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네리나가 덧붙이자 톰이 고개를 움찔 떨고는 눈 앞의 그림을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유색 구슬끈, 짙은 빨간색 홍옥수, 밝은 파란색 라피스, 석영과 유약을 칠한 동석이 모두 그의 것이다.”
“네? 그림이 글자라도 되나봐요.”
“맞습니다. 이건… 고대에도 고대였던 왕국의 글자입니다, 네리나씨.”
그렇게 대답한 톰이 거의 중얼거리다시피 글을 읽어내렸다.
“…하여 조세르가 무사히 저승길을 건너가 신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조세르…?”
네리나가 무심결에 이름을 말했다. 그러자 가짜문 너머, 조각상이 있는 곳에서 황금빛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에녹이 네리나를 품에 안고는 뒤돌아, 빛으로부터 그녀를 보호했다. 네리나를 제외한 일행들이 검을 꺼내고는 방어 자세를 취했다. 심지어 톰마저도 부들거리는 다리를 땅 속에 박아넣을 기세로 버티고 있었다.
“안녕.”
빛 속에서 능글맞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리나는 아직 빛 때문에 제대로 눈을 뜰 수조차 없었다.
“안녕.”
재차 의문의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톰이 어리숙하게 인사를 받자마자 네리나는 저도 모르게 인사를 건네 버렸다. 에녹이 한숨을 쉬었다.
“이름을 불러줘.”
의문의 남자가 말했다. 톰은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는 눈치였다.
“네리나씨, 아까 제가 말한 이름을 다시 불러보시는게….”
한참 망설이던 네리나는 빛 속에서 조각상이 흔들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니, 조각상이 아니었다. 한 남자가 가짜문 너머에 서 있었다.
“조세르?”
그러자 빛무리가 가짜문에 새겨지듯 스며들었다. 네리나는 조각상이 있던 자리에 서 있는 남자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벤자민과 견주어도 될 만큼, 위험하게 아름다운 남자였다. 검은 머리에 다홍색 눈을 한 남자가 흰 옷을 입고 새파란 옥으로 만든 목걸이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다.
“맞아.”
남자가 씨익 웃으며 가짜문을 열고 나왔다. 네리나는 기절할 만큼 놀랐다. 분명 벽에 모양만 새겨져 있던 가짜문이었는데, 웬 남자가 그 문을 열어버린 것이었다.
“뒤로 와.”
말없이 있던 에녹이 그녀에게 말했다. 조세르가 박수를 쳤다.
“기사도 정신, 여전히 남아 있어서 다행이군.”
“당신 뭐야?”
긴이 화를 버럭 내며 검을 들이밀었음에도 남자는 태연해 보였다. 오르하는 눈을 가늘게 좁히며 남자를 샅샅이 살펴보는 눈치였다.
오직 톰만이 무릎을 굽혀 예를 취했다.
“고대에도 고대였던, 이름도 잊힌 왕국의 마지막 왕입니다. 그들은 불사의 존재라고 하는데,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영, 영광입니다.”
“불사의 존재?”
긴이 의심스럽게 말했다. 오르하는 무언가를 납득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톰과 같은 자세를 취했다.
남자, 조세르는 이 모든 상황을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다홍색 눈을 네리나에게 고정한 채였다.
“네리나.”
“예? 저요? 저를 아세요?”
“알다마다. 우린 하나뿐인 친구잖아?”
남자가 능글맞게 그녀와 자신을 번갈아 가리키며 말했다.
“네? 조각상, 조각상이세요? 조각상이 사람이 됐나?”
“원래 사람이었어. 오직 네리나, 너만이 나를 알아봐주었다.”
조세르가 갑자기 태세를 바꾸어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일행을 주욱 둘러본 그가 말했다.
“그래서, 다들 이렇게 급하게 뛰어온 이유는?”
그의 말과 행동에는 묘한 힘이 있어서, 일행은 더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그의 말에 대답하기 바빴다. 에녹만이 겨눈 칼을 내리지 않고 경계하는 상태였다. 에녹이 입을 열었다.
“어떻게 갑자기 사람으로 돌아온거지?”
“네리나 덕분이지. 그녀가 나를 깨웠다.”
“히익.”
조세르의 말에 네리나가 겁에 질려 새된 소리를 뱉었다. 조세르가 쓴웃음을 지었다.
“자, 내 얘기는 천천히 하고,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 하지 않겠어?”
“어떻게 할거지?”
에녹이 재차 물었다. 조세르가 팔을 휘휘 돌리고는 말했다.
