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서재의 공기를 날카롭게 찢어발기는 거친 파공음이 울려 퍼졌다.
시은의 하얗고 가녀린 손이 이성을 잃은 민혁의 거친 뺨을 사정없이 있는 힘껏 내리친 것이었다.고개가 완전히 돌아가 버린 민혁은 뺨의 화끈거리는 고통보다 자신을 때린 시은의 낯선 행동에 경악하여 얼어붙었다.시은의 두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네 복수가 어찌 네 개인의 것이란 말이냐!"시은의 처절하고도 뼈를 깎는 듯한 외침이 메아리쳤다."네가 분명히 내 그림자라 하지 않았더냐! 내 눈물을 닦아주고 내 지옥의 가장 흉포한 문지기가 되어주겠다 그리 맹세하지 않았더냐! 네 목숨은 온전히 내 것이라 확인해 놓고 어찌 이제 와서 네 목숨을 초개처럼 짐승들 입에 던지려 하느냐!""그들은 그저 뒷골목에서 칼을 휘두르는 시정잡배가 아닙니다."무겁고 끈적한 침묵을 깬 것은 민석그룹의 두뇌이자 시은의 가장 충직한 수족인 한비서의 차분하지만 극도로 긴장된 목소리였다.안경 너머로 빛나는 그의 눈빛에는 지금 당장 마주해야 할 현실의 끔찍한 위기감이 서려 있었다."마마 혈랑회의 뿌리는 마마께서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깊고 참혹합니다. 그들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시려면 피비린내 나던 과거 선황제 폐하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합니다."그 끔찍한 진실의 서막에 시은의 미간이 차갑게 좁혀졌고 등 뒤에 선 민혁의 호흡이 짐승처럼 거칠어졌다. 한비서의 묵직한 목소리가 서재를 채우며 공간은 순식간에 수십 년 전의 핏빛 과거로 빨려 들어갔다.[과거,선황제 시절의 암흑기]제국이 아직 철권통치 아래 신음하던 시절화려한 황궁의 가장 깊은 지하 밀실,어둠 속에서 황금빛 용포를 입은 선황제가 서늘한 눈빛으로 무릎을 꿇은 검은 그림자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명분 없는 숙청은 백성들의 반발을 사고 황좌를 흔들 뿐이다."선황제의 탁하고 탐욕스러운 목소리가 지하실을 울렸다.그는 품에서 붉고 끈적한 피로 그려진 듯한 '늑대 대가리' 문양이 박힌 흑철패를 바닥에 내던졌다.챙그랑-! 기분 나쁜 파열음과 함께 흑철패가 그림자들의 발밑에 굴러떨어졌다."그러니 너희가 짐의 어두운 그림자가 되어라 이 핏빛 늑대 문양이 곧 짐의 어명이다! 내 앞길을 막고 감히 황실을 능멸하는 꼿꼿한 귀족
서재의 공기를 날카롭게 찢어발기는 거친 파공음이 울려 퍼졌다.시은의 하얗고 가녀린 손이 이성을 잃은 민혁의 거친 뺨을 사정없이 있는 힘껏 내리친 것이었다.고개가 완전히 돌아가 버린 민혁은 뺨의 화끈거리는 고통보다 자신을 때린 시은의 낯선 행동에 경악하여 얼어붙었다. 시은의 두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네 복수가 어찌 네 개인의 것이란 말이냐!"시은의 처절하고도 뼈를 깎는 듯한 외침이 메아리쳤다."네가 분명히 내 그림자라 하지 않았더냐! 내 눈물을 닦아주고 내 지옥의 가장 흉포한 문지기가 되어주겠다 그리 맹세하지 않았더냐! 네 목숨은 온전히 내 것이라 확인해 놓고 어찌 이제 와서 네 목숨을 초개처럼 짐승들 입에 던지려 하느냐!"시은은 눈물을 쏟아내며무너질 듯 민혁의 넓은 가슴팍을 두 손으로 꽉 틀어쥐었다. 옷깃을 쥔 그녀의 손마디가 하얗게 질려 덜덜 떨리고 있었다."너는 이 황궁에서 피를 묻히는 도구가 아니야! 14년 전 그 추운 겨울날 진흙탕 속에서 너를 처음 본 순간부터 단 하루도 단 한 순간도 널 내 마음에 품지 않은 날이 없었다! 내가 널 은애한다 김민혁! 내 심장이 널 사랑한단 말이다!"시은의 입술을 뚫고 나온14년 만에 처음으로 터져 나온 애절하고도 처절한 고백황후라는 껍데기를 모두 벗어 던진오직 한 여인으로서의 피 끓는 절규였다."혈랑회가 2,500억이라는 막대한 군자금을 손에 쥐었다면 그들은 이미 뒷골목의 단순한 암살단이 아니다. 제국을 통째로 전복시킬 괴물이 된 거야! 네가 이성을
시은의 미간이 좁혀졌다. 김비서가 다급히 차트를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갔다. "황실 문화재 복원 사업을 빙자해 빼돌려진 국고의 총액은 정확히 5천억 원이 맞습니다. 저희는 오늘 재판이 끝남과 동시에 신아리의 명의로 세워진 3개의 페이퍼 컴퍼니 계좌를 민석그룹의 양자컴퓨터 권한으로 모두 강제 동결하고 자금을 국고로 전액 회수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김비서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막상 방화벽을 뚫고 계좌를 열어보니 그곳에 남아있는 돈은 정확히 절반인 2,500억 원뿐이었습니다. 나머지 2,500억 원의 막대한 자금이 유종석이 쿠데타를 일으키기 이틀 전 새벽 누군가에 의해 고도의 암호화 과정을 거쳐 '제4의 유령 계좌'로 흔적도 없이 송금되어 증발해 버렸습니다." "뭐라?" 시은의 맑은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유종석은 자금이 묶여있어 백 장군에게 줄 쿠데타 군자금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상태였다. 그런데 2,500억이라는 그 천문학적인 돈이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도대체 누가 그 엄청난 돈을 움직였단 말이냐!" 한비서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대답했다.
