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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금지된 숲(2)

Auteur: 하민오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04-15 05:40:13

네리나가 덧붙이자 톰이 고개를 움찔 떨고는 눈 앞의 그림을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유색 구슬끈, 짙은 빨간색 홍옥수, 밝은 파란색 라피스, 석영과 유약을 칠한 동석이 모두 그의 것이다.”

“네? 그림이 글자라도 되나봐요.”

“맞습니다. 이건… 고대에도 고대였던 왕국의 글자입니다, 네리나씨.”

그렇게 대답한 톰이 거의 중얼거리다시피 글을 읽어내렸다.

“…하여 조세르가 무사히 저승길을 건너가 신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조세르…?”

네리나가 무심결에 이름을 말했다. 그러자 가짜문 너머, 조각상이 있는 곳에서 황금빛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에녹이 네리나를 품에 안고는 뒤돌아, 빛으로부터 그녀를 보호했다. 네리나를 제외한 일행들이 검을 꺼내고는 방어 자세를 취했다. 심지어 톰마저도 부들거리는 다리를 땅 속에 박아넣을 기세로 버티고 있었다.

“안녕.”

빛 속에서 능글맞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리나는 아직 빛 때문에 제대로 눈을 뜰 수조차 없었다.

“안녕.”

재차 의문의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톰이 어리숙하게 인사를 받자마자 네리나는 저도 모르게 인사를 건네 버렸다. 에녹이 한숨을 쉬었다.

“이름을 불러줘.”

의문의 남자가 말했다. 톰은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는 눈치였다.

“네리나씨, 아까 제가 말한 이름을 다시 불러보시는게….”

한참 망설이던 네리나는 빛 속에서 조각상이 흔들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니, 조각상이 아니었다. 한 남자가 가짜문 너머에 서 있었다.

“조세르?”

그러자 빛무리가 가짜문에 새겨지듯 스며들었다. 네리나는 조각상이 있던 자리에 서 있는 남자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벤자민과 견주어도 될 만큼, 위험하게 아름다운 남자였다. 검은 머리에 다홍색 눈을 한 남자가 흰 옷을 입고 새파란 옥으로 만든 목걸이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다.

“맞아.”

남자가 씨익 웃으며 가짜문을 열고 나왔다. 네리나는 기절할 만큼 놀랐다. 분명 벽에 모양만 새겨져 있던 가짜문이었는데, 웬 남자가 그 문을 열어버린 것이었다.

“뒤로 와.”

말없이 있던 에녹이 그녀에게 말했다. 조세르가 박수를 쳤다.

“기사도 정신, 여전히 남아 있어서 다행이군.”

“당신 뭐야?”

긴이 화를 버럭 내며 검을 들이밀었음에도 남자는 태연해 보였다. 오르하는 눈을 가늘게 좁히며 남자를 샅샅이 살펴보는 눈치였다.

오직 톰만이 무릎을 굽혀 예를 취했다.

“고대에도 고대였던, 이름도 잊힌 왕국의 마지막 왕입니다. 그들은 불사의 존재라고 하는데,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영, 영광입니다.”

“불사의 존재?”

긴이 의심스럽게 말했다. 오르하는 무언가를 납득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톰과 같은 자세를 취했다.

남자, 조세르는 이 모든 상황을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다홍색 눈을 네리나에게 고정한 채였다.

“네리나.”

“예? 저요? 저를 아세요?”

“알다마다. 우린 하나뿐인 친구잖아?”

남자가 능글맞게 그녀와 자신을 번갈아 가리키며 말했다.

“네? 조각상, 조각상이세요? 조각상이 사람이 됐나?”

“원래 사람이었어. 오직 네리나, 너만이 나를 알아봐주었다.”

조세르가 갑자기 태세를 바꾸어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일행을 주욱 둘러본 그가 말했다.

“그래서, 다들 이렇게 급하게 뛰어온 이유는?”

그의 말과 행동에는 묘한 힘이 있어서, 일행은 더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그의 말에 대답하기 바빴다. 에녹만이 겨눈 칼을 내리지 않고 경계하는 상태였다. 에녹이 입을 열었다.

“어떻게 갑자기 사람으로 돌아온거지?”

“네리나 덕분이지. 그녀가 나를 깨웠다.”

“히익.”

조세르의 말에 네리나가 겁에 질려 새된 소리를 뱉었다. 조세르가 쓴웃음을 지었다.

“자, 내 얘기는 천천히 하고,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 하지 않겠어?”

“어떻게 할거지?”

에녹이 재차 물었다. 조세르가 팔을 휘휘 돌리고는 말했다.

“숲을 건넌다.”

“이 숲에 대해 아는 바가 있나?”

“내 무덤을 집어삼켰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지. 첫번째 시대 이후 용들은 다른 피조물들의 거처에 눌러앉고는 했다.”

조세르가 추억을 회상하듯 먼 곳을 더듬었다. 네리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그를 바라보았다. 저가 뭘 어떻게 했길래 이 남자가 튀어나온지는 모르겠지만, 끝내주게 섹시한 남자였다. 그녀의 눈길을 알아차린 듯 조세르가 씨익 웃고는 윙크를 했다.

“일단 내 왕국의 터로 가지. 그 곳에서 용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니. 이 숲의 서쪽에 있을 것이다.”

“네리나양? 어떻게 할까요?”

“아가씨, 결정을.”

일행들이 네리나에게 일제히 말을 건넸다. 네리나는 속으로 울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벤자민을 생각하며 굳게 마음을 먹었다.

“조, 조세르씨 말대로 한 번 해보죠.”

“네리나, 당신이 원하는 대로.”

최대한 도도하게 말했는데도 조세르는 싱글벙글이었다. 네리나는 왠지 그가 얄미워져서 한 대 때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원정대가 6명이 됐네.”

톰이 중얼거렸다. 네리나가 그를 힘껏 노려보자 톰이 억울한 표정으로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자신을 가리켰다. 네리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일행은 숲의 안쪽으로 향했다. 그때 찢어지는 듯한 괴이한 소리가 들렸다. 울음소리 같기도 했고, 칠판을 긁어내리는 소리같기도 했다.

“젠장, 괜히 금지된 숲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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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잃어버린 벤자민을 찾아서   26

    네리나의 입술이 댓발 튀어나왔다. 조세르가 그녀의 아랫입술을 검지로 튕겼다. 네리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숨기며 입술을 안쪽으로 말아 숨겼다.오염으로부터 보호해주고 보온에 도움이 되는 로브는 모든 일행이 구입했다.“이런, 이 몸에게 필요없는 것을.”조세르가 투덜거렸지만, 네리나가 로브를 보며 기쁘고 신기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것을 보자 자연스레 입을 다물었다.

  • 잃어버린 벤자민을 찾아서   21

    “네리나, 발 조심.”에녹이 구덩이에 빠질뻔한 네리나를 뒤에서 잡아챘다.“앗, 고마워요 에녹.”“천만에.”긴과 오르하가 쑥덕였다.“’천만에’라고 한거야 지금? 저 양반이 말을 받아줬다고?”“네리나양은 특별하니까요, 긴.&rdqu

  • 잃어버린 벤자민을 찾아서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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