“숲을 건넌다.”
“이 숲에 대해 아는 바가 있나?”
“내 무덤을 집어삼켰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지. 첫번째 시대 이후 용들은 다른 피조물들의 거처에 눌러앉고는 했다.”
조세르가 추억을 회상하듯 먼 곳을 더듬었다. 네리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그를 바라보았다. 저가 뭘 어떻게 했길래 이 남자가 튀어나온지는 모르겠지만, 끝내주게 섹시한 남자였다. 그녀의 눈길을 알아차린 듯 조세르가 씨익 웃고는 윙크를 했다.
“일단 내 왕국의 터로 가지. 그 곳에서 용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니. 이 숲의 서쪽에 있을 것이다.”
“네리나양? 어떻게 할까요?”
“아가씨, 결정을.”
일행들이 네리나에게 일제히 말을 건넸다. 네리나는 속으로 울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벤자민을 생각하며 굳게 마음을 먹었다.
“조, 조세르씨 말대로 한 번 해보죠.”
“네리나, 당신이 원하는 대로.”
최대한 도도하게 말했는데도 조세르는 싱글벙글이었다. 네리나는 왠지 그가 얄미워져서 한 대 때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원정대가 6명이 됐네.”
톰이 중얼거렸다. 네리나가 그를 힘껏 노려보자 톰이 억울한 표정으로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자신을 가리켰다. 네리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일행은 숲의 안쪽으로 향했다. 그때 찢어지는 듯한 괴이한 소리가 들렸다. 울음소리 같기도 했고, 칠판을 긁어내리는 소리같기도 했다.
“젠장, 괜히 금지된 숲이 아니라고.”
네리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교복을 입고 머리를 빗는 등 부산스러웠다. 베이지색 교복은 네리나의 몸에 딱 맞게 준비된 것 같았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들어오세요!”“와, 네리나양. 정말 잘어울려요.”“볼만한데, 아가씨?”톰과 긴, 그리고 에녹이었다. 에녹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헤헤 정말요? 저 학교 가는 거 처음이에요.”네리나가 방실방실 웃으며 부끄러워하자 모두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나도 처음이야, 아가씨. 우리 대장 덕분에 별 경험을 다해보는군.”“저도요, 네리나양.”“나도.”네리나가 일행을 둘러보며 웃음지었다. 네리나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는 것을 알아챈 긴이 먼저 입을 열었다.“오르하랑 조세르는 이른 아침부터 수업이 있어서 먼저 갔어. 너무 서운해하지 마.”“서운하다뇨! 그냥 안보이니까 궁금해서….”“그래그래, 우리는 수업을 가자고.”수업은 1층에서 이루어졌다. 말이 1층이지, 허공에 둥둥 떠 있어서 높이를 가늠할 수는 없었다.네리나와 일행들이 교실로 들어서자 왁자지껄했던 교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네리나도 교실 안을 살폈다.‘엘프랑 오크에 고블린, 인어에다가… 인간은 안보이네.’&nb
“어떻게 가면 되지?”조세르의 반말에도 소년은 기분나쁜 내색 없이 대답했다.“이 코끼리를 타고 가시죠. 이 녀석은 특이하게도 사람을 가리지 않는답니다.”코끼리라 불린 생물은 크고 넓은 귀를 펄럭거리며 날고 있었다. 소년이 싱긋 웃으며 자리를 내주었다. 일행은 바위처럼 단단한 코끼리의 등에 올라탔다.코끼리의 귀가 크게 한번 펄럭이더니 위로,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그들의 눈에 거대한 탑의 형태가 보이기 시작했다.“땅에서는 안보였는데??”네리나가 크게 소리쳤다. 소년이 싱긋 웃고는 네리나를 돌아보며 말했다.“말씀드렸듯, 저희 아카데미는 특정한 조건을 충족해야 보고, 듣고, 들어올 수 있답니다.”코끼리는 탑의 최상층까지 훨훨 날았다. 그곳에 난 거대한 구멍을 통해 일행을 내려주고는 그대로 떠나버렸다. 일행이 어리둥절하게 서 있자, 의자가 있는 자리에서 무언가 불룩 솟아났다.“여기는 교장실이라네.”그들을 맞이한 것은 눈 부분이 뚫려있는 거대한 고깔이었다.“팔라가 신입생을 데려왔군 그래.”일행들은 순간 얼어붙었다. 가장 먼저 상황을 파악하고 나선 건 조세르였다.“맞아. 입학을 원해서 왔지. 그래서, 절차가 어떻게 되지?”고깔이 한참 조세르를 바라보다 껄껄대며 웃고는