육중한 법정의 뒷문이 소름 끼치는 마찰음을 내며 열렸고 재판소 안의 모든 시선과 카메라 렌즈가 일제히 그곳으로 집중되었다.양옆으로 덩치 큰 내수사 호위병들의 거친 부축을 받으며 다리를 절뚝거리며 걸어 들어오는 한 여자 황궁 내명부를 호령하며 모든 것을 제 발밑에 두려 했던 화려하고 오만방자했던 악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빛바랜 칙칙한 회색 미결수 죄수복을 입은 채 헝클어진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핏기 하나 없이 푹 파인 귀신 같은 얼굴을 한 신아리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피고인석의 유종석을 마주 보았다."니....니년이! 니년이 어찌 살아서 움직이는 것이냐!"종석이 기겁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삿대질을 했다.마치 무덤에서 기어 나온 시체를 본 것 같은 극도의 공포에 사로잡힌 목소리였다.아리는 자신을 철저히 쾌락의 도구로 이용하고, 종국에는 맹독으로 비참하게 독살하려 했던 종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지옥 불에서 갓 기어 나온 악귀처럼 서늘하고도 끔찍한 지독한 독기가 서린 눈빛이 종석의 심장에 꽂혔다.14년이라는 젊음과 청춘을 바쳤던 남자가 자신의 목숨을 벌레처럼 지워버리려 했다는 그 처절한 배신감이, 아리의 이성을 완벽한 살귀(殺鬼)로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증인석에 앉은 아리는 떨리는 손으로 거칠게 마이크를 움켜쥐었다.&nbs
새벽안개가 차갑게 가라앉은 편전의 한가운데 서로의 상처를 탐하듯 포개어졌던 입술이 천천히 떨어졌다.간밤 쿠데타의 광풍이 휩쓸고 지나가 세상의 모든 소음이 차단된 듯한 그 고요하고 음습한 폐허 속에서 서로의 곪은 상처를 탐하듯 위태롭고도 깊게 포개어졌던 입술이 뜨겁고 아쉬운 숨결을 남기며 천천히 떨어졌다.시은의 창백했던 뺨은 낯선 열기로 인해 옅게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맞닿았다 떨어진 두 사람의 숨결은 미세하고도 불규칙하게 떨리고 있었다.제국의 가장 높은 곳에 군림하는 핏빛 황후와평생 그녀의 등 뒤 어둠 속에 숨어 피를 묻혀야 하는 비천한 그림자 호위무사황실의 엄격하고도 잔혹한 법도와 철저한 신분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고 결코 허락될 수 없는 금지된 입맞춤이었다.그러나 14년의 세월 동안 함께 지옥 불을 견뎌온 두 사람의 감정은 이미 알량한 이성 따위로는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깊어버렸다. 서로의 썩어 들어가는 심장 가장 깊숙한 곳까지 잔혹하리만치 단단하게 뿌리내려 버린 이 지독하고도 처절한 연모(戀慕)의 증명,"이 지독한 감정이 훗날 널 더 깊고 어두운 끔찍한 지옥으로 끌고 갈지도 모르겠구나 민혁아"시은이 애절하고도 슬픈 눈빛으로, 자신을 부서질 듯 꽉 안고 있는 민혁의 흉터투성이 단단한 가슴 위에 하얀 손을 얹으며 나직이 속삭였다.그녀의 젖은 목소리에는, 자신의 복수를 위해 평생 피를 묻히며 그림자로 살아야 할 가엾은 사내를 향한 지독한 죄책감과, 동시에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그를 결코 놓아주고 싶지 않은 끔찍한 이기심이 뒤섞여 있었다."마마께서 계신 곳이라면그곳이 살이 타들어 가고 뼈가 녹아내리는 무간지옥이라 할지라
챙-!!귀를 찢는 기괴한 파공음과 함께 시퍼런 불꽃이 튀었다.시은의 머리카락 한 올에 닿기도 전 번개처럼 몸을 날린 김민혁의 특수 제작된 묵직한 티타늄 검이 종석의 얇은 장식용 검을 거칠게 쳐내며 튕겨냈다.그 압도적이고 흉포한 짐승의 힘에 종석의 손목 뼈가 기괴한 각도로 꺾이며 검이 허공을 날아 바닥에 요란하게 나뒹굴었다."크아아아악!"손목을 부여잡고 처절한 비명을 지르는 종석의 덜덜 떨리는 목덜미로 민혁의 차가운 칼끝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파고들었다.예리한 검 끝에서 스며 나온 종석의 붉은 피가 서늘한 칼날을 타고 뚝뚝 흘러내렸다.민혁의 칠흑 같은 눈동자에는 일말의 감정도 인간에 대한 자비도 존재하지 않았다.그는 오직 주군인 시은의 명령만을 기다리는 완벽하게 길들여진 지옥의 맹수 그 자체였다."감히! 마마의 고결한 옥체에 비천하고 더러운 살기를 들이대다니"민혁의 낮고 섬뜩한 목소리가 종석의 귓전을 때렸다."마마 명만 내려주시면 지금 당장 이 쓰레기의 목통을 비틀어 마마의 발밑에 바치겠습니다."종석은 사시나무 떨듯