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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Ameerah ZB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07 19:12:08

남은 저녁 내내 나는 아리아의 삶을 대신 살아야 했다. 부자들의 농담에 억지웃음을 짓고, 내 앞으로 들어오는 선물 상자 하나하나에 감사 인사를 건넸다.

음악이 잦아들고 하객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하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악몽이 끝났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된 것이다.

내 집이 아니라,

에드릭의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은 숨 막힐 정도로 조용했다.

도시의 불빛이 짙게 선팅된 창문을 타고 번져 나가며 그의 날카로운 턱선과 감정을 읽을 수 없는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 그대로 운전했다. 정확하고, 냉정하며, 완벽하게 통제된 모습으로.

나는 조수석에 앉아 두 손을 무릎 위에서 꼭 쥔 채 밤하늘에 정신이 팔린 척했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건 오직 그뿐이었다. 은은하고 깨끗한 그의 향수가 차 안을 채우고 있었고, 그 향기는 원치 않는 속삭임처럼 조용히 내 감각을 스쳐 갔다.

그가 기어를 바꿀 때마다 나는 숨을 삼켰다. 그가 나를 만졌기 때문이 아니라, 만약 그 손이 내게 닿는다면 어떤 기분일지 상상했기 때문이었다.

우리 사이를 메운 긴장감은 짙고 숨 막혔다. 그는 단 한 번도 나를 바라보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시선이 닿고 있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무언가가 변하기 시작했다.

희미하고,

원치 않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변화.

나는 그의 모든 움직임에 심장이 반응하는 것이 싫었다. 우리 사이의 공기가 전류를 머금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싫었다. 그는 내 사람이 아니었다. 애초에 내 사람이 될 수도 없는 사람이었다.

이건 로맨스가 아니었다.

그저 내가 휘말려 버린 잔인한 사고일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꼼짝도 하지 않은 채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억지로 그에게서 생각을 떼어 놓으려 애썼다.

그는 아리아의 남편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저...

승낙해 버린 바보일 뿐이었다.

펜트하우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은 차 안보다 더 견디기 힘들었다.

무겁고 어색한 침묵이 공기를 짓눌렀다. 거울로 된 벽에는 그의 모습이 내 옆에 비쳤다. 키가 크고, 흐트러짐 없이 단정하며, 고개를 돌리고 싶게 만드는 그 무표정한 얼굴 그대로였다.

문이 열리자 차가운 대리석 바닥과 은은한 삼나무 향이 나를 맞이했다. 그의 펜트하우스는 단순히 넓은 수준이 아니었다. 흠잡을 곳 없이 완벽했다. 검은 가죽 소파부터 그가 정말 읽기는 하는 건지 의심스러운 책들이 가지런히 꽂힌 유리 선반까지, 모든 것이 한 번도 사용된 적 없는 것처럼 반짝였다.

그곳은 부를 외치고 있었지만,

따뜻함은 없었다.

가족사진도 없었고,

생활감도 없었으며,

정장을 벗은 에드릭이라는 사람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현관 콘솔 위에 열쇠를 툭 내려놓았다. 모든 동작은 익숙하고 군더더기 없었다.

“손님방은 저쪽입니다.”

그는 길게 이어진 복도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무미건조하게 말한 뒤, 더 이상의 말도 없이 걸어가 버렸다.

나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의 등을 너무 오래 바라보지 않으려 애썼다. 잘 다려진 셔츠 아래에서 움직이는 어깨가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인정하기 싫은 이유로 심장이 다시 빨라졌다.

펜트하우스의 침묵은 지나치게 컸다. 메아리처럼 내 주위를 맴돌았다. 분명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마치 내가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일깨워 주는 종류의 아름다움이었다.

나는 결국 몸을 돌려 그가 가리킨 복도로 걸어갔다. 굽 높은 구두 소리가 텅 빈 집 안에서 유일한 심장 박동처럼 울려 퍼졌다.

그리고 정말 어리석게도,

아주 잠깐,

그 같은 남자가 감정을 느끼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손님방 안으로 들어간 뒤, 나는 그가 근처에 없는 것을 확인하고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아리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놀랍게도,

신호가 갔다.