네리나는 비로소 자신이 신비한 모험을 하고 있다는 것을 꺠달았다. 벌벌 떨고만 있을 떄가 아니었다. 벤자민을 향해 가는 모든 여정 동안 자신 역시 점점 넓어지고 깊어지리라는 생각이 들었다.긴과 톰은 재각기 흩어져서 귀신의 앞으로 가 주문을 외우기 바빴다. 오르하가 조세르에게 물었다.“이렇게 성불이 쉬운데, 왜 이 귀신들은 그 오랜 시간을 맴돌고 있었던 걸까요?”“굳이 여기까지 와서 이들을 성불시킬 필요가 없었겠지. 거대 평야는 그 어느 종족도 굳이 오지 않으니 말이야.”오르하는 아쉬운 마음에 쩝 하는 소리를 내었다. 따지고 보면 그들의 선조인데, 그 많은 시간동안 괴로워만 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긴과 톰이 지친 표정으로 일행에게 돌아왔다. 그들 주변에 있던 안야 귀신들은 모두 성불한 상태였다. 저 멀리서 안야 귀신들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오늘은 이쯤 하고, 여기서 야영을 하는 게 어때요? 저 멀리 있는 안야귀신이 여기까지 올 것 같지는 않고.”“돌아가면서 불침번을 서면 되겠군.”“오르하, 나는 뺴줘. 나는 이미 몇 십마리나 퇴치하고 왔단 말이야.”“마리? 퇴치? 긴 너는 말을 조심하는 게 좋겠어.”긴과 오르하가 투닥거렸다. 톰은 나름 뿌듯해보였다.“톰, 기분이 좋아 보여요.”“물의 신을 믿는 신자로서, 한 생명이 물의 신의 품으로 귀의할 수 있게 도왔으니까요.”“아하.”
일행은 오크의 왕국에서 동쪽으로 움직였다. 긴은 서쪽과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간다는 사실이 못내 못마땅해 보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고 보니, 이 거대 평야에는 전설이 있어요.”“뭔데요, 오르하?”네리나가 귀를 쫑긋 세우며 물었다. 아까의 눈물은 에녹의 다그침에 아예 휘발된 것 같았다.“안야 귀신이 거대 평야를 거닐고 있다는 군요. 성불도 하지 못하구요.”“안야 귀신? 무슨 이름이 그래요?”“안야, 안야, 계속 그렇게 중얼거려서 안야 귀신이라고 하죠.”“와아. 좀 무서웠다.”네리나가 팔뚝에 돋은 소름을 문지르며 웃었다. 웃는 네리나의 모습에 오르하가 한쪽 눈썹을 치켜 올렸다.“오르하가 아는 전설이면 엄청 오래된 거겠네요. 조세르도 알아요?”“아버님께 듣기만 했어.”“거 봐, 엄청 오래됐네.”네리나가 킥킥대며 웃을 때였다. 오르하가 자신의 기분을 신경써주려 일부러 이야기를 꺼낸 것이 분명했다.평야로 점점 더 들어갈 때였다. 노을이 지며 어디선가 소리가 들렸다.“안…야. 안야.”“히익, 뭐야 진짜 있었잖아!”“딸꾹, 딸꾹, 딸꾹.”네리나와 톰이 기겁을 하며 각각 조세르와 에녹의 뒤로 가 숨었다.형체가 일정하지
네리나가 소리쳤다. 익숙한 갑옷과 문양이었다.“아버지가 군사를 보낸 거예요. 대체 왜? 오크를 잡으려고?”네리나의 단말마에 인간 병사들의 시선이 모였다. 병사들 사이로 기사단장이 걸어나오며 말했다.“일행은 모두 죽인다. 살아나가는 사람이 없도록 해라.”오크들은 뻘쭘하게 서 있었다. 왕에게 어떻게 할 건지 물어보는 녀석들도 보였다. 그 틈을 타 기사단장이 재차 말했다.“일행을 넘긴다면 오크와의 충돌은 없을 것이라고 인간의 이름으로 맹세하겠다!”오크들이 저마다 끽끽댔다. 네리나는 이들이 고민 중에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한 번 해보자고, 아가씨.”“그래요 네리나양. 끝까지 물러서지 말아요.”“물론.”일행들이 네리나를 격려했다. 조세르는 네리나의 어깨를 한 번 꽉 쥐었다가 놓았다.일행이 저마다 전투태세를 마칠 때였다. 오크 왕이 큰 소리로 말했다.“우리는 우리의 친구를 버리고 가지 않는다.”“우워워!”“친구의 적은 우리의 적, 인간들이여 얌전히 돌아가지 않으면 꼬챙이로 만들어 버리겠다.”“우워어!!”오크 왕의 말에 오크들이 저마다 흥분하며 도끼와 창을 들어올리며 소리를 쳤다. 기사단장은 난감해 보이는 눈치였다. 그들이 수적으로 열세였기 때문이다.
