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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Ameerah ZB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07 17:37:14

다음 30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내게 주어진 준비 시간은 고작 20분이었다.

나는 웨딩드레스를 멍하니 바라봤다.

이 드레스는 내가 아리아를 위해 직접 디자인한 것이었다. 밤을 새워가며 바느질 하나하나를 확인하면서도, 내가 이 드레스를 입게 될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애초에 내 취향도 아니었다.

드레스를 입고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바라보자, 나는 완벽하게 아리아였다.

내 눈에 담긴 슬픔을 읽어낼 만큼 세심한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도 우리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일란성 쌍둥이.

많은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지난 스물세 해 동안 악몽이었다.

아리아의 그림자, 그녀를 대신하는 또 하나의 분신으로만 살아온 삶.

“다 됐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단 5분 만에 내 얼굴을 손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화장은 진하지 않았지만, 어젯밤 내내 울어서 퉁퉁 부은 눈 밑을 가리기에는 충분했다.

엄마가 문을 거칠게 밀어 열면서 내 생각은 끊겼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엄마는 미소를 지으며 아리아가 가장 좋아하는 크랜베리 향수 병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드레스와 내 몸에 아낌없이 향수를 뿌렸다.

그 향기는 부모님이 내가 느끼길 바라는 그대로의 기분을 안겨 주었다.

나는 나 자신이 아니라, 아리아를 대신하는 대역이었다.

“완벽해.”

엄마는 만족스럽게 말하며 나를 일으켜 세우려고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나는 그 손을 잡지 않고 스스로 일어섰다.

“빨리 끝내기나 하죠.”

나는 낮게 중얼거렸다.

교회까지는 10분.

시간은 충분했다.

아빠는 집 밖 차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눈을 돌리는 순간 도망이라도 칠 것처럼 감시하는 눈빛이었다.

제발.

난 아리아가 아니에요.

예식장에 들어서는 순간, 비로소 현실감이 밀려왔다.

장식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호화로웠다.

이 장식에 들어간 돈이면 이 마을 사람들의 절반은 몇 달이고 먹여 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방에는 카메라가 즐비했고, 언론은 이 결혼식의 모든 순간을 담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기자들은 어떤 이야기라도 건져 가려 했다.

하객들 역시 모두 명품 정장과 드레스를 차려입고 있었다.

그들의 옷값만 해도 우리 아버지의 전 재산보다 비쌀 것 같았다.

세기의 결혼식이었다.

베일 가문의 후계자가 마침내 결혼하는 날.

그는 자신의 신부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제 내가 버진로드를 걸어야 할 시간이었다.

아빠는 내 손을 꽉 붙잡았다.

말끔하게 맞춘 정장을 입은 남자를 향해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악몽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너무도 깊은 상실감에 그대로 무너져 버릴 것만 같았다.

결혼식 종이 울리고, 아빠와 함께 천천히 제단으로 다가갈수록 그의 손은 더욱 세게 나를 움켜쥐었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소유였다.

내가 넘어져도 그는 붙잡아 주지 않을 것이다.

그저 더 빨리 걸으라고 재촉할 뿐.

제단이 가까워질수록 내 남편이 될 사람.

아니, 내 언니의 남편이 될 사람.

에드릭 베일의 모습이 점점 또렷하게 보였다.

우리는 무사히 제단에 도착했다.

아빠는 조심스럽게 내 손을 에드릭의 손 위에 올려놓았다.

그의 손은 놀랄 만큼 차가웠다.

나는 몸을 떨 뻔했다.

용기를 내어 짙은 갈색 눈동자를 가진 남자를 올려다봤다.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심지어 나를 바라보지도 않았다.

나는 다시 그의 손을 내려다봤다.

차가운 손이었지만, 오래 잡고 있으면 내 손바닥이 타버릴 것만 같았다.

신부가 예식을 시작했다.

긴 이야기가 이어졌고, 마침내 서약의 시간이 찾아왔다.

나는 밀려오는 공포와 혼란에 사로잡혀 에드릭의 서약을 거의 듣지 못했다.

단 하나, 마지막 문장만 빼고.

“그리고 이것만은 기억해. 넌 내 것이다. 모든 생각도, 모든 심장 박동도, 모든 숨결도. 나는 오직 너 안에서만 존재한다.”

나는 침을 힘겹게 삼켰다.

그 말은 나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아리아에게 자신의 모든 마음을 바쳤다.

그런데도 나는 그녀의 드레스를 입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끼고 있었다.

내 서약은 짧고 단순했다.

오늘 아침 급히 손본 문장이었다.

그의 시 같은 서약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에드릭 베일, 당신은 아리아 도슨을 합법적인 아내로 맞이하시겠습니까?”

신부의 목소리가 예식장을 가득 채웠다.

아리아라는 이름이 불리는 순간 몸이 떨렸다.

에드릭이 내 식은땀을 눈치채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네.”

그가 대답했다.

목소리는 감정이 전혀 없는 기계 같았다.

그는 여전히 나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 모습에 문득 의문이 들었다.

혹시 이미 우리의 거짓말을 알아챈 걸까?

“아리아, 당신은 에드릭 베일을 합법적인 남편으로 맞이하시겠습니까?”

“네!”

나는 너무 급하게 대답한 나머지 침이 목에 걸릴 뻔했다.