나는 그녀가 전화를 받기를 기다리며 손을 떨었다.

몇 번의 신호음 끝에,

마침내 연결됐다.

“아리아!”

나는 소리쳤다.

“정말 예쁜 신부였더라, 알리나. 그 드레스가 너한테도 잘 어울리네.”

자기 남편과 대신 결혼하게 만들어 놓고도 그녀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태평했다.

“이게 대체 뭐야, 아리아? 너 미쳤어?”

나는 쏘아붙였다.

“오늘 저녁에 대체 무슨 쓸데없는 짓을 벌인 거야?”

나는 푹신한 카펫 위를 이리저리 걸어 다녔다.

“아리아, 이건 중학교 2학년 때 교내 근신 같은 일이 아니야. 현실이라고. 그런데도 나를 네 대신 결혼식에 세워 두고 아무 말도 없이 사라져?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었다. 속으로는 벽이 충분히 두껍기만을 바랐다. 그렇지 않으면 저 성질 더러운 남편이 다 들을 테니까.

“있잖아, 갑자기 겁이 났어.”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겁이 났다고? 네가 약혼한 그 괴물과 대신 결혼한 사람이 나야, 아리아! 어떻게 그렇게 이기적일 수 있어?”

눈가가 뜨거워졌다.

“난 그냥 떠난 것뿐이야. 아빠가 너한테 대신 결혼하라고 강요할 줄은 몰랐고. 네가 그렇게 멍청하게 내 자리를 대신할 줄도 몰랐고.”

전화기 너머로 그녀가 눈을 굴리는 모습이 그대로 떠올랐다.

이 못된 년.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나는 내 어리석음을 탓하며 중얼거렸다.

“걱정 마. 충분히 생각해 봤어. 내가 돌아가서 원래 자리로 돌아갈게. 그러면 넌 자유야.”

아리아가 말했다.

원래라면 위로가 되어야 할 말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오히려 의심만 커졌다.

“지금 어디야, 아리아?”

나는 물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 돌아갈게. 약속할게.”

떨리는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나는 협탁 위 달력을 바라봤다.

9월 12일.

역시나.

이 여자는 겁이 난 게 아니었다.

매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비잔 파티에 가려고 도망친 것이었다.

내가 대신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거다.

처음부터 계획이었다.

“아리아, 넌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이기적인 인간이야. 그리고 난 제이슨이랑 베카도 잘 알거든.”

“무슨 소리야?”

그녀는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분명했다.

이 악독한 여자는 또다시 내가 뒤처리를 해 줄 거라고 믿고 아무 생각 없이 떠난 것이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두 시간 줄게, 아리아. 두 시간 안에 여기 와서 원래 자리로 돌아와. 안 그러면 네 차가운 남편한테 전부 다 말해 버릴 거야!”

나는 소리쳤다.

전화기 너머는 조용했다. 내 협박을 진심으로 받아들일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진심이었다.

사람들이 나를 발 닦개처럼 밟고 지나가는 데 이제는 지쳤다.

“알리나, 제발... 네 시간만 줘. 두 시간 안에는 비행기를 구할 수 없어.”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겁먹고 약해진 목소리.

나는 그런 아리아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좋아.”

나는 차갑게 말했다.

“하지만 단 1분도 늦지 마.”

그 순간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는 움찔했다.

황급히 통화를 끊었다.

문이 열리고 에드릭이 들어왔다.

그의 얼굴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주무세요. 내일은 긴 하루가 될 겁니다.”

그가 말했다.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묻지 않았다.

어차피 그 일을 겪을 사람은 내가 아니었다.

아리아였다.

아마도.

하지만 그가 몸을 돌려 나가려는 순간,

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문 앞에서 아주 잠깐 멈칫한 움직임.

미세하게 달라진 그의 자세.

마치...

듣지 말아야 할 이야기를 들은 사람처럼.

내 가슴이 조여 왔다.

그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대로 걸어 나갔다.

하지만 이상한 예감은 떨쳐낼 수 없었다.

그가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그것이,

그 어떤 것보다도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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