“우리 일족이 영생을 산다고 알려져 있는 건 다들 알겠지.”“음, 그런데 그것도 무조건적으로 영생을 사는 건 아닌 것 같더만? 지금 형씨네 일족은 형씨밖에 없는 것 아닌가?”긴의 말에 조세르가 씁쓸한 웃음을 내뱉었다.“맞아. 적어도 지금은 그렇지. 우리가 영생을 살기 위해서는 도우미일족의 도움이 꼭 필요해.”네리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조세르의 말을 경청했다. 조세르는 더욱 망설이는 눈치였다.“하지만 그 도움은 사후부터이기에, 사람들은 죽음과 가까운 도우미 일족을 경배하면서도 가까이하지 않아.”“그러면 내가 도우미일족이라는 건 어떻게 알아본 거예요?”“다홍빛 머리카락에 밀빛 피부.”조세르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져다 빙빙 꼬았다. 네리나는 조세르의 말이 잘 와닿지 않았다. 그가 핵심을 말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마 내가 죽고 시간이 많이 흐르면서, 도우미 일족의 의무 또한 잊혀진 것 같더군. 살아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는 걸 보면 말이야.”조세르는 이 말을 끝으로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네리나는 자신이 조세르의 영생을 도왔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그것이 그에게 축복인지 저주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식사를 마친 일행은 오크새끼들이 있는 방으로 이동했다. 새끼는 새끼여서 그런지 잘 뜯어보면 나름 귀여운 면이 있었다.“우쭈쭈, 우쭈쭈.”긴이 새끼 오크들의
“벤자민? 너 뭐라고?”정신이 아득해졌다. 벤자민이 자신을 배척하는 말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조금만 가족 행세를 해줬다고 해서 좋아 날뛰는 모습이 참 웃겨.”“아아….”믿기지 않는 현실에 네리나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 침대 기둥에 등을 대었다. 그때 손등에서 할짝임이 느껴졌다. 네리나가 두 눈을 똑똑히 뜨고 눈앞의 벤자민을 노려보았다.“벤자민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어. 벤자민은 그럴 아이가 아니야.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쭉.”네리나가 말하자마자 눈 앞이 유리조각이 깨지듯 챙강챙강 소리를 내며 조각나기 시작했
오르하가 귀를 기울이며 말했다. 그의 말에 네리나가 입을 떡 벌렸다.“안들려요?”“적어도 내 귀에는 아무것도 안들리는….”톰마저 한 마디를 보탰다. 네리나가 희게 질리자 조세르가 입을 열었다.“나의 백성들이 묻혀있는 무덤이다. 우리는 영생을 산다고 알려져 있지. 이들은 끝까지 버텼고, 영생을 누리는 것을 포기했다.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거야.”“그러면, 그러면 왜 내 손이 닿자마자 빛으로 변해서 없어진 거예요?”“그것까지는 잘 모르겠군. 확실한 건 네 손길이 그들에게는 안식이라는 거야 네리나.”
오르하가 엘프의 말로 무어라 중얼거리고는 말했다.“제1시대 마지막 전쟁이야.”“그렇게 부르나보군, 제1시대라고.”오르하의 말에 조세르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망자들 중 유독 많은 이들이 다홍빛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에녹을 비롯한 일행이 조세르를 힐끔 쳐다보았다.강의 한 가운데 돌과 나무로 만든 다리가 있었다. 마차 세 대가 나란히 지나가도 좋을 만큼 넓
에녹의 환영 속에는 네리나 자신이 울고 있었다. 에녹이 네리나의 환영에게 다가가려 하면 할수록 점점 멀어졌다. 에녹이 손을 툭 떨구고는 고개를 숙였다.“에녹!”에녹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어느새 그의 눈 앞에 네리나가 서 있었다.“에녹, 정신차려봐요!”에녹이 환하게 웃었다. 다시 손을 들어 그녀의 눈꼬리 쪽을 훑고는 만족했다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