“이제 신랑은 신부에게 입을 맞추셔도 됩니다.”

그 말은 사형선고처럼 들렸다.

에드릭이 몸을 숙였다.

그가 내 심장 소리를 들을까 봐 두려웠다.

여동생의 약혼자와 결혼하는 것보다 더 어색한 일이 있을까?

아마 키스하는 일일 것이다.

그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는 순간, 나는 눈을 꼭 감았다.

키스는 짧았다.

창백할 만큼 담백했고,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마치 그도 나만큼 이 키스를 원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 터무니없는 축제가 끝났다는 사실이 다행이었다.

우리는 모두 피로연이 열릴 베일 저택으로 이동했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아리아에게 연락하는 데 쏟아부었다.

여전히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

“엄마, 아리아가 정말 걱정돼요.”

둘만 있게 되자 나는 작게 속삭였다.

“그 얘긴 그만하렴. 아빠가 알아서 하실 거야.”

엄마가 말했다.

그녀는 베일 저택에 들어온 순간부터 줄곧 활짝 웃고 있었다.

베일 부인의 비위를 맞추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솔직히 말해 주고 싶었다.

그러다 엄마만 더 우스워 보인다고.

“봐라. 사돈댁에서 보내 준 정말 멋진 드레스야.”

엄마는 버건디색 드레스를 들어 올렸다.

진짜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드레스였다.

내가 지금껏 만져 본 드레스 중 가장 무거웠다.

디자이너인 나조차도 그 섬세한 바느질에는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아리아의 시댁에서 보내준 거겠죠.”

나는 일부러 엄마의 심기를 건드리며 말했다.

엄마는 곧장 나를 조용히 시키더니 스타일리스트들을 불러 준비를 시작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내 얼굴을 손봤고,

다른 사람은 머리를 말아 올렸다.

동시에 누군가는 내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했다.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게 정말 내 삶이라고 상상해 보았다.

이 호화로움을 잠깐이라도 즐기고 싶었다.

하지만 그 짧은 공상은 엄마와 이야기하던 베일 가문의 자매 중 한 사람이 한마디를 꺼내는 순간 끝나 버렸다.

“신부에게 쌍둥이 자매가 있다고 들었는데, 어디에도 안 보이네요.”

엄마는 억지웃음을 터뜨렸다.

“아, 알리나요? 그 애 얘기는 별로 안 해요. 동생 결혼식보다 파티가 더 중요했던 아이거든요.”

그 말은 내 가슴을 후벼 팠다.

울지 않으려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지?

“그건 별로 좋은 얘기가 아니네요.”

그 여인이 말했다.

“뭐, 반항적인 아이 없이 사는 법도 배우게 되더라고요.”

엄마는 또다시 어색하게 웃었다.

나는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내가 알리나라고,

그리고 진짜 문제아는 아리아라고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이건 나를 위한 일이 아니었다.

부모님을 위한 일도 아니었다.

오직 아리아를 위한 일이었다.

몇 시간이 지나고,

문이 열리며 에드릭이 들어왔다.

그는 내 드레스와 어울리는 새 정장을 입고 있었다.

그는 한동안 말없이 나를 바라봤다.

무슨 말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천천히 다가오더니 내 손을 잡았다.

“하객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가 말했다.

나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내가 베일 씨라고 알아본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아버지.”

에드릭의 눈에는 분명한 불편함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의 눈빛에는 따뜻함과 애정만이 담겨 있었다.

에드릭뿐 아니라 나를 향해서도.

“정말 아름답구나, 아리아.”

그는 나를 안아 주었다.

오늘 하루 처음으로 나는 진심으로 미소 지었다.

“감사합니다, 베일 씨.”

“아리아, 이제는 아빠라고 불러야지.”

그의 따뜻한 미소는 순식간에 나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세기의 부부에게 작은 선물을 준비했단다!”

그는 흰 봉투를 우리에게 건넸다.

“두 달이라고요?”

봉투를 읽은 에드릭이 소리쳤다.

“말도 안 됩니다, 아버지. 회사는 어떡합니까?”

“회사는 내가 맡을 테니 걱정 말아라. 너와 네 아내는 원하는 만큼 마음껏 즐기다 오렴.”

베일 씨가 말했다.

한편 나는 여전히 봉투 안의 내용을 읽고 있었다.

베일 가문 소유의 개인 섬에서 한 달간의 휴가.

그리고 유럽 전역을 도는 한 달간의 여행.

마치 동화 같았다.

꿈이 이루어진 것만 같았다.

물론,

그 여행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아리아를 위한 것이었다.

나는 힘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둘 다 즐겁게 다녀오렴.”

베일 씨는 그렇게 말하고 탈의실을 나갔다.

나도 따라 나가려는데,

에드릭이 내 손목을 꽉 붙잡았다.

“네가 원하는 건 얻었을지 모르지.”

그의 목소리는 낮고 날카로웠다.

“하지만 분명히 해 두지, 아리아. 이 결혼은 그저 보여주기 위한 연극일 뿐이야. 넌 절대 내 아내가 될 수 없어.”

그 말을 남긴 채 그는 밖으로 나갔다.

나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그의 말을 곱씹었다.

세상에.

무슨 수를 써서든 아리아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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