 힘이 있다는 건 뭐예요?”네리나는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자신에게 힘이 있었다면, 왜 그 집에서 그렇게 외톨이로 살아야 했던건지 알 수 없었다.조세르는 슬
“용이랑 벤자민이랑 친해 보이는 것 같아요.”“기분 탓이다.”에녹이 드물게 네리나를 위로하며 나섰다.“벤자민은 용과 계속 지내고 있어. 그에게 계속 반기를 들어봤자, 그의 손해다.”“그런 거겠죠…? 자기가 떠나고 싶어서 떠난 건 아니겠죠?”“그래. 지금의 너를 봐. 집을 떠나고 싶어서 떠난 게 아니잖
“오, 오늘은 그만 잘래요.”“당신의 뜻대로.”네리나는 밤새 조세르를 생각하느라 벤자민을 걱정할 겨를이 없었다.다음날, 엘프왕국의 입구에 선 네리나 일행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황홀한 절경이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네리나는 고향에 온 듯한 포근함에 눈물이 맺힐 지경이었다. 왕국의 양 옆을 거대한 숲이 감싸고 있었고, 서쪽으로는 거대한 폭포가 흐르고 있었
“절대 아냐 아가씨. 그 부분만큼은 안심해도 돼.”“네리나, 나에게도 관심을 좀 가져 주겠어?”조세르가 툭 끼어들었다. 그는 네리나의 옆자리를 꿰차고 있는 참이었다.“맞다, 조세르 궁금한 게 있어요.”“뭐지, 내 사랑?”네리나는 사랑이라는 단어에 크게 움찔했다. 조세르는 그저 킬킬대며 웃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